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키다리 아저씨 - 내 인생을 위한 세계문학 009 내 인생을 위한 세계문학 9
진 웹스터 지음, 이선희 옮김 / 심야책방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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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간 잔망스럽지 않은 밀당의 천재 고아 소녀 주디와 후원자를 가장하고 키워서 잡아먹은 키다리 아재 저비 도련님의 로맨스. 편지 형식인데 재미있었어요. (왓북에서 나온 걸로 봤는데 삽화도 있고 번역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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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여왕폐하 율리시즈호 동서 미스터리 북스 82
알리스테어 매클린 지음, 허문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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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미스터리 북스에 속한 책이지만 미스터리나 스릴러, 추리 소설은 아닙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전쟁, 재난 소설입니다. 아주 처절합니다. 그래서 읽기 힘들었습니다. 지루하거나 구성이 형편 없어서가 아니에요. 문장은 거의 순문학처럼 아름다워서 비극이 한층 돋보이게 만듭니다.


거의 정신적 외상처럼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읽어낸 책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이후로 첨입니다.
그래도 <전쟁은...>은 과거 회상을 받아적은 수기 같은 거라
길고 긴 세월의 흐름에 어느 정도 소화가 된 느낌이 있는데
이건 뭐 요일별로 적은 일지처럼 시시각각 일어나는 상황을 지켜보는 느낌이라 넘 고통스러웠어요.

그래서 조금 읽고 쉬고 다른 책 읽으며 처절함을 씻어내고
또 다시 손에 들고 읽다가 내려놓고 고통을 삭히고 그랬네요.
정말이지 읽으면서 뱃속에 뭐가 뭉친 기분이었어요.


또 (전자책이니 그 장점을 살려) 여러 번 폰트를 바꾸며 읽었습니다.

여러 다양한 바탕체로 읽다가 결국 나눔바른고딕체로 끝까지 읽었어요. 바탕체의 꺾임조차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듯했거든요. ㅠㅠ

요약하자면 북극해 작전 끝나고 쉬지도 못한 채 다시 수송선 호위 임무를 맡아 무르만스크까지 가는 율리시즈호의 수난을 그렸습니다. 전쟁중이란 위기 상황에 혹독한 추위까지 겹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습니다. 등장인물도 다양한데 그 개개인이 겪은 비극도 정말이지... ㅠㅠ

이게 처녀작이라는 작가도 대단하지만 대체 왜 이런 전쟁을 하는 건지... 읽고 나서 생각이 마구 엉키더군요.

밑줄 친 구절들 많은데... 너무나 보기 힘들어서 아아주 나중에 다시 새겨볼랍니다.
역시 명작, 걸작이란 소리가 절로 나오기는 한데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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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작은 독약병 동서 미스터리 북스 69
샬롯 암스트롱 지음, 문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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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난생 처음 사랑을 알게 된 55살의 노교수가

실연(?)을 당한 뒤 자살하려고 치명적인 독약을 작은 올리브 기름병에 담았는데

그 병을 잃어버리면서

누군가 그걸 주워 오일인 줄 알고 사용하다 죽을까봐

독약을 찾아다니면서 일어나는 작은 소동을 그렸습니다.


어설픈 심리학 지식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우연히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라도

실은 무의식적인 의지가 반영된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모든 사건의 원흉인 사람 잡는 선무당이죠 ㅋㅋㅋ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보게 되어 재미있었습니다.

연극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

그집은 조용했다. 남자의 방으로서는 살기 나쁘지 않았다. 그곳은 이를테면 흐름이 없는 작은 늪이며, 그 늪 속에서 케니스 깁슨은 만족하고 있었다. 자기 생애는 여러 개의 작은 늪 속에서 보내져왔다고 깁슨 씨 자신은 생각하고 있었다. 물결이 소용돌이치는 흐름의 한가운데를 힘차게 나아간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에게는 책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으며, 고독과 교직, 살기 좋은 방, 정신을 지탱하기 위한 나무들의 아름다움이며 하늘의 신비, 지평선에 이어지는 산맥이며 음악과도 비슷한 옛사람의 사상이 있었다. 그에게는 그의 인생이 있었고, 그것이 어떻게 끝날는지 그는 이미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때 노교수의 장례식에서 로즈메리 제임즈와 만난 것이다.

