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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 개정판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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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골방철학자'를 작가는 목매달아 자살하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교수형을 시켜버린 셈인데, 일말의 애증조차 없는 그 결연함이 매섭다. 골방철학자를 목매달기 위해 이 소설을 썼는가 싶을 정도로. 우화적으로 처형시켜버리는 것과 수다스런 후일담을 늘어놓는 것- 과거의 트라우마를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남녀 차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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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7-03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기철, 위기철..어디서 듣긴 들었는데..아, 바로 그 '무기 팔지 마세요'의 저자! 시네요.
아홉살 인생, 무기 팔지 마세요, 모두 초등학교 필독목록에 10년 넘도록 지겹도록(?) 권장되고 있는 책이예요(뭐 그런 책이 한 둘이 아니지만)-잠시 딴 얘기를-

'트라우마를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 여자들은 '수다스런 후일담을 늘어놓는' 쪽이라 하셨는데,
좀 더 부연설명을 해주셨으면 해요..^^


수양 2014-07-04 08:51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이책을... 작가가 공지영 소설가 전남편이라고 하기에.... 그러니까 다소 가십적(?)인 이유로 읽게 된지라.. ㅎㅎㅎ 괜히 비교를 해보게 되었네요;;;

<무기 팔지 마세요>라는 책도 읽어보고 싶은 걸요..^^

2014-07-04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다가 살인을 막는 건가요..ㅎㅎ / 골방철학자를 처형하기 위해 이 책을 썼능가..라니 재밌는 생각이십니다.

수양 2014-07-04 17:22   좋아요 0 | URL
작가가 골방철학자를 너무나 결연하게 처형시켜버리는 바람에 내심
뭐야 죽여버릴 것까진 없자나... 실종 정도로 처리할 수도 있자나..
생각했네요...

그러게요.. 수다가 살인을 막을 수도 있겠군요 ㅎㅎ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문학과지성 시인선 442
나희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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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나희덕

 

말들이 돌아오고 있다
물방울을 흩뿌리며 모래알을 일으키며
바다 저편에서 세계 저편에서

 

흰 갈기와 검은 발굽이
시간의 등을 후려치는 채찍처럼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나는 물거품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 해변에 이르러서야
히히히히잉, 내 안에서 말 한마리 풀려 나온다​

 

​말의 눈동자,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파도 속으로 사라진다

 

가라, 가서 돌아오지마라
이 비좁은 몸으로는

 

지금은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수만의 말들이 돌아와 한 마리 말이 되어 사라지는 시간
흰 물거품으로 허공에 흩어지는 시간

 

이 몹쓸 놈의 시집을 넋놓고 들여다보다가 공연히 퇴근길 버스를 두 대나 놓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내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 거였다. 불쌍한 표정으로 황급히 쫓아오는 내가 분명히 백미러로 보였을 텐데 시늉으로라도 속도가 살짝 준다든지 하는 가벼운 망설임조차 보이지 않고 강직한 태도로 떠나버리는 버스는 얼마나 야속한가. 난데없는 불행에 오기가 생겨 비가 오든 말든 기필코 세 번째 버스를 기다려 반드시 타고 가리라 결심하였으나 공교롭게도 세 번째 버스에 오르는 순간 빗발이 더욱 거세어지기 시작했다. 집에 도착하려면 버스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야 하거늘 원 이런 볍신 같은 일이 다 있나 좋게 택시를 잡을 것을 이게 다 시집 때문이다 역시나 시집은 다방면으로 생활에 우환을 가중시키는구나 싶었다. 버스에서 내릴 때가 다가오는데도 창밖으로는 여전히 비가 그칠 줄을 모르고 나는 왜 고작 이런 리뷰나 구상하고 있는 걸까 나의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은 언제일까 중력에 짓눌려 질척이는 뻘밭에 오도카니 처박혀 있는 게 내 가난한 말들의 숙명인가 그게 아니라면 내게도 돌아올 말이나 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 즈음에, 비가 좀 잦아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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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스는 늘 강직하지요. / 돌아온 말을 시인은 다시 쫓아버리지 않습니까. 돌아와도 뭐.. 이렇네요.ㅎㅎ

수양 2014-07-04 17:22   좋아요 0 | URL
어우 아주 그냥 대쪽같이 가버리던데요
 
건담의 상식 - 일년전쟁 모빌슈트 대사전 AK Hobby Book
야스유키 유타카 외 지음, 김문광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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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 인류는 늘어난 인구와 환경오염에 대한 해결책으로 우주 행성 곳곳에 콜로니를 건설하여 이주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변방의 콜로니였던 지온 공국이 지구 연방 정부를 상대로 독립을 요구하며 선전 포고를 감행하고, 이렇게 시작된 전쟁 기간 동안 통칭 모빌슈트라 불리는 병기들이 지구연방군과 지온군 양측에서 각각 만들어져 크고 작은 전투에 투입된다.

