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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2분홍 벽돌집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통해 슬쩍 보았던 『분홍 벽돌집』이란 제목과 묘한 분위기의 표지가 막연한 재미를 기대하기에 충분하였는데…… 막상 받아들고 보니 뒷모습의 소년 또는 소녀인듯한 누군가를 향해 뾰족뾰족 가시 돋힌 식물이 뻗어가고 있는 그림에 왠지모를 두려움이 밀려온다.


나중에야 가시를 마구 뻗친 것은 가시엉겅퀴로 결국엔 죽음을 맞이한 수경의 닉네임이기도 하고 준이 새롭게 태어나도록 희망을 안겨줄 영상 제목이기도 한 것으로 묵직한 의미를 담은 상징물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튼, 표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몇 장을 읽어내려가던 나는 어느새 주위에 맴돌고 있는 딸아이를 의식하며, 곧 사춘기가 될 딸아이가 이 책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이 책 속의 아이들이 겪는 삶의 모습을 몰랐으면 하는 심정이 보다 솔직할 것이다. 과연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이지만 말이다. 간접적으로라도 들려오는 요즘 청소년들의 삶은 이미 이십 여 년 전의 나의 그것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깜짝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요즘 청소년들을 상징(대표)하는 듯한 준과 수경. 준은 학교와 또래들로부터, 수경은 학교와 사회로부터의 무관심과 따돌림으로 그들만의 도피처 혹은 최선책을 선택하지만 그것은 아직 세상을 너무나 모르는 순진한 아이들의 어리석은 것 그 이상은 결코 못 되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이 스스로 옳은 선택이라 굳게 믿었던 것은 어느새 자신의 발목을 옭아매고 다시는 일상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이 되고 만다. 결국, 깊은 수렁 속으로 가라앉고 마는 수경에 반해 다행스럽게도 한 줄기 희망을 빛을 발견한 준은 다시금 세상으로의 도약을 꿈꾼다.


그리 낯설 것 없는 오히려 너무 익숙한(?) 이야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준과 수경의 이야기가 문득 질문 하나를 던져온다. 과연 우리는 책 속의 이야기처럼 어떻게 될 줄 모르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까?


성매매로 잡혀온 딸아이를 부끄러워 하며 끝까지 찾지않았던 수경의 가족들이나 자신이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학생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 채 문제아로 낙인 찍어버리는 준의 담임은 물론, 미성년자인 수경과 은밀한 거래를 했던 많은 성인 남자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결과 만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몇 마디의 말과 몇 번의 망치질로 쉽게 나락으로 밀어넣는 경찰이나 판사들… 심지어 수렁에 빠진 아이들을 더욱더 깊은 곳으로 밀어 넣는 상담사나 의사까지…….


아직 세상을 모르는 철부지 아이들인 준과 수경 그리고 못되고 미운 만큼 철없고 안타까운 웅이까지 아이들은 그렇다고 쳐도 이미 세상의 부조리함과 모순된, 어린아이들이 쉽게 판단하고 내딪기에는 구석구석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우리 사회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알만큼은 아는 어른들.


준과 수경은 철조망과 칙칙한 회색 벽돌로 둘러싸인 감별소에서보다 분홍 벽돌집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새로운 싹을 키우지만 그것조차 내게는 다행스럽지 않다.


자신을 가시엉겅퀴라 거침없이 이야기하던 수경.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가시에 찔릴까봐 두려워한다던…… 그렇게 가시로 무장한 채 두려움없이 살 것 같던 수경이 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스러져가고, 그래도 살아남은 자로서 준은 끝까지 자신을 믿고 지켜주는 엄마와 털보 선생의 바람대로 새롭게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


어쩌면 분홍 벽돌집은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채 힘겨운 희망을 품어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 세상은 분홍 벽돌로 둘러싸여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이 세상은 자라는 아이들은 물론 모두에게 실망이나 절망, 따돌림과 격리라는 것에서 자유롭다면, 마음껏 조건없이 행복한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재윤맘-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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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청소년 도서가 없다.  

여러 곳에서 청소년 추천도서를 발표하는 데, 정작 청소년 도서가 없다니…

 

사실은 청소년에 맞는 도서가 그다지 없다고 해야할 것 같다. 화해와 우정, 따뜻한 마음에 대한 성인들의 지나친 배려가 청소년들이 소통할 만한 책이 드문 이유이다. 청소년 책이 자체 발전을 하기 보다는 독자들의 성장에 따라 어린이 책의 성향을 그대로 가져온 이유때문이 아닌가 싶다. 유명하다는 대부분의 책은 쉽게 치유되고, 쉽게 사랑한다. 그래서 읽는 부모들은 공감하고, 청소년들은 '뻔'한 이야기를 읽으려 하지 않는다. 정작 청소년책에는 청소년들이 없다. 
 