"감사란 그 원인이 된 행위가 끝난 뒤에도 잠시 남는 거예요. 하지만 그것은 들에서 불을 지피는 것 같은 게 아닐까요. 그것은 활활 타올라 밝고 따뜻해요. 하지만 연료가 필요해요. 연료를 보급해 주지 않으면 영원히 불타오르지 못해요."

"그 누구도 말치레뿐인 감사에 사로잡혀서는 안 돼요. 비유를 달리하여 또 `혼합하여` 말하면, 내가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랑을 위해서만 했을 터인 옛날의 행위를 방패삼아 감사의 마음을 사들이는 부모들, 그러한 부모의 노예가 된 이 세상의 아이들 일이에요. 그리고 또 가엾은 방해자로까지 추락한 부모들 일이에요. 아이들은 당연히 부모를 원망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피는 물보다 진하므로 그 응보 또한 반드시 아이들에게로 돌아오는 거예요.
  수많은 불행을 보고들을 때마다 나는 몸이 떨려요. 감사가 하나의 부담이 될 때 그건 무서운 것이 될 수 있어요. 아시겠어요? 거기에는 반드시 죄의식과 함께 억지로 해야 하는 고통이 뒤따르지요. 그러나 만일 끊임없이 연료를 보급함으로써 서로 믿는 마음이 우러나고 서로 존경하는 마음이 쌓이면, 신뢰가 사랑으로 그리고 우정으로까지 차츰 자라나게 되면서 감사도 더 좋은 무엇으로 바뀔 게 틀림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래 계속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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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언 플린의 <나는 언제나 옳다>를 읽고 난 후에 <나사의 회전>을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이북카페에서 함께 읽기로 읽고 제 나름대로 해석해 봤습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허구헌날 범죄 소설만 읽다보니 ㅎㅎㅎ 범죄소설로 해석이 되더군요. 맘이 여리여리하신 분들은 충격받으실 수도 있으니 미리 죄송의 말씀을... 그리고 스포가 아주 많이 나오므로, 꼭 책을 읽은 분들만 보시길 바랍니다.


1. 교사의 편지를 믿어도 될까?

누이의 예전 가정교사가 더글라스에게 보낸 편지...
이건 잠긴 서랍 속에서 몇 년 동안이나 꺼낸 적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편지 내용을 믿어도 될까요?

그 교사는 죽기 전에 문제의 원고를 보냈다고 합니다. 죽기 전에 한 진술은 무조건 진실로 받아주는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어디서 읽은 건지 찾아보려고 했는데 못 찾았..ㅠㅠ) 죽기 직전인 사람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이지요. 전 이 편지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싶었습니다. 더글라스의 평가도 그렇고요. 너무 끔찍한 내용이어서 평생 간직하고 있다가 죽기 직전에 비록 열 살 차이이지만 마음을 나누었던 상대인 더글러스에게 보낸 겁니다.


2. 그녀의 회상이 진짜라면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목사관에서 자라 고등 교육을 받은 스무 살의 처녀가 가정교사 일자리를 처음으로 얻어 런던에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들의 삼촌을 처음 만나죠. 평생 딱 두 번 본 사람을 사랑했다고 하는 걸 보면 전 오히려 순수하고 정숙한 처녀라고 보고 싶습니다. 또 첫 일인 만큼 사명감으로 가득했을 겁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도와주려고 했던 마음만큼은 진심이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시골 블라이에 도착하니 아주 아름다운 아이들이 있습니다. 천사 같은 아이들이죠. ('몬스터'의 요한과 '언더 더 로즈'가 떠올랐어요) 도착해서 ‘집 밖이 아니라 집 안에서 들렸다고 생각되는, 자연스럽지 않은 한두 가지 소리’를 듣게 됩니다. ‘멀리서 아이의 희미한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또 내 방문 앞에서 가벼운 발걸음이 지나가는 듯한 소리에 깜짝 놀랐던 순간도 있었다. 이러한 순간적인 생각은 별로 뚜렷하지 않아서 곧 떨쳐 버렸다. 이후에 일어난 다른 사건들에 비추어 보니,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른 사건들의 어두운 면에 비추어 보니, 이제 다시 그 순간적인 생각들이 되살아난다.’
(요거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게요)
 
