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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말을 하지 않는 다는 것.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서로의 비밀스러운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날려버리고, 선택적으로 자신의 입을 막아 무엇도 자신의 입을 통해 꺼내어 놓을 수 없도록 하는 것.
선택적 함묵증이라 불리우기도 한다는 실어증은 자유스럽게 말하고 생각을 나누며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말이라는 소통의 방법을 포기하고, 그보다 더욱 큰 고통과 비명을 간직한 아픔을 표현하는 침묵을 그 자리에 대신 놓는 말을 잃어버린 혹은 말을 포기한 침묵. 침묵의 무게는 바로 그 깊고 어두운 침묵을 선택한 한 어린 소녀의 고통과 어른들의 무심함이 불러오는 잔인한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음주와 폭력으로 평화로운 가정을 만들지 못하고 가족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서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못하고 그저 피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어머니, 그리고 어린시절 받은 충격으로 더이상 말을 하지 않게되어버린 한 소녀와 소녀의 오빠가 살고 있는 작은 집. 그곳에서 어느날 술에 취한 아버지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소녀를 끌고 숲으로 향한다.
자신의 아내와 한때 연인관계였던 남자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소녀의 친 아버지라 의심하고 있던 그는, 그 의심에 의해 자신을 너무도 닮은 딸을 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자꾸만 의심속으로 몰고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숲으로 끌고간 딸의 부재가 확인되면서 가족들은 소녀가 실종되었다고 걱정하기 시작하고, 우연히 소녀를 목격한 소녀의 친구는 소녀를 따라 다시 집을 나서면서 두 집의 딸 아이가 동시에 실종되어버린 것으로 사건이 시작되는 것이다
실종된 소녀들을 걱정하고 찾기 시작하는 가족들의 이야기 사이로, 침묵의 무게라 이름지어진 이 이야기는 가족이기에 더욱 큰 상처가 되기도 하며, 아직 어린 아이들이기에 더욱 깊숙하게 박힌 가시가 되기도 하는 상처와 고통들을 담아내기 시작한다.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던 딸에게 더욱 마음 속 깊이 다가가지 못했던 엄마와, 스스로의 의심이 만들어낸 허구로 인해 가족모두를 고통속으로 떨어뜨린 아버지, 또 바쁜 일상과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안타까움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무심했던 이들에 대한 후회와 회한들이 사라진 아이들을 찾는 가족이 되어서야 그들 앞에 깨달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침묵의 무게는 그렇게 조금씩 어긋난 가족의 모습을 통해 그런 가족들의 무심함과 잔인함이 가족의 미래이자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있는 그들의 아이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는지를 보여준다. 말을 하지 않을 만큼 극심한 고통과 아픔속에 자신을 가두고 더 이상 외부와의 소통을 하려 하지 않는 갇혀버린 아이. 침묵의 무게 속 칼리는 바로 그런 어긋난 가족의 고통을 그 작은 몸속에 담고 홀로 품고 있던 상처를 대변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모든 것을 본 대로 들은 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통해 자신의 잘못과 소홀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따끔한 가르침이 담긴 말이리라. 말을 하지 않던 칼리는 바로 그렇게 의심과 술로 가족의 고통이 되는 아버지의 모습을 침묵으로 보여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그렇게 어긋나고 잘못된 가족의 모습도, 행복하고 평화로운 가족의 모습도 모두 담아내는 가족의 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침묵의 무게속에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