외국의 번역서는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문화적인 차이, 시대적인 차이를 넘어서서 읽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청소년들이라면 책 한 권 읽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나라의 역사, 사회적인 가치, 인종차별, 문화 등을 함께 읽어내지 못한다면 그 만큼 어려운 작품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번역서이지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은 『두 친구 이야기』(양철북) 이다. 사실적이다. 주인공은 가출을 한다. 가정폭력을 행사하던 어머니가 치료를 받아 개과천선하지도 않고, 어머니와 딸이 쉽게 감정을 다스리게 되지도 않는다. 가정 폭력 자체가 없어지기 힘든 상황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주이공의 선택은 가출이다. 가출이 폭력적 가정보다 더 나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그렇지만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면 선택자체는 존중 받을 만 하다. 섣불리 정상인들이 그어놓은 범주로 결론을 내닫지 않아, 현실의 가정폭력을 시달리는 아이들에게는  희망을 미래로 만들 수 있는 선택에 대한 생각을 제안한다.   

신문에 실리는 청소년 관련 기사는 성, 폭력 등 일탈한 아이들에 대한 기사와 공부 잘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실린다. 기사거리를 찾는 신문사에 의해 우리의 청소년들은 둘 중의 하나라는 착시가 발생한다. 사실은 90% 넘는 아이들은 엄친아도 아니고, 일진도 아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일진이 될 수도 있고, 일등이 될 수도 있다. 청소년들의 시선에는 그들이 하나이다. 다르게 나누어 섣불리 이해시키려 하고, 화해와 사랑을 '강요'하는 청소년문학의 자리를 이제는 제대로 된 청소년 문학이 자리잡아야 하지 않을까.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분홍벽돌집』, 좋은 책들이다.

 

이 책들이 좋은 이유는  

첫째는, 청소년의 시선에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는 애초부터 청소년들이 쓴 글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둘째는, 상대적으로 사실적이라는 점이다. 상상이 아닌 발품이 만들어낸 작품들이라 아이들의 일상의 삶들이 잘 녹아 있다.  

셋째는, 권선징악은 없다. 섬세한 청소년의 감성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선과 악이라는 구도가 아닌 삶의 모습 자체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는 독후감 숙제 때문에 한 아이를 고통을 받게 한 기사가 크게 당혹감을 주고 있지만, 책의 내용이나 작가의 의도는 그것과는 정반대의 것이다. 청소년 문학에서 빠질 수 없는 학교 생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선생님과 학교의 어긋난 역할에 대한 비판이다. 교사가 일진 등을 잘라내야 할 쭉쟁이로 보는 관점과 자신의 감정 자체도 제대로 정제하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토해내는 정서적으로 잘못된 행동이 가해지는 아이들의 고통은 크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는 이상대 선생님이 학생들의 글을 지도하고 모아 만든 책이다. 이 책이 나온 후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2』가 몇 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많이 기다려진다.  

분홍벽돌집』은 작가의 아들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씌인 이야기이다. 한 노숙자를 이유도 없이 패고, 물건을 빼앗는 친구따라 폭행을 하다가 붙잡힌 후, 주범이라는 거짓자백으로 죄를 뒤집어 쓴 준, 그리고 모델이 되기 위해 원조교제를 하다가 붙잡힌 선경은 소년원에서 다시 만난다. 둘은 비록 소년원에 들어가서 영화를 하면서 자신들이 묶인 잘못된 실을 끊을 수 있는 기회를 만나기는 했지만…

 <완득이>이후로 청소년 문학의 붐이 일것이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뛰어난 작가들이 청소년 문학을 내고, 청소년들이 쓴 좋은 책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written by 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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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1분홍벽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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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게 아니라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지금도 수없이 많은 청소년들이 질풍노도의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혹은 폭주족으로, 때로는 삐끼로, 유흥을 위한 아르바이트로, 그 아이들은 ‘열외 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 그들도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반항하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그들의 내면을 철저하게 파헤쳤다. 머리로가 아니라 발로 취재하고 아이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이 작품을 오랫동안 공들여 써 왔다. 오랜 여행 끝에 나온 작품이라 더욱 진정성이 느껴진다. 왜 그들이 거리를 방황해야 하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책상이 아닌 위험한 오토바이와 남의 물건을 훔치고 때리는 일에 몰두하다가 소년원까지 가게 했을까. 우리 모두의 관심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준과 수경을 통해 그들이 걸어 온 길을 잠시 들춰 보였다. 중요한 건, 그들을 그냥 펼쳐 보이지만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멘토가 되어 준 ‘털보 선생’을 통해 진정한 길찾기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종합예술의 선두주자라 말할 수 있는 ‘영화 만들기’를 통해서. 그것도 감옥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 책은 또한 청소년들에게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게 아니라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무언으로 전해주기도 한다.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아이들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늘 그렇듯이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다. 이 책 『분홍벽돌집』속에 나오는 아이들이 또한 그렇다. 그들은 이 시대가 낳은 자화상이자 희생양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희망을 제시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독자의 가슴에 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청소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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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아미라는 여성들과 여자아이들이 무시 당하는것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고 해요. 어떤 학교의 기념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초대 받은 유명한 남자들과 손님들이 주위에 앉아서 행사를 지루해하며 떠들고 일주일 치의 음식을 먹어치우고 있었는데 여자들은 아무리 유명인사라고 하더라도 아주 작은 방에 앉아 적은 양의 음식을 먹어야만 했대요. 아이들은 더 적은 양의 음식을 먹었고 말이죠.

