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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노미 - 웹 2.0과 플랫폼 경제학
김태우 지음 / 한빛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
태우's log - web2.0 and beyond : http://twlog.net

이 한 줄로 리뷰는 충분합니다.
책을 쓴 김태우씨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주소지요.
2004년 9월 14일부터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해보는 것만큼 더 생생한 리뷰가 어디있겠습니까? 리뷰를 쓰기 싫어서가 아니라요 사실 안그렇습니까?

리뷰는 온라인에 올리는 것이고, 리뷰를 읽는 분은 온라인에 접속중인 분이고, 그렇다면 그거 뭐 돈 드는 일도 아닌데 책을 쓴 사람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직접 가보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직접 가서 보면 책을 읽을지 말지, 이 사람 얘기에 관심이 생기는지 안생기는지 스스로 더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데 아 뭐하러 생판 처음보는 사람이 쓴 리뷰를 읽으면서 시간낭비를 하시냐는 겁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책은 하룻밤에 다 읽었는데, 리뷰를 어떻게 쓸지는 사흘을 머리를 굴려봐도 가닥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리뷰를 어떻게 쓸까?" 라는 질문을 넣고 머리를 한바퀴 돌리면 "리뷰? 블로그나 한 번 가보면 될껄~" 이라는 답이 나왔고, "자! 그래도 책을 다 읽었으니까 뭐라도 할 말이 있을거 아냐, 리뷰를 어떻게 쓸까?" 라고 몇 번을 물어봐도 답은 "블로그에 가서 보면 되쟎아!"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직도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이 있는겁니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미코노미』라는 책이 읽어볼만한지 책을 읽어본 사람들이 추천을 하는지 마는지 그런게 궁금해서 오신분이라면, 그냥 김태우씨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에 한 번 가보세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주소요? 다시 한번 알려드릴께요. 

『미코노미』의 저자 김태우씨가 직접 운영하는,
태우's log - web2.0 and beyond : http://twlog.net

*

자 그럼 지금부터 저는 마음놓고 제멋대로 리뷰를 쓰겠습니다. 
2008년 1월 16일. 오늘의 일기 대신 쓰는 리뷰입니다. 그래서 제멋대로 말 놓습니다. 야자타임 스타트! 

*

나흘째 엄마한테 문자보내기를 가르쳐드렸다. 
나이 드신 분들의 특징중 하나는 어지간하면 그냥 살아온대로 살아가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은 매우 드물다. 

엄마 나이 올해 67세. 한글을 읽을 수 있지만 쓰기는 서툴다. 9남매 중에서 가장 맏이로 태어난 엄마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동생을 돌보고 가사를 돕느라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동생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자 동생보다 뒤쳐지는게 싫어서 어찌어찌 한글을 배우기는 했는데 정식으로 배우지 못해서 그나마 쓰기는 잘 못하는 것이다.

사실 한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엄마가 휴대폰 문자를 보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받는것만 해도 다행인데 문자라니. 

엄마는 아직도 내가 컴퓨터로 노래를 듣고 요리 방법을 찾아보고 옷을 사는 것을 보면 아이처럼 신기하고 놀란 눈을 뜨고 '참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분이다.

그런데 어느날 엄마 휴대폰에 '할머니 사랑해요'라는 메세지가 왔다. 다섯살짜리 손녀딸 연서가 보낸것이다. 요즘 엄마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존재. 연서. 네 살에 벌써 한글을 읽더니만 지금은 받침하나 틀림없이 한글을 다 쓴다. 고사리 손으로 한글을 쓰는 것만해도 신기해서 보고 또 보고 감탄을 하는데, 그 꼬맹이가 직접 문자를 써서 보냈다니! 엄마는 감탄이라기보다는 그보다 더한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날부터다. 엄마는 꼬박 일주일을 슬픔에 가득찬 표정으로 지냈다. 밥을 먹어도 기운을 못내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도 줄곧 딴생각만 하는 엄마. 하도 그러길래 안그래도 뭔 일인가 물어보려던 참이었다. 지난 일요일 밤, 자러 방으로 들어가는 나를 불러 세우는 엄마. 쇼파에 앉혀놓고 딱 한마디를 하셨다.

"문자 어떻게 보내는 거니?" 

이 말 한마디를 던지고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엄마.

