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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ㅣ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많이 감탄해라.
테오에게...
네 편지를 보니 미술에 큰 흥미가 있는 것 같구나. 좋은 일이다. 네가 밀레, 자크, 슈레이어, 랑비네, 프란스 할스 같은 화가들을 좋아한다니 나도 기분이 좋다. 모베가 말했듯 "바로 그거다." 밀레의 그림 「저녁 기도」, 정말이지 '바로 그거' 라니까. 장엄하고 한마디로 시 그 자체인 작품이지.
너와 그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얼마나 바라는지...... 지금은 편지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지.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산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화가들 중에는 좋지 않은 일은 결코 하지 않고, 나쁜 일은 결코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 중에도 좋은 일만 하는 사람이 있듯.
1874년 1월
미켈란젤로의 인물은 어떠냐? 다리는 길쭉하고 엉덩이도 펑퍼짐하지만 아주 근사하지 않니. 세레에게 전해다오. 밀레와 레므리트야말로 진정한 예술가라고. 그건 그들이 건조하고 분서적인 방식으로 대상을 검토한 후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고, 대상에서 받은 느낌에 따라 그렸기 때문이다.
대상을 변형하고 재구성하고 전환해서 그리는 법을 배우고 싶다. 그 '부정확성'을 배우고 싶다. 그걸 거짓말이라 부르겠다면, 그래도 좋다. 그러나 그 거짓말은 있는 그대로의 융통성 없는 진실보다 더 '진실한 거짓말' 이다.(131p.)
사랑하는 동생에, 너에게 진 빗이 너무 많아서 그걸 모두 갚으려면(꼭 갚게 되리라고 믿고 있다) 내 전 생애가 그림 그리는 노력으로 일관되어야 하고, 생의 마지막에는 진정으로 살아본 적이 업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유일한 문제는 그림 그리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늘 이렇게 많이 그리지 못할 것라는 사실이다.
지금 그림이 팔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히는 까닭은, 네가 그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 말처럼 내가 아무런 소득이 없다는 사실이 너에게 폐가 되지 않는다면, 사실 나에게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돈 문제와 관련해서 내가 기억해야 할 것은, 50년을 살면서 1년에 2,000프랑을 쓴 사람이라면 평생 10만 프랑을 쓰게 되는데, 그렇다면 그는 당연히 10만 프랑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술가로서 평생 100프랑짜리 그림을 1,000점 그려야 한다는 말인데, 그건 너무 너무 힘든 일이고, 실제로 그림이 100프랑에 팔리고 있으니...... 그렇다면 우리의 과업을 이루기는 너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힘들다고 상황이 바뀌지는 않겠지.(21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