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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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판보다 한국어 번역본이 먼저 나왔다고 하니 한국에서 보통의 인기는 생각보다 훨씬 많나보다. 출간 날짜에 맞춰 한국 방문도 해 주시니 매너도 좋다. 첫 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의 도입부에서부터 너무 일찍 독자를 잃어버릴지도 모르지만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나는 다음과 같이 솔직하게 말해보겠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았다는 의미에서 진실한 종교는 물론 하나도 없다고 말이다." 

종교에 대한 찬사를 기대하는 종교인 독자는 잃었을지 모르지만 이 책은, 그간 좀 심드렁해진 독자의 열광을 되찾을 정도다. 사실 에세이의 특성상 한 작가의 책을 몇 권 읽다보면 지루해지고 나아가 작가의 자질마저도 의심하게 될 수 있다. 이 책은 <불안>이나 <여행의 기술>이 가져다준 독서의 순수한 즐거움을 되찾아준다. 보통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부제가 비신자들을 위한 종교 사용 가이드다. 처음에 밝혔듯이 신의 존재 유무를 지루하게 논하는 게 아니라 종교가 사회에서 하는 역할의 유용성에 관해 논한다. 철학서나 문학을 읽지 않는 이들이 매주 성경이나 경전을 읽고 설교자들의 좋은 설교를 듣는 일은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길이기도 하다고. 종교인들이 들으면 사탄이네 마귀네하겠지만 종교에 대해서 보통은 딱 거기까지만 인정한다. 이 점이 아주 마음에 든다.ㅎ

우리나라에서 종교인하면 유독 기독교인이 떠오른다. 불교나 카톨릭이나 기타 종교보다 대중화되었기도 하지만 기독교인들이 신을 섬기고 교리를 따르는 게 다른 종교 보다 액션이 크다. 포교활동에 적극적이어서 그런데 비신자들한테도 기독교 교리를 강요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모든 기독교도들이 적극적으로 기독교 교리를 우월하다고 말하진 않지만 내가 만난 많은 기독교인들이 타종교에 대해 배타성을 보여주었다. 이들이 배타적 말을 할 때마다 실제로는 비기독교인한테는 부정적으로 작용해서 기독교인들에 대한 편견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말은 은혜와 사랑으로지만 행동은 배타적이니 아주 불편하고 그 교회 목사를 한번도 못 봤으면서도 우습게 여기게 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보통이 종교의 유용성을 논하는데 아주 동감과 공감하게 된다. 보통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약점을 잘 알고 있고 종교 또한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여기서 보통의 고찰은 시작해서 기독교 자료조사로 확대된 내용까지 보통식으로 풀어쓴다.   

기독교인들이 비기독교인을 포섭하려면 신에 대한 사랑은 잠시 접어두고 객관적 책을 좀 읽고 비기독교인한테 접근하면 그 세력이 더 확장될지도 모르니 첫 페이지 읽고 분노하며 덮지 말기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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