"문자? 왜? 엄마 문자 배우게? 그거 좀 복잡한데.. 그냥 할 말 있으면 전화루 해. 요샌 통화료두 많이 내려가서 괜챦어."

그랬더니 그게 아니란다. 연서가 그러더라는 거다. 할머니! 저 인제 문자 보낼줄 알아요. 그거 엄마 휴대폰으로 제가 보낸거예요. 근데 할머니 왜 답장 안해요? 라고. 그래서 할머니는 문자 보낼줄 모른다고 했더니 연서 왈, 할머니는 어른인데 왜 아직도 문자도 못보내요? 그럼 우리집에 오면 내가 가르쳐줄께요 라고 했다고, 다섯살짜리 꼬맹이두 하는데 나두 배워야겠다고, 손녀딸한테 챙피해서 살겠냐고...

이리하여 내가 엄마에게 문자보내는 방법 알려드리기라는 막중한 사명을 받게 된 것이다. 오늘로 꼭 나흘째. 막연했지만 시작하고보니 길이 열렸다. 쉽진 않았지만^^ 

엄마한테 문자보내는 방법을 알려드리기 위해서는 한글이 자음과 모음으로 만들어지는 글자라는 설명부터 드렸어야 했는데 엄마는 끝끝내 자음과 모음의 차이를 이해하지는 못하셨다. 이해하지 못했다기보다는 이해하고싶지 않으신 모양이었지만. (누가 그런거 가르쳐달랬냐? 문자 어떻게 보내는거냐고 물어보는데 뭔 딴 소리야? 라는 표정만 짓는 엄마.)

기역 니은 디귿 아 야 어 여는 아신다. 그런데 자음과 모음이 합해서 한 글자가 나온다는 것, 받침으로는 자음만 쓴다는 것을 설명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자음 'ㅎ'을 만들기 위해 'ㅇ'을 누르고 획추가를 하라는 것을 아무리 설명을 해드려도 'ㅇ'누르고 'ㅗ' 눌렀는데 'ㅎ'이 안되고 자꾸 '오'가 된다고 갑갑해하신다.

하지만 결국 엄마는 해냈다. 여전히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한글의 구조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획추가를 왜하는지 모르면서도 어쨌든 혼자서 문자보내기에 성공한 것이다.

[남이아얹오니]
[남이야언져오니]
[미영아부엇하니]
[연서야모하니]
[연서야재밌게놀구잇니]

이게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가 혼자 써서 보낸 문자다. 자음 모음이 뭔지 획추가를 왜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분이 어떻게 이런 문자를 보냈는지 그건 엄마 자신만이 아신다. 설명을 요구하면 아마 엄마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실것이다.

하긴 지금 이 순간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다섯살짜리 꼬맹이가 어떻게 문자 보내는 방법을 알아냈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도 그 꼬맹이한테 휴대폰 문자보내기 특강을 해준 적이 없는데 말이다.(이건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메카니즘은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세 명의 조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어른들이 그걸 이해하려 할때마다 아이들의 능력은 자꾸 줄어드는게 아닐까 라고 믿게 되었다.)    

아무튼,
엄마는, 소원대로 휴대폰 문자보내기를 할 수 있게 되셨고,
나는, "엄마 인제 문자 잘 보내네?" 했을때 엄마 입가에 피어나던 기쁨의 미소를 보았다.
그것으로 된거다. 그것으로 행복한거다. 

미코노미, 이제서야 책 이야기를 하겠다. 책을 쓴 김태우씨는 말한다. 

이 책의 독자들이 내가 미코노미를 연구하면서 새로운 것을 깨달았을때마다 느낀 희열을 느꼈으면 한다.
새로운 경제 이야기로 마음에 사명감이 활활 타오르고 식어버린 열정이 되살아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사람답게 볼 수 있는 따스한 시선을 되찾기 바란다. -저자 서문


자음이 뭔지 모음이 뭔지도 모르지만 한글을 읽고 쓰는 엄마처럼,
나는 오픈소스데이타베이스? SNS? RSS? 그런 거 다 모르면서 태연작약 웹2.0을 이용한다.

어떤 계기로든 누군가 김태우씨에게 웹2.0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면 김태우씨는 기쁠 것이다. 기꺼이 위에서 밝힌 바램을 담아서 열정적으로 웹2.0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것이고. 설명을 들은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나름대로 웹2.0을 이용해서 뭔가를 할 것이다. 해 낼 것이다. 

