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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궤도 세트 - 전2권 ㅣ 신의 궤도
배명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알라딘 서재에 여러 번 쓴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국내 문학계는 사실 장르 문학의 불모지라고 할수 있다.국내 문학계는 순문학이라고 불리우는 본격 문학이 주류라고 한다면 추리,SF,판타지등을 아우르는 장르 문학은 비주류 혹은 B급 문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국내 문학계에선 순문학이 아닌 문학들은 이른바 서자 취급을 했는데 그러다보니 장르문학은 순문학에 비해 매우 낮게 평가받고 있지만 외국의 경우 특히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문학 장르가 스릴러,SF,판타지 등을 아우르는 '장르문학'로 장르문학은 시대를 불문하고 미국 출판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어왔다.
순문학을 최우선으로 치던 국내 문학계 및 독서계에서도 2천년대 들어 주로 장르 소설인 외국의 베스트 셀러가 소개되면서 국내에도 많은 독자층이 생겨나게 되는데 주로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시리즈로 대표되는 판타지 소설계열이나 추리 소설 계열들이 커다란 인기를 얻게된다.
올해만 해도 추리 소설에선 이언 플레밍의 007시리즈가 다시 재간되고 역시 스릴러의 대가 로버트 러들럼의 제이슨 본 시리즈가 재간되고 심농의 메그레 경감시리즈가 출간되고 있다.
이에 비해 같은 장르 소설이지만 SF소설은 아직 그 세가 미약한데 올해 필립 K.딕 선집이나 SF명예의 전당 1~4,존 스컬지 작품등이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같은 장르 소설인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에 비해서는 열세임이 틀림없다.
그러다 보니 국내 소설가중에서도 추리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을 쓰는 신진 작가들이 다수 나오고 있지만 아직 SF소설을 주로 쓰는 신진 작가는 드문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매우 드문 국내 SF작가중의 한 사람이 바로 배명훈이다.타워라는 연작 단편 소설로 혜성같이 등장했던 배명훈은 드디어 신의 궤도라는 첫 장편소설로 독자들에게 다가 서게되는데 현재 이 작품은 SF장르에서 1위를 하고 있다.
배명훈의 첫 단편인 신의 궤도의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인공위성 재벌의 서녀인 은경은 배다른 언니인 경라에게 늘 미움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생활하려 노력한다. 한국을 떠나 러시아에서 비행예술과 궤도비행까지 배우며 점차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깨달아가는 은경. 하지만 어머니를 힘들게 하고 결국 죽음으로까지 몰아간 아빠에 대한 미움은 끝내 가시지 않는다. 타국에서도 힘든 생활을 이어가던 은경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코스모마피아’ 바클라바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그는 은경의 아빠인 킴에 대해서는 증오를 품고 있지만, 유일하게 은경의 처지를 이해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이를 눈치챈 경라 언니는 은경을 제거할 술책을 꾸미고, 꼼짝없이 말려든 은경은 바클라바도 잃고 아빠를 죽이려 했다는 누명까지 쓰게 된다. 은경의 결백을 아는 아빠는 그녀의 누명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은경은 겨우 사형만 면한 채 냉동되어 아주 먼 미래에서나 다시 깨어나야 하는 신세가 된다.알라딘 책소개 내용중에서)
이 책을 처음 읽게 되면 과연 이 책이 SF소설인가 하는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아니 재벌의 딸,엄마를 죽음으로 몰고간 아빠에 대한 분노,배다른 언니의 음모등등…… 어디서 많이 듣고 본 내용이 아닌가??? 맞다 요즘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눈을 뗄수 없는 TV속 막장 드라마의 내용과 별반 다를것이 없지 않은가!!
마치 국내 막장 TV드라마를 보는 듯한 낭패감을 주는 신의 궤도는 서서히 읽어나가다보면 근미래 우주 개척사, 행성 전쟁사등이 등장하면서 과연 SF소설이군하는 느낌을 주는데 아무래도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SF소설에 대한 일종의 편견-SF소설을 공상 과학소설이고 주로 아이들이 읽는 소설이다등등-을 낮추기 위해 처음 도입부는 일반 소설처럼 썼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은경이 15만년뒤에 깨어나는 휴양행성 ‘나니예’에서는 나니예의 관리를 맡고있는 ‘관리사무소’와 나니예를 창조한 ‘신’을 탐구하는 신비스러운 종교집단인 ‘천문교’ 관리사무소의 통제와 지배에 반기를 드는 집단과의 대립과 전쟁-수천대의 전투기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행성의 운명을 바꿔놓은 거대한 두 세력의 충돌이 스펙터클하게 펼쳐지고 있어 마치 한편의 스페이스 오페라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실 그간 SF소설을 많이 읽은 분들이라면 신의 궤도에 그간 읽은 SF소설들의 클라세들이 많이 등장함을 알수 있다.스타워즈를 연상시키는 대규모 공중 전투신등이 그것인데 그러다보니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 이 책은 대단히 통속적이고 황당하단 생각을 가질수 있고 역시 SF소설을 공상 (?)과학 소설이야하고 생각할지 모른다.하지만 작가는 이 통속적이고 공상적인 소설에 신이라는 다소 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살포시 얹어 놓았다.
이 책속에는 나니예의 종교 집단인 천문교 관리사무소의 두 축인 이론 신학회와 천측신학회를 통해 신의 존재에 대한 관념론과 유물론의 대립을 다루고 있는데 신학적 견지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갖게 한다.여기까지만 해도 읽으면서 머리가 복잡해 지는데 작가는 여기에 하나를 더 더하는데 바로 인류의 항성화다. 인류는 십오만년이라는 엄청난 시간동안 육체를 버리고 별이 되는데 이러 설정은 아서 클라크의 지구 유년기가 끝날때라든가 아시모프의 소설에서 종종 등장하는 내용이다.
아직 신의 궤도를 다 읽지 못하고 있지만 척박한 국내 환경속에서 이 정도의 SF소설을 쓸수 있는 작가가 나왔다는 것이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국내 독자들이 갖고 있는 SF소설의 편견을 단숨에 깨주는데 SF소설이 단순한 공상이나 혹은 과학적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경라와 은경의 관계에서 보여주듯이 인간의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신의 존재에 대한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하지만 이처럼 어려운 주제에 접근하면서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독자에 따라서는 진지한 소설로도 혹은 재미있게 단숨에 있을 수 있는 작품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작가의 열정이 너무 강해서인지 책 2권속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고 그 이야기들이 제대로 끝을 맺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작가에게는 힘든 주문이겠지만 차라리 좀더 권수를 늘려 이야기를 더 정교하게 꾸몄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치 종합 선물세트와 같은 이 책 신의 궤도는 작가의 역량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면서 드디어 국내에서도 역량있는 토종 SF소설 작가의 탄생을 알림과 동시에 앞으로 더 많은 작가들이 나올거란 기대감을 안겨준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