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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 아이디어뱅크 홍사종의 스토리 마케팅
홍사종 지음 / 새빛 / 2009년 2월
평점 :
이야기가 세상을 지배한다. 멋들어진 이야기 한 자락에 울고 웃는 현실을 직시하더라도 결코 허언이 아니다. 얼마 전 서점가에 엄마열풍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은 감성코드를 자극한 좋은 사례라 하겠다. 메마른 세태에 잊고 지내던 소중한 것의 되돌아보기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눈물을 쏙 빼는 엄마라는 주제로 잊어버린 원형질의 추억을 상기시키고 인간 본성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하기에 제격이었기에 이토록 화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 홍사종은 문화혁명의 개척자로 움직이는 아이디어뱅크라고 불리 운다. 그가 역설하는 이야기시대는 문화, 경제, 사회, 정치 등 각 영역을 아우르는 공통의 헤게모니로 메가톤급의 파급효과를 촉발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이제는 정보화시대를 넘어 이야기가 세상을 주름잡는 시대가 왔음을 천명한다.
우리는 조앤 롤링의 소설 ⟪헤리포터 시리즈⟫에 열광하고 헐리우드무비에 일희일비한 문화적 왜곡현상을 겪고 있다. 아이들은 디즈니가 생산해 내는 편향적 문화구조의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지고 고유의 자의식마저 그들에게 유린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그들이 창작해 낸 이야기는 완성도나 흥행 면에서 보더라도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저자가 목도하고 경험한 이야기의 파급효과는 문화선진국이 체계적 과정과 절차를 거쳐 세계무대를 장악한 창의성을 살린 맨 파워에 있다. 잘 된 이야기를 발굴하고 재목을 길러 우리식의 환경을 조성할 것을 제시한다. 고객의 구미에 맞고 소위 트렌드를 흡수하는 안목을 기르고 마케팅과 접목한다면 트라이앵글처럼 딱 들어맞을 것이라 조언한다.
실제 무미건조한 제품이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더해 녹아들면 파생되는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저자의 이야기에 내재된 가치가 주지한 바와 같이 파급효과, 생산유발효과, 경제연계효과 등을 고려한다면 기술집약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경제력 상승효과는 더 큼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이야기의 창발성과 문화중심의 담론을 시종일관 부르짖고 있지는 않다.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해 저자의 깊이 있는 고민과 흔적을 다분히 엿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화적 편중현상의 원인에 대해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총체적인 통찰을 시도하였다.
입장료가 50만원을 호가하는 오페라를 관람하지 않았다면 문화열등생으로 인식되고 대중음악이 아닌 전통음악이 관객들과 호흡하기 위해 격식을 낮추는 것은 저급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상호작용이 결여된 보수주의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고에 지나지 않음을 일갈한다.
우리 사회는 경제발전의 승패에만 치중한 경향이 강하다. 먹고 사는 것이 급급하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치열한 삶을 살아왔음은 두말 할 나위없다. 이는 전후세대를 필두로 하여 세대 간 간극을 더욱 벌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과도한 경제발전의 이데올로기에 부쳐 승자독식주의 관용적 미덕과 부의 양극화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소통과 양보의 부재는 문화적 변질현상으로 창의성을 말살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초야에 묻히게 하는 기현상을 도출하였음을 말한다. 문화계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 들불처럼 번진 인맥, 학맥, 지연 등의 일그러진 잣대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러하기에 저자가 경제개발의 얼룩으로 물든 우리 사회를 이야기의 감성코드로 치유코자한 시도는 단연 돋보임을 알게 한다. 우리 사회가 불안정한 미래 사회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기준점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와 같은 실로 고마운 글이라 하겠다.
저자가 담은 사회전반의 현상과 문젯거리는 충분히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들이 태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개선하려는 의지보다 안주하려는 마음이 더 컸음은 비굴함이 아니고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재담 넘치는 저자의 올곧은 생각과 포용력 넘치는 이야기에 귀담아 들여야 할 이유가 넘쳐나는 것은 우리 스스로 함께 풀어가야 할 우리의 문제에 다름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