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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 도시 여자의 촌집 개조 프로젝트
오미숙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밝히자면 나는 시골집에 살고 싶다는 로망이 전혀 없다. 출판사나 관계자들께 죄송하게도, 신간평가단 리뷰 도서로 이 책을 받아 들고 그래서 참 난감했다. 이 책이 싫다는 게 아니고, 이런 종류의 책에 대해서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신간평가단을 하니...) 또 밝히자면 나는, '고쳐 쓰는 시골집'의 이데아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댁에 여러 차례 가 본 적이 있다. 존경해 마지않는 어느 예술가의 댁이었다. (누군지, 가서 어땠는지 너무나 자랑하고 싶지만 참고 있다.) 안에서 보면 내외분께 딱 맞는 아름다운 집이지만, 거창하게 공사한 게 아니라 살면서 조금씩 고친 집이라 담장을 제외하곤 영락없는 시골집 그대로였다. 집주인 내외는 거기서 쌀부터 블루베리까지 '진짜' 농사를 짓고 부지런히 책을 읽고 작품을 만들면서 시골 주민으로 살고 계셨다. 충격적일 만큼 멋진 삶이었다. 그분들은 입 벌린 나를 보고 "네꼬 씨도 내려와 살아요. 여기 살면 돈 별로 안 들어."라고 꼬드겼지만 나는 딱 잘라 거절했다. "저는 몸 고된 거 싫어요." 어쨌든 이러니 어지간한 '아름다운 시골집'은 내게 어필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내 마음 어느 구석에는 몹시도 꼬인 데가 있어서, "시골집을 싸게 샀다."는 말을 그저 곱게만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는 사람이 이득이면 파는 사람은 손해 아닌가? 나는 쓸데없는 대목에서 옹졸한 것이다... ㅠㅠ
이야기가 이렇게 시작된 김에 거슬렸던 것부터 얘기하고 좋았던 걸 얘기하겠다.
염원이었던 '시골집 개조 프로젝트'를 완성한 기쁨 때문일까. 작가 소개부터 머리말을 거쳐 본문에 들어가기까지 팩트라 할 만한 정보 없이 감상적인 설명이 너무 길었다. 감상이 지나치기는 군데군데 카피들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면 "그래! 시골 가서 어디 한번 촌닭처럼 살아보자"라는 카피. 실제 내용을 보면 집을 아주 아름답게 꾸미고 꽤 세련되게 사시는 것 같은데 '촌닭'이란 표현은 좀 겉치레 같았고, 나아가 시골 사람들에 대한...(그만!) 장이 바뀔 때마다 책 속에 넣어 말린 꽃잎 사진이나 비슷한 분위기의 그림과 함께 또 감상적인 카피들이 있는데, "여학교 때...책갈피마다 꽃잎 끼워 말리며..." 하는 말이 나처럼 무덤덤한 독자에게는 좀 낯간지러웠다. 꽃 수가 놓인 침구를 두고 "새색시 시집온 듯 꽃물 들였다."는 것도... 정보서와 에세이를 겸하는 책이다 보니 본문 설명도 결이 들쭉날쭉하다. 개조를 앞둔 시골집은 문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같다는 식의 표현은 편집하면서 좀 다듬을 순 없었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드는 대목도 자주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투덜댄다 해도 이 책에는 단단한 강점이 있다. 바로 몸소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집을 뜯어 고치다 보니 끼니마다 인부들 밥 챙기느라 애먹었다는 얘기라든가, 공사를 하는 동안에는 주변 사람 백이면 백 모두가 지청구를 하지만 공사가 끝난 뒤에는 모두 덕담을 해준다며 중간에 흔들리지 말라는 조언 같은 것은 실제 경험이 있는 저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페이지를 가득 채운 상세한 과정 사진도 앞으로 정말 시골집을 개조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실용적인 정보가 될 것 같다. 나로서는 이런 사진의 캡션들이 팩트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쓰여 있어서 오히려 본문보다 흥미로웠다. 또 집안 인테리어와 빈티지 소품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집구경' 부분도 재밌게 볼 것 같다. 직접 만들거나 발품 팔아 구한 장식품들이 집주인의 취향을 엿보게 한다.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말 그대로 집구경을 하는 기분인데,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아서 다행이다. 부러울 뻔했으니까. (응?)
모든 사람이 노력한다고 해서 원하는 방식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를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애태우는 사람들도 있고, 원치 않게 시골에 가서 집 꾸밀 여유 없이 침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 이룬 성과를 보면서 자기만의 방식을 고심해 본다면 한결 활력이 생기지 않을까? 이 책의 자리가 그쯤 아닐까 생각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