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미천왕편 세트 - 전3권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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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2월 중반부터 시작해서 어제를 끝으로 김진명의「고구려」를 5권까지 읽었다. 5권이 마지막 권인줄 알고  읽기 시작해서 흥미진진한 내용에 지루한줄 모르고 읽었는데 현재 5권까지 출판되었을 뿐 앞으로 더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처음 1권부터 3권까지는 그 내용을 일일이 적어서 요약했는데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4권부터는 포기했다.

 

고구려의 초대왕은 동명성왕이지만 이 책은 봉상왕이 안국군과 돌고를 살해하고 그의 칼날을 피해 도망한 을불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맨몸으로 도망하여 소금장수를 하는 등 궂은일을 하며 자라지만 왕손의 피는 그의 운명을 고구려의 왕이 되도록 이끈다. 1~3권은 을불이 온갖 고초를 겪으며 15대 미천왕에 오르기까지의 여정과 그가 죽음에 이르는 내용이고, 4권에서 5권은 을불(미천왕)이 죽은 이후 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큰아들 사유가 고국원왕으로 재위하는 동안의 내용이다.

 

봉상왕은 자신의 안위를 돌보는 데만 급급해 전쟁을 피하고 상대국에 비겁한 모습을 보인다. 그로 인해 빼앗긴 땅이나 국경지대에 사는 백성들은 약탈에 노출되고 굴욕적인 삶을 산다. 

을불은 도망자의 신분일 때 백성들의 참담한 현실을 직접 체험하고 목격한 만큼 잃어버린 땅과 백성들에게 잃은 신뢰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그는 백성의 마음을 얻어 왕이 되고 평생 숙원이었던 낙랑성을 되찾는다. 을불은 아무리 어려운 전쟁이라도 꼭 필요하다면 불사하여 끝내 승리로 이끄는 전무후무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물론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그에게 충성을 다하고 묵묵히 따라준 여러 장수, 국상, 책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설이니만큼 작가의 상상력이 많이 가미되었겠지만 그러한 내용을 읽을 때마다 무언가 울컥하는 감격스러움이 느껴졌다.

을불은 두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 ‘사유’는 백성을 내 몸처럼 아낄 정도로 사랑했으나 장수로서의 기질은 전혀 없고, 둘째 ‘무’는 을불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태어나서 모두 한 마음으로 둘째 ‘무’를 태자로 여기지만 을불은 어쩐 일인지 ‘사유’를 태자로 추대한다. 대소신료들의 걱정은 그대로 맞아 떨어져 사유가 을불처럼 백성을 위하는 지극하나 그 마음이 도를 넘어 전쟁이라면 백성을 위해 무조건 피해버린다. 이것은 을불이나 ‘무’와는 반대되는 성향이어서 주변국들과 마찰을 빚을 때 손해를 보면서도 항상 물러서기만 하는 겁쟁이의 왕은 신하들에게 참을 수 없는 굴욕감을 안겨준다. 오랜 세월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결국 어머니와 동생, 아내, 신하들로부터 외면 받는 외톨이가 되는 ‘사유’를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

1권부터 5권까지 3대 왕이 등장한다. 봉상왕, 미천왕, 고국원왕. 셋 중에 누가 왕으로서 제일 통치를 잘했는지 객관적으로 따진다면 누구나 ‘을불’ 미천왕을 꼽겠지만 5권을 마지막까지 읽고 나니 그것을 따지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전쟁은 서로 번갈아 따귀를 때리는 일과 비슷해요. 어느 한쪽이 맞고 그만두어야 끝나는 거지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때린 뒤 그만두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맞고 끝내려는 거예요. 즉 사람들은 거짓으로 전쟁을 끝내려 하고, 아버지는 참으로 전쟁을 끝내려 하시는 거예요.”라는 ‘구부(사유의 아들)’의 말처럼 ‘사유’는 자신의 이상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불행한 왕일 뿐 못난 왕은 아니었다.

