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레밀이 그림자가 없는 인간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비장소화를 통해서이다. 칠십 리 장화 덕분에 그는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한달음에 갈 수 있고, 세계의 구석구석을 자기 집처럼 친숙하게 돌아볼 수 있다. 그의 시야는 지구 전체로 확장되며, 인식의 지평 역시 그러하다.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은 이제 그에게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인류 전체에 속하는 방법을 발견했기 때문이다ㅡ자신의 모든 시간을, 여생 전체를 글자들과 맞바꿈으로써. 얼굴 없는 저자가 되어 자기가 쓴 책들의 배후로 사라짐으로써.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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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영혼을 잃지 않았다 해도 인간다움을 표현하는 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인간 세상에서 배척당하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눈물의 진주‘는 요술 할머니를 만나 눈물을 진주 목걸이로 바꾸는 소녀의 이야기다. - P18

현대 독일 작가가 쓴 《팔아버린 팀의 웃음》이 있는데, 여기서는 팀이라는 가난한 소년이 악마에게 웃음을 팔고 대신 어떤 내기를 해도 이기는 능력을 얻는다. 팀은 경마에 계속 돈을 걸어 부자가 된다. 하지만 더 이상 웃을 수 없기 때문에 친구들을 잃고 외톨이가 된다. - P19

이런 이야기들에서 주인공은 인간다운 감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주인공이 상실한 것은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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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지순례 - 오늘도 인생 떡볶이를 찾아 떠날 거야
떡지순례(홍금표) 지음 / 비타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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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울산이 없다. 그래도 광역시인데 한 군데도 없다니... 실망했지만 그래도 별 다섯! 왜냐면 떡볶이집 기록이니까! (떡볶이는 맛있으니까! 떡볶이는 다양하니까! 떡볶이는 무한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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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07 2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하 제가 좋아하는 해운대 빨간떡볶이는 있군요. 잘잘라님 덕분에 내일 저녁은 빨간떡볶이와 김밥으로 결정돼버렸습니다. ㅎㅎ

잘잘라 2022-06-08 02:04   좋아요 1 | URL
해운대 가면 빨간떡볶이 먹어봐야겠습니다. ㅎㅎㅎㅎ 문 열면 춥고 닫으면 답답하고,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 닫았다, 열 번만 이러다, 자야죠 뭐😁

mini74 2022-06-08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울산 하면 ㅎㅎ 고래가 자동차 타고 다니는 이미지가 두둥실 ㅎㅎㅎ 저도 떡볶이 엄청 좋아합니다 ~~

잘잘라 2022-06-08 13:02   좋아요 1 | URL
떡볶이는 사랑입니다❤️❤️❤️ 어제 오늘 오랜만에 비가 와서 서늘해요. 더욱 떡볶이가 땡기는 날씨랄까요. ㅎㅎ
 

엄마는 애들을 좋아한다. 우루룽 까꿍부터 시작해서 곤지 곤지 잼잼 도리 도리 잼잼 쎄쎄쎄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내 다리 니 다리 짝 다리... 모두 다 엄마가 애 데리고 놀 때 불러주던 거 들으면서 배웠다. 


-나 : 엄마! 나 어릴 때도 이런 노래 불러줬어?" 

-엄마 : 불러줬지 그럼.

-나 : 근데 왜 기억이 안 나지?

-엄마 : 바빠서 안 불러줬나? 하긴 노래 불러줄 새가 어딨냐. 밥 하고 빨래 하고 청소하고 너 어릴 땐 꼬리표 집에서 셋방살이 한다고 틈만 나면 주인 여자가 꼬리표 붙이라고 눈치를 줘서 아이그 진짜 그때 생각하믄 희숙이 엄마가 진짜 벨났어. 쪼끔만 지 맘에 안 들믄은 승질을 내구 트집을 잡구.. 내가 그 집에서 아주 셋방살이 설움 많이 당했다.

-나 : 그렇다고 노래를 안 불러줘?

-엄마 : 야 뭐 그런 걸 따지냐. 그 집 살 때는 증말.. 아우 진절머리 난다구.


싫은 표정을 하다가두 애기 얼굴 쳐다보구는 환하게 웃는다.


-나 : 엄마는 애들이 그렇게 좋아?

-엄마 : 그럼. 애들만 보믄 좋지. 

-나 : 엄마는 남의 애두 그렇게 좋아하드라?

-엄마 : 아 그럼, 너는 애들 얼굴 보면 안 좋으냐? 애기들이 화수분이야. 절로 웃음 나는 화수분. 아 요새 웃을 일이 뭐 있냐. 애들 보믄서 웃는 거지. 애들은 다 똑같지. 남의 애는 또 뭐래?


하아.. 그러게. 나는 왜 애기들 얼굴을 봐도 웃음이 안 나는지.. 대신 이런 거 보면 웃음 난다.

격월간 문학잡지 Littor 36호 바나나 사진 보고 빵~

Cover Story 요즘 언제 웃어?

글도 읽어보려고 장바구니에 넣었다.

잡지를 다 사고..

웃음 고팠네.

많이 고팠네.



