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파란여우 > 농민들 정말 힘들거든요
오늘은 농업인의 날이다.
또한 아이들이 밝히는(사실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더 밝히는)빼빼로 데이다.
빼빼로라는 과자는 기다란 막대 과자에 초코렛을 입혀
과자와 초코렛을 다 함께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인데
요새는 원조 빼빼로를 업 그레이드하여
막대도 더 굵고 초코렛도 더 진하며
게다가 무슨 장식까지 하느라 겉에 아몬드 가루까지 덧입혀 나온다.
맛있나?
아, 물론 맛있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오늘 이 과자를 선물하기 위하여
오래전부터 용돈을 모으고 어떤 모양의 과자를 살 것인가
포장은 어떻게 해야 하나 노심초사한다.
앙증맞은 포장지에 정성을 기울인 것은 그래도 봐줄만한데
꽃바구니 많한 커다란 바구니에 알록달록한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화려한 포장을
해 놓고 꽃 장식에 구슬장식에 리본 장식에 덤으로 인형이나 게임 모형까지
찬조출연시켜서 그거 하나에 몇 만원이라고 가격을 붙여 놓은 것을 보고 기겁했다.
요새 엄마들이 아이들 키우는데 정말 돈 많이 들겠구나 싶다.
엄마들만 힘드나
학교에 들고 간 빼빼로 바구니는 교실 한 가득 차고 넘쳐서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고
선생님들의 수업집중에 어느정도는 보이지 않는 지장을 초래할지도 모르겠다.
이건 노파심이고,
그런데 그 애들 중 오늘이 농업인의 날이라는 것을 아는 애가 별로 없다.
애들이니까.
애들이니까?
어찌보면 예민한 문제다.
밥그릇 이야기는 왠만해서는 하지 않으려 했는데 오늘 한 번만 하고 자빠져 자야겠다.
애들은 애들이니까 그렇다 치자.
그렇지 않은 애들도 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농업인의 날이고 농민의 주된 노동이 작물도 있고, 축산업도 있지만
그 중 밥그릇을 연상시키는 쌀농사가 주된 농사다.
농산물의 불평등한 개방 문제로 이경해씨가 이역만리 땅에서 죽은 일은 다 잊혀졌다.
솔직히 그의 이름을 모르는 농민들도 많고
도시인들은 더 많다.
국민들은 아예 그가 누군지 모른다.
모른다고 욕하지 말자.
그가 왜 타국에서 배를 가르고 죽어야했는지 안다고 해도 힘없는 자가
현실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현안은 별로 없다.
데모 한다고, 쌀가마니 쌓아놓고 불로 태워버린다 해서 해결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들이 쌀에 대하여 관심이 없는 것은 보릿고개가 전설처럼 사라지고
그 덕분에 쌀 아니어도 먹을 수 있는 먹거리들이 길거리에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먹거리들이 풍족하다 보니
농자천하지대본의 바탕이 되고 농업국가의 대표주자이던
쌀이 없어도 당장 굶을 염려가 없어진다.
언제 우리가 농업국가였는지 기억도 없다.
원래 우리나라 3차산업 국가출신 아니야?
하이테크놀로지 시대의 변화무쌍함과 다양성의 종(種)의 파급은 눈부신 항해를 거듭했고
그 결과 쌀은 유야무야 내 주어도 별로 큰 타격 받을 것 같지 않은
생산성의 극대화를 이룩하여 쌀 창고에서 썩어가고 있는 마당에.
그러니까 북한 동포들이 허기져 있다고 퍼 주는 인심도 넉넉해지고
경제적으로 빈곤한 국가가 자연재난까지 겹치면 거기에 또 퍼준다
인심좋은 우랄 알타이어족.
그런데 결식아동은 줄지 않고
하루에 한번씩 배급되는 동사무소 도시락으로 끼니를 떼우는 독거노인들도 여전히 증가한다.
부의 재분배가 원활하지 못한 것인가?
그러게 농민들이 쌀값을 너무 비싸게 받아서 그런거 아냐?
사실, 그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나라 쌀값(소비자 기준)은 인근의 쌀소비국가와 비교해서 볼 때 비싸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칼로스쌀은
더 우수한 품질의 쌀이 80Kg 기준 미국현지가격으로 약 3만1천원,
중국의 지린성 동북미는 건조과정이 다소 미흡하지만
비슷한 종자로써 80Kg기준으로 약 2만9천원선이다.
