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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 사이 경영학 마케팅 분야에서 떠오른 중요한 화두는 ‘진정성‘이다. 제임스 길모어(James H. Gilmore)와 조지프 파인 2세(Joseph Pine II) 등 두 경영학자가「진정성의 힘 :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책을 출간한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진정성 마케팅은 "더 이상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소비하지 않는다. 진정성을 소비한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온라인이 발전하면서 광고가 소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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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없는 전진

초등학교 시절, 학교 운동회 때 박 깨기‘라는 종목을 하곤 했다. 높이 걸린 박을 향해 모래와 콩으로 만든 오자미를 던져 깨는 게임이다. 수십, 수백 번을 던지다보면 거짓말처럼 박이 펑 하고 터진다. 그때의 그 쾌감이란!
카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가 서술한 정치경제학에는 ‘양질(質) 전환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마르크스로 인해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독일 철학자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Georg Wilhelim Friedrich Hegel, 1770~1831)이변증법 철학에서 먼저 정립한 법칙이다.양질 전환의 법칙은 "양적인 변화가 누적되면 질적인 변화가 발생한다"는 뜻이다.박 깨기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박은 오자미 한 방에 깨지는 것이 아니다.그것을 깨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번 오자미로 박을 두들겨야 한다. 그렇게 양적인 변화가 누적되다보면 마침내박이 깨진다. 양이 일정 수준으로 축적이 돼야 비로소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주의할 점이 있다. 질이 변한다는 것은 혁명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이 말은 질적인 변화를 위해 충분한 양적 누적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헤겔은 양이 차지 않으면 질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로 양질 전환의 법칙을 설명했다. 그래서 혁명을 위해서는 수백,수천번의 좌절이 필요하다. 그 좌절이 없었다면 혁명도 일어나지 않는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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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속살 3 - 불평등 편 경제의 속살 3
이완배 지음 / 민중의소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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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닝과 크루거는 이 부조화에 대해 "무능력한 사람일수록 자기가 무능력하다는 사실을 몰라서 사태파악을 더 못하므로 더 무능력해진다. 반면에 유능한 사람들도 자기가 유능하다는 사실을 몰라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한다.
이 이론이 주는 의미는 실로 심오하다. 원래 세상은 유능한 사람과 무능한 사람이섞여서 사는 곳이다. 그런데 무능한 사람이 자신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알면, 웬만하면 큰 사고를 치지 않는다. 인제 큰 사고가 나느냐? 무능한 사람이 자신이 무능하다는걸 모를 때 사고가 난다.
운전 거칠게 하는 사람들이 그런 거다. 차선 넘나들고, 신호 위반하고, 운전하면서욕설을 내뱉고…. 이건 운전을 잘 하는 게 아니다. 열라 못하는 거지!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운전을 매우 잘 한다고 착각을 한다. 그래서 거칠게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다.
더닝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발표한 논문의 앞머리에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1872~1970)의 명언을 인용했다.

"이 시대의 아픔 중 하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이다.
- P253

사실 GDP는 민중들의 삶이 불편해질수록 높아지는 경향마저 있다. 왜냐고? 출퇴근 거리가 멀어질수록 교통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늘어난 교통비는 모두 GDP에 잡힌다.
국민들의 건강이 악화돼도 병원과 제약회사 매출이 늘어 GDP가 좋아진다. 감기에걸리면 감기약 매출이 GDP를 높이고,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면 우울증 치료제 매출이또 GDP를 높인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계부채도 GDP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2018년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자수익을 거둔 바 있는데, 이 수익도 모두 GDP에 잡혔다.
이 수치가 진정 민중들의 삶을 측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웃기는 이야기다. 그래서스티글리츠 센피투시 위원회‘는 "GDP는 틀렸다"고 단언한다.
민중들에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이명박은 GDP7% 성장을, 박근혜는 4% 성장을 공약으로 내걸고 그거 달성하겠다며 한국 경제에 오만 패악질을 부리고 떠났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 정부는 GDP 성장률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당연한 일이고 옳은 일이다. 스티글리츠-센피투시 위원회가 내린 담대한 결론처럼 결국 GDP는 틀렸기 때문이다.
- P260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

