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뤼포 전작이 아트시네마에서 상영 중이다. 어제까지 이번에 전작을 다 보리리라 다짐했지만 오늘 아침 눈을 뜨니 어떻게 전작을, 그냥 하던대로 골라보자 혹은 시간 되는대로 보자로 급 선회. 이제는 책이나 영화를 본 후 무언가를 끄적이는 것도 귀찮으니, 이거이거 어쩌나...

 

<피아니스트를 쏴라>

영화가 상영 시작 된 후 들어가느니 안 보는 편을 택하는 편인데 어제는 불가항력. 약속 시간을 지켜주는 기동력 있는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탔더니 버스 환승 대기 시간(무려 12분이나)과 명동 근처에서 차량 지체 등 예상치 못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상영관에 입장 불가한 시간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는 영화 상영 시작한 지, 거의 이십 분 가량이 흘렀다. 내용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기억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믿을 만한 게 못 돼서 완전 새로운 영화를 보는 기분.

 

기억 속 영화는 애틋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로 남아있는데 이번에 보니 꽤나 액션이 많이 들어있다. 내 기억은 액션 신들을 어디다 다 묻어뒀을까. 피도를 납치하려는 남자 둘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두 남자들이 대화를 나눌 때 사용되는 이미지 컷들은 요즘 한국 드라마에서도 익숙해진 기법이다. 주인공 샤를리가 자신의 삶에 적극적이기 보다는 한 발 떨어져 보는 성격 탓에 갈등이 생기는 반면 두 갱 같은 남자들은 호탕하고 유머스럽다. 그들이 내 놓는 대사는 명품 조연급으로 극의 분위기를 휙휙 바꾸는 역할을 한다.

 

 

<미시시피의 인어>

당대 두 흥행 배우 장 폴 벨몽도와 카트린느 드뇌브를 투 톱으로 내세운 영화다. 장 폴 벨몽도가 좀 수동적 역할인 반면 카드린느 드뇌브는 꽃뱀 같은 역할로 한 남자의 인생을 쥐고 흔드는 팜므파탈 역할이다. 카트린느 드뇌브가 단연코 빛날 수 밖에 없다. 고아원에서 자란 카트린느 드뇌브 물질주의자로 성장한다. 담배공장 사장의 돈을 노리고 살인 공모도 하고 인생 굴곡을 겪으면서도 생활력과 생명력은 점점 더 강인해진다. 게다가 미모까지 출중하니 담배공장 사장이 정신 못차리는 게 그럴듯도 하다. 담배 공장 사장은, 이 팜므파탈을 위해 살인도 하고 전 재산도 버리고 독살 음모도 눈치채며 죽어가지만 한 여인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순수한 인물이로 묘사된다.

 

트뤼포 영화의 남자 주인공들은 여자 주인공들에 비하면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인생의 가치를 종종 사랑에 두는데 트뤼포의 실제 생활에서 사랑 혹은 연애는 넘치고 순정은 좀 결핍인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작가와 작품을 연결시켜 감상하는 건 일차원적 감상이라고 하지만 트뤼포가 묘사하는 순정을 보고 있노라면 결핍은 욕망을 낳고 창작의 근원이란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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