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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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다보면 나는 쉽게 싫증내는 편이다. 그래서 한꺼번에 쭉 읽지 않고 간격을 두고 읽는다. 그러면 싫증이 덜 난다. 물론 처음 만나는 책만큼 강렬한 인상은 아니어도 시간을 두고 읽다보면 왜 좋은지 그리고 왜 싫은지, 작가의 정신세계는 어떤지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나쓰메 소세키는 읽을수록 싫증나지 않고 맞아, 이래서 좋았지..하는 새로움을 하나씩 더하는 즐거움을 준다.

<마음>의 줄거리 역시 전작들, <그 후>, <문>과 중첩되는 면이 있지만 인간에 대한 통찰력만은 빼어나다. 소세키의 인물들은 참 우유부단하다. 망설이고 또 망설이고. 겉으로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쿨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내면은 기복이 심해서 괴롭다. 그의 인물들은 내성적이고 외롭다.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다가가지 못해서 외롭다. 도의와 의리를 소중히 하는 그의 인물을을 보면서 작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그러므로 인물들은 자신의 외로움에 대해 저항하거나 원망하는 법이 없다. 외로움을 담담히 받아들여 읽는 나도 외롭게 하고 쓸쓸하게 한다. 어쩌면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 세상 아래 나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소세키의 글에서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람이 차니 이곳저곳에서 외롭다는 말을 듣는다. 음주를 요청하는 이도 있고 수다를 떨자고 손길을 뻗는 이도 있다. 하지만 썩 내키지 않는다. 외로운 이들이 만나 알콜을 뜨거움을 하룻밤 즐긴 다음 날, 겉으로만 말을 쏟아내고 돌아오는 길에 외로움은 훨씬 더 깊어져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을 것처럼 비관적이되기 때문이다. 쓸쓸한 마음을 소세키의 쓸쓸한 글로 채우는 게 만추를 보내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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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 2007-11-1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에 썼던 독후감을 읽으니 이와 비슷한 느낌이었군. 한 여름에 가졌던 마음도 지금과 비슷했나보다. 재밌기도 하고 급쓸쓸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