이처럼 언론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결론을 미리 정하고, 숫자를 끼워 맞추는 식으로 무슨 짓이든 해버린다. 기거렌처 박사는 이를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라는 경제학용어로 설명한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텍사스에 사는 한 카우보이가 백발백중의 사격 솜씨를자랑했다고 한다. 그는 주로 자신의 사격 솜씨를 과시하기 위해 벽에다 대고 총을 쐈는데, 카우보이가 쏜 총알자국이 모두 동그란 과녁 중앙에 딱 박혀 있었다는 거다. 얼마나 사격 솜씨가 뛰어났으면 쏘는 족족 과녁 중앙에 맞췄을까?
그런데 어느 날 명사수의 비밀이 밝혀졌다. 동네 주민이 우연히 명사수의 사격 장면을 훔쳐봤는데 카우보이가 일단 벽에다 총을 한 발 갈기더란다. 그리고 총알이 벽 어디쯤 박히면 그제야 쪼르르 벽으로 뛰어가 총알이 박힌 곳에 동그란 과녁을 그리더란다.
이러니 백발백중일 수밖에 없다. 과녁을 그리고 총을 쏘는 게 아니라, 총을 먼저 쏘고 과녁을 그리는데 어떻게 안 맞을 수가 있나? 사실 이 카우보이는 명사수가 아니라그냥 사기꾼이었다는 이야기다.
〈조선일보>가 하는 짓이 바로 이런 거다. 이들은 통계를 보고 기사를 작성하지 않는다. 어떤 기사를 쓸지 결론을 낸 뒤 그에 맞는 통계를 끼워맞출 뿐이다. 그러니 통계가틀리지는 않는데, 그 기사는 진실과 영원히 결별한다.
- P284

"선생님들, 하나만 여쭤보겠습니다. 사람을 상품으로 사고파는 시장경제에서 선생님들께서 그토록 소중하게 대하는 아이들은 어떤 상품으로 취급받을까요. 잔인하게 이야기하자면, 불량품 취급을 받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게 온당합니까?‘라는 질문을 이 사회에 던져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로 불량품입니까?
하나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말도 서툴고 몸도 불편한 아이들과 일일이눈을 맞추고 사랑으로 대화를 나눕니다. 그들의 마음을 읽고, 가슴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그러면 그 아름다운 노동은 얼마짜리입니까?
자본주의는 수요곡선과 공급곡선 두개 딸랑 그려놓고 우리의 노동을 돈으로 계산합니다. 그게 노동의 합당한 값어치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그런가요? 선생님들의 노동은 과연 선생님들의 연봉만큼만 값어치있는 노동인가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노동은, 우리가 나누는 눈빛은, 우리가 교환하는 마음은 수요와 공급곡선에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의 노동은 결코 연봉 몇천만원짜리가 아닙니다. 부디 자부심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선생님들의 노동은 자본주의가 감히 계산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고 우리가 결코 저버릴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너무나 큰 힐링을 받고 갑니다. 이 힐링은 수 억원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저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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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속살 3 - 불평등 편 경제의 속살 3
이완배 지음 / 민중의소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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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용성 휴리스틱