열 명의 여자 아이들은 작은 쟁반 하나에 아주 적은 고기 소스가 들어 있는 밥을 나누어 먹었는데 자신들이 먹을 양이 부족할 텐데도 아미라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아미라는 그때 정말 슬펐다고 해요.

남자든 여자든  다 같은 사람인데 이런 식으로 차별 받는 것은 어느 누가 봐도 화가 날 만한 일이죠. 하지만 그게 그들의 관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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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말라야 오지의 희망 이야기 세 잔의 차
_ 그레그 모텐슨, 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 지음/다른,2009-05-30 00:00:00
 
 


며칠 전 팔자에도 없는 미팅을 나갔었다. 아는 분이 심심하게 살지 말고, 이런 저런 사람들도 만나 보고 재미나게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주선해 주셨다. 결과는 어떻게 됐냐고? 완전히 실망이였다.  

그들은 내게 이 뭐냐고 물었다. 나의 꿈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있는 학교재단을 세우는 것이다. 입학과 졸업이 어려우나, 그 안은 최대한의 학생들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그런 곳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나는 공부를 한다. 때로는 지겹기도 하고, 그 시간에 유흥을 즐길 수도 있지만 언젠가 내가 만든 학교에서 신나게 자신들의 역량을 시험해 볼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다지 힘들지만은 않다. 다시 힘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꿈을 미팅에 나온 이들은 전혀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저이는 나와 전혀 다른 세계를 사는 이로구나 하며 경계심만을 보여줬을 뿐이다. 뭐, 조금 실망한 것은 사실이다. 언제나 사람들은 꿈에 대해 물어보고 질려 한다. 내 꿈이 그렇게 거창한가? 사람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학교 하나 짓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고 타박하기 일쑤다. 꿈에서 그만 허우적대라고 말들 한다.
정말 개인은 아무리 해도 안되는 걸까? 한 개인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건 정말 어려운걸까? 이런 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질 때쯤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자신을 그레그 모텐슨이라고 소개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 줬다.

48살에 아버지를 잃고, 뇌막염과 간질을 앓다 죽어간 여동생을 추모하기 위해 오른 K2등반에서 그는 코르페 마을 사람을 만났다. 등반 코스에서 벗어나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그를 구해 준 이들이였다. 코르페 마을 사람들은 그레그를 헌신적으로 보살펴 줬고, 이에 그레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나눠 주었지만 어딘가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처음엔 그저 아이들에게 학교비품이라도 제공하면 조금 더 나으려나 하는 생각으로 방문한 '학교'라는 곳에서 그레그는 소리없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마을 공동체가 모두 돈을 모아 선생님의 급여 1달러를 마련하는 것조차 힘든 일이지만, 공동체는 아이들의 교육을 지켜 주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은 교실의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는 아니,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빈 공터를 교실삼아 3일에 한번 오는 선생님을 눈 빠지게 기다렸다. 책상? 책? 노트?? 이건 정말 꿈에나 볼 일이다. 그냥 찬 바닥에 엎드려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걸 하나라도 더 듣기 위해 안달하는 아이들. 칠판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공터에서 일제강점기에 목숨걸고 우리말을 교육했던 그때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교육을 통해 미래를 꿈꾸는 걸 계속 이어 나가고 싶어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들의 불안한 영혼이 부럽지 않습니다. 어쩌면 당신들보다는 우리가 행복할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다녔으면 합니다. 당신들이 가진 것 중에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위해 가장 바라는 것이 배움입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레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처분하고, 어떻게 하면 학교를 지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궁
하면 통한다고 하던가? 과학자이자, 뛰어난 경영인 장 회르니와 만나게 된다. 장은 덥썩 그에게 만 달러를 준다. 허생전의 변씨 부자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말이다. 이렇게 하여 드디어 그는 꿈에도 그리던 코르페 마을로 돌아 간다. 


