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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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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먼저 <위대한 개츠비>를 먼저 읽어보기로 하였다. 솔직히 말해서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몇 년 전 읽은 <위대한 개츠비>는 내게 별 감흥이 없었고, 그저 그런 소설로 기억되었다. 내심 왜 이 소설이 위대한 소설들의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5페이지도 지나지 않아 <위대한 개츠비>의 한 문장, 한 문장에 빠져들었고, 묘한 감동과 흥분에 휩싸여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말았다. "미국 문학의 180쪽짜리 시스티나 성당"(16)이라는 찬사가 과히 거짓은 아니라 느껴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몇 년 전 읽은 것과 같은 번역자의 같은 판본이었고,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같은 개츠비 연구서들이나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읽은 것도 아니었고, 내 인생에서 적어도 연애에 관련된 큰 변화는 없었는데 책을 읽은 감상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말이다.

<위대한 개츠비>를 처음 읽고 그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은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의 저자 모린 코리건은 "고등학교 시절 어쩔 수 없이 이 책을 읽으며 왜 위대한지 모르겠다고 생각했"(11)지만, 현재는 매년 대학 신입생들에게 <위대한 개츠비>를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수강생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이가 들면서 소설의 겹겹이 쌓인 의미를 더 잘 알아차리게 되었"(16)다고 한다. 고전, 혹은 위대한 명작들의 공통점이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면 <위대한 개츠비>는 그 조건을 충분히 충족시키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나서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삶과 <위대한 개츠비>의 탄생비화, 소설 <개츠비>가 걸어온 궤적 등을 다루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있었지만, 부인이었던 젤다와 딸 스코티와의 관계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헤밍웨이와의 관계 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헤밍웨이는 피츠제럴드에게 "당신의 간은 프린스턴 박물관에, 심장은 플라자 호텔에 뿌립시다"(46) 운운하는 편지를 썼다고 하니, 라이벌보다는 악플러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개츠비> 안에 나타난 유대인이나 이민자의 문제, 1920년대 뉴욕이라는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 <개츠비>의 하드보일드 소설적 요소 등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어느 맑은 아침에"라는 표현 다음에 오는 "터무니없이 긴 줄표가 개츠비가 소유한 선착장 끄트머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64) 운운하는 비평가의 지나친 의미부여는 다소 지나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소설만 읽고는 알 수 없었던 여러 사실들도 나와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발표 직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겨우 2쇄를 찍은 후 서점에서 사라졌던, 그래서 피츠제럴드 본인이 출판사에 선물로 주문한 게 유일한 판매고였던 <위대한 개츠비>가 1940년 피츠제럴드의 사후, 미국문학의 금자탑으로 급격히 부활한 과정이 흥미로웠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대량의 문고판 책들을 인쇄하여 참전 중인 군인들에게 배부하였다고 하는데, 이때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15만 부 이상 미군들에게 읽혔고, 이는 1950년대 <위대한 개츠비>의 대중적 부활의 선구가 되었다고 한다.

<위대한 개츠비>의 부흥이 미군의 진중문고 보급이 1차적 계기였듯이, 국립예술기금이 시작한 '빅리드' 캠페인은 평소 대학에서 <개츠비> 강의를 하던 모린 코리건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게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나보다. 2004년 국립예술기금은 여가시간에 문학작품을 한 권이라도 읽은 성인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충격적 보고서를 접하고, '마을마다 책 한 권' 캠페인을 전개하는데, 이때 국립예술기금이 <화씨 451> <몰타의 매><앵무새 죽이기> 등과 함께 선정한 소설들 중 하나가 <위대한 개츠비>였던 것이다. 저자는 <개츠비> 강연을 하기 위해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고, 이 책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번에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으며 그동안 내가 많은 책들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넘어가지는 않았나 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를 통해 <위대한 개츠비>와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는 <위대한 개츠비>가 "살면서 적어도 두 번, 또는 5년에 한 번씩은 읽을 가치가 있는 미국 소설"(18)이라고 말한다. 아마 내게도 <위대한 개츠비>가 평생을 두고 읽어야 할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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