인간은 선택을 할 때 그다지 정교한 계산을 하는 동물이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서인간은 대부분의 선택을 대충 찍어서‘ 한다.
비슷해 보이는 물건인데도 가격이 다를 때, 우리는 제품과 가격을 꼼꼼히 비교한 뒤사지 않는다. "싼게 비지떡이야" 라는 속담만 믿고 비싼 걸 덜컥 집는다. 아니면 "싼 게장땡이지"라는 소신으로 싼 걸 덜컥 집거나!
찍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인간은 원래 복잡하게 생각하기싫어하는 동물이다. 생각을 하는 데에는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뇌는 언제나 최소한의 에너지를 써서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 세상만사를 판단할 때 늘 뇌를 풀가동하면 피곤해서 살아갈 수가 없다. 복잡한 생각을 접고 대충 찍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인간의 뇌가 살아남는 효율적인 비법일 수도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런 찍는 기술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부른다. 생각 과정을 최소화해 찍어버리는 뇌의 습관을 뜻한다. 그리고 휴리스틱 중 대표적인 것이 이번장의 주제인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다.
- P233

즉 가용성 휴리스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언론이라는 이야기다. 대부분의국민들이 언론을 통해 뉴스를 접하기 때문이다. 100여 곳의 언론이 주구장창 경제위기론을 들먹이면, 사람의 머리에는 "경제가 진짜 문제이긴 한가보다" 라는 공포가 생긴다. 반면 언론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대해 줄기차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위험의 외주화야말로 당장 막아야 하는 시급한 과제다"라는 진보적 신념을 갖는다. 이에 대해 독일 포르츠하임 대학교 경제학과 하노 베크(Hanno Beck) 교수는 저서 「사고의 오류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특정 죽음의 위험성을 평가할 때, 언론에 자주 보도된 것일수록 발생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 언론도 우리의 기억을 각인시키는 데 한 몫을한다. 언론은 높은 빈도가 아니라 관심을 끄는 사안을 보도하며, 이에 따라 우리는내 아이가개에 물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불안해진다. 언론이 위험하다고 여겨 빈번한 보도로 대중의 인식을 키우면 대중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대중의 판단이 다시 보도로 이어지면서 결국 리스크 측면에서 모기만한 사건은 보도매체의 행위로 코끼리처럼 확대된다." - P236

그린하우스는 속보 경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신 판결문을 그야말로 심층적이고 다각도로 분석해 논평했다. 기사의 수준이 너무나 높아 대법관들조차 기사 내용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바로 이런 것이다. 기자는 정보를 쥐고 있는 취재원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 더구나그 취재원이 권력기관이라면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정보 몇 조각에 굽실대는 순간한국의 검찰처럼 정보를 쥐고 있는 곳은 피의사실을 적절히 흘리며 기자들을 꼭두각시로 만든다.
반면 그린하우스처럼 취재원이 꼼짝 못할 수준의 취재와 공부로 무장하면 되레 취재원이 기자의 눈치를 본다. 검사들이 너무나 아파할 정곡을 찌를 능력이 있어야 한다.
는 이야기다.
세상을 바꾸는 언론의 힘은 이런 대목에서 나온다. 이런 사명감이 기자에게 있어야한다. 검찰이 흘려주는 정보 얻어듣고 [단독] 붙이는 게 무슨 기자의 사명이란 말인가?
- P238

무능한데 무능하다는 걸 모를 때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자신감 착각(illusion confidence)이라고 부르고, 심리학에서는 더 크루거 효과(Dunming-Kruger effect)라는 이론으로 이를 설명한다. 이이론은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뉴욕대학교스턴 경영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의 공동 작품이다.
두 학자는 실험 대상자들을 상대로 독해와 문법 능력, 운동 능력, 자동차 운전 실력,
남을 웃기는 유머 능력 등 다양한 영역의 테스트를 실시했다. 각 영역에서 뛰어난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이 구분됐다.그리고 그들에게 "당신의 능력은 전체 참여자 중 어디쯤에 위치할 것 같습니까?"를물었다. 그런데 모든 영역에서 유능한 사람들과 무능한 사람들의 답에는 일관된 특징이 드러났다.
무능한 사람일수록 자기가 유능하다고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반면, 유능한 사람일수록 자기가 무능하다고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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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종전에 부모들은 그니지가 그랬던 것처럼 지각을 하면어린이집에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그런데 벌금을 내는 순간부터 부모들은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았다. 왜냐고? 돈 냈으니까!
부모들은 벌금을 내면 ‘나는 지각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렀어‘ 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벌금은 되레 역효과를 유발한다. 그니지의 이론 명칭이 ‘채찍 유인의 역효과인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덕의 문제를 돈의 문제로 바꾸지 말라그래서 그니지는 "도덕의 문제를 돈으로 대체하면 매우 위험한 일이 벌어진다"고 지적한다.
- P55

