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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의 간주곡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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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고통스러운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기의 간주곡>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는 식욕, 그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느껴야 하는 상실과 좌절, 그리고 고통의 감각 허기. 그 허기를 노래하는 이야기라면, 가장 본질적이고, 가장 처절한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리라. 그리고 그 고통을 통해 허기의 근원을 말하리라. 허기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허기의 처절함에 이야기하며 허기가 가져다 주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달음질을 말할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허기의 간주곡>은 그렇게 채 한줄도 되지 않는 제목만으로, 인간의 처절한 고통과 갈증, 그리고 절대 채워지지 않을 욕망에 대한 경고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첫 장을 펼쳐들기 전,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 이야기 속에 펼쳐질 허기에 대한 고통스러운 노래가 나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하지만, 그 고통과 괴로움을 느낄 수는 있도록, 그렇게 나를 단속해야했다.

<허기의 간주곡>은 이 책의 저자인 클레지오의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래서 <허기의 간주곡>은 그의 어머니가 겪었던 시대와 역사의 모순된 모습을 그리고있다. 그리고 그 안에 그 모든 역사의 시간을 온전히 겪어내고, 그 역사를 허기라는 처절한 고통으로 클레지오에게 보여준 한 여성의 모습을 간결하고도 단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시작에는 허기와 전혀 관련이 없었을지도 모를 에텔이라는 여성이 어떻게 삶을 통해 허기를 깨닫고 끝없는 허기를 느껴야 했는가를 보여준다.

부르주아 가정에서 별로 부족할 것 없이 성장하던 에텔, 그녀의 시작은 그녀가 평생을 꿈으로 그리며 살아갈 바로 그곳, 연보랏빛의 아름다운 집에서부터 시작한다. 남부러울 것 없는 부유한 가족, 그녀를 사랑하는 조부, 그녀의 삶은 그 시작에 있어서만큼은 균열없는 깨끗한 도자기 같았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녀에게 물려준 유산들을 빼앗은 그녀의 아버지와,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불화, 가식과 허영으로 삶을 채우고 끝내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음을 내딛는 그녀의 아버지로 인해 그녀의 삶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균열사이로 그녀는 사회의 부조리함과 기성세대의 가식과 타락을 향해 넌덜머리를 내게 된다.



연보라빛 집을 꿈꾸는 그녀의 허기는, 끝없는 고통에서부터 시작해 아름다운 행복을 쟁취한 것이 아닌, 처음부터 아름다운 행복을 소유한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그 실체가 너무도 뚜렷한, 그래서 더욱 더 절실하고 처절한 허기가 되어가고, 여기에 그녀가 사랑했던 친구와 연인에 대한 절실함까지 더해져 그녀를 끝나지 않을 허기로 이끌어버린다.

에텔은 결국,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회적 사건과, 그녀 가정에 드리워진 수 없이 많은 균열의 틈새로 들어온 불행들로 인해, 따뜻하고도 아름다운 가정의 품에서 곱게 자란 고운 소녀에서 무언가를 향해 끝없이 돌진해야만 하는 여인으로 자라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인생이란 결코 끝나지 않는 허기에 시달리는 과정임을 온 몸으로 처절하게 체득해나가게 된다.

'나는 허기를 잘 알고 있다'

에텔의 허기는 이 책의 시작을 알리는 한 줄의 말로 이어진다. 그녀의 허기는 이제 그녀의 허기로 끝나지 않고, 클레지오에게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군트럭을 쫓아다니며 초콜릿을 얻어 먹고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허기,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면 흰 빵이 먼저 떠오르는 허기. 전쟁이 남긴 허기는 클레지오에게 인생전체를 통해 다시 온전히 겪어야 할 허기의 전초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를 통해 어린시절 느꼈던 허기와 또 다른 의미의 허기를 이어받았을 것이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이들은, 허기에 시달리고 있으리라, 그 이름과 원인은 다르더라도, 그들이 끝없이 달리고 꿈꾸는 이유는, 절대 채워지지 않을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허기는 분명, 고통스럽지만, 또 이런 생각을 해본다. 허기로 인해 우리가 살고 있다고, 그 고통을 피하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우리가 분주히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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