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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무엇이 행복인지를 쉽게 말할 수 없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겁니다. 잘 산다고 할 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행복이 과연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요?
들어가는 말의 말미에 적힌 문장을 보며 내가 지금까지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았다. 기억나는 게 몇 개 없다. 학창시절 딱 한번 전교 2등을 해서 선생님께 무한칭찬과 함께 무한신뢰를 받았을 때,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일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을 때.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것은 행복이라기보다 성취감에 가까운 것 같다. 그것과 행복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분명 소소하게라도 내가 행복이란 감정을 느낀 때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기억과 느낌은 흐릿하기만 하다. 반면, 안 좋은 기억은 내 기억속에 씨앗이라도 뿌린 것인지 비슷한 일만 겪어도 당시의 기억과 감정까지 되살아나 스멀스멀 나를 덮쳐버린다. 내가 행복불감증에 걸린 것일까? 어떻게 하면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지, 정말 그럴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아들러는 인생에서 피해갈 수 없는 세 가지 과제로 일, 교우관계, 사랑을 꼽았고, 인간의 고민이 모두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했다. 상대에 대한 관심을 끄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벗어나면 신경증이 없어진다며 그러한 문제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준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남의 눈을 의식하고 신경쓰며 살고 있었구나. 가까이에 있는 남편에서부터 시댁, 친구, 직장 동료들에게까지 말이다. 이기적이게도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나 좀 봐주세요', '나 좀 인정해주세요'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나름 나만의 철학과 고집을 가지고 잘살아온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스스로 행복을 밀어내고 있었다니 좀 충격이었다.
110 - 왜 우리가 사는 세계와 우리의 인생은 복잡하기만 할까요? 인생에 ‘신경증적인’ 의미부여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렇게 의미부여만 하지 않아도 세계는 믿기 어려울 만큼 심플해집니다. 인생이 복잡한 게 아니라 우리가 인생을 복잡하게 보는 것입니다.
122 -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리비히의 최소율을 배웠습니다. 식물에게 필요한 요소 중 가장 부족한 것이 오히려 성장률을 좌우한다는 개념이지요. 성장에 필요한 비료를 아무리 제공해도 특정 비료가 부족하면 성장은 그 부족한 비료에 의해 좌우된다는 겁니다. 열등감도 이와 같아서 다른 건 자신 있어도 단 한가지가 충분치 않다고 느끼면, 다른 모든 것이 좋아도 소용없습니다.
186 - 다른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되지만 타인에게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됩니다. 내가 누구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결정권은 어디까지나 나 자신에게 있으니까요. 사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설령 나를 싫어하더라도 나로서는 어찌해볼 방도가 없지요. 누구라도 타인의 평가는 신경이 쓰입니다. 하지만 그 평가와 나의 가치는 무관하지요.
서로 간에 경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사회를 살다보니 나의 행복까지도 남과 경쟁해야만 했었는데 무엇이 행복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이미 본능처럼 박혀버린 습성때문에 당장 인생을 심플하게 살겠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미움받을 용기'를 보면서도 '맞아, 맞아, 이건 내 얘기야!'하며 무릎을 탁탁치며 읽어나갔는데 이 책도 그때와 같았다. 기존 심리학에 익숙해져서 아들러 심리학이 낯설고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미움받을 용기>를 읽은 후에 이 책을 읽으니 읽기가 한결 수월했다. 이 책을 읽을 생각이라면 전후에 꼭 <미움받을 용기>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