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몬드 브릭스의 '눈사람아저씨'에 대한 마이리뷰를 며칠 전에 썼었다. 토요일 오후 늦게 쓰니 화요일에 마이리뷰란에 올려져 있었다. 다시 읽고 나니,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둘째 문단의 문장이 비문이었다. 한 문장이 한 단락이라니. 마음 속에 쓰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걸 다 연결해 놓으니 다시 읽기 싫은 글이 되고 말았다. 쓸 때는 고민도 많이 하고, 몇 번이나 다듬었는데, 이렇게 큰 오점이 있다니. 좀더 간결하고 명료하게 쓰는 연습을 해야 겠다.

리뷰를 쓰고  하루 지나 다시 보면 그렇게 부끄럽다. 여기 저기 잘못 쓴 맞춤법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또 평점은 어떤한가. 별 두개를 주어야 할 것을  별 세개 준 적도, 별 넷을 주어야 할 책을 별 세 개 준 적도 있다.

왜 나는 이리 내 자신에게 무르고 엄격하지 못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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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편지 2004-01-2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그렇더라구요~. 리뷰 쓴다는 게 잔뜩 준비된 마음으로 써놓아도 올려진 마이리뷰는 그리도 어색한지..^^ 정작 할 말은 올려진 리뷰 읽으며 머릿속에서 맴돌곤하니 말입니다.

평점도 그래요.. 꽤 탄탄하다고 볼 수 있는 책은 옥의 티가 보여 더 분발하라고 별 하나 덜 주고... 그저 그런 책은 이 정도라도(나는 이렇게도 못 만드는데)하며 별 하나 더 주구요..^^ 지금 보니 일관성이 없었네요. 어디선가 봤는데 별 네 개는 '사람들에게 사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고, 별 다섯 개는 '내가 사서 선물 하고싶은 책'이라고 본 적 있습니다.

요즘은 리뷰도 가끔 쓰니 아이가 좋아하는 책 위주로 쓰고... 그러니 평점이 너무 후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합니다. 그러다 그냥 우리아이의 반응과 저의 주관적인 판단이지 정도로 생각합니다. 모두들 취향이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하니까요...^^



초콜렛 2004-02-1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님의 말씀 고마워요. ^^ 지금 시댁에 일이 많이 생겨 한달만에 서재에 들어와 인제 님의 말씀을 읽네요.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마음이 커가는가 봐요.
 

일요일 아침, 아이를 먼저 먹이고 남은 밥을 먹는다. 남편은 먼저 먹고 저만치 등을 보이며 드러누워 있다. 밥을 깻잎이나 상추에 싸고 붉은 대구아가미젖갈을 한 점 올려 먹는다. 밥맛이 좋다. 감기 때문에 며칠째 흐르던 콧물이 그칠 것 같다. 대구 아가미 젖갈의 가시를 입으로 뱉어내며 우걱우걱 먹고 있는데, 남편이 아침 TV를 보며 말한다. 저번 태풍 이후로 TV는 MBC만 나오는데다, 그마저 화면이 흐려 소리만 듣는다.

"미국이 빈라덴 찾는다고 이라크 침공하더니, 그것으로 명분이 부족해, 대량살상무기 외치더니 결국 후세인만 잡고 빈라덴도, 결국 대량살상무기도 못 찾았네. 후세인이 잘한 것 아닌데, 애꿎은 이라크 국민만 다쳤어."

작은 애가 뛰어와 상추쌈을 한 입 받아먹고 간다.

"그러게." 내가 응답하자 그가 세상은 힘의 논리로 움직인다며 낙담해 한다. 나는 "그러니, 우리가 세상을 바꾸어야하지."하며 말은 하지만 세상을 바꿀 방법을 모른다. 우리는 뭐라 말할 거창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월급쟁이이고, 나는 그의 아내일 뿐이다.

