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죽음
우디 앨런 감독, 다이앤 키튼 외 출연 / 무비스톤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사랑과 죽음을 겪는 이야기. 사랑과 죽음에 관해 이 영화가 주는 직접적인 메시지는 이러하다- 사랑은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나 다만 양에 있어서 그 횟수가 8개월에 한 번 꼴로 저조해지면 곤란하다. 죽음은 비용을 절감하는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는데 왜냐하면 살아가는 동안 죽음보다 더 끔찍한, 이를테면 보험 세일즈맨과 저녁을 같이 한다든지 하는 따위의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 (인간의 삶을 이렇게 고통으로 점철되도록 설계해버린 신은 저능하면 저능했지 결코 악한은 아닐 거라고 ㅎㅎ)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이 저승사자와 얼싸절싸 막춤을 춰가며 표표히 저승길을 떠나는 모습을 오래도록 비추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여운이 남는 엔딩씬이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일견 한없이 결연해서.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이보다 더 바람직한 자세가 또 있을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범죄와 비행
우디 앨런 감독, 미아 패로우 외 출연 / 썬필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더 이상 신에 대한 믿음을 유지할 수 없을 때 우리의 죄는 어떻게 사해질 수 있을까. 신에게 위임하지 않고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 구원에 이를 수 있을까. 이같은 질문은 곧 자기 책임의 문제로 귀결되고 여기에는 필히 어떤 실존적 결단이 요청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완전 범죄에 성공한 안과 의사 유다는 말한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대하여 윤리적 책임을 짐으로써 삶을 비극으로 치닫게 만드는 것은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에 불과하다고. 그것은 이상적인 환상에 불과하며 현실은 그와 다르다고.

그렇게 유다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일상에 완벽하게 복귀하여 잘 살아간다. 자기합리화하거나 부인하거나 하지 않으면 대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대신 그의 오랜 환자였던 랍비의 눈이 멀어버림으로써 공교롭게도 벌은 엉뚱한 사람의 몫이 되고 만다. 심각한 도덕적 흠결을 지닌 유다는 세속적으로 성공한 삶을 이어가고 윤리의 상징이라 할 랍비가 유다의 죄를 대속하는 아이러니- 현실이란 신이 던지는 고약한 농담에 의해 굴러가는 잔혹한 희극 같은 것이라고, 우디 앨런은 말하고 싶었던 걸까.

어느 철학자의 생전 녹취록을 들려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것에 따라서 정의됩니다. 우리가 우리 선택의 전부입니다. (...) 너무나 불공평하게도 인간의 행복은 창조적 설계 속에는 없는 듯 합니다. 이 무심한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랑의 능력을 가진 인간일 뿐입니다." 이 모호한 독백은 다름아닌 앨런의 목소리일 터. 잔혹한 농담으로 점철된 이 무망한 세계에서 오로지 사랑만이, 사랑에의 추구만이 창조적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인가. 그러나 극 중에서 삶에 대한 긍정과 사랑을 설파하던 이 철학자는 역설적이게도 급작스런 자살로 생을 마감해버리고, 그 바람에 철학자를 다룬 다큐 제작마저 엎어지고 만다. 지극히 자조적인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최근에 본 <한나와 그 자매들>과 더불어 우디 앨런의 가치관이랄까 세계관이 확연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 주관이 강하게 부각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완성도가 있다. 그의 영화를 크게 수작과 범작으로 나누자면 기꺼이 전자의 범주에 들어갈 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부일기 - [할인행사]
우디 알렌 감독, 리암 니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우디 앨런의 영화 중에 우수작 몇 개만 추리라고 하면 그중에 하나로 넣어도 좋겠다. 이 영화는 정직하다. 정직성에는 힘이 있다. 마음의 벽을 허물어버린다. 훌륭한 덕목이지만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스스로에게 정직해지기란. 철저한 자기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것을 자잘한 욕망의 투영으로 왜곡시키지 않아야 한다. 이 영화엔 정직한 자기 고백이 담겨있다. 어려운 길을 갔고, 그래서 감동적이다.

영화에서 우디 앨런은 애증과 쓸쓸함과 환멸이 교차하는 결혼 생활의 복잡다단한 내막을 적나라하게 증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냉소적이고 회의주의적인 세계관이 실상은 노회한 사상이라는 것도, 그리고 이 노회한 사상의 여파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시키는 은연중의 경향성에 다소간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우디 앨런 감독, 골디 혼 외 출연 / 키노필름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이건 순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해 만든 영화잖아. 어쩜 이리도 노골적이고도 천연덕스럽고도 무자비하게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꿈과 환상을 박제하는 데 성공했으니 만든 사람으로서는 소원성취했을지 몰라도 자기한테만 충실한 이런 이기적인 영화는 뭔가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영화로 관객의 심금을 울릴 순 없잖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맨하탄 살인사건
우디 앨런 감독, 다이앤 키튼 외 출연 / 조이앤무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미스터리한 장면들을 먼저 설정하고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에 맞추어 이야기를 쥐어짠 느낌이 다소 들기는 하지마는 우디 앨런의 마수에 걸려든 나머지 일말의 억지스러움마저도 이내 사랑스러워버리고 만다. 구조적 허술함을 유머로 메꾸어버리다니 원, 아마도 이 사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머 앞에서 관대해지지 않기란 여간해선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이 점을 영리하게 이용할 줄도 아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