한글 원리따위 잘 모르지만 아무튼 휴대폰으로 문자보내기를 해내야만 하는 절실한 이유가 생겼던 나의 엄마처럼, 나는 웹2.0이 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것으로 앞으로 내가 원하는 그 무엇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소망으로 책을 읽었다. 

아직은 어리둥절~ 기분은 그냥 그렇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저자의 바램 한가지는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경제 이야기로 마음에 사명감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명감? 살아있는 사람으로서의 사명감이다. 이게 좀 뜬구름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나에겐 아주 구체적인 일이다. 타인에게 관심을 주고 관심을 얻고 싶어하고 잘 먹고 잘 살고 싶어하는 의욕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명감!

내가 살았으니 책을 읽고, 글도 쓴다. 내가 살아있으니 취향이라는 것도 있고 제멋에 산다 할 때 나름대로 제멋도 가지고 있다. 내가 살아있으니 또 누구 없나? 뭐 재밌는 일 없나? 그러면서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다닌다. 

그런 사명을 동네에서만 하지 말고,
일터에서만 하지 말고,
한국말 통하는 사람하고만 하지 말고,
더 큰 무대에서 해보라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고 말해주는 책. 미코노미!

씨익-
책을 덮으며 가만히 내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알아본 사람이 있으려나?  
^ㅡ^ 

 

-에필로그-

책에 참 좋은 말이 많이 나온다.
참여, 공유, 개방, 투명성, 단순성, 창의성, 신뢰, 열정, 믿음, 사람, 대화. . .
그런 좋은 말들이 실제로 적용된(그렇다고 볼 수 있는) 사례도 많이 나온다.
달롱넷, 룰루, 재즐, 엣치, 플리커, 오마이뉴스, 트렌드왓칭, 조나단블로그, 레드핀, 구글, 셀라밴드, 태우's블로그, 바이미. . .

엥? 내가 자주 가는 사이트는 하나도 없네?
거의다 외국말로 된 사이트,  
오마이뉴스는 원래 뉴스를 찾아다니면서 보는 편이 아니고,
달롱넷이나 태우's블로그, 바이미는 이 책에서 처음 본 거고,
그러니 책 다 읽고 나서 그냥 어리둥절이지.ㅋㅋ

하지만 흥미로운 곳이 꽤 있네. 특히 룰루, 재즐, 엣치, 플리커, 트렌드왓칭, 레드핀, 셀라밴드, 태우's블롤그, 바이미. . .  뭐야 거의 다 쟎아! 크흐

그러고보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급해지는 건 역시 영어다. 아- 아- 아- 영어를 한글처럼 읽고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룰루에 가서 내 책을 출판해서 전 세계 사람들한테 팔 수 있을텐데!

아니 아니 아니지! 그건 핑계지! 
한글 영어 둘 다 잘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냐고! 
영어로 책을 내고 싶은데 영어를 못한다면?
우선 한글로 책을 써. 그리고 번역을 부탁해.
그래서 영어로 책을 내!
오케이?
그러니까 영어를 못해서 뭘 못하겠다는 핑계나 대고 있을거면 그만 끝내라구!
그래서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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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뷰] 미코노미
    from bizbook-Think Different !! 2008-01-21 11:04 
    Me와 Ecomomy의 합성어로 개인이 중심이 된 경제학에 대한 책입니다.저자인 김태우 씨는 Web 2.0의 시대에서 전업블로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태우's log (web 2.0 and beyond : http://twlog.net )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NCsoft의 오픈마루 홈페이지에서 알게되었는데, 기업이나 개인의 후원으로 Web 2.0 컨퍼런스를 참여한 사람으로도 유명합니다.(예전에 ASP 쪽 책으로 유명한 태요?? 라는 분과 혼동..
 
 
 
이태준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4
이태준 지음 / 돌베개 / 2003년 11월
품절


■ 명제

아내가 아이를 가지면 딸일는지 아들일는지는 아직 모르면서도 두 경우를 다 가정하고 미리부터 이름을 지어 보는 것은 한 아비 되는 이의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작품에 있어서도 그렇다. 상想이 정리되기 전부터 떠오르는 것이 표제요 또 표제부터 정하는 것이 광막한 상의 세계에 한 윤곽을 긋는 것이 되기도 한다. 새하얀 원고지 위에 표제를 쓰는 즐거움, 그것은 훌륭한 회화繪畵가 아닐 수 없다. 나중에 고치기는 할지언정 나는 번번이 표제부터 써놓곤 한다. 표제를 정하는 데 별로 표준은 없다. 콩트의 것은 경쾌하게, 신문 소설의 것은 신선하고 화려하고 발음이 좋게 붙이는 것쯤은 표준어라기보다 자연스런 일이요 단편에 있어서는 다만 내용을 솔직하게 대명시키는 데 충실할 뿐이다.

