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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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카오산은 소위 여행자들의 메카라고 불리우는 지역이다. 이 책은 저자가 카오산에 머물면서 우연히 만난 여행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상에는 나처럼 날마다 아홉 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18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홀로 인도 여행을 떠난 여자애도 있고, 여행지에 잠깐 눌러앉아 직접 그 여행지에 대한 책을 써서 책 판 돈으로 또 여행하는 아저씨도 있고,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빵가게를 작파하고 단둘이 세계 여행을 떠난 부부도 있더라.  

<지상의 양식>에서 앙드레 지드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에는 이 책을 던져버려라. 그리고 밖으로 나가라. 나는 이 책이 그대에게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을 일으키기를 바라고 있다. 그대의 도시로부터, 그대의 가정으로부터, 그대의 방으로부터, 그대의 사상으로부터 탈출하라!" 이 책은 그 말을 직접 감행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서 나는 1:5,000,000으로 축소된 유럽지도를 하나 구입했다. 가끔 사는 게 지루해지면, 이 지도를 펼쳐놓고 나만의 루트를 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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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국민 사이 - 재일조선인 서경식의 사유와 성찰
서경식 지음, 이규수.임성모 옮김 / 돌베개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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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저열한 방법만이 유효하다. (...) 불안에 줄곧 가위 눌리던 작은 생물의 체액이 어느날 갑자기 독으로 변하듯이 이 섬에게 자연스럽고 필연적이리라. (...) 그들(식민 부르주아지)은 실로 식민지적 상황이 만들어냈다고나 해야 할 새로운 개념을 가져오게 된다. 비폭력이 바로 그것이다. (...) 그렇다. ‘비폭력’이라는 ‘개념’은 모든 ‘방법’을 이미 박탈당한 자들로부터 ‘가장 저열한 방법’에 대한 최후의 상상력마저 빼앗고 마는 장치인 것이다. -p.64   
   

폭력은 옳지 않다. 그렇다면 부당한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어떨까. 80년대 폭력 시위,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테러, 말콤 X의 인권운동, 안중근의 히로부미 저격 등과 같은 폭력 행위도 모두 부정되어야만 할까. 정작 부정해야 할 것은, 평화주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그런 폭력들이 무조건 부정적으로 이해되는 상황 자체가 아닐까. 만약 우리가 극악무도한 군부체제를 겪고 있는 시민이라면, 혹은 여태껏 살아온 터전을 한순간에 빼앗겨버린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면, 혹은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핍박과 차별과 굴욕을 감내하며 살아야만 한다면, 우리는 폭력을 저질러야 한다. 윤리적으로, 그리고 당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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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으로 쇠라읽기
윤정윤 지음 / 애플트리태일즈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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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라캉으로 쇠라 읽기>보다는 <쇠라로 라캉 읽기>가 더 어울리는 책이다. 그렇담 쇠라로 라캉을 읽어보자. 현상학적 관점에 의거한 라캉의 주장에 따르면, 외부세계를 인식하는 최초의 시각경험에서 '나'는 자신을 주체로 인식하지 못한다. 외부세계 역시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 단계의 시각 경험에서는 외부세계가 나를 관찰하는 주체이며, 나는 외부세계에 의해 관찰되는 대상이라는 생각이 절대적이다. 외부세계를 주체로, 나를 대상으로 인식하는 시각경험에서 자의식의 단초 즉, 초보적이지만 근본적인 '나'를 의식하는 자의식이 생겨난다.  

현상학적 관점에 따라 라캉은 '나'의 시초를 규명하는 데 있어 '보는 나' 뿐만 아니라 '보여지는 나'까지도 고려한다. 결국 '나'는 '보는 나'의 행위와 '보여지는 나'의 행위 속에서 동시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고 봐야 하겠다. '나'를 주체이면서 객체인, 즉 '반대 방식으로 작동하는 두 항'에 동시에 놓여있는 존재로 보는 것이다. 라캉은 '나'의 주체적인 측면인 '보는 나'를 <응시>의 개념에, '나'의 객체적인 측면인 '보여지는 나'를 <미미크리>의 개념에 연관시켜 사고를 확장해 나간다. 이 책은 라캉의 미미크리 개념을 적용하여 쇠라의 그림들을 설명하고 있는 책인데, 정작 저자의 작품 해설 보다도 미미크리라는 개념에 더 관심이 간다.     