그렇게 어린 플로라에게 매혹당하고 어느 날 학교에서 ‘퇴학’당한 마일스가 옵니다. ‘퇴학’의 이유는 모르지만 소설 후반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했고 이걸 그 아이들이 또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짤렸다고 하지요.

제가 보는 진상은 이렇습니다. 잘생겼지만 경박한 퀸트와 아름답지만 상류층 출신답지 않게 절대 숙녀가 이니었던 제셀 양은 서로를 탐하며 부정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상대로도 나쁜 짓을 합니다. 부모를 일찍 잃고 삼촌과도 멀리 떨어져 시골에서 살아야 하는 아이들은 애정을 갈구했고 퀸트와 제셀 양을 따랐을 겁니다. 파렴치한 퀸트는 마일스와 시간을 보내고 제셀 양은 플로라와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하죠. 이들은 아이들에게 성적인 행위를 가르쳤을 겁니다. 아이들은 일찍 성에 눈을 뜨게 되고 남매끼리 퀸트와 제셀에게 배운 걸 했을 겁니다.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나가는 아이들, 방문 앞을 지나가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 희미한 울음소리(가 아니라 다른-신음?-거였겠죠) 등등이 설명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퀸트와 제셀이 죽은 이후에도 남매는 계속 그짓을 했다고 봅니다. 결국 남매를 사로잡은 퀸트와 제셀의 유령은 진짜 유령이라기 보다 그들이 남기고 남매가 계속해온 악행이라고요.


3. 유령은 있는가? 없는가?

전 유령이 있다 없다가 중요하진 않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없다 쪽이에요. 그로즈 부인과 플로라가 보지 못했다는 것. 플로라는 몰라도 그로즈 부인이 거짓말하진 않았을 거라는 것. 전 사명감 넘치고 정숙하려는 강박 때문에 교사가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외모 묘사는 어떻게 설명하면 될까요? 아이들이 그림을 자주 그렸다고 나오죠. 퀸트나 제셀 양, 그리고 자기들이 했던 행동? 행위들을 그렸을 걸로 생각됩니다. 어쩌면 거기서 외모를 알게 되었을 수도 있어요. 실제로 유령이 나타났을 수도 있지만 (살해되었으므로 억울해서?) 제겐 중요하지 않았어요.


4. 퀸트와 제셀은 어떻게 죽은 걸까?

전 둘의 부정과 아이들까지 건드린 걸 알게 된(그러나 남매의 근친은 모른) 삼촌의 지시?로 제거된 거라고 봤습니다. 퀸트야 술에 취했으니 사고로 위장하기 편했을 거예요. 제셀은 좀 더 제거가 어려웠을 겁니다. 퀸트가 어떻게 죽었는지 쉽게 말해주는 반면 제셀의 죽음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죠. 아마도 주인에게 충성하는 하인들이 함구했을 것이고 마을 사람들도 그런 게 아닐까요. 어쩌면 명예를 들먹이며 제셀 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을 수도 있고요. 소설을 읽으면서 분위기나 고용주,하인 관계를 영드 '다운튼 애비'를 많이 떠올리며 읽었습니다. 암튼 삼촌은 그렇게 둘을 처리?하고 더 이상 관여하기 싫어 가정교사를 고른 뒤 자신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맡겨(=방치)버립니다.


5. 마일스와 현 가정교사의 관계는?

