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끄 오디아르 감독 영화지만 포스터만 보고는 볼까 말까 망설였다. 멜로물에 슬프게도 별 감흥을 못 느끼는지라 진한 멜로라는 홍보문구는 관람 의욕을 떨어뜨렸다. 그래도 오디아르 감독이니까 하는 맘이 이겼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역시 오디아르 감독이네, 라고 중얼거렸다. 오디아르 감독 영화는 좀 마초스러운데가 있다. 남자 주인공들이 발산하는 에너지 때문인 거 같다. 오디아르 감독이 관심있는 남자 캐릭터들은 아웃사이더에 내적 동요가 외적으로 강하게 드러나는 인물들이다. 깊이 들여다보면 자긍심 결핍이 보이는데 결핍은 자신을 파괴하는 강한 힘으로 종종 나타나고 감독은 이미지로 이런 인물의 격정적 심리를 전달하는데 아주 탁월하시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도 별 볼 일 없는 한 때 복싱을 했던 동물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다. 육체적 강인함과 정신적 강인함은 얼핏 보면 같은 영역인 거 처럼 보인다. 전두엽 발달 과정 이전의 생물체처럼 남자는 여자가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남자한테 삶은 아주 간단해 보인다. 빵을 사기 위해 몸을 쓰는 일을 하고 밥을 먹고 몸이 반응하는 여자와 잠을 자고 파괴적 본성을 분출하는 격투 도박에 선수로 출전한다. 볕이 좋으면 졸고. 남자를 보면 동물의 왕국을 보고 있는 거 같다. 그러다 좀 복잡한 여자를 만나는데 여자는 자신의 육체적 아름다움을 사고로 잃어버린 후라 남자의 건강한 육체를 탐한다. 시작은 육체였지만 역시 남자도 전두엽이 있는 생물체였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아니고 뜻밖에 사고를 당한 후 한 마리 짐승같았던 남자가 흐느껴운다. 남자의 투박한 본성 탓에 억눌린 섬세한 감정이 불시에 터지는 순간이다. 어떤 공감의 장치를 주지 않고 있다가 강한 펀치를 날리는 효과라고 할까. 남자가 영화가 끝날 무렵 자기도 몰랐던 자신의 마음을 짧막하게 말하는데 어쩌면 이렇게 영화가 예측할 수 없게 흘러가는지.

 

덧1. 영화는 아름다운 빛으로 가득 차 있다. 인물들도 관능적으로 이미지화 되지만 오후의 빛이나 해변가에서 오전 오후에 쏟아지는 빛 또한 인물들 못지 않게 관능적이다. 니스 옆 휴양도시 앙티브에서 촬영했다고 하는데 감독 취향과는 전혀 다른 마을이다. 감독의 취향에 맞는 공간은 남자 누나 집-천정이 낮고 정돈 되지 않은 지저분한 집-이다. 정돈되고 정갈한 공간은 감독이 원하는 공간이 아니었지만 프랑스 내에 앙티브에 유일하게 킬러고래 수족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2. 이 영화도 역시나 여성을 좀 수동적으로 바라본다. 전작들에 비하면 여성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어도 여전히 여자가 남자를 바라보는 방식이나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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