전쟁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통치자가 어떤 신념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인재들이 적재적소에 쓰이기도, 허무한 삶을 살기도 하고, 백성들의 삶의 양상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통치자와 신하, 백성들이 서로에게 갖는 믿음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고구려가 어마어마한 영토를 지배했던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이라는 것을 이제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장수와 병사를 꾸려 전쟁을 하기에 앞서 그들의 책사와 장수들이 물고 물리는 머리싸움을 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왜 삼국지를 읽기 전에 고구려 먼저 읽으라는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 평소 사극, 전쟁, 역사 관련 책은 관심이 없어 가까이 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스스로 그 시대 지도와 인물,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읽고 고구려에 관심을 갖고 자긍심을 느꼈으면 한다. 6권도 어서 출간되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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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엄마의 말하기 수업 - 스웨덴 자녀교육 베스트셀러 1위
페트라 크란츠 린드그렌 지음, 김아영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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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이를 낳고 얼마 안 되었을 때는 프랑스 엄마들의 육아법이 유행이었는데 그 뒤로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과 더불어 스칸디식 육아법이 대유행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수면교육이나 식습관, 책 읽는 습관에 관한 책을 주로 읽었는데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자 요즘에는 부모의 말하기에 대한 관심이 많다. 요즘의 육아서 대부분은 부모의 언행이 아이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여 더욱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어느 부모나 내 아이가 자존감이 높아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자신이 정한 가치관을 가지고 원하는 인생을 살길 바랄 것이다. 저자는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전에 자존감과 자신감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는데 나조차도 살짝 헷갈리긴 했다. 자존감은 사람 그 자체에 대한 것이고 자신감은 그 사람의 행동 방식을 말한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서 자존감은 실패, 차질, 비판 의문 등의 모욕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해 주는 백신으로 설명했다. 사실 나의 청소년기와 20대 대부분은 자존감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나보다 남을 위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내 아이만은 자존감이 높은 삶을 살길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대단히 충격을 받았다. 책 속의 예문 중 아이의 자존감을 낮추는 부모들의 대화 방식 대부분이 마치 내 얘기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를 정확히 말하면, 아이의 감정을 이해해주는 듯 대화를 시작하다가도 아이가 시간을 끌고 울면 결국엔 아이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더욱 반성한 것은 내 컨디션이나 기분이 좋으면 다정히 대해주고, 나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사람으로 변하던 내 모습이다. 머릿속으로는 아이를 나의 소유물이 아닌 또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현실에서는 왜 그게 안 되는지. 아이가 아직 말은 못하지만 말귀는 거의 알아듣는 편인데 내말을 안 들으면 아이가 무슨 뜻인지 이해했으면서도 듣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런 내가 아이의 눈에는 어떤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을지 많이 후회스럽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아이들이 떼쓰는 경우는 거의 비슷한지 책속에 실려 있는 상황들이 우리 집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하루 종일 아이와 놀아주었는데 아이가 만족하지 않고 더 놀아달라며 보채는 경우였다. 부모라면 이런 일을 많이 겪을 것이다. 보통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부모들은 “우리 애는 끝이 없어.”라며 만족할 줄 모르는 아이를 탓하는데 저자가 전문가로서 아이의 속마음을 헤아려 보면 “오늘이 지금까지 엄마랑 보낸 것 중에서 최고로 멋졌단 말이에요! 너무 끝내줘서 오늘이 안 끝났으면 좋겠어요.”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이가 나에게 이해받고 싶은 욕구를 내가 전혀 채워주지 않았고,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살펴주지 못한 점이 떠올랐다. 「173 말 못하는 어린 아이들도 공감 능력이 있고(역지사지의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부모와 함께하고 싶어 하며, 자신이 부모를 기쁘게 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의 요구사항을 억지로 강요하거나 조종할 필요가 없다. 우리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그저 자신이 느끼는 것,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아이가 공감할 수 있는 능력과 그렇게 하길 원하는 아이의 마음을 북돋워 줄 수 있도록 말로써 고무시켜 주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이러한 공감 능력과 부모를 돕고자 하는 마음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종종 이 사실을 잊어버리는 부모들이 많다.」


