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앙투안 드와넬 시리즈 세 편.

<앙투안과 콜레트>

17세 앙투안이 독립해서 직장 생활하면서 콜레트를 만나 흠모하는 과정이다. 앙투안의 여성 편력이 시작되는 시점인데 집을 콜레트네 바로 앞으로 옮기는 적극적 행동을 하기도 한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소심하다. 그런데 사랑은 원래 혼자 있을 때는 대범하지만 막상 상대가 눈 앞에 있으면 한없이 작아져서 아닌 척 하는 게, 보는 이의 재미기도 하지만. 앙투안의 대범과 소심이 시소를 이루면서 사랑의 격정에 혼자 지옥에도 갔다가 천국에도 갔다가 하는 이야기다.

 

<부부의 거처>

난 왜 이 영화 제목이 부부의 거처인가 했는데 영화를 보니 답이 나온다. 크리스틴과 결혼한 앙투안이 세들어 사는 건물 안마당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일이 영화 절반을 차지 한다. 프랑스 가옥 구조상 건물 입구로 들어가면 안뜰이 나오는 건물인데 앙투안 부부의 이웃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려면 안뜰을 통과해야 하는데 안뜰 입구에는 동네 사람들이 와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작은 바가 있다. 건물로 들어가기 위한 통과 의식인데 지나는 사람들을 평가하는 일은 동네 사람들의 소일거리다. 2년 동안 살면서 방문객도 없고 말도 없는 영국인이 지나갈 때마다 수상하다고 수군거리는 세입자들. 수 년간 집 밖으로 안 나오고 발코니로 밖을 내다보지만 건물에서 일어나는 일에 사사건건 참견하는 노인, 앙투안을 꼬득이려고 지나갈 때마다 귓속말을 해 대는 입구 바 안주인. 살집 좋은 러시아 성악가와 그녀의 매니저로 활동하는 남편. 이 부부는 시차를 두고 안뜰을 지나다니지만 늘 함께 외출한다.

 

안뜰을 지나면 계단을 오르내려야하는데 계단에서 서로 스치면서 묻는 안부는 깊숙한 이웃의 일상을 알 수 없지만 부부의 대체적 분위기가 드러난다. 각자 습관이 다르듯이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도 다르다. 어떤 때는 모두가 모여 왁자지껄하고 앙투안의 득남같은 경사로 내 일인양 파티 분위기다. 닫혀있으면서도 열려 있는 이 공간은 배창호 감독의 <꼬방동네 사람들>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대동소이한 듯.

 

전반부였고 후반부에 아주 재밌는 곳은 엔딩 시퀀스다. 여자 좋아하는 앙투안은 쿄코라는 일본 여자한테 홀딱 빠져 결국 별거를 한다. 앙투안이 끌린 건 낯섬에 대한 일시적 호기심이었고 크리스틴에 대한 구애를 다시한다. 그게 마직막 시퀀스인데 찌질함 작렬이지만 아주 웃기다. 식당에서 지루하게 저녁을 먹고 있다며 앙투안은 대화 없는 쿄코에 대해 불평하며 15분 간격으로 크리스틴한테 전화질을 해 댄다. 밥은 쿄코와 먹고 대화는 크리스틴과 하는데 그 대화 내용이 아내한테 애인의 험담이라니, 앙투안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아이콘 되시겠다. 나중에 <사랑의 도피>에서 콜레트도 지적한다. 다른 사람한테는 관심 없는 사람이라고. 근데 나는 이렇게 자기 감정에 충실한 사람보면 신기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렇다.ㅋ

 

 

<사랑의 도피>

앙투안 시리즈 중 완결편. 앙투안이 크리스틴과 이혼하러 가면서 영화가 시작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사랑하고 막 결혼 했을 적 장면들이 플래시백으로 이어진다. 앙투안의 첫사랑 콜레트도 등장하고 앙투안의 현재 사랑 사빈도 등장한다. 그간 책도 냈는데 <사랑의 샐러드>란 책으로 자신의 여성 편력을 미화했다. 앙투안의 과거 여인들, 콜레트와 크리스틴이 만나기도 한다. 그간의 여성 편력으로 보자면 앙투안은 금새 사랑에 빠지고 금새 옛사랑은 잊고 아무일 없다는 듯 다른 사랑을 찾는 인물이다. 그 근원을 설명하려고 한 인상이 짙다. 어릴 적 엄마한테 사랑받지 못한 트라우마 탓에 만나는 여인들한테 애인과 엄마의 모습을 모두 달라고 칭얼거린다. 엄마와 바람 피웠던 아저씨를 만나서 엄마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말을 듣긴 하지만 이미 유년기는 지나버린 터라 앙투안의 모성 결핍을 채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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