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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하나로 - 국민 재료 달걀의 무한변신 달걀 요리 67
손성희 지음 / 리스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달걀을 참 못 다룬다. 언젠가도 말했듯이, 된장찌개보다 달걀 후라이가 훨씬 어렵다. 날달걀은 깰 때 (언제나!) 조마조마하고, 삶은 달걀은 껍질을 매끈하게 벗기지 못한다. 후라이로 말할 것 같으면 뒤집기가 무서워 완숙은 애초에 시도를 못하고 반숙은 늘 흰자가 타거나 덜 익은 채로 실망 속에 마무리된다. 그리고 왜 그렇게 흐르는 건지, 흰자 추스르다 보면 후라이의 아우트라인은 늘 너덜너덜해진다. 얼마 전 피곤한 네꼬남을 위해 저녁에 달걀말이를 시도했는데 그것만으로도 내 사랑이 증명되었다. 물론 그 달걀말이는 밥 위에서 돗자리처럼 풀어지는 처참한....  그렇다. 그런데도 나는 달걀을 포기하지 않는다. 한번에 깨지 못해 늘 껍질을 건져 내고 흰자가 멀건 후라이를 먹으면서도 오늘도 달걀을 깬다. 맛있으니까!

 

『달걀 하나로』는 흔한 식재료, 그러나 완전식품인(여기서 '완전'에는 흔하다는 사실도 포함되는 걸까?) 달걀을 주제로 한 요리를 소개하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달걀 하나만 갖고 하는 요리는 아니다. 프롤로그에서는 '3분이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사실 그것도 과장이다. 그렇지만 소금과 후추, 올리브유만 있으면 되는 스크램들드 에그부터 바닐라 크림까지 만들어야 하는 일 플로당트(프랑스 디저트)까지 달걀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로 한 권의 책을 만든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실용성도 있다.

 

요리를 소개하기에 앞서 달걀에 대한 기초 지식을 알려주는 부분이 있는데 도움이 될 정보가 많다. 달걀을 고를 때는 유정란보다는 사육환경을 봐야 한다는 것, 냄새를 잘 흡수하므로 냄새가 강한 음식과 가까이 두면 안 된다는 것도 배웠다. 친환경 복지 농장 탐방기는 읽다 보면 사실 광고.. 뒤에 아예 광고 페이지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 기획 자체가 달걀에 대한 사랑이니까(주관적). 역시 요리 소개에 앞서 달걀 삶는 법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데 7분, 9분, 13분, 16분 삶았을 때 달걀의 성상(!)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사진이 나는 왠지 너무 좋았다(이상한 데 꽂혀요). 달걀을 이렇게 저렇게 삶아 보는 이런 마음.

 

요리마다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에 요리책에서 소개하는 요리법이 어렵다 쉽다 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보다 중요한 건 소개하는 방식일 텐데, 이 책은 그게 잘 돼 있다. 한쪽에는 요리 방법, 한쪽에는 완성 사진. 요리 방법은 대강 흐름을 잡아볼 수 있도록 순서만 굵은 글씨로 해 상세 설명과 구분했다. 과정 사진을 일일이 담지 않고 중요한 부분만 3컷 내외로 정리해 실었다. 완성 사진 한쪽 달걀 그림 안에 소개한 'egg tip' 외에는 특별한 장치도 없다. 옛날식 요리책 편집에 가까운데 오히려 이게 더 눈에 잘 들어온다. 표지와 본문 디자인이 전체적으로 침착해서 책 보기가 좋다. 그래서인지 페이지 표시를 달걀후라이 그림에 넣은 것이 귀엽다. 

 

한동안 요리책들에 질렸는데, 오래간만에 마음에 드는 것을 손에 넣었도다. 나는 신간평가단이라 이 책을 거저 받았지만, 기쁜 마음으로 달걀 마니아 클레어 씨에게 한 권 사서 보냈다. "꺅꺅! 완전 맘에 듦! 오늘부터 계란요리 하나씩 정복!" 하는 답장이 왔다. 문득 오래전 이 친구와 나눈 메신저 대화를 서재에 소개했던 게 생각나서 찾아 보았다. (신간평가단 리뷰인데 이렇게 사적으로 마무리해서 미안합니다.)

 

 

*

클레어: 계란아 계란아 넌 뭘 해도 예쁘구나
네꼬: 하하하하하.
네꼬: 말이도 예쁘고 찜도 예쁘고
클레어: 우리 식품 동시와 동화의 세계를 열어보자

네꼬: 후라이도 보기에 참 좋구나
네꼬: (운율이 중요해)
클레어: 어멋 재치 만점
네꼬: 먹을거리는 온국민의 초미의 관심사.
클레어: 냉면에 들어간 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네꼬: 정말 절절하다.
클레어: 에이아이도 무섭지 않아__시국도 반영하는.
네꼬: 그래. 꼭 클레어씨가 낭독해야 됨.
클레어: 응. 눈물 그렁그렁해서.
네꼬: 닭들아 고맙다, 로 마무리 어때?
클레어: 닭들아, 사... 사... 좋아합니다

 

 

 

고마운 닭들, 고마운 달걀. 잘 먹겠습니다.

 

 

 

 

 

 

* (믿어지지 않으시겠지만)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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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4-02-24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를 어쩌나 사랑스러운 네꼬님 >.<
클레어님과의 대화에 함빡웃음을 짓게 됩니다. 진짜 귀여우세요!!!!!
보관함에 냉큼 넣었어요. 네꼬님이 신간평가단이라 너무 좋아요!!!! ^^

네꼬 2014-02-24 13:14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안녕하세요? 으아 저 너무 오래간만에 서재 왔어요. 신간평가단 마감 날짜도 하루 넘기고 막.. ㅠㅠ 그래도 이 환영 감사. ㅠㅠ

꿀꿀페파 2014-02-24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보고가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네꼬 2014-02-24 21:47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꿀꿀페파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