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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이운경 옮김 / 한문화 / 2003년 6월
평점 :
알라딘 서재이 페이퍼에 몇번 글을 올린적이 있는데 국내 SF소설 시장은 매우 협소해서 일년에 SF관련 책자들이 몇십권이 채 안나오는 형편이다.그러다보니 SF소설 애독자들은 SF와 연관된 책이 출간되면 앞뒤 안가리고 구입하는 편인데 이 책 매트릭스로 철학하기도 그렇게 구입한 책들중 한권이다.
매트릭스가 처음 나왔을 때 사실 영화 자체 갖고 있는 액션때문에 커다란 인기를 얻기고 했지만 영화속에 있는 숨은 메시지 덕분에 더욱 유명해 졌다고 할 수 있다.일반적으로 매트릭스하면 현란한 특수효과와 사이버펑크적인 화면을 떠올리지만 사실 이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철학과 동 서양의 종교가 혼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예를 들면 한번 죽었다가 영화 후반부에 기적적으로 부활하는 네오는 예수를 상징하고 네오를 사랑하는 여자인 트리니티(삼위일체)는 성경속의 막달라 마리아를 상징하는등 영화속 등장인물이니 비행선등은 모두 기독교의 신구약과 연결되어 있어 메트릭스는 성경을 SF적으로 재해석 했다고 볼수 있다.
이처럼 성경을 SF적으로 해석한 것 외에도 동양의 사상이 이 영화속에 있으니 바로 장자의 도교사상이 들어 있다.영화속에서 인류는 매트릭스속에 살고 있는데 키아누 리브스는 한동안 매트릭스가 현실인지 아니면 매트릭스밖 황량한 기계들이 지배하는 지구가 현실인지 혼동하는데 이것음 바로 장자가 꾸었던 꿈인 호접지몽-나비가 나인지 내가 나비인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매트릭스 안에서 훈련하는 장면속에서도 선이 등장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매트릭스가 동서양의 철학을 함께 버무린 작품이란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매트릭스 1편부터 이런 내용들이 들어있다보니 2,3편에 갈수록 그런 내용이 노골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겉으로 보이는 영화 내용외에 그런 것들을 알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결국 DVD특별판에서는 그런 철학적 내용만을 특별히 다룰 정도가 되었을 정도로 영화 자체가 상당히 철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영화 자체가 블록 버스터로 영화 흥행에 대성공을 거둔것과 별개로 영화속 내용이 철학적이서인지 많은 철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국내의 도울 김용옥이 당시에 꼭 봐야 될 영화라고 말한 것처럼 해외에서도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 철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책이 나올 정도가 되었으니 바로 본서인 매트릭스로 철학하기이다.
매트릭스로 철학하기는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슬라보예 지젝을 비롯한 17명의 현직 철학교수들이 영화 <매트릭스>의 철학적 의미에 관해 쓴 15편의 원고를 묶은 것인데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거의 모든 주제가 망라되었다고 볼 수있다.
예를 들면 매트릭스에서 막 깨어난 네오를 모피우스가 매트릭스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허허벌판에 한가운데 쇼파에 앉은 모피우스가 네오에게 말하는 장면은 아마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생각하게 만들고 월리엄 어윈은 영화속 네오의 임무는 거짓 현실에 취해있는 인류를 구하는 것이고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사람들을 일깨우려고 하는데 소크라테스 올바른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짐으로써 신성모독죄로 아테네 재판정에 서게 되고 네오는 매트릭스가 무엇인가라는 의문으로 가짐으로써 매트릭스속 기계들의 추격을 받는다고 지적하고 '인간을 피아노 건반 같은 존재로 격하시키는' 자유와 계몽의 세상에 협력하느니 지저분한 독방에서 '진실의 사막'을 대면하며 혼자 살겠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 생활자'의 모습은 마치 기계에 인간의 몸을 건전지로 받치는대신 매트릭스 속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행복을 주는 꿈에서 벗어나 인류를 잔혹한 진실과 기계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네오와 모피어스 및 시온 그룹의 모습과 중첩되고 있다.그리고 네오를 매트릭스에서 탈출시키는 매개체로 유명한 빨간약-파란약과 관련해서 빨간약은 용기와 자유를 상징하고 있고 파란약은 진실을 모르는 순탄한고 행복한 삶을 의미하지만 그래도 네오의 선택한 빨간약이 파란약보다 선택할 가치가 있느냐는 물음등을 던진다.
이처럼 매트릭스로 철학하기에서는는 네오가 진정한 구원자인가 하는물음,매트릭스에서 보여주는 형이상학과 매트릭스와 현실을 모호하게 만들었던 시뮬라시옹의 세상,구원자의 절대성,절대성,상대성등 그간 철학에서 소크라테스,칸트나 데카르트등이 고민했던 문제들을 다시금 다루고 있다.
메트릭스로 철학하기는 영화 자체가 동서양의 종교와 철학을 마구 버무렸기에 책 자체도 다원론적인 종교관의 문제와 기독교적 사항, 그리고 불교 사상을 말하고 있다보니 이 책은 전반부에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책의 중반부부터는 다시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고 게다가 저자가 15명이나 되다보니 영화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말하다보니 일부 중첩되는 내용이 있기도 하지만 좋게 말하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나쁘게 말하면 중구난방이 되다보니 일관성을 갖고 읽기가 상당히 어려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읽는 독자에 따라 생각이 틀릴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대부분의 저자들은 대체로 영화 매트릭스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는 반면 지젝은 영화에서 보이는 컴퓨터가 전능한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은 피해망상이라고 하면서 인간은 현실의 물질적 삶이 너무 완벽해서 구체성을 잃고 공허함을 낳게되면서 스스로 삶에 문제에 대한 답을 해결할 능력을 잃고 편집증을 앓아가면서 조금씩 피해망상을 키워간다고 지적하고 있다.
매트릭스로 철학하기는 앞서 말한대로 영화 매트릭스를 소재 삼아 몇몇 철학을 하는 교수들이 자신의 사유를 풀어놓은 글들을 모은 책이다 보니 소재는 영화 매트릭스이지만, 주제는 천차만별이어서 자유와 행복, 가상과 현실, 자유의지와 운명, 유물론, 정신분석등등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은 다양한 철학적 의문과 논점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론 워낙 묵직한 주제들을 짧은 글속에 담다보니-사실 이 책에 있는 각각의 주제들은 다루려면 수십 권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책속의 저자들이 제기한 의문에 대한 답을 독자들이 과연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평범한 독자들이 읽는다면 상당히 어렵단 생각이 드는 매트릭스 철학하기는 뭐랄까 그냥 철학 입문서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이 책을 읽고 어떤 의문점이 생긴다면 아마 좀더 한 차원 높은 철학책을 읽어야 되기 때문인데 그것은 아마도 독자들의 뇌리를 자극하여 사상의 폭을 넗혀주기 때문일 것이다.
매트릭스 철학하기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되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밑줄치면서 읽어도 상관이 없다.책의 저자중 한명인 지젝이 “당신의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이 영화를 본다 해도, 그 안에서 자신의 관점에 부합되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독자들도 책속에서 무언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