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 반찬 - 방금 만든 것처럼 맛있다!
김현경 지음 / 나는북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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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마케팅의 시대라더니 요리책도 예외가 아닌 모양인지 요즘 나오는 요리책들은 사진집 같기도 하고 무슨 작품 도록 같기도 하여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나치게 감정이입하여 요리책을 완독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책에 등장한 음식들의 진미를 모조리 맛본 것 같은 보람찬 기분이 들면서 더 이상 그 어떤 요리도 하기가 싫어져버린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감탄을 거듭하며 요리책을 독파하는 동안 냉장고 야채들이 썩어가는 이 상황은 뭔가. 나만 그런가. 하여간 부조리한 독서인생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감성마케팅에 충실한 요리책이다. 한 장씩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배부르다. 그러니 아무렴, 냉장고가 썩어가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든 침대에 누워서든 요리책을 바라보자. 요리책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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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5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리뷰가..

수양 2014-06-05 17:18   좋아요 0 | URL
네..ㅎㅎ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 심리여성학
진 시노다 볼린 지음, 조주현.조명덕 옮김 / 또하나의문화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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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융 이론을 따르는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저자가 여성이 보편적으로 보여주는 다양한 심리적 기질을 그리스 여신들의 캐릭터로 의인화시켜 유형별로 통찰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여성의 다층적인 내면에는 크게 일곱 가지 정도의 심리적 원형이 '공존'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중에 특히 아테나 여신의 성격이 도드라졌던 한 여성에게 과거 언젠가 몹시 압도적인 인상을 받고서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다. 묵은 글을 재탕해보려는 교묘한 의도가 다소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옮겨보면

 

프로페셔널하고 지적이고 당당하고 성공에 대한 열망과 신념이 넘쳐흐르고 외국말도 청산유수로 하고 외모도 출중하고 행동거지도 우아하고 섹시한 건 기본이고 기타 등등 그래서 종내에는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일과 사랑 모두를 쟁취해버리는ㅡ 소위 말해 패션잡지가 추구하는 여성상에 근접한 여자들을 만날 때마다 압도감을 느낀다. 그들의 자신감은 뭐랄까, 찻잎처럼 우러나는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에어컨 바람처럼 저돌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 같다.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냥 뭐 좀, 위력적으로 느껴진달까.

 

그들과 함께 있다보면 대개는 나의 못남이 더 두드러져 보이므로 종종 기운이 처진다. 예를 들면, 술자리에서 그런 여자들은 (술도 거침없이 잘 마실 뿐더러) 아름다운 용모와 노련한 언변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다가 귀가 시간이 당도하였다 싶으면 잽싸게 일어나서 우아한 목례를 던지고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또각또각 집에 가버리는 것이다. 술자리 맨 끄트머리에서 소심하게 히죽대다가 재수가 없는 날이면 까닭없이 너무 많이 마셔버려서 화장실에서 토하기까지 하는 나로서는, 실로 경이로운 처신이 아닐 수 없다. (09.5.16)


생산과 효율을 중시하는 경쟁 사회일수록 남녀를 막론하고 아테나 여신 같은 캐릭터가 인간의 내면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 쉬울 것이다. 다양한 권력의 전략을 사용하여 사회가 그렇게 개인을 훈육 양성하고 내면화시키는 까닭에. 그러나 특정 캐릭터가 내면에 독재적으로 군림하는 이러한 폭압적 상황은, 니체 식으로 말하면 하나의 충동(캐릭터)에게만 너무 많은 먹이를 주고 다른 충동은 굶어죽게 만듦으로서 자칫 인간 본연의 위대성을 스스로 갉아먹는 일일 수 있다.

 

모든 인간을 한쪽 구석이나 전문성에 가두고 싶어 하는 현대적 이념의 세계에 직면하여 철학자는 (...) 인간의 위대함을 (...) 바로 그의 광범위함과 다양성에, 그의 다면적 전체성에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악의 저편 中에서

 

인간의 내부를 무수한 충동과 욕구들이 서로 뒤엉켜 경합을 벌이는 긴장체로 인식했던 니체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욕망과 충동들을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의 위대함이라 여겼다. 니체의 견해를 수용하여 우리는 아테나 같은 캐릭터에게 내면의 통치권을 전적으로 위임하기보다는 인생의 국면이 새롭게 변화할 때마다 각각의 시기와 상황에 부합하는 적절한 내면의 캐릭터를 그때그때 발굴하여 능란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도모해봄이 어떨지.  

 

가령, 인도에서는 사람의 일생을 네 단계 즉, ①어려서 집을 떠나 스승에게 배우는 '학습기', ②결혼하여 가사에 종사하며 부귀공명을 추구하고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가주기', ③이후 숲에 들어가 명상과 고행을 수행하며 대자유를 얻기 위한 준비를 하는 '임서기', ④마지막으로 초탈의 경지에서 세상을 편력하는 '유행기'로 나눈다는데, 그렇다면 학습기에는 아프로디테와 어린 시절의 페르세포네를, 가주기에는 아르테미스와 아테나 혹은 데메테르를, 임서기 및 유행기에는 헤스티아와 말년의 페르세포네를 각각 우리 내부의 심리적 풍경의 전면에 배치하여 신체를 지휘하고 통솔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계절이 바뀜에 따라 새로운 캐릭터가 통치의 주도권을 잡도록 자기변신 혹은 자기 재조정을 감행하는 것이다.