우리쌀값은 그 몇배다.
그렇다면 농민들이 부자가 되어야 하는데
농민들은 농협 고리대금업에 칠순나이까지 이잣돈 갚느라 헉헉댄다.
정약용 선생이 살던 시절의 황구첨정이나 백골징포같은 세를 안받으니
오히려 그걸 고맙다고 여겨야 하나.
원조 빼빼로 한 곽에 얼마지?
쌀 80kg에 우리동네 현지 시세로
그것도 생산자에게 직접 방앗간에서 가져오는 가격이 128.000원이다.
얼마전에 10월에 공식적인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17만원이라고 보도가 나왔다.
그 때 현지 시세는 15만원이었다.
2만원 어디갔나?
지역별 차이와 품종별 차이가 다소 있겠지만 쌀값 2만원은 상당한 차이를 의미한다.
지금쯤 언론에서는 쌀값이 내렸다고 하면서 15만원선에서 보도를 할지도 모르겠다.
쌀값은 왜 중요한가?
한마디로 내 밥그릇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생존의 법칙이며 기본이며 모든 먹는 문제를 일체 포함하는 문제다.
WTO 출범이후 농산물 시장은 전면개방으로 고속철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치고 달렸다.
그러기에 정부는 징글맞게도 준비를 성실하게 해주지 못했고
지역 단체들(농협, 축협, 수협이나 농민단체등)도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못했다.
농민들 중에도 배타적 국수주의에 허우적 대느라 무조건 안된다는 목소리만 내고
도시 소비자층은 피부로 이 문제에 공감해 주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전에 한 번 써서 더 이상의 언급은 안하련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
빼빼로 데이는 인스턴트 천국, 미국의 유산물이다.
태어나기는 한반도 땅일지언정 그들의 몸속에는 미국의 피가 흐른다.
쌀은 우리땅에서 태어나지만 쌀의 혈관도 우리의 피와 같지만
시대가 그런지, 정부 정책이 그런지, 우리로부터 외면당하고 홀대를 받아오고 있다.
쌀에 대한 홀대는 농민에 대한 홀대다.
농민들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비싼 쌀값을 받으면서도
왜 부자가 될 수 없는지 모른다면 당신은 바보이거나, 쌀이 필요 없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농촌은 고령화 집단이다.
각종 기계로 농사를 지어야하므로 장비 임대 비용이 만만치 않고
비료값, 사료값, 기름값, 농자재값, 이거 장난 아니다.
정부의 농업인 대책이나 지원정책을 들여다 보다가 혈압으로 쓰러질까봐
그 현안을 끝까지 읽지 못하고 면에서 받아 온 작은 책자를 내던지고 말았다.
거기에는 글로벌 시대고 WTO시대이므로 순응할 수 밖에 없다는 말로 일관한다.
각자 특색있는 작물로 대처하는 일만이 살길이라는 궁색하고 모호한 연설뿐이다.
어떤 개자식이 이런 글을 써서 농민들을 우롱하는지 후려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
농협의 대출금 관련 상품 이자와 저축 상품 이자율을 비교하다 보면
다혈질의 나는 쓰러지실 지경이다.
대출금 이자는 5%인데, 저축 이자는 3%.
망. 연. 자. 실.....
내일부터 APEC가 부산에서 열린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대표자님께서는 과연 어떤 주머니를 받아 오실까
그가 받아 오는 주머니에 미국의 압력이라는 카드가 들어있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지만
간절하게 바라는 것일수록 나중에 허망한 것이 많아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안절부절 못하는 농촌.
산업화, 성장 발전,개발이란 것이 모든이들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신앙이 되지 않는다는
뚜렷한 증거가 미국과 여타 아메리카 대륙의 역사다.
미국이란 나라의 정체가 바로 "이기면 바로 정의다"
"이긴자가 무조건 옳다" all이냐? nothing이냐?" 이것이 핵심 정체다.
빼빼로 데이라고 아해들 과자부스러기 하나 먹는 일에 쓸데없이 말이 길었다.
결론은, 나 오늘 빼빼로 못 먹었다.
그래서 저녁에 동태찌게에 밥을 한 그릇 고봉으로 먹었더니 자꾸 흰소리가 나온다.
제. 기. 랄
농민들 정말 힘들거든요.
생존의 위협속에 희망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각고를 한번쯤 생각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