마일스는 가정교사가 죽었기 때문에 학교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하죠. 그런데 학교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나쁜 짓을 하고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해서 퇴학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돌아와 가정교사에게 은근히 전처럼 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이번 가정교사는 제셀양과 달리 정숙합니다. 그래서 마일스는 선생님이 「제가 원하는 것의 절반도 알지 못해요!」 「아, 선생님은 남자아이가 원하는 게 어떤 건지 아시잖아요!」 라고 말합니다. 「아시잖아요, 사랑하는 선생님, 남자아이가 숙녀와 항상 함께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래서 마일스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합니다.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하지만 같은 학교가 아니라 다른 학교, 새로운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대요. 아직 건드리지 않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너무 할까요?
 
마일스는 성에 눈을 뜬 겁니다. “아이는 자기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모두에게, 무엇보다도 자신의 영원한 가정 교사에게 마치 장미꽃을 던지듯이 물음을 던졌다. 그 말투에는 항상 사람을 〈멈칫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고, 어쨌든 나는 너무 크게 멈칫한 탓에 마치 공원에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장미꽃을 던지듯이 물음을 던진 게 뭔지 모르겠지만... 정숙한 교사로서는 차마 노골적으로 쓸 수 없었을 테고... 교태를 부린 것을 정숙한 숙녀답게 돌려서 한 말이 아닐까 싶고요.

남매의 조숙성은 여러 차례 기싸움?으로 표현됩니다. 교사는 아이인 마일스, 플로라에게 우위를 뺏기는 입장에 몇 번 놓이게 되지요.
“아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솔직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면서도 내가 그것을 인식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었다. 처음에 내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을 아이가 이미 알고 있음이 느껴졌다.“


6. 마일스는 어떻게 죽었는가?

전 정숙한 가정교사가 끔찍한 일을 목격했지만 교사로서의 사명감으로 아이들을 책임지려는 강박이 아주 컸다고 봤습니다. 「폭풍우가 치던 날 밤 내가 네 침대 위에 앉아서 너를 위해서라면 이 세상에서 못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던 것 기억하니?」 전 이 말이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점점 힘에 부치게 됩니다. 결국 플로라와 마일스를 떼어놓기로 하죠. 더 이상 죄를 짓지 못하도록. 그걸 알게 된 플로라는 크게 화를 내며 욕을 하고요. (반면 마일스는 그리 반항하지 않습니다. 동생 말고도 다른 대상들이 많다는 걸 아니까?)

마지막 장에서 가정교사는 마일스의 사악함, 악마성을 보게 되지요. 그래도 아이를 끌어안으려고 애쓰면서 보호하려고 노력했으나 감당이 되는 선을 넘어버렸고, 퀸트의 손에서 마일스를 빼오기 위해, 추락하고 있는 아이를 붙잡는 마지막 방법인 '더 이상 죄를 짓지 못하는 상태=죽음'으로 만듭니다. 광기어린 열정으로 아이를 (목을?) 붙잡고(그렇게 세게 조른 사실도 모르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는 죽어있는, 즉, 교사가 아이를 죽인 겁니다.


7. 어떻게 살인죄를 저지르고도 더글라스 누이의 가정교사가 되었을까?

만약... 가정교사가 마일스를 죽인 살인범이라고 모두가 알게 되었다면 더글라스 누이의 가정교사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특히 이 시대의 가정교사가 한 집을 다른 집으로 가려면 이전 주인의 소개서, 추천서가 중요한데 마일스를 죽였다고 비난 받았다면 다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을 겁니다. 교수형에 처해졌겠죠. 하지만 즉시 이 소식을 전해듣고 집에 돌아온 삼촌이 (두 번째로 가정교사와 만나게 됨) 마일스의 죽음과 모든 진상(남매간의 근친)을 알게 된 삼촌이 가문의 명예를 위해? 일을 무마하고 가정교사는 새 일자리를 찾아 떠난 거죠.