-58쪽

■ 구상

동양 소설에서는 삼국지류의 무용전武勇傳이기 전에는 서양에서처럼 고층 건축과 같은 입체적 설계는 어렵다. 생활 형식이 저들은 동적인데 우리는 정적이요 저들은 입체적인데 우리는 평면적이다. 점잖은 인물이면 저들과 같이 결투를 청하거나 경마나 골프를 하지 않고 정자에 누워 반성하고 낚시질이나 바둑을 둔다. 이렇게 조용한 인물과 생활을 가지고 변화를 부린댔자 작자의 뒤스럭만 보이기가 십상팔구다. 왜 사소설이 많으냐? "이것은 작자들의 무기력이다." 이렇게 단정하는 것은 그 자신 역시 약간의 부족이다. 동양화에서 입체감을 찾는 소리나 비슷하다. 구상, 이것은 동양 소설가들이 받는 최대의 고통일 것이다.


(크크크.. 이태준 작가는 아무리봐도 내 스타일이다.
자기합리 천재재능! 그게 정신건강에는 짱 좋다.)
-59쪽

■ 인물

내가 만드는 인물이라 내 마음대로 부릴 수 있으려니 했다가 몇 번 실패하였다. 얼굴이 생기고 말씨가 나와 버리어 한번 성격이 결정만 되면 천하 없는 작가라도 그 인물에게 끌려 나가든지 그 인물을 잡아 버리든지 두 가지 길밖에 없을 것이다. 사건의 발전을 봐서는 꼭 필요한 행동인데 인물이 듣지 않는 경우가 여간 많지 않다. 사건은 완성시키지 못할지언정 인물을 어절 수 없는 것이다. 작자가 예상한 사건을 원만히 행동해 주는 인물,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복안腹案*을 오래 끄는 시간 여유가 제일이라 생각한다.

*복안腹案: 마음 속에 간직하고 아직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생각
-59쪽

■ 사상

문예 작품에서는 사상보다는 먼저 감정이다. 사상으로 명문화하기 이전의 사상, 즉 사고를 거친 감정이라야 할 것이다. 흔히 작품의 생경*성은 이미 상식화한 사상을 집어넣는 데 있다. 그러므로 사상가의 소설일수록 너무 윤리적이 되고 만다. 그런 작품은 아무리 대가의 것이라도 철학의 삽화 격이어서 문학으로는 귀빈실에 참렬*하지 못할 것이다.


(생경.. 참렬.. 옛말과 지금 말은 정말 많이 다르군.)
-60쪽

■ 제재

잡기장이 책상에 하나, 가방에나 포켓에 하나, 서너 개 된다. 전차에서나 길에서나 소설의 한 단어, 한 구절, 한 사건의 일부분이 될 만한 것이면 모두 적어 둔다. 사진도 소설에 나올 만한 풍경이나 인물이면 오려 둔다. 참고뿐 아니라 직접 제재로 쓰이는 수가 많다. 나는 사건보다 인물을 쓰기에 좀더 노력하는데 사진에서 오려진 인물로도 몇 가지 쓴 것이 있다. 제재에 제일 괴로운 것은, 나뿐이 아니겠지만, 가장 기민하게, 가장 힘들여 취급해야 할 것일수록 모두 타산지석으로 내던져야 하는 사정이다.

-60쪽

■ 문장

'내 문장'을 쓰기보다는 될 수만 있으면 '그 작품의 문장'을 써 보고 싶다. 우선은 '그 장면의 문장'부터 써 보려 한다.