 

유연한 자기변신을 위해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우리 안의 다층적 면모들이 사회적 압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억압되고 소실되어버리지 않도록 다양한 캐릭터 종으로 이루어진 내면의 생태계를 조화롭게 보존하고 가꾸어나가는 일이겠다. 획일화되고 평면화되지 않으려는, 내면의 입체성을 유지하면서 늘 탄력있고 풍성하게 살아있으려는 노력! 이는 곧 자기소외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내면의 욕망과 충동들을 끊임없이 주시하고 챙기고 보살피는 일이리라.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을 하나하나 소환하여 각각의 특성을 정성스레 헤아리고 있는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안에 얼마나 풍부하고 다채로운 심리적 자원들이 존재하는지, 그러한 자원을 적시에 개발하고 활용하여 우리가 얼마나 무궁무진한 변신을 이룰 수 있는 존재인지 자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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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물어야 할 한 가지 - 결혼을 배운 적이 없는 모든 당신들을 위하여
강수돌 외 지음 / 샨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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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소울 메이트가 될 만한 남자는 이들이 미국 생활을 하면서 만난 몇몇 부부의 남편 같은 유형의 사람을 말한다. 남성적 성취욕은 약하고, 선하며, 관계 중심적이면서 가사 노동과 육아 행위를 즐기는 이들이다. (...) 대부분 사회적 성공이나 돈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대안적 삶과 가치를 찾고 맛있는 음식 만들어 먹고 친구들과 사교하고 자기 공부하는 것에 만족하며 살던 이들이다. (...) 진보적인 중상류층 가정에서 자라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요구를 가족에게 별로 받지 않았고, 남녀 간의 구별이 심한 또래 문화에서는 좀 겉돌면서 성장했다. 정치적으로 좌파라 미국의 돈 중심 성공 문화에는 냉소적이다. 게다가 거의 모두 페미니스트였다. 커리어에 대한 욕망이 적어서인지 부인 조건에 자신을 맞추는 것을 힘들어하지 않고 타인의 삶을 배려하는 데 만족을 느끼는, 이들 이른바 소울 메이트 남자와의 삶은 편안해 보였다. -권인숙, <결혼은 복불복이다> 中에서

 

그런 거군. 그런 거였어? 흥미로운 일반화로군. '결혼 전 물어야 할 한 가지'는 영 중구난방이고 필자들의 조언은 때때로 상충되기마저 하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결혼 생활의 실체에 대해 가장 몸 사리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사람만 밑지는 분위기가 되어버린 책이다. 안건모 씨에게 원고료를 특별히 좀 더 얹어드려야 할 듯. 어떤 이는 책으로 수영을 공부하여 접영까지 마스터했다던데 어디 그럼 나도 한 번 책으로 결혼 5년차까지 속성으로 밟아봐? 하는 심사로 읽었으나 역시 얄팍한 계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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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31 1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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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31 15: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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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1 1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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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2 16: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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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연애해볼 기회가 좀처럼 안 생기거나 별거 중이거나 사별했거나 이혼한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권면하고 싶다. 특히 탱고. 탱고 오래 춘 사람들은 탱고야말로 위로와 치유의 춤이라고들 하니까. 그리고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춤판 사회는 의외로 보수적이다. 보수적이다 못해 고리타분할 지경으로 심지어는 바로크 궁중사회 같다. 결국, '제스처'인 것이다. 전혀 민주적이지 않은 사회가 민주주의를 헌법에 대대적으로 명시하고 있듯이. 유교 이상에 반하는 일이 다반사였던 조선 왕실의 역사가 겉으로는 언제나 유교 사상에 근거하였듯이. 거대한 역설이 체제를 굴러가게 한다는 점은 춤판도 마찬가지여서, 춤 자체가 실질적으로는 섹스의 승화된 형태이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춤판 사회의 법도는 과도하게 엄격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요는, 춤이라는 게 생각보다 건전하므로 무람없이 권할 만 하다는 것.

 

그러나 춤은 근본적으로는 지극히 쓸쓸하고 허망한 것 같다. 극도로 강한 자극과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데 대한 냉정한 대가일까. 세계의 실체가 어느 소설가의 주장대로 도넛 같은 거라면, 나는 춤(정확히는 소셜댄스겠지만)이야말로 도넛의 한가운데- 그러니까 무(無)를 감각적으로 온전히 체험해 볼 수 있는 심오한 신체 활동이라고 장담하련다. 그런 면에서 춤 역시 일종의 구도의 여정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생을 완성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춤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생을 완성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섹스를 권하지는 않듯이. 춤은, 늙기 전에, 그러니까 기력이 어느 정도 있어서 제 몸의 움직임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시기에 해볼 만한 근사한 활동임에는 틀림없지만 자신의 전부를 걸기에는 너무도 덧없다 슬프게도. 영혼의 의지처는 될 수 있을 지라도 구원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다. 내 생각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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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7 1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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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7 14: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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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30 16: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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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그 막힘과 트임 또하나의 문화 6
또하나의문화 편집부 엮음 / 또하나의문화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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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필자들이 대부분 50년대 생이다. 엄마뻘 이야길 듣고 있으려니 격세지감이 몰려오면서 책을 좀 잘못 고른 것 같다는 생각이;; 그동안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던 데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딱히 부당함이나 불편을 느껴본 경험이 없었던 점이 큰 것 같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개인적으로 이십 여년의 세월을 가히 격리 수용이나 다름없이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사회 집단 내에서만 머무르고 있는 통에 이성과 업무적으로 부딪히거나 경쟁해야 일이 거의 없었고 큰 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이러할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계급 갈등이 더 눈에 들어오면 들어왔지 젠더 문제에 대한 관심은 여간해선 갖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역시 인간은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도무지 사유할 수가 없는 것이다. '주부'가 되고 나면 어찌 될까. 여성학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될까.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내가 읽어나가는 책들이 내 상태를 어느 정도 반영해주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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