ENERGY BAR 

100% BANANA

NO SUGAR

GLUTEN FREE


나를 웃겨준 그림이나 책이나 뭐가 됐든, 

나의 웃음보따리를 꾸리고 있다.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도록,

그러던 어느 날,  

촤라라라라라~ 보따리 풀어놓고 하하하 웃으면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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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어휘 - 모호한 감정을 선명하게 밝혀 내 삶을 살게 해주는 말 공부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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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p.)작가의 말

마음이 길을 잃고는 한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



딱 내 마음이다. 올해 내내,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노래가 내 입에서 마를 날이 없다. '비라도 우울히 내려버리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인데, 비가 안 와도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햇빛 쨍쨍한 날에도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바람 부는 날에도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날씨에 상관 없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정말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먹고 싶은 것도 없고, 가고 싶은 데도 없고, 보고 싶은 사람도 없어,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하아얀 겨울에 떠나요~ 노래를 부르며 『감정 어휘』유선경 작가의 말을 읽었다. 


(5p.)우리는 오랫동안 '감정'을 깊숙이 파묻고 '이성'이라는 널빤지로 못을 쳐놓고 살았다.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버려야 한다고까지 세뇌 받았다. 감정은 숨기고 다스리고 제어해야 할 작은 악마 같은 취급을 받았다.



맞다. '감정'은 숨기고 다스리고 제어해야 할 작은 악마 같은 취급을 받았다. 정확하다. '악감정'이란 말은 많이 써도 '착한 감정'이라는 말은 없다. "감정적으로 그러지 말고 좋은 말로 합시다."라든지, "왜 일하는데 감정을 섞고 그래?"라든지, "넌 왜 그렇게 매사에 감정적으로 그러냐? 그래가지고 무슨 일을 하겠냐?"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딱딱하게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감정을 터놓고 얘기해봅시다."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감정을 드러내면 대개는 누군가 나서서 말리기 일쑤다. 가족들 사이에도 점점 할 말이 없어진다. 누구 하나 몸이 아파도 "병원 가 봐.", "약 먹어." 그런 말부터 나온다. 아파서 힘들고 더 많이 아플까봐 무섭고 그런 날에 이런 일기를 썼다. '병원 가기도 싫고 아프기도 싫다. 약 먹기도 싫고 아프기도 싫다. 죽기도 싫고 살기도 싫으니 마음은 벌써 다 죽어버렸나?'


죽긴 왜 죽어, 그러다가도 살기가 싫다. 먹고 싶은 게 없을 때 이상하다. 비참하다. 가고 싶은 데가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정말 외롭고, 보고 싶은 사람조차 생각나지 않을 땐 정말 무서웠다. 다행히 책은 읽고 싶었다. '책이라도 읽자' 했지만, 사실 책이 아니었으면 꼼짝 못하고 무서운 감정에 갇혀있었을 것이다. 지난 주에, 캐서린 길디너가 쓴 『생존자들』을 읽고 많이 울었다.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돌보지 않았는지, 내가 얼마나 나에 대해 모르는지 느꼈다. 아닌 게 아니라 상담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역시나 이번에도 책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읽은 책이 『감정 어휘』다. 결론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번에 내가 도움 받은 부분은 '4장 촉감으로 신호를 보내는 감정'에서 '스트레스에 숨은 감정의 실체'를 설명하는 대목과 '모욕에 대한 감성이 부족하면 생기는 일'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가게를 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을 상대한다. 소위 말하는 '진상'에 대해 여느 자영업자 못지 않은 데이터를 쌓아왔다. 그걸로 책을 내라면 두껍게 한 권 쓸 수 있다. 그런 책을 누가 돈 주고 사서 읽겠나 싶어서 참고 있을 뿐이다. 나라면 공짜로 줘도 안 읽을 테니까. 그러나 나 자신을 위해서 내가 상대했던 그 모든 진상들에 대해,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에 대해 꼭 글로 써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마음에 앙금으로 굳어가는 감정들에 이름표를 붙여서 날려버리기 위해서다. 확실한 주제 '모욕, 수치심, 스트레스'에 대해여, 구체적인 소재 '내가 만난 진상들'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처음이고,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처음이다.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상담도 하고 약도 먹겠다. 아직 쓰기도 전인데 벌써 벗어나기 시작한 것을 느낀다. 『감정 어휘』를 꼼꼼히 읽은 덕분이다. 고맙다. 


모욕을 당한다고 자신이 본질이나 실력이 깎이지 않고 추켜세운다고 올라가지 않는다. 나는 그대로 나이다. 기분만 날씨처럼 나빴다가 좋았다가 할 뿐이다. 그리고 그 기분은 곧 지나간다.(보름이 넘도록 지나가지 않으면 전문의의 상담과 처방이 필요하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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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03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잘라님은 잘잘라님! 전 예전에 정말 진상을 만나면 커다란 보아뱀을 상상했어요. 꿀꺽 끄으윽 ~~그러다 정말 간혹 차라리 내가 보아뱀에 먹혀버리고 말지란 생각도 ㅎㅎ 잘잘라님 편의점에 진상금지! 결계라도 하나 쳐드리고 싶네요 ~~ 쓰고 공감하고 욕하면서 응어리가 풀린다고 하던데 잘잘라님 우리 들을 준비 읽을 준비 되어 있습니다 !

잘잘라 2022-06-03 14:20   좋아요 0 | URL
미니님❤️❤️❤️ 진상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진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잘잘라입니다. 저도 다른 데 가서 진상 부릴 때 있어요. 몰라서 그러기도 하지만 알면서도 그러기도..ㅡ.,ㅡ;; 이 책에도 ‘가장 마음 아픈 건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실현될 때‘라는 말이 나와요. 그래서 저도 진상이 안 오길 바라기 보다는 진상에 대처하는 내공을 쌓아가는 쪽으로.. ㅋㅋ(성과는 별로 없지만요 아직은..) 아무튼 알라딘서재는 공공장소이니 여기다 올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여기엔 다정한 미니님도 계시지만 또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