전 교사가 히스테리를 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스무 살이라면 아직 성적 욕구 불만이나 결핍으로 히스테리를 부리긴 이른 나이라고 봤습니다. 삼촌을 향한 사랑 역시 아름다운 것에 기본적으로 매혹되는 탓에 처음 본 제대로 된 상대(=신사)를 동경한 것이라고 보았고요. 아이들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이끌고 싶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악마성에 짓눌려 헛것을 보았거나 아이들의 악행을 유령으로 치환했다고 보았습니다.


8. 제목이 왜 나사의 회전인가?

딱 두 번 나사가 나오는데... 전 나사란 뭔가 압박하고 몰아가는 어떤 것이라고 봤습니다.
마일스와 플로라의 경우 타락한 행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퀸트와 제셀 양이 남긴 유산인 악행을 계속합니다. 나사를 계속 조이듯이... 나사가 조여든 구멍은 점점 커져만 가고 단단히 박혀버립니다. 나사는 못과 달리 단번에 빼버릴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돌려야 하지만 어린, 미숙한 교사는 그걸 뺄 수가 없었어요. 또 교사에게는 (삼촌에게 알리지 않고 내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아이들을 구원해야 한다는 강박이 나사처럼 조여든 것입니다. 결국 마일스를 무아지경에서 죽일 정도로 한계까지 몰아버린 거죠.

결론, 무섭네요. 역시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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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02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쉽군요. 제가 제임스의 소설을 안 읽어봐서 블랑코님의 글을 정독하지 못했습니다. 민음사 번역본을 가지고 있는데, 번역이 별로라는 평이 있어서 시작도 못했어요. <나사의 회전>이 다양한 해석을 가능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을 다 읽으면 블랑코님의 글을 읽어봐야겠습니다.


블랑코 2016-10-02 16:59   좋아요 0 | URL
전 열린책들 번역본으로 읽었는데요. 원서로도 보신 분들 말씀이... 원래 원문이 그렇대요. 번역이 이상한 게 아니라.. 저야 원문과 비교해볼 능력이 안 되는지라 그냥 번역본만 봤는데 번역이 이상해서 문장이 이상한 건 아닌 것 같았어요. ^^

짧아서 금방 읽는다는 얘기에 저도 도전했으니.. 한번 시간내어 읽어보세요. 워낙 모호해 해석이 다양해서 완독하고 다른 분들 리뷰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졌더라고요. ^^

하얀소망 2016-11-10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블로그 같은 기능이 있었군요.

블랑코 2016-11-10 18:38   좋아요 0 | URL
북플 시작하고 알라딘 서재(블로그) 생긴 거 알고 첨엔 당황했는데요 ㅎㅎㅎ 글 저장해둘 공간으로 쓰면 될 듯해서 조금씩 카페에 올린 리뷰들도 옮겼었어요. 소망님 반갑습니다. 북플 하고 계신지 몰랐어요 ㅎㅎㅎ
 
[eBook]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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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스릴러의 미덕인 재미면에서 최근에 읽은 어떤 스릴러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죽어 마땅한 사람들도 아니고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능동성이 들어간 제목에서 약간 짐작하실 수 있다시피 엄격한 도덕관을 가진 분들이 읽으시면 다소 불편한 지점이 있을 수도 있어요.

제목처럼 과연 죽여 마땅한 이들인가.. 당위성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죽이려고 의논한 사람들은 누가 봐도 죽여 마땅한 사회악은 아닙니다. 전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설정이 소설에 실릴 수 있는 무게를 덜어준다고요. 당연히 말도 안 되기 때문에 살인이나 사회악 얘기에 줄줄이 따라나오는 윤리, 도덕적인 문제들의 얽매임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고. 그래서 가볍게 볼 수 있고 독자들도 부담 없이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고 응원할 수 있었다고요.

가볍게,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충격도 선사하면서 서스펜스는 끝까지 유지한 채 독자들이 몰입하게 만들고, 책을 읽는 시간 내내 즐거움을 주는 책입니다.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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