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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 빈민가 아이들에게 미래를 약속한 베네수엘라 음악 혁명
체피 보르사치니 지음, 김희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8월
절판
때로는 열장의 글보다 단 한 소절의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때가 있다. 또, 한시간 넘는 일장 연설보다 단 한장의 그림이 누군가의 의지를 변화하게 하는 순간도 존재한다. 사람들은 그래서 예술이 지니는 알 수 없는 힘을 열망하고, 그 힘을 존중한다. 예술가들을 향한 끝없는 찬양과 그들이 내어놓는 음악과 미술 혹은 예술작품들에게 시대와 사회를 초월한 찬사가 쏟아지는 것도, 아마 그런 예술만이 가지는 측정할 수 없는 거대한 영향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고, 예술은 때로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바로 그,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하기에 사람들은 예술을 믿고 때로는 의지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예술이 가진 이런 거대한 힘을 그저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풀어주기를 바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루고 활용하고자 한다면 어떤 변화가 올까? 한 소절의 음악이, 단 한장의 그림이, 그렇게 막연하고 특별한 것으로 갇혀 있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와 우리의 마음 하나하나를 모두 울린다면? 그 감동을 전해 의지를 변화시킨다면? 그렇다면 그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까?
엘 시스테마는 바로 이런 질문에 가장 좋은 모범답안이 되어줄 베네수엘라의 음악혁명이다. 가끔 예술계 인사들의 대담이나 인터뷰에서 종종 언급되기도 하는 베네수엘라의 이 특별한 음악정책. 거리의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음악이라는 거대한 예술의 감동을 선물하고, 더 방황하는 것 보다 스스로 음악을 통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그리고 더 나아가 음악이라는 세상에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짜여진 거대한 프로젝트 엘 시스테마.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는 바로 이 베네수엘라의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함께 미래까지 약속한 베네수엘라의 음악혁명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다. 누군가의 궁금증처럼, 예술이라는 막연하고 경계없는 또 하나의 세상이, 특별함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소수를 위한 특권으로 남아있기 보다는, 우리 생활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예술이 곧 생활이 되고, 그 자체가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한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에 대해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현재에는 어떤 모습인지를 그 과정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본 책이기도 하다.
1970년대 부터 30년을 넘는 시간동안 진행된 엘 시스테마의 시작과 진행은, 사실 그 이야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상상을 하게 하는 거대한 이야기였던 것이 사실이다. 주축이 된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의 인생 전체를 건 희생과 봉사를 시작으로, 베네수엘라가 아닌 다른 어떤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방황하고 갈등하며 인생을 허비하는 것으로 자신을 진흙속에 버렸을지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주고, 그 안에서 노력과 사랑과 미래라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거대한 행복들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이야기 엘 시스테마. 이 이야기가 감동적인 것은, 그 오랜 시간을 하나의 목표를 위해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맹렬히 달려온 누군가의 희생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고, 또 그 이야기를 통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개척했기 때문이며, 이제 그들이 다시 누군가의 인생을 도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는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에게는 한 없이 부러운 이야기이다. 또, 동시에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저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언제 결과물이 나올지 모르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고 봉사함은 물론, 믿고 기다려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5년마다 바뀌는 정권에 따라 국가의 모든 정책방향과 목적들이 춤을 추기를 반복하는 현재의 상황을 볼때, 또 그렇기에 정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이는 계획이 아니면 감히 계획조차도 내어놓을 수 없는 우리의 상황들을 볼때, 30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그리고 투자하고 인내하는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 시스테마는 분명 존재하는 프로젝트이고, 또 이제 오랜 시간을 거쳐오며 그 결과를 세상에 내어놓아 모든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청소년 선도의 바른 정책의 모델로 언제나 언급되고 있다. 엘 시스테마가 성공했듯, 그들의 성공을 부러워하는 어느 나라에서는 또 하나의 엘 시스테마를 준비중에 있는지도 모른다. 엘 시스테마가 감동적인 이유는, 엘 시스테마가 성공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다른 이들을 자극하고 또다른 엘 시스테마의 기적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