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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노회찬 어록 - 우리를 행복하게 한 그의 말들
강상구 지음 / 루아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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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여름, 노회찬 의원이 영면하시고 벌써 1년하고도 두 번의 계절이 바뀌었다.

그 사이에 뜨거웠던 여름과 차디찬 겨울을 지나 다시 여름을 나고 겨울이 왔다.

그가 추구했던 세상이 조금 더 가까이 왔는지 되돌아 본다. 지난 여름 그가 허망하게 가고, 금년에는 또 다른 종류의 린치를 보면서 아직도 그가 바라는 세상, 우리가 원하던 세상은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그의 지근에서 그를 지켜보던 친구이자 동지 '강상구' 씨가 그의 어록들을 모아 만든 책, "언제나, 노회찬 어록"을 읽으며 그를 그리워 하고 그의 삶을 짧게나마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 기억에 노회찬이 세상에 등장한 첫 장면은, 어느 토론에서 소위 "불판 갈이"로 시청자들을 흔들더니 급기야 김종필 자민련 총재를 재치고, 마지막 순번의 비례대표를 차지하면서 였다. 그 때 방송에서 넙대대한 얼굴에 안경 너머 안광을 밝히며, 호통 하던 모습이 뇌리에 박혀 10년 이상 그를 눈여겨 보고 지지했었는지도 모른다.

50년 동안 썩은 판을 이제 갈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
그 이후로 국회의원으로써 그의 활약상, 시민과 특히 사회 약자들을 바라보던 그의 따뜻한 배려, 여성을 존중하는 마음, 불의에 맞서 자신의 지위(국회의원)까지도 거는 담대함 등을 보면서 더 매료되었던 것 같다.

특히 그의 당대표 수락 연설 "6411번 버스 투명인간"은 그의 사후 전국적으로 회자되면서 더욱 그를 그리워하도록 만든다.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중략)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 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 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그들을 위해 사는 것이 공인인 국회의원으로써 본인의 의무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했던 그를 기억한다.

지난 여름 두 가지 사건이 깊이 뇌리에 박혀 있다.

하나는 누구나 알고 있는 '조국' 이슈다. 이 사태에 대해 노회찬 의원이 검찰과 기자, 보수 정당을 위시한 기득권 세력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 상상해 보곤 한다. 아마도 그가 날리는 촌철살인은 막혔던 우리네 가슴을 짧게나마 시원하게 뚫어줬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는 사람만 관심이 있을 '톨게이트 노동자' 이슈다. 그가 지키고자 하는 '투명인간'들을 위해 그가 싸웠을 것을 생각하니 그가 너무 일찍 우리와 세상을 달리 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먹먹해 진다.

"사람을 믿고 사람에 의지하면, 반드시 실망하게 된다" 고 하는데, 그가 없어 그를 의지하지 못 해 아쉬운 시절이다.

# 그리고, 그가 추구해 마지 않았던. 6411번 투명인간들을 대변하기 위한 법(연동형 비례대표제) 과 특권에 의한 반칙을 막는 법 (공수처법) 이 통과되었다. (19.12)

# 19년 11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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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센스 있는 질문
김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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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조금은 도전적이지만, 매우 적절한 제목을 가진 책.
컨설턴트이며 코치, 퍼실리테이터인 저자 김호가 '질문'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알기 쉬운 예시와 함께 설명하는 책이다.
사실 서문과 1장 초반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예의" 비슷한 긍정과 선함으로 가득 찬 세상을 살아가는 자기 계발서 부류라 생각했지만, 2장에 이르러 이 책의 핵심 주제인 질문의 다양한 강점을 활용하는 지침에 이르면 다른 자기 계발서와는 다른 교훈을 얻게 된다.