 

회사 복직을 하면서 아이와 같이 하는 시간이 매일 3시간도 안 되게 짧아졌다. 그전에 하루 24시간을 꼬박 붙어 있다가 떨어지니 나도, 아이도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처음에 제일 힘들었던 것은 오랜만에 사회생활을 하려니(무려 2년 5개월 만에 복직이었음)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어 퇴근하는데 그 시기부터 갑자기 아이가 밤에 잠을 안 자려는 것이었다. 읽어달라는 책은 끝도 없고 불을 끄면 다시 켤 때까지 엉엉 우니 그 시간을 참기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책을 읽고 그때를 돌이켜보니 갑자기 함께 하는 시간이 짧아진 만큼 아이가 나와 친밀감과 유대감을 쌓을 시간이 필요해서 그랬었나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항상 이렇게 뒤늦게 깨달으니 오늘도 못난 에미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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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빛 2015-11-0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와닿는 글이네요
 
남은 생의 첫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이안 옮김 / 열림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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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봄에 나홀로 일본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때 나는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라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막막한 상태였다. 문제는 무언가 하고싶은 것조차 없는, 모든 것에 의욕이 없었다는 것. 무슨 생각이었는지 일본어나 영어를 전혀 못하면서 덜컥 비행기표와 숙소를 알아보고 일본으로 향했다. 혼자 한 여행이어서 입에서 냄새가 날 정도로 하루종일 아무 말 없이 걷고, 보고, 듣기만 했는데 그 일주일이 지금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그때 나는 벤치에 앉아서 하루종일 멍때리기도 하고, 어딘가 목적지가 생겨서 지도를 보고 향하다가 헤맬 때는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사람구경을 하고, 즉흥적으로 일정을 바꾸며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나의 선택으로만 지내보았다. 현실이 싫어서 무작정 도피했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나쁘지 않았고 그리 외롭지도 않았다. 머릿속은 생각으로 가득 차기도, 텅 비어버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그 시간이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나의 첫 번째 괄호 안의 시간들이었다. 여행 중반부터 내 삶에 열정과 의욕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돌아온 이후로 내 인생의 2막이 시작되었다.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니 그때가 떠올라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마리, 안느, 카밀은 각각 자신만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여자들이다. 마리는 평생 좋은 엄마, 좋은 아내로 살아왔지만 그녀를 제일 지지해주고 아껴주었어야 할 남편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상처를 가지고 있고, 안느는 평생 한 남자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는데 단 한번의 실수로 상대방의 신뢰를 잃고 버림받았다. 카밀은 뚱뚱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좋아하던 첫사랑에게 굴욕적인 일을 겪고 성형미인으로 새인생을 살지만 아직 자존감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다. 세 여자는 '고독 속의 세계 일주'라는 프로그램으로 세계일주를 하는 여객선을 타고 100일간 일곱 개의 바다를 건너고 다섯 개의 대륙을 지나 서른여섯 개의 나라들을 방문한다. 이 여객선의 규칙은 커플은 탑승이 금지되고 배 안에서 연애 행위 또한 일체 금지라는 점이다. 여하튼 뭍에서 겪은 아픈 상처를 간직한 채 배에 오른 세 여자의 자아찾기 여행은 이렇게 해서 시작된다.