생각해보자. 범죄를 저질러도 돈으로 해결할 길이 있다면 범죄가 줄어들까, 늘어날까? 당연히 늘어난다. 왜냐고? 재벌들은 "내가 경제 발전에 기여했잖아? 대가를 치렀으니 범죄를 저지르는 건 내 권리지" 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이런 문제는 바로 잡기도 어렵다. 벌금 제도를 없애도 지각이 줄어들지 않는것과 마찬가지로 이재용을 구속하는 데 성공해도 재벌들은 도덕성을 회복하지 못한다. 그들은 ‘경제 발전시켜줬으면 됐지, 왜 나를 구속하고 난리야?‘라며 억울해한다.

지금 한국 재벌들의 태도를 보라. 죄책감이 아예 없다. 이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그래서 법과 도덕의 영역은 함부로 돈의 영역으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 한번 무너진도덕은 진짜로 회복하기 어렵기에 우리는 지금부터 진심을 다해 법과 도덕의 영역을바로 세워야 한다. 이 영역을 회복하지 못하면 나라의 뿌리가 흔들린다.이재용 구속을 막기 위해 삼성과 보수언론은 도덕을 돈의 영역으로 대체하려는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공세에 맞서 한국 사회가 의연하게 도덕의 영역을 지켜나가야 한다.
- P58

아픈 기억을 잊으려는 본능지금부터 이번 장의 주제인 ‘기억‘으로 돌아오자, 「경제의 속살 1」에서도 다룬 바 있는데 인간의 뇌는 애초부터 매우 낙관적인 생각을 하도록 설계가 돼 있다. 미국 럿거스 대학교 인류학과 라이오넬 타이거(Lionel Tiger) 교수는 "인간이 진화할 수 있었던이유는 낙관적인 환상 덕분"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인간은 낙관하기에 모험을 하고 이동을 한다. 숱한 실패를 겪지만 다음에는 반드시성공할 거야‘라고 믿는다.  - P70

"나는 어렸을 때 불우했어" 라는 심리도대체 이들은 왜 "나 어렸을 때는 말이야"라면서 꼰대짓을 할까?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에서는 이를 불우한 어린 시절 효과(Hard-knock life effect)라고 부른다. 이 연구가 장병규 씨와 이병태 교수에게 부디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이런 연구가 있다는사실은 꼰대짓이 글로벌하게 퍼진 현상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 P87

타임푸어는 자본의 전략펄로 교수의 연구는 빨갱이들이 만든 사회주의 잡지에 실린 이야기가 아니다. 전세계 경영자들이 참고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실린 내용이다. 그런데 꼰대들은 이런 실증적 연구까지 무시하고 헛소리를 한다. 도대체왜? 그 이유를 구조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타임 푸어(Time poor)라는 용어가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시간빈곤층쯤 된다.
현대 사회에서 민중들은 단지 돈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늘 쫓기듯 살아간다.
- P86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왜 늘 시간에 쫓기는지 이해가 된다. 우리가 타임 푸어로사는 이유는 자본이 우리의 시간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구조적으로 민중들의 시간을 박탈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시간이 부족해 바쁘게 사는 사람의 몸에는 늘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휴식 호르몬과 보상 호르몬은 점차 몸에서 사라진다. 휴식 호르몬이 분비돼야 사람의 몸은 긴장을 늦추고 주변과 소통을 시작한다. 하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이 몸을 지배하면 소통? 연대? 협동? 그런 건 개나 줘버리고 오로지 팽팽한 긴장 속에 하루 일과를 마치는일에만 몸이 집중한다. 정상적인 사람으로 사는 방법을 점점 잊는다.
이게 바로 자본이 우리에게 바라는 바다. 자본은 인간적인 노동자를 원하는 게 아니라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로봇 같은 노동자를 원한다. 그래서 그들은 민중들의 시간을 박탈해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가득 찬 일꾼으로 만든다.
- P97

