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성 휴리스틱
인간은 선택을 할 때 그다지 정교한 계산을 하는 동물이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서인간은 대부분의 선택을 대충 찍어서‘ 한다. 비슷해 보이는 물건인데도 가격이 다를 때, 우리는 제품과 가격을 꼼꼼히 비교한 뒤사지 않는다. "싼게 비지떡이야" 라는 속담만 믿고 비싼 걸 덜컥 집는다. 아니면 "싼 게장땡이지"라는 소신으로 싼 걸 덜컥 집거나! 찍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인간은 원래 복잡하게 생각하기싫어하는 동물이다. 생각을 하는 데에는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뇌는 언제나 최소한의 에너지를 써서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 세상만사를 판단할 때 늘 뇌를 풀가동하면 피곤해서 살아갈 수가 없다. 복잡한 생각을 접고 대충 찍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인간의 뇌가 살아남는 효율적인 비법일 수도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런 찍는 기술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부른다. 생각 과정을 최소화해 찍어버리는 뇌의 습관을 뜻한다. 그리고 휴리스틱 중 대표적인 것이 이번장의 주제인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다. - P233
즉 가용성 휴리스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언론이라는 이야기다. 대부분의국민들이 언론을 통해 뉴스를 접하기 때문이다. 100여 곳의 언론이 주구장창 경제위기론을 들먹이면, 사람의 머리에는 "경제가 진짜 문제이긴 한가보다" 라는 공포가 생긴다. 반면 언론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대해 줄기차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위험의 외주화야말로 당장 막아야 하는 시급한 과제다"라는 진보적 신념을 갖는다. 이에 대해 독일 포르츠하임 대학교 경제학과 하노 베크(Hanno Beck) 교수는 저서 「사고의 오류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특정 죽음의 위험성을 평가할 때, 언론에 자주 보도된 것일수록 발생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 언론도 우리의 기억을 각인시키는 데 한 몫을한다. 언론은 높은 빈도가 아니라 관심을 끄는 사안을 보도하며, 이에 따라 우리는내 아이가개에 물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불안해진다. 언론이 위험하다고 여겨 빈번한 보도로 대중의 인식을 키우면 대중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대중의 판단이 다시 보도로 이어지면서 결국 리스크 측면에서 모기만한 사건은 보도매체의 행위로 코끼리처럼 확대된다." - P236
그린하우스는 속보 경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신 판결문을 그야말로 심층적이고 다각도로 분석해 논평했다. 기사의 수준이 너무나 높아 대법관들조차 기사 내용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바로 이런 것이다. 기자는 정보를 쥐고 있는 취재원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 더구나그 취재원이 권력기관이라면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정보 몇 조각에 굽실대는 순간한국의 검찰처럼 정보를 쥐고 있는 곳은 피의사실을 적절히 흘리며 기자들을 꼭두각시로 만든다. 반면 그린하우스처럼 취재원이 꼼짝 못할 수준의 취재와 공부로 무장하면 되레 취재원이 기자의 눈치를 본다. 검사들이 너무나 아파할 정곡을 찌를 능력이 있어야 한다. 는 이야기다. 세상을 바꾸는 언론의 힘은 이런 대목에서 나온다. 이런 사명감이 기자에게 있어야한다. 검찰이 흘려주는 정보 얻어듣고 [단독] 붙이는 게 무슨 기자의 사명이란 말인가? - P238
무능한데 무능하다는 걸 모를 때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자신감 착각(illusion confidence)이라고 부르고, 심리학에서는 더 크루거 효과(Dunming-Kruger effect)라는 이론으로 이를 설명한다. 이이론은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뉴욕대학교스턴 경영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의 공동 작품이다. 두 학자는 실험 대상자들을 상대로 독해와 문법 능력, 운동 능력, 자동차 운전 실력, 남을 웃기는 유머 능력 등 다양한 영역의 테스트를 실시했다. 각 영역에서 뛰어난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이 구분됐다.그리고 그들에게 "당신의 능력은 전체 참여자 중 어디쯤에 위치할 것 같습니까?"를물었다. 그런데 모든 영역에서 유능한 사람들과 무능한 사람들의 답에는 일관된 특징이 드러났다. 무능한 사람일수록 자기가 유능하다고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반면, 유능한 사람일수록 자기가 무능하다고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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