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왜 눈에 띄었지? 아마 도서관에서 서가를 둘러보다가 예전에 읽어야지 했떤 제목이란 것이 생각났거나, 아니면 제목이 관심을 끌었던 것 같다. 저자는 사회학에서 말하는 밀그램의 6단계 법칙이 인간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자연과 과학적인 현상을 설명하는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연구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웹에서 어떤 규칙이 적용될 수 있는가를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을 때는 이 용어가 핵심이라고 생각했는데, 표시하지 않고 지나갔더니 어떤 용어인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결국 다시 한번 읽어야 할 듯하다. '선택과 집중' 이런 비슷한 용어인 것 같기는 한데... 

제일 기억에 남는 구절은 356쪽에 나온 것이다. <알 카이다 조직은 빈 라덴과 그의 수뇌부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이슬람의 군대정신 속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테러 조직과의 전쟁에서 승리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이러한 테러 조직이 만들어지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제거하는 것만이 자기조직화되는 조직망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따라서 테러리스트들이 이러한 조직을 자체적으로 형성하지 못하도록 조직망을 형성하는 원인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여야 하겠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폭력을 폭력으로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역사가 이야기해주고 있지만 우리는 왜 그것을 늘 잊고 사는 것일까?  

저자가 이야기하는 네트워크 이론은 거의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분자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이 필요한 시기인 듯 하다. 뇌의 연결구조도 네트워크라고 했던 것 같다. 요즘 읽는 책들이 뭔가 하나로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억지로 연결하고 있나?

 다음에 있는 책은  휴가동안 읽으려고 샀다. 휴가처럼 시간을 내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때가 아니면 소설을 읽기는 어렵다. 소설을 읽다가 도중에 그만두는 일은 예전부터 어려웠다. 몰입 도중에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지... 그래서 나이들면서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큰 책임이 된 요즘은 더 소설을 읽기 힘들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 주말에 배달 온 책을 몽땅 읽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선집이라 중간중간 끊어 읽어도 큰 지장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드림 마스터]는 책 두께가 어마어마했다. 두께에 비해서 책은 무척 가벼웠다. 물리적으로 이런 책들이 좋더라. 젤라즈니 선집인데,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였다. 환상과 과학소설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 읽다가 잠시 밀쳐두었다. 그러다 집에 와서 나머지 작품을 읽었다. 지금 목차를 보니까 '지옥의 질주'는 안 읽은 것 같다. SF를 열심히 사는 이유는 앞으로 계속 번역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복수의 여신'에서 나오는 대목 중에서 400쪽부터 401쪽에 코고와 에밀이 나누는 대화가 나오는데, 나는 에밀의 의견에 동의한다. 복수라는 것은 맹목적일 때 가능한 것 같다. 코고는 무차별적으로 인류를 증오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는데, 에밀은 '... 모든 사람의 책임은 아니란 뜻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코고는 '....그자들은 그걸 묵인했어.....'라고 다시 반론한다. 하지만 에밀은 '.... 인터스텔만큼이나 큰 시스템 안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의 행위에 관해 알고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함장님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아예 개의치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틀림없이 있습니다. 만약 그 사실을 안다면 어떤 식으로든 즉각 행동에 나서려고 할 사람들 말입니다."이라고 하는데,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이 글을 쓰면서 들었다. 어떻든 증오와 분노가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은 더 큰 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정확하게 알고 싶어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진실과 신념 사이의 괴리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나도 그런 것 같다.  

[집행인의 귀향]은 길지 않아서 좋았다. 추리 소설로 보아도 무방할 듯. 인공지능 또는 로봇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거리를 준다. 과연 사람은 어떤 존재일까? 

[우주 비행사 피륵스]는 단편처럼 읽어도 되고 장편처럼 읽어도 될 듯하다. 생도시절의 피륵스에서 마흔이 가까운 나이의 피륵스 이야기가 나온다. 피륵스라는 인물이 영웅이 아니어서 좋았다. 감정이입이 쉬웠다. 물론 작가에 따라 다르게 이야기했다면 우주 영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현실 사회와 인간에 대해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더불어 책을 읽으면서 사회적인 통념과 관료적인 조직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 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해설에서도 이야기하지만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완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해설 522쪽 <주인공은 이야기 표면상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이 놓인 상황과 조건임을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소설 이론가들이 누구나 주장하는 이 명제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는 스타니스와프 렘이기에 그는 피륵스에게 초인적인 역량이나 천재적인 두뇌를 부여하지 않는다. 매 에피소드마다 우주비행사 피륵스는 자신이 우연히 그 자리에 있다 보니 마주하게 된 문제 상황을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풀어내려 애쓴다.> 하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것이 일상적이 아니라는 것이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다. 피륵스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무슨 이유인 것이지?  

[백만 광년의 고독]도 역시나 한국 SF계의 출판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구입한 것인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특히 처음의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유랑악단', '입적'은 이해가 가고 재미있었다. 나머지 작품들은 조금 어려웠다. 특히 '마지막 천사의 메시지'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라. 앞의 젤라즈니 작품들도 이해 못하는 것이 많았으니까, 작품의 문제라기 보다는 독자인 나하고 맞지 않았던 것이리라. 왜냐하면 나는 결말이 명확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직 이 책은 다 읽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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