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갈라메뉴 303>, <추억을 꼭꼭 담은 밥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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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갈라 메뉴 303 - 윤혜신의 착한 밥상
윤혜신 지음 / 백년후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슬프다.
봄비가 슬프다.
안타깝다.
봄나물이 안타깝다.
그래도 다 먹고 살게 되어있다.
사람은 사람이라 살고 봐야 한다.
살자니 먹어야지.
배고프니 먹어야지.
먹고 사는 일이다.
먹고 사는 게 인생이다.
『사계절 갈라 메뉴 303』은 요리책인가? 그렇다.
요리책일 뿐인가? 그건 아니다.
요리책일 뿐이면 어떻게 슬픈가.
요리책일 뿐이면 뭐 그리 안타까울 일인가.
봄처녀, 갈 데가 없다.
봄나물 지천인데 봄처녀 갈 데가 없다.
진달래 따가 화전 부쳐먹어야 하는 봄인데,
쑥 캐다가 쑥개떡 해먹어야하 하는 봄인데,
봄처녀, 갈 데가 없다.
우이씨.
뜯고 따고 캐고 다듬어 먹는 재미 (『사계절 갈라 메뉴 303』26p.)
방사능 비가 다 뺏어갔다.
봄처녀, 갈 데가 없다.
뜯고 따고 캐고 다듬어 먹는 재미
일부러 심고 거름 주고 키우지 않아도 저절로 자연에서 나오는 것들이 있다. 봄의 들밭은 싹 천지다. 세상은 지금 온갖 식물들의 싹이 돋느라 여기저기 온통 간질거린다. 쑥은 물론이고 민들레, 달래, 씀바귀 등 애지간한 싹은 다 뜯어 먹을 수 있다. 새로 나오는 풀들은 독이 없다. 질경이도 명아주도 모두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된장국으로 끓여 먹으면 먹을 만하다. 풀독이 오르는 단오 전에는 모든 산과 들의 풀들이 약초가 되는 것이다. (26p.)
그랬다. 방사능 비가 오기 전에는. 지금은
후아..........
그림의 떡이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쭉 이러면,
정말 재미 없다.
올 봄에는 슬프기만 한 이 책이
내년 봄,
내년이 욕심이면 10년 뒤 봄,
10년도 장담할 수 없다면 100년 뒤 봄에는
제발, 제발!
알찬 참고서, 소중한 요리역사책이 되기만을
바라며.
[책 구성]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참 착한 음식' 다섯 편으로 나눠
계절별 '밥/국물음식/밑반찬/김치ㆍ장아찌/별미/지짐ㆍ튀김/전채ㆍ후식' 요리를 담고
계절별 '재료이야기', '착한 밥상 정보' 를 곁들였다.
맨 뒤에 '참 착한 음식' 편은 꼭 챙겨야 할 마음씨다.
길지만 옮겨본다. 그 마음을 따르겠다는 뜻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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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살림 솜씨]
산업혁명 이후로 우리는 지구를 수탈해 가면서 온갖 자원들을 마구 끌어다 모든 것을 다 만들었다. 쓸데 있는 것도 쓸데없는 것도 넘치도록 만들어댔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것을 버릴 만한 곳이 없다. 이미 지구는 오염되었고 쓰레기 포화상태다. 그 쓰레기가 우릴 공격한다. 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먹을거리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먹을 것이 많아서 무엇을 먹을지 모를 정도다. 수많은 음식이 즐비한데도 도무지 먹을 만한 게 없다고 투덜거린다. 배가 부른 탓이지. 요리하는 나도 마찬가지다. 매일 그 음식 타령이다. 그러다 문득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이 든다. 맛있다고 먹고, 영양가 좋다고 먹고, 비싸고 귀하다고 먹다보니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버린다. 집집마다 냉장고, 냉동고, 베란다 뒤란을 보라! 먹을 것이 쌓여 있지 않은 곳이 없다. 이렇게 먹을 것 투성인데도 우리는 오늘도 변변히 먹을 게 없다고 투정이다.
요즘에 와서 나는 부쩍 버릴 만한 것, 안 먹는 것, 때론 먹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조차 모아서 귀한 한 끼 밥상을 차리시던 옛 어른들의 솜씨가 그립다. 쌀 씻을 때 쌀 한 톨도 흘리지 않게 조심했던 어머니, 주룽밥 한 모금도 남기지 않고 다 드셨던 할머니, 찬밥은 모았다가 식혜나 초청을 고시고, 쉰 막걸리는 초병에 모았다가 식초를 만드시고, 도토리 주워다 우려서 묵을 쑤시고, 감자ㆍ고구마 썩으면 녹말을 만드시고, 설거지한 구정물조차도 알뜰히 모았다가 짐승들 먹이고, 산나물ㆍ들풀 하나도 허투로 버리지 않았던 옛 살림 솜씨야 말로 알뜰함을 넘어서 지구를 살리고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의 지혜였다.
요즘은 버려지는 재료들, 안 먹는 재료들을 이용하는 재활용 요리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해 본다. 무엇 하나 버리지 않으셨던 할머니 살림 솜씨를 따라가려고 부단히 노력중이다. 하지만 아무리 솜씨를 부려도 할머니만큼 되려면 아직 멀었다. 그래서인지 조청, 손두부, 식초, 장아찌, 장 같은 전통음식에 더 애정이 간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재료가 있을 때마다 만들어 보고 나눠 먹는다. 찬밥이 많이 남아 조청을 고았더니 친구들이 너무나 맛있다고, 그리운 옛 고향의 맛이라고 칭찬한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케이크가 싫어지고 구수하고 텁텁한 쑥개떡에 손이 가니 말이다.
살림을 알뜰하게 하는 데도 더 신경을 쓴다. 음식물을 다듬다가 나오는 쓰레기는 모아서 땅에 파묻어 거름으로 쓰고, 요리하다가 나오는 쓰레기는 짐승 먹이로 따로 모은다. 파뿌리, 호박씨, 국물 우린 멸치나 다시마도 좋은 먹을거리가 된다는 것을 알고 다시 재활용하고 응용해 본다. 이 생애 태어나서 특별히 좋은 일은 못한다 해도 피해는 남기지 말아야지 하는 심정이다. (348~3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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