책은 총 4장으로 1장에서는 왜 '좋은(또는 적절한)' 질문이 필요한지 대략적으로 설명하고, 2장에서는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한 4가지 지침 즉,

1. 과거보다 미래
2. 부정보다 긍정
3. 구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낼 것
4. 겸손할 것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위 지침을 기반으로 다양한 환경/조건에서 써봄직한 질문을 예시로 설명하고 (3장), 질문과 관련하여 못 다한 얘기를 4장에서 마무리 삼아 풀어낸다.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2장인 것 같다. 각 부분에서 기억에 남은 인상적인 문구(표현)을 보면,

1. 과거보다 미래

'피드포워드(feedforward)' (p.62)
  ; 피드백이 과거와 문제 지적에 방점이 있다면, 피드포워드는 미래의 개선에 중점을 둔다.
"나는 이런 방향이 맞다고 생각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때요?" (p.65)
  ; 좋은 질문의 대표적인 anti-pattern. 이 부분을 읽고 처음 드는 생각이 "메뉴 고르세요. 나는 짜장면!" 이었다.

2. 부정보다 긍정

'두가지 P. problem 과 possible' (p.69)
"문제점을 없애거나 고치는 것이 아니라 긍정 요소를 확대하도록 격려" (p.75)
  ; 문제가 해결되는 것과 동시에 좋은 결과도 달성하는 사례
"문제 해결의 페러다임에 빠져... 부정적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닌지.." (p.78)

3. 구체적

'GROW', 'SMART', '5W1H'
  ; 목표/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기 위해, 질문할 때의 기술들

4. 겸손

"짐작하지 말자" (p.106)
  ; 질문을 할 때의 자세로써 짐작하여 예단하지 말 것을 당부
"취약성 인정은 그 자리에서 가장 힘 있는 사람으로부터 시작해야" (p.111)

와 같이 실제 업무나 생활에서 적용해봄직한 방법들이 많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내용은 '질문은 듣기 위해서 하는 것' 이라는 말이다. 누구를 설득하거나 사실을 확인하거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어떤 방법보다 질문이 효과적이며 이 때 질문은 '듣기'가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는 말이다.
최근 스스로 부쩍 말이 많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예전에도 그랬을 테지만, 인지한 것을 기준으로) 특히, 조언(코멘트)를 많이 하게 되는데, 충분히 듣지 않고 하는 말은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을 몸소 깨닫고 있다.

"People don't care ho much you know until they know how much you care."
  - 시어도어 루즈벨트 (p. 43)

내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한다고 해도, 내가 먼저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도 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란 평범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또한, "요청하지 않은 조언을 자주 하는 사람을 '꼰대' (p.44)"라 한다는 것도 새삼 깨닳는 바다. 업무에 필요하여 효율성을 위해 '생략' 했던 질문과 답변의 과정이 나를 '꼰대'로 고착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보게 된다.

좋은 질문을 통해 '지시' 보다는 '조언', '선배' 보다는 '멘토' 가 되길 다짐해 본다.

# 다만, 하나 아쉬운 점은 전문 분야(IT, 공학)의 질문에 관해서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점인데,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따로 정리해 보려 한다.


# 19년 10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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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려 본 슬픔 믿음의 글들 208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강유나 옮김 / 홍성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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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슬픔을 당한 친척이 있는데, 어떻게 위로해 드릴까 고민하다 예전에 개인적으로는 많은 도움을 받았던, C.S. 루이스의 책 "헤아려 본 슬픔"을 선물하려고 마음먹고 내용을 복기하려고 한 번 더 읽어 보았다.
이전에 내가 겪은 것과 다른 종류의 큰 슬픔을 겪고 계실 분께 선물하기 적절할지 고민도 되고, 책 내용이나 표현이 적절한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시 읽은 "헤어려 본 슬픔"은 이전에 읽었던 느낌과 사뭇 다른 경험을 주었다.
당시에는 내 경험에 비춰 "슬픔" 자체에만 집중해서 공감하며 책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지금 다시 읽으면서 "객관화, 타자화" 해 보니, "슬픔"에 관해 저자의 경험에 기반한 참 자세하고 세밀한 묘사가 보인다는 점이 그 첫 번째였다. 그러고 보니 책 제목이 '헤아려 본 슬픔'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보통 '가눌 수 없는', '헤아릴 수 없는' 등, '슬픔'은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인데, '헤아려 본' 표현이 적절하게도 이책은 저자 자신의 슬픈 감정을 글로 매우 잘 표현했다. 과연 이 시대의 사상가, 문학가라 불리는 이유다.
루이스의 경험(아내와 사별)이 내 경험이나 친척분의 경험과는 다른 종류의 슬픔임 - 모든 슬픔이 그러하겠지만 - 에도 "슬픔"이라는 감점은 유사하다는 것도 새삼 느낀 점이었다.

