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 The Beat That My Heart Skippe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톰은 부동산 브로커다. 말이 브로커지 하는 일은 깡패 짓이다. 갖은 수단을 동원해서 입주자를 쫓아내고 수익을 남겨 부동산을 다시 파는 일을 한다. 밤에 출동도 해야하고 필요하면 주먹도 써야한다. 낮에는 사무실에 앉아 회의도 하는 척 해야한다. 카메라는 핸드헬드로 거친 바람에 흔들리는 톰의 마음을 담는다.  

거센 바람 속에 톰이 넘어지는 걸 간신히 지탱해주는 두 가지가 있다. 아버지와 피아노다. 나이 든 아버지는 이미 톰의 보호자가 아니라 톰의 자식같다. 늘 돌봐야하고 뭘 해달라고 조른다. 톰은 아버지의 뒤치닥거리가 지겹지만 보호자 역할을 충실히 한다. 성공하지 못한 피아니스트였던어머니는 일찍 죽었다. 톰은 어머니 영향으로 피아노를 쳤었지만 그만둔지 십 년이나 됐다. 갑자기 그는 오디션을 보려고 하고 다시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한다.  

톰은 사회적으로 고상하지 못한 일을 밥벌이로 삼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사람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피아노는 밥벌이와 양립할 수 없는 속성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동료들은 일하는데 타이밍을 놓치는 톰에게, 그 예술 때문에 그러면 그만두라,고 충고한다. 심지어 피아노 레슨 선생도 불어를 모르는 중국인이다. 바흐의 토카타 E단조를 영화 내내 연습하는데 두 사람은 건반을 통해서만 소통할 수 있다. 두 사람이 같은 곡에 대해 갖는 템포와 감정은 완전히 다르다. 톰의 흔들리는 심리는 빠른 템포로 건반을 두드리면서 드러난다. 외적 환경의 거친 풍랑은 박자를 해석하는 내적 초조함으로 반영된다.  

초조와 긴장을 버리는 순간에 바흐의 곡을 제대로 칠 수 있을 것이고 가능할 것 같은 순간이 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막상 오디션에서는 수도 없이 연습했던 곡을 마치 처음 치는 것처럼 꾸물대다 망치고 만다. 아버지는 살해된다. 톰은 자신을 지탱했던 뿌리 둘 다 잃어버린다. 뿌리가 뽑혀도 얼마간은 버틸 수 있다. 아무리 극한 일을 겪어도 사람은 살 수는 있지만 결국 말라 죽는 일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시간은 흐르고, 톰은 트라우마는 잊은 것 같아보이지만 운명은 톰의 편이 아니다. 뿌리 뽑힌 나무는 살아있던 가지마저 잃는다.  

<예언자>로 자끄 오디아르 감독을 처음 알았는데 <예언자>보다도 훨씬 더 섬세하다. 화려한 장치나 스페터클 없이 닫힌 공간을 사용할 때 인물의 표정이나 몸짓은 긴장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전적으로 톰이란 인물을 재현하는 배우에게 의존하는데 배우 혹은 사람은 감정을 전달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톰이 느꼈을 서늘함이나 좌절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연출법과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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