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프루스트의 동생 로베르 프루스트는 ˝불행한 일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려면 중병이 들거나 한쪽 다리가 부러져야만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 계절 바로 바람에 낙엽이 날리고 차가운 공기에 옷깃을 여미는 싱숭생숭, 멜랑꼴리한 이 가을에 읽기에 제격이라 생각한다.. 울렁거리는 마음, 걷잡을 수 없는 마음만이 이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맨정신으로는 읽기 힘들다.)
처음이라 힘들지 한 번 도전해 본 경험이 있으니 가뿐하게 1권을 끝냈다. 
10년 만의 재 도전이다. 4권까지 읽다 중단하여 5권부터 읽을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한 번 읽은 부분에서 시작하면 덜 혼란스러울 것 같아 다시 1권부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 책의 고비는 두 번째 장에 있다. 첫 장을 무사히 넘기면 두 번째 장에 비몽사몽 횡설수설하는 환각의 상태, 마르셀의 몽환적 얘기에 고비가 찾아온다. 그것만 넘기면 환각의 방을 빠져나오게 되고 이어서 마르셀의 콩브레(레오니 아주머니 집)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이 시작된다. .
추억은 그 유명한 장면인 어머니 집에서 홍차와 함께 먹은 마들렌을 통하여 회상된다.
아침 인사를 하러 레오니 아주머니의 방에 들어가 기다리
며 그 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의 이미지를 장장 3페이지
에 걸쳐 얘기하지만 참을 만하다. 앞의 환각의 방보다는 읽을만하다.

벽장이나 서랍장, 나뭇가지 무늬 벽지에서 풍기는 더 메마른 향내를 맡게 되면, 이내 나는 늘 말 못 할 식탐과 함께 꽃무늬 침대 커버에서 풍기는 방 중심부의 뒤섞이고 끈적끈적하고 김빠지고 소화가 안 되는, 과일 냄새 속에 들러붙는 것 같았다.˝

모든 사물, 시간, 공간, 사람에 대한 묘사가 아주아주 세밀하다. (지루함의 끝) 성당에 있는 묘석 하나를 얘기하는데 13줄, 성당 채색 유리는 2페이지 반을 차지한다. 319장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게 잠에서 깨어날 때의 불확실한 상태에 대한 얘기라니 새삼스럽게 또다시 놀랐다.
1권은 식물도감을 펼쳐 놓고(네이버 검색) 읽으면 도움이 된다. 꽃과 나무의 이름이 많이 등장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화자가 얘기하는 이미지와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맞는지 궁궁해 하나하나 다 찾아보면서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런데 물고기를 포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나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소에는 있듯만듯하던 그들 민간인들의 힘이ㆍㆍㆍㆍ 그것은 분명 작은 힘들이 모아져 폭풍으로 돌변하는모습이었고, 전에는 전혀 경험해본 바 없는 힘의 섬뜩함이었다. 어느길목에서 갑자기 맞닥뜨릴 때 황급히 옆걸음질치며 피하는 그들은 흐릿흐릿 흩어지는 안개발에 지나지 않았고, 장날이면 호의를 가지고 말을 걸어도 잔뜩 주눅이 들어 말더듬이가 되는 그들은 아무 데도 쓸모가 없는 한 방울의 물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들은 어느 순간에는 한발 앞도 분간 못하게 하는 진한 안개로 뭉쳐지고, 어떤 계기에는 강둑을 사정없이 무너뜨리는 성난 물줄기로 한덩어리가 될 수도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이 세상만물을 창조하실 때 상호간에 조화와 균형을이루며 생존해나갈 수 있는 질서와 지혜를 주셨지. 그 질서를 인간의말로 하자면 먹이사슬이고, 지혜는 동면을 위한 영양섭취나 갈무리가되겠지. 그런데, 만물 중에서 유일하게 하늘의 뜻을 거역한 존재가 일찍부터 있었어. 그게 바로 인간이야. 하늘이 내린 지혜를 활용하되 탐욕적 이기를 채우는 무기로 악용하기 시작한 거야. 인간의 역사란 탐욕을 채우기 위해 지혜를 악용해가며 인간끼리 살육을 되풀이해온 기록에 불과해. 뱀이나 개구리가 동면을 위한 영양섭취를 하나 다음해 봄까지 빈사상태로 견딜 수 있을 정도만 하는 것이고, 개미나 벌이 겨우살이 갈무리를 하지만 마찬가지로 해동이 될 때까지 필요한최소량의 먹이만을 보관해. 그런데 인간은 어떤가. 다음해 봄까지가아니라 자신의 평생을 위해,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손대대로 이어질 갈무리를 하고자 탐욕한 것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이 사는 경우나 생각하는 이치가 사방, 팔방에 미쳐서도 안되고 십육방, 더해서 삼십이방까지 미칠 수 있어야 그나마 원(圓)의 모양에 가까운 원만함을 득하게 되는 법인데, 이놈에 세상이 어찌해서사방도 아니고 이방으로 토막이 나고, 그것도 또 반토막을 내서 일방만 보라 하니 이것 참 큰일날 세상이 되었다. 전 원장이 당하는 고초가 무어냐. 세상사 사람 사는 이치를 둥글게 크게 보려 함인데 그걸죄로 다스리는 것 아니냐. 세상만사가 양이 있어야 음이 있고, 음이있으니 양이 있고, 그것이 조화를 이루어야 순리로 풀리는 법인데, 양은 양만 옳다 하고, 음은 음만 옳다 하니 갈수록 꼬이고 얽힐 수밖에.
예로부터 이런 세상을 난세라 했고, 난세에는 깊고 넓은 뜻 가진 사람이 살기가 어려우니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