-61쪽

■ 퇴고

소설만으로 전업을 못 삼는 것은 슬픈 일이다. 충분히 퇴고할 시간을 얻지 못한다. 이것은 시간에만 미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의 문제가 될 것도 물론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으로 책임을 피하자는 것은 아니다.
아마 조선 문단 전체로도 이대로 3년이면 3년을 나가는 것보다는 지금의 작품만 가지고라도 3년 동안 퇴고를 해놓는다면 그냥 나간 3년보다 훨씬 수준 높은 문단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음.. 한 편으로는 수긍. 다른 한 편으로는 갸우뚱.)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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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4
이태준 지음 / 돌베개 / 2003년 11월
품절


남의 글처럼 내 글이 쉬웠으면,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자기가 쓴 것은 동사 같은 뚜렷한 말에서도 그 잘못된 것을 얼른 집어내지 못하면서 남의 글에서는 부사 하나 덜 된 것이라도 이내 눈에 걸리어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남의 눈에 든 티는 보면서 어찌하여 네 눈에 든 대들보는 보지 못하느냐?"
한 예수의 말씀은 문장도에 있어서도 좋은 교훈이다.
자식처럼, 글도 제게서 난 것은 애정에 눈이 어리기 때문인가? "여기가 잘못되었소" 하면 그 말을 고맙게 들으려고는 하면서도 먼저는 불쾌한 것이 사실이요 고맙게 여기는 것은 나중에 교양의 힘으로 디는 예의였다. 내 글이되 남의 글처럼 뚝 떨어져 보는 속, 그 속이 진작부터 필요한 줄은 알면서도 그게 그렇게 쉽게 내 속에 들어서 주지 않는다. 문장 공부도 구도의 정신에서만 성취될 것인가 보다. -55쪽

오늘도 작문 40통을 앞에 놓을 때, 불현듯 도화 교원圖畵敎員이 부러운 생각이 났다. 도화라면 백 장인들 꼲기* 얼마나 쉬우랴! 이것은, 그 자질구레한 글자를, 그렇게도 아낄 줄 모르고 많이만 늘어놓은 글자들을 한 자도 빼놓지 않고 발음을 해봐야 한다. 음미해야 하고 또 다른 것과 비교해야 한다. 도화나 작문이나 다 보아야 하는 의무는 마찬가지지만, 도화를 꼲는 것은 미용美容의 심사요, 작문을 꼲는 것은 신체 검사라 할까. 얼른 들떠 놓고 한 눈으로 보고는 어떻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작문이다. (*꼲다: 잘잘못을 따져 평가하다.)

이 점에 있어 그림은 글보다 언제나 편리하다. 미술은 전람회장에 들어서면 두 시간 내지 서너 시간에 수백 명의 작품을 완전히 감상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문학은 『전쟁과 평화』같은 것은 그 하나만 가지고도 여러 주야를 씨름해야 한다.
그런 글, 그런 문학이면서도 이 스피드 시대에 그냥 엄연한 존재를 갖는 것은 이상스러울 만한 일이 아닌가.

더구나 작문에 있어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가장 불유쾌한 의무다. 그냥 "여기가 좋소" 그냥 "여기는 이렇게 고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투로만 보아 나간다면 좋겠는데 -56쪽

교무상 채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과학에서와 같이 공식적인 해답을 쓰고 못 쓴 것이라면 한 문제에 몇 점씩으로 해서 그야말로 과학적인 정확한 채점이 될 수 있지만 글은 그런 계산적인 채점 표준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90점을 주면서도 이것은 어째서 90점에 해당한다는 논리적인 선언은 할 수 없다. 대체大體*가 감정 속에서 처리되는 것이므로 작문 점수란 영원히 부정확한 가점수일 것이다. (*대체: 기본적인 큰 줄거리)

낮은 점수를 받는 학생의 불유쾌는 물론의 것이려니와 야박스럽지만 더 잘 쓴 여러 층의 사람들이 위에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낮은 점수를 매겨야 하는 교사도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일이다. 점수가 적은 것을 들고 그 학생을 부를 적에는 남에게 변변치 못한 음식을 줄 때와 같이 손이 잘 나가지 않는 것을 학생들은 아마 몰라줄 것이다.
재능이든 선악이든 남을 전형銓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요 또 좋은 업이 아닐 듯 싶다. 더욱 남에게
"너는 종신 징역에 처한다."
"너는 사형에 처한다."
하는 분들은 그 자신들부터 얼마나 신산辛酸할 것인가!
-56-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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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학과 선택법 - 탐색의 달인 시리즈 진로탐색
강성국 지음 / 케이펍(KPub)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엄마, 저 어떤 과에 가면 좋을까요?"
"그런 거 생각할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봐.
점수만 높아 봐라. 어디든 못 가겠니?"
(사실 엄마도 네가 어떤 학과에 가야 좋을지 모른단다.)