인간이 만약 합리적 소비자라면 돈을 쓸 때마다 행복과 불행의 크기를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 물건을 얻는 행복이 돈을 내는 불행보다 크면 물건을 사는 거고, 반대라면물건을 사지 않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 사람의 마음에는 지불분리 심리라는 게 존재한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하는 불행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 불행이 만약 시간차를 두고 나중에 다가온다면? 사람은 그 불행을 대충 잊어버린다.
예를 들어 100만 원짜리 핸드폰을 살 때, 당장 내 지갑에서 100만 원이 나가면 100만 원만큼 불행하다. 그런데 100만 원을 지불하는 불행을 지금이 아니라 1년 뒤로 미뤄놓으면 돈을 지불하는 시점이 행복을 얻는 시점과 분리가 된다. 이때 사람들은 지불의 고통을 훨씬 덜 느낀다. 뇌가 일종의 착각을 하는 셈인데, 이런 착각 탓에 사람에게는 지불을 자꾸 행복과 분리하려는 심리가 생긴다.
놀이동산에서 자유이용권을 끊는 이유도 그런 거다. 모처럼 놀이동산에 갔는데 기구를 탈 때마다 돈을 낸다고 생각해보라. 한 시간에 한 번씩 불행을 맛봐야 된다. 이러면 즐거울 수가 없다.
- P102

그렇다. 그들의 눈에 노동조합은 마귀, 사탄이다. 이건 농담이 아니라 진지한 현시이다. 그리고 이런 나라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생각해보면 참으로 끔찍하다.
우리는 ‘노동자‘라는 단어 뒤에 ‘계급‘이라는 말을 붙인다. 왜 우리를 ‘노동자 계급이라고 부를까? 계급은, 세습이 되기 때문에 계급인 것이다. 내가 노동자이기에 내 자식들도 십중팔구 노동자로 자란다. 내 손주들도 십중팔구 노동자로 자란다.
자본가 계급이 계급인 이유도 그 계급이 세습되기 때문이다. 이재용이 대한민국을대표하는 자본가인 이유는 그의 아버지가 이건희였기 때문이고, 그의 할아버지가 이병철이었기 때문이다.
이변이 없는 한 우리는 대대손손 노동자로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그 삶이 이렇게처연하게 슬퍼서야 되겠나? 나는 내가 노동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살고자 한다. 그래서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노동자인 나는 악마가 아니라고, 그리고 나의 권리를보호해주는 노동조합 역시 사탄이 아니라고 말이다. 우리는 노동자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 나의 자녀들도, 나의 손주들도 그런 삶을 살아갈 자격이 있다.
- P110

"노동자, 고객, 주주 중에서 누가 가장 중요하냐고요? 이게 질문이 됩니까? 당연히노동자가 가장 중요하죠. 노동자가 행복하고, 만족하며, 헌신하고에너지가 충만할때 회사는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요. 그리고 고객이 행복하면 그들이 다시 우리를 찾고, 그것이 곧 주주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 P126

하인리히가 발견한 이 통계는 그 어떤 공장에 적용해도 신기할 정도로 잘 들어맞았다. 사망사고가 난 공장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약 서른 건 정도의 부상사고와 300건 정도의 유사사고가 먼저 일어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하인리히는 1:29 : 300‘
이라는 비율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바로 안전사고 연구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하인리히의 법칙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5,000건 정도의 큰 표본을 조사하면 통계적 결과는 자연법칙에 가까워진다. 하인리히의 법칙이 놀랍도록 잘 들어맞은 이유는 하인리히가 훌륭한점쟁이여서가 아니라 그의 통계가 자연법칙에 가까울 정도로 큰 표본을 조사했기 때문이다.
- P133