사실 코르페 마을을 거쳐 간 이는 그레그가 처음은 아니다. 수많은 인종의 사람들이 왔다 갔고,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이 무엇을 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한 명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립서비스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레그는 신의를 지키기 위해 돌아 왔다. 학교를 지을 돈을 갖고서. 드디어 학교를 짓게 된다! 그레그는 벅차 오르는 전율에 감동했다. 그러나 그 감동도 잠시. 자신은 학교를 지어야 하는데 왜 다리를 먼저 세워야 한다는 건가? 자신이 이용만 당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곧 자신의 계획에만 급급해서 주변를 제대로 인지하고, 배려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코르페 마을은 외부와의 소통이 매우 어려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가느다란 외줄에 의지해서 산과 산을 건너야 하는 극악한 환경조건이였기에, 다리가 없다면 그레그가 전 재산을 들여 장만한 자재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되는 것이였다. 다리를 다 놓고 난 다음에도 문제는 여기저기서 터졌다. 우리 나라만큼은 아니지만 미국도 빨리 빨리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라, 좀체 서두르는 법이 없는 그곳 사람들이 너무 답답한 것이다. 매일 매일 현장에 나가 그들을 독촉해 봤지만, 독촉할수록 일의 진행은 더디기만 했다. 답답함만 가득했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같은 그레그에게 마을 촌장은 차를 건네며 얘기한다.

“자네가 발티족과 처음으로 차를 마신다면 자네는 이방인이네. 두 번째로 차를 마신다면 자네는 환대받는 손님이 된 거지. 세 번째로 차를 함께 마시면, 가족인 된 것이네. 그러면 우리는 자네를 위해 죽음도 무릅쓰고 무슨 일이든 할 거라네.” 

 


 

그레그는 '이해' 와 '신뢰'를 배웠다.

그 후 그레그는 좀 더 본격적으로 다른 마을에 학교를 짓기로 결심하고 이런 그를 장이 지속적으로 후원해 주기 시작한다. 그렇게 중앙아시아 협회가 설립됐고, 현재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학교 짓기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그는 78곳의 학교를 세운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코란의 여성은 교육시키지 않는다에 당당히 반기(?)를 들고 여성들을 위한 교육에도 몰두하고 있다.


한 사람의 생각이, 한 사람의 용기있는 행동이 지금 세계를 바꾸기 위한 물결을 힘차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겸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그레그를 보고 난 새삼 이 남자는 뭔가? 하고 생각했다.
어디 외계에서 왔나?  남의 나라에 학교를 세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은 그의 조국과는 편치 않은 관계이지 않은가. 실제로 911 테러 이후 그레그의 활동에 대해 욕을 하는 이들도 많이 생겼고, 실제로 많은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 그레그는 자신을 향한 적대감에 이렇게 대응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2006년 현재 114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 1기에 레이시언 유도 시스템을 더한 비용은 대략 8만4천 달러쯤 된다. 그 돈이 있다면 수만 명의 학생들에게 30년 동안 균형 잡힌 교육을 제공할 학교를 스무 곳 이상 세울 수 있다. 어느 쪽이 미국의 안보를 지켜줄 것인가?
 

테러를 무찌르려면 방법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테러범들이 존재하는 이 나라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이곳 사람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생산적인 시민이 되는 것과 테러범이 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저는 교육이 그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무력만으로 테러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는 911이전보다 더 안전해지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의 유산을 남겨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이 전쟁을 최종적으로 이길 방법은 폭탄이 아니라 책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아, 그는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인가 정확히 아는 사람인 것이다.
만약 그가 코르페 마을과 한 약속을 그냥 립서비스로 알았더라면, 신뢰를 저버렸다면? 만약 그가 꿈을 이루기 위한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여전히 코르페 마을엔 휑한 그 차디찬 바닥에 아이들은 엎드린 체 공부를 하고 있었겠지. 만약 그가 자신과 다른 그들을 이해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은 체 그저 감독관으로써의 위치를 고수했다면, 그레그는 이방인에 그쳤을 것이다. 뭐 운이 좋으면 환대받는 손님 정도는 됐겠지만, 절대로 코르페 마을에 가족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그는 내게 물어 본다. 정말 당신이 꿈꾸는 것이 그것입니까? 그렇다면 용기를 잃지 마세요. 망설이며 주변에서 서성이지 말고, 차라리 맨발이여도 괜찮으니까 한발 더 내딛으세요. 세계를 바꾸고 싶으세요? 그것도 좋겠지만 일단 당신과 관계를 맺는 이들을 보다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더 나은 일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세 잔의 차를 마실 때까지 좀 더 느긋하게 그들과 함께 하길 바랍니다. 이 모든 것이 당신과 당신과 함께 하는 이들을 모두 행복하게 해 줄 겁니다. 한 사람의 힘은 결코 미약하지 않습니다. 당신으로부터 세계가 변합니다.

(written by seubas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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