 

<건담의 상식>은 그 종류만 무려 135종에 달하는 모빌슈트 각각의 외형적 특장점과 성능 및 전투력을 비교 분석하고 주요 활약상을 소개한 책이다. 가히 로봇도감이라 해도 좋을 이 책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저마다 고유의 개성과 존재감을 자랑하는 모빌슈트들에 대한 은근한 애정이 샘솟으면서 전투에 얽힌 그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에 깊이 동화, 결과적으로 각혈을 무릅쓰고 프라모델을 수집해 나가는 건덕후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가 있게 되기는 하지만서도

 

한편으로는 건담 프라모델의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3~5만 원 선이며 크게는 수십만 원을 호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구나 모빌슈트가 총 135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다시금 상기할 때 가족 중 누군가가 건프라의 세계에 빠져드는 사태만큼은 필사적으로 막아야겠다는 결심을 품지 않을 래야 않을 수가 없게 된다. 다소 불온한 서적이라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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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바이크 정비법 Outdoor Books 14
다케우치 마사아키 지음, 최종호 옮김, 조윤형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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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바이크의 세계에 입문하였다. 지난 일요일에는 잠실에서 출발하여 강줄기를 따라 팔당댐까지 찍고 돌아오기도. 팔당댐 인근의 초계국수집이라고 하는, 무슨 고속도록 휴게소 같이 생긴 대형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보아하니 이곳은 주말 자전거족들의 성지인 모양이었다. 쫄쫄이 바지들의 거대한 순례 행렬이 쉼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아직 초보인지라 갈 때는 보통 시속 20, 힘을 내면 30, 돌아올 때는 15 정도가 나온다. 비록 거북이 속도임에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노라면 '인디언'이 된 기분이다.

 

인디언이 되었으면! 질주하는 말잔등에 잽싸게 올라타, 비스듬히 공기를 가르며, 진동하는 대지 위에서 거듭거듭 짧게 전율해 봤으면. 마침내는 박차를 내던질 때까지, 실은 박차가 없었으니까, 마침내는 고삐를 내던질 때까지, 실은 고삐가 없었으니까. 그리하여 눈앞에 보이는 땅이라곤 매끈하게 풀이 깎인 광야뿐일 때까지. 이미 말모가지도 말대가리도 없이. -카프카, <인디언이 되려는 소망>

 

작은 일에도 마음이 소란할 때가 많아 예전부터 명상을 해보겠다고 동네 요가학원은 물론 계룡산 마음수련원, 안국선원, 해공명상센터, 제따와나선원 등 온갖 좋다는 곳은 여기저기 부단히도 기웃거려 봤지만 왜 이리도 명상만 했다 하면 주체할 수 없이 잠이 쏟아지는 것인지.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서는 안 졸고도 명상에 잠기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가 있어서 신기하다. 일단 자전거를 타고 있으면 온갖 번뇌 망상과 잡념으로부터 해방이 된다. 자빠지지 않으려면 매 순간 신체의 좌우 균형을 유지하며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므로 딴 생각을 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오로지 지금 현재에 집중하며 자전거와 혼융일체가 된 채로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다 보면 어느덧 마음이 평온해져 온다. 자덕, 그러니까 자전거 덕후들은 이것을 일컬어 로드뽕이라 하더라. 정말이지 뽕맞는 기분이다. 이 상태로 팔당댐까지 질주하여 국수 한그릇으로 허기를 채우고 돌아오는 것인데, 썩 괜찮은 하루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이 책은 명색이 나도 이제 로드바이크족이니 이런 책 한 권쯤은 소장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사명감(?)으로 구입하였으나 아무래도 잘 못 산 듯 싶다.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처지에서는 자전거를 정비할 일이 생기면 어줍잖게 이것저것 뜯어보다가 귀한 자전거 망쳐놓지 말고 그냥 순순히 자전거포에 가져가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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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 문학과지성 시인선 302
김명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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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미용실

                                              김명인

 

늦은 귀가에 골목길을 오르다 보면
입구의 파리바게트 다음으로 조이미용실 불빛이
환하다 주인 홀로 바닥을
쓸거나 손님용 의자에 앉아 졸고 있어서
셔터로 가둬야 할 하루를 서성거리게 만드는
저 미용실은 어떤 손님이 예약했기에
짙은 분 냄새 같은 형광 불빛을 밤늦도록
매달아놓는가 늙은 사공 혼자서 꾸려나가는
저런 거룻배가 지금도 건재하다는 것이
허술한 내 美의 척도를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몇십 년 단골이더라도 저 집 고객은
용돈이 빠듯한 할머니들이거나
구구하게 소개되는 낯선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소문난 억척처럼
좁은 미용실을 꽉 채우던 예전의 수다와 같은
공기는 아직도 끊을 수 없는 연줄로 남아서
저 배는 변화무쌍한 유행을 머릿결로 타고 넘으며
갈 데까지 흘러갈 것이다 그동안
세헤라자데는 쉴 틈 없이 입술을 달싹이면서
얼마나 고단하게 인생을 노 저을 것인가
자꾸만 자라나는 머리카락으로는
나는 어떤 아름다움이 시대의 기준인지 어림할 수 없겠다
다만 거품을 넣을 때 잔뜩 부풀린 머리끝까지
하루의 피곤이 빼곡히 들어찼는지
아, 하고 입을 벌리면 저렇게 쏟아져 나오다가도
손바닥에 가로막히면 금방 풀이 죽어버리는
시간이라는 하품을 나는 보고 있다!

 

밤늦도록 불켜진 미용실은 짠하다. 꼭 조이미용실이 아니라도. 8년 쯤 전이겠다 나도 미놀타로 꼭 이런 미용실을 찍었었는데 뒤적뒤적 찾아보니 내가 찍은 우리 동네 미용실은 구찌미용실이로구나. 왜 밤늦도록 불켜진 미용실 상호는 조이 아니면 구찌인가. '변화무쌍한 유행을 머릿결로 타고 넘으며 갈 데까지 흘러'가 보기에는 그 상상력이 너무도 소박하여 자못 위태로운 상호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면 더 짠하다. 8년이 지난 지금 구찌미용실은 진즉에(당연히,라고 까지는 하지 않겠다) 망했고 미놀타 역시 급전을 마련하느라 팔아버린지 오래다. 하 수상하기도 하다 나도, 시간이라는 하품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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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6-3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년 전에 '급전' 마련을 이유로 미놀타를 팔았다는 사연은,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들리네요.

수양 2014-06-30 18:02   좋아요 0 | URL
크 그닥... 영화 같지는 않았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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