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티에리 코엔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이라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른 나라, 다른 시간, 다른 세계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내용인가? 책표지에 서있는 남자와 반투명하게 보이는 여자와 아이의 모습까지 보니 책을 읽기도 전에 이런저런 상상이 시작되었다.


 

노암은 어린 시절 급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자신을 뒤따르던 엄마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자 큰 죄책감을 가지고 성장한다. 사고 직후부터 심리치료를 받아 치료 말미에는 노암의 삶이 정상인 듯 보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갈수록 노암의 생활은 삐그덕거린다. 그러던 중 조카 안나에게서 “넌 다섯 사람과 함께 같은 날 심장으로 죽을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듣게 되고 불안한 노암은 어릴 적 자신의 치료를 담당했던 로랑스 박사를 찾아간다. 노암의 상황을 들은 로랑스 박사는 ‘라네트’ 심리치료사를 소개해주는데 그녀는 평범한 심리치료사가 아닌 대체과학과 신비주의를 믿는 자였다. 그녀와 첫 상담을 하는 날부터 심상치 않은 이론들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이미 조카의 말로 인해 큰 두려움에 빠져있던 노암은 그녀의 조언대로 이스라엘로 가서 ‘사라’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사라는 자폐아이지만 촉진소통법으로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노암 또한 사라로부터 그녀와 같은 날 사망하는 다섯 사람에 대한 메시지를 얻는다. 망설이면서도 자신과 같은 운명을 가진 이들을 찾아가는 노암은 뜻밖에도 네 번째 인물이 오래 전 헤어진 연인 쥘리아임을 알게 된다.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라고 믿어왔던 그녀가 자신과 같은 운명이라는 걸 알게 된 노암은 더 이상 다섯 번째 인물을 기다리지 못하고 리네트 박사를 찾아가고 그녀로부터 오래 전 있었던 교통사고의 진실에 대해 듣게 된다.


 

노암은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과 갑작스런 엄마의 부재로 불안정하게 자라서인지 자신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 또한 컸다. 그런 그가 다섯 명의 사람을 찾아 나서고 쥘리아를 만나며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갈등 과정은 책읽기를 쉽게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리네트 박사가 안나의 말이 ‘순수한 이들의 예언’이라고 단정하고 사라를 등장시키는 부분은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덕분에 소설의 신비스러움이 배로 느껴지기도 했다. 노암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에 주변 인물인 노암의 누나, 노암의 아버지, 라네트의 오빠, 사라의 내면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노암이 한 차원 성장함으로써 주변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살펴볼 수 있어 인상 깊었다. “329-어떤 신비주의적 이론에 따르면 하나의 동일한 영혼이 여러 개의 몸에서 살 수 있대.”라는 책 속의 문장처럼 노암과 다섯 사람은 정말 하나의 영혼이었을까? 나의 나머지 영혼들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티엔리 코엔이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의 장편소설이 아마존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을 정도로 프랑스에서는 뛰어난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미 유명작가인 기욤 뮈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니 앞으로 출간되는 작품들도 눈여겨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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