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영 교수가 낸 책들을 거의 다 가지고 있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그가 '쓴' 책들(사실은

'녹취한' 책들이라고 해야 더 옳을지도 모르지만)을 읽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쉽지 않다.

 한편으로 그가 쓴 경제학 분야의 책들은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현학적이어서, 비전공자인 나로서는

제대로 읽기가 어렵다. 이윤율 경제학에 관한 수학적인 논의들이 특히 그렇다.

 다른 한편으로 어떤 경우는 지나치게 요약적이거나 말하자면 짜깁기 식이어서 또 읽기가

쉽지 않다. 조금 더 풀어서 이야기한다면, 조금 더 공부를 하고 논리를 엄밀하게 다듬어서 이야기한다면, 

글도 매끄러워지고 논점도 분명해질 텐데, 때로는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견강부회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호하게,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  

 또 어떤 경우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해서 또 읽기가 쉽지 않다.

가령 다음과 같은 구절이 그렇다.

 

"스피노자의 대상은 개인이 아니라 'singular'이기 때문입니다. 'singular'는 더 이상 분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유일하다(single)는 뜻을 갖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유일자라는 말입니다. 마르크스

생산관계의 관점에서 개인을 비판한다면, 스피노자는 유일자의 관점에서 개인을 비판한다고 할

있겠지요."([일반화된 마르크스주의 개론], 공감, 2006, 128쪽)

 

명색이 스피노자 전공자인데도 나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전혀 이해를 못하겠다.

나는 자기가 잘 모르는 이야기를 저렇게 자신있게 주장하는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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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06-06-27 0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부분 기억 납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singular와 individual을 대비시켰던 것 같던데요...

이 책 읽고 계시나요? 사실 그 때 스피노자 나오는 부분에 대해서 궁금한 게 굉장히 많았는데... 그 때마다 발마스님께 좀 여쭤볼 걸 그랬네요. 얼마전 이진경 씨 책 읽을 때도 철학 쪽 얘기들을 읽으면서 궁금한 것들이 꽤 됐었거든요. 다음에는 좀 갖고 와서 여쭤봐도 될런지요? ^^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 중에서 과시적 글쓰기 외의 글을 못 쓰는 분들(위의 두 분을 칭하는 것은 아닙니다)의 글을 보다 보면, 그게 그 전공분야 내에서 통용되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jargon인지, 아니면 쌩야부리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더라구요... 일반 독자들이 <지적 사기>를 가려내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 아닌가 싶어요...

balmas 2006-06-27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처음 나왔을 때 조금 읽다가 치워두고 다시 조금씩 읽고 있답니다. :-)
ㅎㅎㅎ 제가 뭐 제대로 답변해드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야 답변해드릴 수는 있지만 ... ^^;;
윤소영 교수가 저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논쟁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윤소영 교수가 사회성격논쟁의 중심에 있을 때는 결코 저런 식의
나이브하고 어이없는 주장을 하지 않았거든요.

yoonta 2006-06-2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할수없는 말은 아닌 것 같네요. 맞는 말인지는 모르지만..-_-제가 보기엔 윤교수는 개인individual은 분할할 수 있고 유일하지single않지만 스피노자의 대상은 분할불가능하고 유일한 singular (단독자?개별자?라고 번역해야 하나요?)이다라는 이야기인 것 같네요...스피노자의 일원론적 자연/신에 대한 설명이라면 맞는 것도 같은데..발마스님은 어떤 점에서 이해할수없거나 틀리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군요.

balmas 2006-06-28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타님, singular는 자연/신에 대해 적용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윤리학] 2부 정의 7을 한번 보세요.

singular 또는 singular thing에 대해서는 제가 이전에 간략하게 써놓은 게 있으니까,

그걸 참조하시는 게 좋겠네요. 아래 주소로 한번 가보세요. :-)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8320


yoonta 2006-06-29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근데 그렇다면 즉 자연/신에 적용되는 것이라면 맞는 이야긴가요?
저도 어서 스피노자 윤리학에 한번 도전해봐야 하는데 아직은 엄두가 안나네요...^^

balmas 2006-06-30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ingular라는 말은 자연/신에게는 적용될 수 없는 말이죠. 그것은 자연 사물들,

유한한 실재들에게만 적용되는 단어입니다.

스피노자가 신에 대해 적용하는 단어로는 "unicus", 곧 "유일한"이라는 게 있습니다.

스피노자가 신의 유일성, 유일한 신 등에 대해 말할 때 사용하는 단어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런데 "유일하다"는 말은 아주 조심스럽게 써야 하는 말입니다. 이 말은 대략 두 가지 

방식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어떤 모델의 여러 가지 사례, 또는 표본에 대해

이 말을 쓸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이 우표는 지구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우표다"

라고 말할 때, 이런 의미로 쓸 수 있겠죠. 이 경우에 이 우표의 유일성은 우표의 본성에서

따라 나오는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라 우연적인 결과입니다. 다시 말해 이 우표는 본성상

유일한 것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원인들의 결과(다른 우표들은 모두 화재로 불타

버렸다든가 하는)로 유일한 것이죠. 

반면에 신 또는 자연의 유일성은 신의 본성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결과, 또는

스피노자 자신의 용어법대로 하면 "특성"(proprietas)으로서의 유일성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 "유일성"이라는 것은 그밖의 다른 것은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balmas 2006-06-30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윤리학]은 혼자서 읽기는 매우 힘든 책입니다. 비교하자면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이나 헤겔의 [대논리학] 같은 책을 혼자 읽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죠.
국내에는 참고할 만한 좋은 주석서도 없으니까 더 어려울 수밖에 없죠.
너무 사기를 저하시키는 이야기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