미미크리는 생물학적 용어로 ‘한 개체가 다른 종의 개체들과 비슷하게 보임으로써 이득을 얻는 현상’이다. 말하자면 보호색 같은 위장술인데, 이 책에서는 천적에게 위험한 것으로 보여서 잡아먹히지 않도록 하는 경우와 사냥감을 안심시켜 잡아먹는 경우까지도 모두 미미크리의 범주 안에 넣고 있다. 미미크리는 한마디로 속이려는 노력이며, 이러한 속성은 단지 곤충계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서도 나타난다. 변장, 위장, 치장, 분장, 포즈, 가면, 제복, 패션 소품 등 타인을 의식하는 모든 제스처와 장치들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이 책에서는 미미크리와 관련하여 '사악한 눈'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미신 이야기가 하나 등장한다. 이야기의 골자는, 악으로 상징되는 누군가의 강한 시선이 타인에게 사악한 기운을 뻗치고 궁극적으로는 타인을 파멸로 몰고 간다는 내용이다. 사악한 눈의 기능이 발휘되는 순간에 주체는 모든 동작을 중지하고 돌처럼 굳어진다. 아니면 돌처럼 굳어지기 전에, 주체는 사악한 눈에 맞서 미미크리적인 행동을 보인다. 즉, 사악한 눈의 마력에 휘말리기 전에 마치 이미 휘말려버린 것 같은 제스쳐, 움직임이 정지된 상태, 죽은 것 같은 모습을 취하는 것이다. 

미미크리적인 행동의 의의는 주체가 '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를 분리하고, 후자를 자의적이고 능동적으로(이것이 곤충의 미미크리와 다른점이라고) 구축해 내는 데 있다. 즉, 그러한 일련의 위장술이야말로 주체가 스스로 행하는 적극적인 행동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미미크리는 시각 대상의 위치에 수동적으로 놓여있는 객체로서의 '나'의 행위가 역설적으로 적극적인 주체성을 담지하게 됨을 보여주는 자연의 단서다. 라캉은 미미크리에 주목함으로써 최초의 시각 경험과 관련하여 '보는 나' 뿐만 아니라 '보여지는 나' 역시 자의식이 구성되는데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주장을 확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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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세계 - 세계화는 어떻게 전세계의 민족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는가?
에이미 추아 지음, 윤미연 옮김 / 부광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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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이 민주주의와 방임적인 시장경제 제도를 동시에 받아들여 세계화의 대열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개도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기만적으로 통용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 후, 개도국이 받아들이는 방임적인 시장제도가 서구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포기한 제도라고 강조한다. 요지는, 개도국의 세계화가 불가피하게도 이러한 모순과 병폐를 안고 진행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시장점유 소수집단에 대한 다수토착세력의 원한과 증오가 점차 가중되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세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도의적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밖에 없단 식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뭔가 김빠지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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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 (양장) - 새로운 근대(성)을 향하여
울리히 벡 지음, 홍성태 옮김 / 새물결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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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가족, 사회, 계급, 관계 맺기 방식, 생애주기, 성(gender), 과학, 노동, 정치 등 다방면에 걸쳐 미래 사회의 변화 모습을 예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산업사회 이후에 도래할 새로운 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울리히 벡은 고전적 산업사회에서 부 생산의 논리가 위험 생산의 논리를 지배했었다면, 다가올 위험사회에서는 이 관계가 역전된다고 말한다.  

위험의 개념과 특징 및 그 파급 효과ㅣ 위험사회에서의 ‘위험’의 개념이란, 대단히 스케일이 커서 일반 대중의 인지 수준을 뛰어넘는, 거대한 베일 속의 정체 모를 어떤 것(?)을 말한다. 그것은 구체적이지 않고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초국가적이고 초계급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런 종류의 위험으로는 방사선 누출이라든지 지구 온난화 현상, 전문직 근로자의 스트레스성 정신질환, 노동시장이 저고용 체계로 전환되면서 고용 불안정성이 야기하는 위험 같은 게 있다. (그 외 수만가지)  