내가 여자여서 그런지 책 속의 여주인공들이 나이, 성격, 개인의 상처가 각각 다른 데도 불구하고 마리, 안느, 카밀 모두에게 감정이입이 쉽게 되었다. 그녀들이 하와이에 있으면 나도 하와이에, 싱가폴에 있으면 나도 싱가폴에, 이집트에 있으면 나도 이집트 땅을 밟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녀들이 웃고, 울고, 즐기고, 행복해하면 나도 똑같은 감정의 파도에 휩쓸렸다. 처음엔 여객선이라는 한정된 장소 안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여객선이 들르는 나라에서 체험하는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걸까. 다시 사랑하지 않겠다던 마리, 버림받은 아픔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던 안느, 첫사랑에게 받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던 카밀이 새로운 사랑을 찾게 된 것도 너무 행복했다. 책 속에서 제일 멋있었던 인물은 이블린과 조르주이다. [277 - “마드무아젤, 그렇지 않아요. 사랑엔 나이가 없어요. 만약 내가 당신과 같은 생각을 했다면, 지금쯤 건조하게 쪼그라든 심장을 갖게 되었을 거예요. 주름살은 감정을 막는 차단막이 아니에요. 내 나이가 벌써 여든인데, 조르주의 품 안에 있을 때는 사랑받는 소녀가 된 기분이에요. 몸이 변하는 것이지 감정이 변하는 건 아니에요.”] ​그러고 보니 여객선에 탄 등장인물들 중 내가 응원하지 않고,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행복과 사랑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 행복했다. '그녀들의 성장소설'이 아니라 '어른들의 성장소설'이라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나보다. 지금까지도 내 마음 한켠이 따스한 걸 보니 사랑은 언제나 정답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오랜만에 읽는 내내, 읽고 나서도 계속 기분 좋은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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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 아들러가 가르쳐준 행복 제1법칙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엑스오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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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무엇이 행복인지를 쉽게 말할 수 없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겁니다. 잘 산다고 할 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행복이 과연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요?

​들어가는 말의 말미에 적힌 문장을 보며 내가 지금까지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았다. 기억나는 게 몇 개 없다. 학창시절 딱 한번 전교 2등을 해서 선생님께 무한칭찬과 함께 무한신뢰를 받았을 때,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일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을 때.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것은 행복이라기보다 성취감에 가까운 것 같다. 그것과 행복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분명 소소하게라도 내가 행복이란 감정을 느낀 때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기억과 느낌은 흐릿하기만 하다. 반면, 안 좋은 기억은 내 기억속에 씨앗이라도 뿌린 것인지 비슷한 일만 겪어도 당시의 기억과 감정까지 되살아나 스멀스멀 나를 덮쳐버린다. 내가 행복불감증에 걸린 것일까? 어떻게 하면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지, 정말 그럴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아들러는 인생에서 피해갈 수 없는 세 가지 과제로 일, 교우관계, 사랑을 꼽았고, 인간의 고민이 모두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했다. 상대에 대한 관심을 끄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벗어나면 신경증이 없어진다며 그러한 문제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준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남의 눈을 의식하고 신경쓰며 살고 있었구나. 가까이에 있는 남편에서부터 시댁, 친구, 직장 동료들에게까지 말이다. 이기적이게도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나 좀 봐주세요', '나 좀 인정해주세요'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나름 나만의 철학과 고집을 가지고 잘살아온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스스로 행복을 밀어내고 있었다니 좀 충격이었다.


110 - 왜 우리가 사는 세계와 우리의 인생은 복잡하기만 할까요? 인생에 ‘신경증적인’ 의미부여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렇게 의미부여만 하지 않아도 세계는 믿기 어려울 만큼 심플해집니다. 인생이 복잡한 게 아니라 우리가 인생을 복잡하게 보는 것입니다.


122 -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리비히의 최소율을 배웠습니다. 식물에게 필요한 요소 중 가장 부족한 것이 오히려 성장률을 좌우한다는 개념이지요. 성장에 필요한 비료를 아무리 제공해도 특정 비료가 부족하면 성장은 그 부족한 비료에 의해 좌우된다는 겁니다. 열등감도 이와 같아서 다른 건 자신 있어도 단 한가지가 충분치 않다고 느끼면, 다른 모든 것이 좋아도 소용없습니다.


