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reason for life  and life has no meaning. We are here, inhabitants for a little while of a small planet, revolving round a minor star which in its turn is a member of one of unnumbered galaxies.

-The Summing Up by W. Somerset Maughm


인생에는 어떤 이유도 의미도 없다. 우리는 여기 셀 수 없이 많은 은하계 중 작디작은 별 주위를 도는 자그만 행성의 단기 거주자로 여기에 있다.- 서머싯 몸의 <서밍업> 중



















요며칠 그 분의 죽음을 생각한다. 어쩌면 가장 기득권 층이 될 수 있었던 위치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상을 향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양보했던 그 분의 선의와 노력이 비로소 죽음 후에야 각광을 받는 아이러니 속에서 그 분의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남는 자들에게 계속 전진하기를 당부하는 마지막 이야기의 무게를 떠올린다. 여기에서 서머싯 몸이 이야기했던 우리의 삶의 무의미함을 그 가벼움을 또 가져온다. 인생무상은 그 죽음의 순간에도 자신이 추구했던 세계와 이상을 떠올렸던 당신의 결곡한 의지 앞에서 날아간다.  말과 글은 남는다. 생과 삶은 끝나지만 그것의 궤적이 품고 있었던 것들은 그럼에도 쟁쟁거린다. 서머싯 몸도 자신의 생과 자신의 글이 후세에 남아 이렇게 읽힐 것이라 예감하지 못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에서 칠십 대 노건축가의 국립도서관 계획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실현되지 못한다. 그 한 여름, 건축 사무소 직원 전체가 꿈꾸었던 미래는 정교한 모형 하나로 축소되어 남는다. 이십구 년이 흐른 뒤, 그 '여름 별장'에 장년이 되어 다시 돌아 온 '그 청년'은 좌절된 꿈을 조용히 응시한다. 당시는 한없이 안타깝게 애석하게 흩어졌던 구상이 하나 하나 돌아오는 환상 속에서 그는 가만히 수긍하게 된다. 현실화되지 못한 것들이 가지는 그 무언의 가치에 대하여. 무수히 상상하고 계획하고 추구하고 꿈꾸었던 그것들 자체의 질긴 생명력에 대해서. 온갖 무형의 것들을 제대로 애도하는 이야기가 오늘은 위로가 된다고 믿고 싶다. 당신의 죽음이 당신이 추구했던 가치와 이상의 끝이 아니라고... 당신의 삶 전체를 어떻게 이 하나의 비극적 마침표에 압축하여 넣어버릴 수 있을까. 노. 회. 찬. 의원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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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8-08-04 0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의 가치가 죽음 후에야 비로소 세상에 드러나는 느낌에 동강감합니다.
노대통령의 죽음이 연결되는 안타까움.
내가 의도하지 않은 내 삶은 참 견디기 힘들겠지요....


blanca 2018-08-04 07:27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했던 분이라 더 그래요. 그 분이 그런 선택을 한 마음을 상상하고 이해해 보려 하지만 역시나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지막 선택이 원망스러워집니다. 산 자의 책무도 돌아보게 되고요. 산다는 건 때로 참 너무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