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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랩소디
애덤 셸 지음, 문영혜 옮김 / 문예중앙 / 2010년 10월
품절
랩소디란 형식이나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서사적인 형태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듯 부르는 시의 한 종류이다. 서사라는 단어가 주는 뭔지 모를 무게감처럼, 그래서 랩소디는 때로는 누군가의 인생을 기리기 위한 찬미가가 되기도 하고, 어느 시절에 존재했다 사라진 나라의 전설이 되기도 하며, 그 누군가가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아주 작은 마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인생의 한 소설이 될 수도 있는 형식의 노래들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의 대부분에 공통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아마 그 모든 이야기에 누군가의 시대와 인생들이 녹아 절대 잊혀지지 않을 의미를 담은 노래가 되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토마토 랩소디는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인 것일까? 누군가의 이름도, 어느 사건의 제목도, 마을이나 나라의 이름도 붙지 않은, 그저 떠올리면 향긋하게 베시시 웃음짓게 만드는 채소를 제목으로 가진 랩소디. 제목만으로는 누구의 인생인지, 어느 마을의 사연인지, 어느 나라의 전설인지 도저히 감도 잡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이름으로 노래가 되어, 또는 책이 되어 남은 한 편의 시.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 역시도 누군가의 역사를 담은 대서사시일것이 확실한 이 이야기. 그리고 랩소디라고 불리울 만큼 은근하고 진하게 전해져 내려올, 절대 사라지지 않은 전설을 담은 그런 이야기라는 점을 것이다. 토마토라는 야채의 이름으로 대변되는 누군가의 삶과 어느 지역의 사람들과, 어느 나라의 전설을 담은 토마토 랩소디는 그렇게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향기를 폴폴 풍기고 있었다. 마치 사랑의 열매라 불리웠던 토마토의 붉은 향기처럼 말이다.
토마토 랩소디는 앞서 살짝 기대했던대로 토마토를 키우며 살아가는 유대인 논노와 다비도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나깨나 토마토를 정성스럽게 키우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던 이탈리아 한 지방의 청년, 하지만 다비도는 논노의 주선으로 피렌체에 살고 있는 한 여인과 결혼을 준비해야하는 처지에 놓인다. 토마토 말고는 관심도 없는데, 더군다나 맘에 들지도 않는 여인과의 결혼이라니.. 모든 것들이 불만투성이인 다비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노의 주선을 거절하지 못하고 어부지리로 결혼의 단계에 돌입한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다비도는 올리브 농장의 여인 마리와 사랑에 빠지고야 만다.
토마토 랩소디는 이렇게 다비도와 마리를 중심에 놓고 이들을 둘러싼 마을의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각자의 개성과 욕망들을 부여해 이야기를 끌고 가기 시작한다. 또한 이야기의 시작은 다비도와 마리의 사랑이었을지 모르나, 단지 이들의 사랑은 이야기 전체를 깔고 있는 종교적 갈등이나 사회의 화합등을 문제로 이끌어내기 위한 작은 실마리로 이용될 뿐이기도 하다. 누구나 공감하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젊은 남녀의 막을 수 없는 사랑과 그 사랑의 해결점을 통해 당시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혹은 우회적으로 이끌어내 한편의 로맨스이자 한편의 서사시를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토마토라는 매혹적으로 열정적인 열매의 색을 입혀 다양한 음식과 그 재료들을 곁들인 환상의 한 접시를 만들어낸다.
토마토 랩소디라는 이름처럼 이 책은 토마토라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야채의 이름으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려 한다. 때로는 종교적인 갈등을, 때로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리고 그 수많은 문제들을 헤쳐내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루어내야 하는 화합과 용서, 그리고 화해라는 이상향까지를 말이다.
그래서 토마토 랩소디는 어찌보면 참으로 영악한 책이기도 하다. 영원히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 중 하나를, 그래서 한 없이 무겁고 지루하기까지한 추상적인 문제를,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음식의 재료와 젊은이들의 로맨스로 이끌어내고, 시종일관 유쾌하고 즐겁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토마토 랩소디를 읽는 내내 이야기의 중압감이나 진지함에 짓눌려 책장을 덮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사실은 아마도 이 책의 그런 영리함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 장을 모두 덮은 후 토마토 랩소디는 단지 음식의 유래나 젊은이들의 로맨스를 보여주고자 하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토마토 랩소디가 전하고자 하는 진짜 이야기가 책 장 아래 책을 모두 읽은 직후 다시 우리 머릿속에서 시작되니 말이다.
너무 무겁지 않게, 그러나 너무 경박하지 않게, 토마토 랩소디가 전하는 붉고 향긋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한 시대를 넘어 여전히 내려오는 우리의 이상향 한접시를 만나게 될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