밥상 너머를 보니 거실에 누운 남편의 등이 보이고, 또 그 너머에 거실 창을 지나 앞산이 둥글게 누워 있다. 순간 상상한다. 산너머에 원자탄이 투하되는, 붉고 강한 빛이 내가 느끼기도 전에 밀려오는 것을. 그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거실창이, 저렇게 누워 있는 남편과 상추쌈을 손에 든 내가, 그리고 뛰어 다니는 두 아이가 소멸하는 것을 본다. 그렇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오는 파멸을, 나는 느낀다. 히로시마에서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났던가. 그렇게 많은 사람이 그렇게 찰나에 사라지다니,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고통은...나는 분개한다.

"지구상에서 대량살상무기를 가장 많이 가진 나라가 미국이고 게다가 그걸 히로시마에 쓴 것도 미국인데, 다른 나라에게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다니..."

물론 지구상에 그런 무기들이 존재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힘의 논리에 의해 개인의 행복이 그렇게 쉽게 부서지는 것은 참 끔찍한 일이다.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히로시마에 있지도, 이라크에 있지도 않았다. 그냥 상추쌈을 먹는 사람이고 한 남자의 아내이고 두 아이의 엄마다. 다만 세상이 어떤 식으로든 바뀌어야 된다고, 좀더 사람 중심의, 아니 생명 중심의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200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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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미래

요즘 고양이를 한 마리 기르고 있답니다. 고양이란 종족이 원래 외계에서 온 종족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답니다. 인간과도 가까우면서도 아주 자유로운 생명체를 보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런 고양이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저 역시 사람과 가까우면서도 아주 자유로운 글읽기를 원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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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이었다. 잠든 두 아이를 안고 밖에서 남편을 기다리기엔 너무 추웠다. 가까운 시골 다방을 찾았다. 샷시문이 드르륵 열렸다. 다방 중앙에는 앞머리가 벗겨진 중년 남자 한 사람 앉아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서리에 자리잡았다.

다방 여주인이 잠이 깬 둘째에게 빨대를 꽂은 요구르트를 하나 주고, 커피에 설탕과 프림까지 타주면서 사근사근 웃더니 "오래 계실거죠?"라고 나에게 물었다. 이런 친절이 감당하기 힘들어 뻔히 쳐다보았다. 그녀의 파마한 머리와 적갈색의 입술, 아마 40쯤 되었으리라.

"그리 오래는 아니고, 남편은 한 30분쯤 있으면 올껀대요" , "아, 그래요. 그럼 저희 나갈테니 계산대에 커피값 2000원 올려놓으세요."하고 탁탁 일어선다. 그리고 대뜸 "오라버니, 일 하러 가요."하면서 중년 남자의 팔짱을 끼고 샷시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중년 남자는 손님이 아니었구나.

결국 온기도 없는 차가운 시골다방에 나와 아이 둘만 남았다. 큰 애는 아직도 자고, 작은 애는 설탕과 프림통을 만지작 거린다. 파란 두껑의 플라스틱 프림통.  이 다방에는 마치 사계절이 다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창에는 햇빛 가리개용 대나무발, 두꺼운 녹색 잎의 열대 화분 몇 그루, 녹황색의 호박 두 덩이, 호랑이 그림의 큰 액자, 그리고 기름난로와 땟물이 시커먼 커텐까지. 계절과 시간이 뒤엉킨 이상한 공간에서 나는 낯설어한다.

그 사이에 택배원이 왔다가 주인 어디 갔냐고 물었다. '저도 손님인데요.'하니 '여기까지 다시 올 시간 없는데..'하며 투덜거리며 나갔다. 그리고 작업복차림의 깡마른 인부 하나 다방을 가로지르더니 쑥 이층으로 올라가버렸다. 그제서야 맞은편 모서리에 문과 그 열린 문틈으로 계단이 보였다. 그 남자는 다시 내려 오지 않았다.

남편은 예상보다 빨리 왔다. 계산대 위에 이천원의 지폐를 조심스레 접어 놓았다. 아이를 하나씩 끌어 안고 나오며 몇 분의 시골 다방 정경에 나는 수다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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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섯 살의 남자, 서른 두 살의 여자, 그와 그녀의 세계를 해와 달처럼 번갈아 비추는 다섯 살, 세 살. 그리고 털이 제멋대로인 고양이 한 마리,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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