186 - 다른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되지만 타인에게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됩니다. 내가 누구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결정권은 어디까지나 나 자신에게 있으니까요. 사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설령 나를 싫어하더라도 나로서는 어찌해볼 방도가 없지요. 누구라도 타인의 평가는 신경이 쓰입니다. 하지만 그 평가와 나의 가치는 무관하지요.


​서로 간에 경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사회를 살다보니 나의 행복까지도 남과 경쟁해야만 했었는데 무엇이 행복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이미 본능처럼 박혀버린 습성때문에 당장 인생을 심플하게 살겠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미움받을 용기'를 보면서도 '맞아, 맞아, 이건 내 얘기야!'하며 무릎을 탁탁치며 읽어나갔는데 이 책도 그때와 같았다. 기존 심리학에 익숙해져서 아들러 심리학이 낯설고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미움받을 용기>를 읽은 후에 이 책을 읽으니 읽기가 한결 수월했다. 이 책을 읽을 생각이라면 전후에 꼭 <미움받을 용기>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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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티에리 코엔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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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이라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른 나라, 다른 시간, 다른 세계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내용인가? 책표지에 서있는 남자와 반투명하게 보이는 여자와 아이의 모습까지 보니 책을 읽기도 전에 이런저런 상상이 시작되었다.


 

노암은 어린 시절 급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자신을 뒤따르던 엄마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자 큰 죄책감을 가지고 성장한다. 사고 직후부터 심리치료를 받아 치료 말미에는 노암의 삶이 정상인 듯 보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갈수록 노암의 생활은 삐그덕거린다. 그러던 중 조카 안나에게서 “넌 다섯 사람과 함께 같은 날 심장으로 죽을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듣게 되고 불안한 노암은 어릴 적 자신의 치료를 담당했던 로랑스 박사를 찾아간다. 노암의 상황을 들은 로랑스 박사는 ‘라네트’ 심리치료사를 소개해주는데 그녀는 평범한 심리치료사가 아닌 대체과학과 신비주의를 믿는 자였다. 그녀와 첫 상담을 하는 날부터 심상치 않은 이론들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이미 조카의 말로 인해 큰 두려움에 빠져있던 노암은 그녀의 조언대로 이스라엘로 가서 ‘사라’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사라는 자폐아이지만 촉진소통법으로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노암 또한 사라로부터 그녀와 같은 날 사망하는 다섯 사람에 대한 메시지를 얻는다. 망설이면서도 자신과 같은 운명을 가진 이들을 찾아가는 노암은 뜻밖에도 네 번째 인물이 오래 전 헤어진 연인 쥘리아임을 알게 된다.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라고 믿어왔던 그녀가 자신과 같은 운명이라는 걸 알게 된 노암은 더 이상 다섯 번째 인물을 기다리지 못하고 리네트 박사를 찾아가고 그녀로부터 오래 전 있었던 교통사고의 진실에 대해 듣게 된다.


 

노암은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과 갑작스런 엄마의 부재로 불안정하게 자라서인지 자신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 또한 컸다. 그런 그가 다섯 명의 사람을 찾아 나서고 쥘리아를 만나며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갈등 과정은 책읽기를 쉽게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리네트 박사가 안나의 말이 ‘순수한 이들의 예언’이라고 단정하고 사라를 등장시키는 부분은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덕분에 소설의 신비스러움이 배로 느껴지기도 했다. 노암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에 주변 인물인 노암의 누나, 노암의 아버지, 라네트의 오빠, 사라의 내면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노암이 한 차원 성장함으로써 주변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살펴볼 수 있어 인상 깊었다. “329-어떤 신비주의적 이론에 따르면 하나의 동일한 영혼이 여러 개의 몸에서 살 수 있대.”라는 책 속의 문장처럼 노암과 다섯 사람은 정말 하나의 영혼이었을까? 나의 나머지 영혼들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티엔리 코엔이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의 장편소설이 아마존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을 정도로 프랑스에서는 뛰어난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미 유명작가인 기욤 뮈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니 앞으로 출간되는 작품들도 눈여겨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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