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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 이야기
베르나르 키리니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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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유명한 누군가는 상상력이 인간이 가진 최고의 축복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인간들이 이룩해낸 대단한 발명의 대부분은 바로 이 상상력이 시작이 되어 완성까지 이루어진 것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둥그런 바퀴를 달아 조금 더 쉽고 빠르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 자동차를 만들었고, 새처럼 하늘을 날아 다니는 비행기를 만들어 국가와 국가를 이동하게 만들어주기도 했으며, 먼 곳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언제도 목소리로 서로의 안부를 전할 수 있게 하는 전화기도, 해가 져서 어둠이 지배하는 한밤에도 대낮처럼 밝은 빛을 만들어내는 전구와 전기도. 바로 그 모든 것들이 인간이 상상했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도구들이었고, 이제는 그것들이 실현되어 모두가 그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가끔은 정말 쓰잘데기 없거나 혹은 허무맹랑한 희망사항으로 들리는 상상력에 기반한 수 많은 생각들, 당시에는 그것이 정말 허무맹랑하고 꿈 속에서나 나올법한 말도 안되는 상상들에 지나지 않았다 할지라도, 시간이 흘러 우리의 모습들을 가장 크게 바꾸어 낸 것은 바로 그 말도 안되는 상상력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본다면, 인간이 받은 가장 큰 축복이 상상력이라는 그 누군가의 말은, 정말 틀리지 않은 말인듯 하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꼭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인문학적 과학적 영역에서만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곳에나 존재하고, 어느 곳에서나 강한 힘을 발휘할 잠재력을 가진 상상력. 그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또 다른 영역은 바로 문학일 것이다. 무엇을 만들어내거나 이룩하지 않아도, 글로써 모든 것들을 완성할 수 있는 문학이라는 장르야 말로, 어쩌면 상상력이 발휘되기 정말 좋은 최적지가 아닐까?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그 허무맹랑함과 꿈같은 이야기들을 귀기울여 들어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할테고 말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글을 통해 상상을 접하고, 함께 상상하며, 또 다른 상상을 할 수 있게 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어쩌면 그 누군가의 글을 읽은 또 다른 누군가의 상상은 발전과 노력을 통해 우리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끌지도 모를 노릇이다.

그래서 일까? 사람들은 문학적 상상력에 유난히 호의적이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만의 세계들을 구축하고 때로는 황당하고 때로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며, 사람들은 미처 자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그들의 세상을 향해 환호하고 즐거워 한다. 대표적인 작가를 들라고 한다면 아마도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대표적인 예가 될 듯하다.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이름 베르나르 키리니의 육식이야기는, 바로 이런 상상력의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14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육식이야기는, 한명의 인물로 보이는 서술자가 자신이 살면서 경험했던 온갖 희안하고도 말도 안되는 경험들을 독자들을 향해 고백하는 형식으로 담고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라는 것이 참 허무맹랑하고도 희안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들이다. 말 그대로 상상력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베르나르 키리니만의 독특한 세상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온몸이 오렌지 껍질로 뒤덮인 여인이 자신의 껍질을 벗겨달라 말하고, 다음날 메말라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고, 아주아주 먼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자신에 관련된 이야기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능력자가 있기도 하다. 정신은 하나인데 몸은 두개인 신부도 있고, 대재앙에 비견될만큼 커다란 사건인 기름유출 사건을 즐거운 유희나 위대한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열광하며 바라보는 집단이 출연하기도 하는 이야기들, 다른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거나 약간 이상한 것이 아니라, 뭔가 근본적으로 인간과는 다른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마치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인생 속의 약간 특이한 기억처럼 쏟아내는 이 이야기들은, 그래서 읽는 내내 이 주인공이 이토록 많은 희안한 일을 겪었다면 나도 그런 일들 중 하나는 살면서 겪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알수없는 기대마져도 품게 할 정도이다. 자~ 이정도라면, 베르나르 키리니라는 이름의 이 작가가 구축한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가 어느 정도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육식이야기의 여러 이야기들은, 분명 표면적으로는 이 세상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그려내고 있다. 세상 어디에서 온 몸이 오렌지 껍질로 뒤덮인 여인을 만나고, 기름유출사고를 보면서 집단적으로 열광하는 이상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는가. 아마 만에 하나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이 그저 재미있는 상상력이기만 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육식 이야기에 담긴 모든 이야기와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어느 면에서는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인간들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은밀한 욕구나 본성들을 그저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인지도 모르니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무언가를 끝없이 갈망하는 욕망이 있고, 숨기고 싶은 자신만의 비밀이 있으며, 누구에게도 떳떳하지 못한 은밀한 소망을 품고 있을 수 있다. 육식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주인공들은, 그저 누구나 가지고 있을 자신만의 이야기 한자락을 끝없이 추구하고 내보이는 이들일뿐일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베르나르 키리니는, 육식이야기 속 14편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들이 감추고자 했던 가장 현실적이고 본래적인 모습들을, 가장 비현실적이고 황당한 이야기들로 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쩐지 이 책을 쓰고 난 후 베르나르 키리니가 독자들을 향해 '당신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잖아?'라고 되묻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입가에 살짝 비웃음같은 미소를 품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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