다만, 이 책을 다시 읽은 후에 책을 선물하지는 않기로 하였는데, 슬픔의 종류가 다른 때문에 괜히 주제 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끝까지 읽지 않으면 오해하기 쉬운 내용이 일부 섞여 있기도 해서이다.


# 19년 9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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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5 - 열도의 게임 본격 한중일 세계사 5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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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시리즈의 서평을 처음 쓰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어간다. 

1편이 나올 때만 해도 '이 정도 동아시아 세계사를 건드릴 만한 책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 생각했었는데, 그 일이 사실이 되었다. ㅠㅠ


앞서 중국의 '태평천국의 난'과 '아편전쟁'에 이어 5-6권에서는 일본의 개항과 에도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유신 이전의 19세기 후반 일본을 다룬다.

한참 일본과의 역사/경제 분쟁 국면이어서 저자나 출판사에서는 우리와 엮인 역사 (경술국치 - 해방)가 다루어졌다면, 판매측면에서 좋았겠지만 진행되고 있는 스토리를 건너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실 남의 나라 얘기, 특히 우리와 별로 좋은 기억이 아닌 역사를 공유하는 일본의 근대사라 깊이 알고 싶지 않았지만, 또 알게 모르게 접한 문화 (주로 애니매이션)에서 잘못되거나 미화된 정보도 많기에 이 참에 쉽게 정리해 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다.

글은 여전히 객관적이다 못해 냉소적이고, 어린 학생들에겐 못 보여 주겠다는 점도 같다.

그래도 또, 다음 책을 또 기대하게 되는 책.


# 19년 8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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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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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가 대단한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글도 잘 쓰는 줄은 몰랐는데, 읽고 있으니 필력이 참 대단하네요.
스스로 서문에서 밝히듯 '김훈' 작가를 참 좋아하고 그의 필체를 흉내 내지 않으려 해도 묻어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읽는 내내 단문, 단문의 연결이 접속사 없이도 내용 연결이 어색하지 않고 글이 술술 읽히는 것이, 

진짜 김훈 작가 특유의 글 향기가 나는 것도 같았습니다.


'응급 의료' 그 중에서도 '중증 외상' 이란 생소한 분야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그가 치료하는 대상이 유명한 의료진이 의례 그렇듯 '고관 대작', 'vvip' 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일반적인 서민, 노동자, 형, 동생인 것이 가슴 아프면서도 또한 감사했습니다. 

국가의 시스템이 동작하지 않아 아까운 생명을 잃는 경우를 우리는 최근 몇 년 간 뼈저리게 보고 느꼈고, 

그가 느낀 좌절에 비할 순 없겠지만 그를 응원하는 마음과 이해하는 마음도 조금씩 더해 가고 있습니다. 

아픈 사람을 '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명'으로 보는 의료 시스템이 그의 '바램'대로 또 우리의 '희망'대로 정착되길 기도해 봅니다.

# 요 몇 달 사이 '닥터 헬기'를 비롯해 몇 가지, 그가 비로소 웃음 지을 만한 지원책이 몇몇 지자체를 시작으로 세워지는 것을 보며 글과 책이 가진 힘 - 사회 인식 전환 - 을 새삼 느낍니다.


# 19년 7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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