지금 이 사회가 그렇다. 무려 12년 동안 지덕체의 총체를 가르치는 공교육이라는것을 했는데 우리는 어떤 사람을 더 뛰어난 인재라고 평가하고 있나? 수능시험 당일영어하고 수학 시험을 잘 본 사람이 더 뛰어난 인재라는 거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진짜황당한 이야기인데, 사람들은 이 결과에 너무 쉽게 승복을 한다.
명문대를 나온 이들은 "나는 명문대를 나왔으니 훨씬 더 잘 살 권리가 있어" 라고 태연히 주장한다. 더 참담한 사실은 명문대를 나오지 못한 사람들의 태도다. 그들 역시
"나는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좋은 대학을 못 나왔으니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게 당연해"라며 자신을 탓한다. 이런 심리가 불평등한 사회를 고착화시킨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승자를 자처하는 자들이 한 일이라고는 "김용민 브리핑의 진행자 이름은?" 이라는 질문에 "김용민!"을 조금 더 빨리 외친 것뿐이다.
명문대를 나온 이들이 어떤 자들인지 잘 들여다보라. 내 경험이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지적 수준도 낮고, 겸손할 줄도 모르고,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도 없고, 심지어 싸가지도 더럽게 없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뛰어난 인재라고? 같이 일을 한다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자들이 대부분인데?
- P150

무슨 뜻일까? 인간에게는 협동과 연대의 본성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기꺼이 절반 정도를 나누는 협동의 유전자를 충분히 타고났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의와 공정에 대한 열망은 다르다. 이 감정은 선천적인 게 아니라 후천적이다. 유치원생들은 초콜릿 한 알을 받는 부당한 분배를 겪어도 그 일을 그냥 받아들인다. 반면 나이가 들고 사회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무엇이 공정한 일이고 무엇이 불공정한 일인지를 구분하기 시작한다. 불공정함에 저항하는 법도 배운다.
지금 이 사회는 아주 간단한 퀴즈를 푼 자들이 엄청난 사회적 기득권을 누리는 세상이다. 학벌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뜻이다. 이는 너무나 불공정하기에 응징을 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그 불공정함을 깨닫고 투쟁에 나서는 일은 절대 선천적으로 타고나지 않는다. 협동은 본능이지만, 정의감은 후천적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정의를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들은 "내가 수능을 못 봤으니 못사는 게 당연해"라며 자책을 하게 된다. 투쟁을 포기하고 불우한 삶을 쉽게 받아들인다.
지금 한국 사회가 우리의 자녀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진짜 심각하게 고민해보기를 원한다. 수학이나 영어가 아예 불필요한 과목이라고까지는 감히 이야기하지않겠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필요하다고 느낄 때 언제든지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 P152

우리는 자주 만나야 한다.

이 이론의 이름은 ‘의사소통 가설‘이다. 사람은 이기적 다리와 협력적 다리를 교대로 사용하는 존재인데, 언제 더 협력적인 다리를 많이 사용하느냐! 상대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훨씬 더 협력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한 번 보는 것보다 자주 볼수록 더 협력적이 된다.
주의할 점이 있다. 이 가설에서 ‘얼굴을 본다‘는 말은, 말 그대로 직접 얼굴을 대면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협력 증진에 별 효과가 없다.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토론회를 열어보기도 했는데, 이건 협동을 거의 높이지 못했다. 그래서 최정규 교수는 이타적 인간의 출현」에서 이렇게 말한다.
서로 간에 하나임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 이메일이나 문자보다 서로 만나서 술한잔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걸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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