"아빠, 요즘 청년 실업이 심각하대요."
"성적이나 올리고 얘기해. 좋은 대학 나오면
여기저기서 어서 옵쇼~ 할테니."
(실은 아빠도 네가 어떤 일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구나.)
 
   

-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학과 선택법> 28p.


 

이 책을 고른 이유.

고3이 되는 조카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까이 지내는 선배 언니의 딸이다. 그동안 언니가 딸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최근 딸이 학원도 빼먹고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평소에 안하던 행동을 한다고 걱정하는 소리를 자주 한다. 방학 전에는 야간자율학습도 몇 번이나 빼먹어서 결국 담임선생님과도 상담을 한 모양인데 갑작스러운 딸의 방황에 언니까지도 어쩔줄 모르는 모습이 딱할 정도였다. 딸과 대화를 해보고 나서 나름대로 언니가 내린 결론은, 딸이 딱히 '하고싶은 일'이 없다는 게 문제인것 같다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결론이다.
 
'고3'이라는 신분은 말만 들어도 왠지 중압감이 느껴진다. 
왜 그래야하는 걸까? 열아홉살, 그 찬란한 시간에 어찌된 그림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힘과 열정을 다해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시간으로도 부족한데 '뭘 해야 좋을지 몰라서' 방황해야하는 현실이라니... 참 갑갑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책에서 기대한 것과 그 결과

이런 방황을 잠재울 수 있다고 기대하고 책을 고른 것은 아니다. 다만, 선배언니의 딸이, 동,서,남,북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채 아무 버스나 오는대로 잡아탔다가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는 일은 막고 싶었다.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행선지, 출발시간, 요금이 쫙 표시된 안내판 앞에 서는 기분으로 책을 골랐다.

책 내용은 기대 이상이다.(기대를 너무 낮게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하도 듣도보도 못했던 학과 이름이 많길래, 그냥 전국에 개설된 학과이름이나 빠뜨리지 않고 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되니까 말이다. 지금 현재 열려있는 가능성을 놓치지 않고 나와 가장 코드가 맞는 학과를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책에서 학과 이름을 다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단순한 열거가 아니라, 계열별로 찾아보기 쉽게 정리되었고, 또한 여러 직업과 연결하여 학과와 적성, 취업 진로까지 따져볼 수 있는 구성이 특히 맘에 든다. 학과를 선택할때 부모나 선생님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답도 제시한다.

   
  마치 공부만 잘하면, 성적만 높으면 세상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학부모들이 아직도 참 많다. 물론 어느 과에 가려고 하든,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든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러나 좋은 성적은 적합한 진로를 찾을 때 필요한 도구이지 결코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진로 지도 전문가들은 자녀의 진로 지도에 막막해하는 학부모에게 입을 모아 조언한다. 자녀의 특성을 부모의 시각이나 사회의 기준으로먼 규정짓거나, 성적이라는 틀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고. 진로 지도는 자녀를 '지금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격려해 주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부모들은 자녀의 미래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걱정은 많이 하는데 정작 그 고민의 중심에는 자녀, 그러니까 부모가 기대하는 것이 아닌 자녀가 정말 좋아하는 것과 자녀의 생각이 빠져 있다.
그렇다면 수험생은 어떻게 자신의 학과를 선택해야 할까? 바로 적성과 흥미를 아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너무 흔히 드는 말이라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이것이 전공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요소다. 먼저,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이 과정에서 부모는 누구보다도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부모는 자녀의 성장과정 전체를 가장 가까이서 관찰해 왔기 때문에 서로 협력할 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현재 많은 학교에서 실시 중인 진로 적성 검사나 인성 검사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학교에서 검사를 받지 못했다면 노동부가 운영하는 청소년 워크넷 사이트 등에서 무료로 검사를 받아보자.(p.44 탐색하기01 참조) 유료로 심층 검사를 실시하는 곳도 여러 곳이니 자기 탐색이 학과 선택, 나아가 진로 결정의 시작임을 잊지 말고 적극적으로 적성 찾기에 나서 보자.(29~30쪽) 
 
   

내용

(책의 내용은, 책의 목차를 참조하시길~ 목차에 따른 내용이 알차게 들어있음) 


아쉬운 점

부록, 수도권 지하철로 연결되는 4년제 대학, 전국 4년제 대학 목록이 나온다. 이왕 부록으로 편집하는 건데, 몇 페이지 더 해서 2년제, 3년제 대학 목록도 넣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이 책을 선물한다면 누구에게?