위험사회에서는 위험이 사회 정치적 논쟁에서 중심적인 중요성을 획득한다. 그러니까 미래사회에는 위험이라는 개념, 즉 위험의 분배나 위험으로부터의 안전 등이 사회의 화두가 된다. 위험 사회에서는 위험을 진단, 판단, 논증할 수 있는 소수 전문가 그룹이 권력을 갖게 된다. 또한 위험이 피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위험의 조작, 은폐, 왜곡이 가능하며 대중은 이러한 위험요소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무방비하게 노출된다. 그런가 하면 위험은 하나의 시장기회이기도 하다. 위험으로 인해 득을 보는 자와 손실을 입는 자가 생긴다. 기타 등등 위험이 야기하는 여러가지 변화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다는 못 쓰겠다.  

성찰적 근대화ㅣ 한편, 산업사회가 근대화의 시절이었다면 위험사회에서는 성찰적 근대화가 일어난다. 말이 성찰적 근대화지 뭐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이를테면 급진화된 근대화, 즉 근대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예로 과학 분야에 있어서의 성찰적 근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과학은 이제 진리의 권좌에서 물러나고 운명론, 점성술, 종교 등의 새로운 진리의 연금술사들이 대두한다. (지식원천의 다원화, 분화, 극복잡성) 그리하여 고정적이고 정확하고 확실한 계산이 이루어지기 힘들고, 중구난방식의 평가가 무성해지면서 (계산가능성의 감소, 평가가능성의 증대) 더 이상 과학적 처리결과가 하향식의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실행되지 않는다. 

개인의 생애에 있어서의 성찰적 근대화ㅣ 이 책에서 특히 개인의 생애에 있어서의 성찰적 근대화 부분이 인상적이다. 울리히 벡은 사람들의 개인주의 경향을 노동시장의 산물이라고 하면서, 미래사회에는 개인주의가 지금보다 훨씬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가족이나 이웃 등의 전통적인 지원망이 소실되고, 개인은 경제적 생존을 위해 노동시장에 의존하게 된다. 개인의 자급자족력이 떨어지고, 반면에 시장종속성, 제도 종속성, 사회 의존성 등은 심화된다. 자급자족력이 떨어지는 모래알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각종 인프라가 다양하게 구축되고 제도도 더욱 복잡해진다. 그럴수록 개인은 점점 더 강력하게 사회망에 종속된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미래에는 개인주의가 만연하면서도 지극히 제도 의존적인 통제 사회가 가능하게 된다. 

이제 미래사회의 인간은 무성해진 제도와 갖가지 복잡한 사회 시스템들을 직접 취하고 판단하고 결정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생존을 위해 사회제도들을 능란하게 운용할 줄 아는 것이 미래인간의 기본적인 소양이 되는 것이다. 과거의 위난이 자연재해처럼 외부의 절대적이고 강력한 영향으로 인해 야기된 것이었다면, 미래에는 개인의 판단 실수, 계산 착오가 돌이킬 수 없는 위난을 야기한다. 복잡한 선택 항목 없이 그저 조상의 라이프스타일을 답습하면 되었던 과거의 표준적인 생애에서 이제는 자기선택적인 생애로 변화한다. 즉, 생애주기가 다원화된다. 그래서 미래의 인간은 주체적이고 자발적이고 독자적으로 자기의 생애를 형성해 나간다. 개인의 생애가 ‘성찰적 근대화 과정’을 겪는 것이다.  

이러한 책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도 성찰적 근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미래사회의 인간이라면, 복잡한 사회 시스템과 제도들을 기본적으로 줄줄이 꿰고 있어야 할 모양이다. 말하자면 미래사회의 호모 사피엔스란- 보험제도, 은행대출서비스, 주식투자, 각종 부동산 관련제도 기타 등등에 관해 해박한 사유가 가능한 자를 일컫는 셈이다. 아, 나는 보험이니 부동산이니 하는 말만 나와도 서서히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하는데. 미래 사회는 나 같은 몽상가들에게는 한없이 냉혹한 사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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率路 2009-05-18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사진에 대해선 다들 한마디씩 하는듯.. 새판이 나와도 똑같더군요-_-;;;;;

수양 2009-05-18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스처가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이..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라는 건가 싶기도 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