우선은 올해 고3이 되는 모든 학생과 부모님에게 주고싶다.
그가 이미 꿈이나 목표를 확실하게 해두었다해도, 한번쯤, 다양한 학과 이름을 살펴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길로 가겠어!' 라고 재차 자신의 목표를 확정한다면 그것도 나쁠 것 없을테니까. 

굳이 고3을 위한 책이라고 한정지을 이유도 없다. 겨울방학, 저녁에 식구들이 모여 앉을 시간이 더 많을 때, 중학생,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이 책을 앞에 놓고 서로의 꿈을 이야하고 북돋워줄 수 있는 기회로 삼기에도 충분한 길잡이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같은 사람.
30대든 40대든 심지어 60, 70대 연령이라해도, 이제야 비로서 내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대학의 문을 두드리고 싶다면, 점차 세분화되어가고 있는 전공, 학과를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가치 

"엄마, 저 어떤 과에 가면 좋을까요?"
"그런 거 생각할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봐.
점수만 높아 봐라. 어디든 못 가겠니?"

이런 대화를 대신해줄 수 있다면, 정가대로 다 주고 산다고 해도 12,000원. 책값은 충분히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는가?
다음중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체크해보자.

□ 수능 시험은 모든 학생이 동일한 과목을 시험 본다
□ 대학은 모집 학생의 대부분을 수능 시험 이후에 선발한다
□ 한 반에서 1/3 정도가 서울 시내 대학에 진학한다
□ 직업 적성 검사는 공부하는 중고생에게는 필요 없다
□ 대학의 입학처는 상위권 학생들만이 방문한다
□ 합격될 수만 있으면 학과와는 관계없이 알아주는 대학에 가야 한다
□ 전국의 4년제 대학은 100개를 넘지 않는다
□ 부모들은 1만개가 넘는 직업의 종류를 알고 있다
□ 취업률은 학과와는 관계없이 좋은 대학일수록 높다
□ 부모 세대의 인기 직업은 자식 세대에도 좋은 직업이다

하나라도 맞다고 생각한다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학과 선택법> 표지 뒷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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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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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난 여행 경험이 많은 기타리스트와 긴 대화를 나누었다.  
그 사람 말로는 60년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누구 못지않게 연주를 잘했다고 한다. 그는 카를로스 산타나에서 랜디 캘리포니아, 지미 헨드릭스, 지미 페이지까지 온갖 사람과 무대에 함께 섰단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많은 걸 가르쳐준 기타리스트는 그가 풋내기일때 만났던 한 나이든 블루스 연주자였다고 한다. 어떻게 연주하는지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더니 이렇게 대답해주었다고 한다.
"난 자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15분 만에 가르쳐줄 수가 있네. 그러면 자네가 해야 할 건 집에 돌아가서 15년 동안 연습하는거야."
                                                                  - 데릭젠슨 <네 멋대로 써라> 에서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주십시요."
나이든 작가 윌리엄진서에게 부탁했다.
"난 자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15분 만에 가르쳐줄 수가 있네.
그러면 자네가 해야 할 건 집에 돌아가서 15년 동안 연습하는 거야."

그리고 15분 동안 그가 알려준 것, 그것이 이 책 내용이다. (내가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15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것 아닌가! 훗-)

 

   
  글은 써야 는다. 그거야 당연한데, 이 말이 당연한 것은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강제로 일정한 양을 정기적으로 쓰는 것이다.

신문사에서 매일 글 두세 편을 써야 하는 일을 하면 여섯 달 안에 훨씬 잘 쓰게 될 것이다. 반드시 좋은 글을 쓰게 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군더더기와 진부한 표현이 가득할 수 있다. 하지만 종이 위에 언어를 펼쳐놓는 힘과 자신감이 생기고 일반적인 문제를 알게 될 것이다.

모든 글쓰기는 결국 문제 해결의 문제이다. 어디서 사실을 수집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접근법이나 태도, 어조나 문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무엇이건 간에 그것은 부딪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49p.)
 
   


   
  궁극적으로는 글 쓰는 이가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나는 전에는 한 번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과학 분야의 글을 재미있게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나를 사로잡는 것은 자기 분야에 대한 글쓴이의 열정이다. 그는 왜 그 문제에 끌렸을까? 그는 그 문제에 대해 어떤 감벙을 품고 있을까? 그것이 그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월든 호수의 체험을 쓴 작가를 이해하기 위해 월든 호숫가에서 혼자 일 년을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좋은 글쓰기의 핵심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여기에서 나온다. 바로 인간미와 온기다. 좋은 글에는 독자를 한 문단에서 다음 문단으로 계속 나아가도록 붙잡는 생생함이 있다. 이것은 자신을 꾸미는 기교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명료하고 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의 문제다.

그런 원칙은 가르칠 수 있는 것일까?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원칙은 대개 익힐 수 있는 것들이다. (17p.)
 
   

 
이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인간미'와 '온기'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더욱 집중하여 책을 읽었고, 이 책이 어째서 30년동안이나 많은 사람에게 읽혀졌는지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읽게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작가가 말했던, '글쓴이의 열정'이다. 지난 30년이 문제가 아니다. 윌리엄진서가 살아있는한, 아니 그가 죽더라도 오랫동안 이 책은 많은 사람에게 읽혀질 것이다. 

*

   
  글쓰기는 종이 위에서 생각하는 행위다.(128p.)
 
   

 

*

인상깊은 구절이나 도움이 되었던 부분을 쓰자면, <글쓰기 생각쓰기> 책 전체를 옮겨놔야 직성이 풀리겠지만 그럴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그럼 어떻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리뷰가 될 것인가?  적어도 이 책에서 배운 한가지는 연습해봤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다면 좋다. 그 한가지란? 바로, 더 쓰고 싶더라도, 끝이라고 느낀 곳에서 곧바로 끝내야한다는 것, 끝.


물론이다. '이 생각은 내가 스무살때 일기쓰면서 했던 생각인데!' 라면서 잠깐 억울한 표정을 지어봤지만 실은 이건, 글을 쓰는동안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말이다. '그럼 작가는 '생각'을 파는 사람인가? 아니면, '생각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사람인가? 그건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곁들여지면서 재미있게 책을 다 읽었다. 지금 생각으로는 작가는 생각을 파는 일이라기보다는 '생각하는 행위'를 보여주는 일이 맞다. 음악 분야로 생각해보면 '작곡가'도 있고 '가수'도 있고 그렇지만, 작가는 분명 노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그렇다면 더욱 분명해진다.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것이라면 더 이상 나 혼자만의 노래가 아니지 않은가! 아직까진 '생각하는 행위'를 라이브로 공연하는 일은 없지만, 누가 알아?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런 끔찍한 '언젠가'는 없었으면 좋겠구먼! 아아아! 혼자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이제 좀 돌아오시지! 지금 당신 <글쓰기 생각쓰기> 리뷰 쓰는 중이라고! 아참참참...    

나로 말하자면, 예전부터 스트레스해소법으로 글쓰기만한것이 없다고 느껴왔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하고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도 '말'보다는 '글'이 더 효과적이었던 사람이다. 아직까지 글쓰기를 업으로 해본적은 없지만 이 책을 읽고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 간단히 결정할 문제가 아닐텐데? 생각해봐. 글쓰기는 지금 니가 유일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런데 그걸 '일'로 한다구? 일로 한다는건 책임이 따르는거쟎아. 책임지는 거 지긋지긋하지 않아? 니가 '책임'이라고 느낀 순간, 너는 또 다른 사람 책임까지 떠안게 될 거야. 그럼 또 싫증낼거구. 그땐 어쩔래? 

그런가? 그럴지도.. 나참. 근데 왜 이렇게 소심해진거야? 책에서 가르쳐준건 이런게 아니쟎아? 리뷰를 왜 써? 나 자신이 <글쓰기 생각쓰기>에 대한 생각을 더 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한거지. 좋은 책이구,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글쓰기'에 대한 답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던거쟎아? 그런 책임감이라면 얼마든지! 꼭 돈받고 하는 일만 일인가, 조금이라도 내가 '책임'을 느끼는 일이라면 그게 일이 될 수도 있는거지!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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