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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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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한 조각에
받아쓰기 100점의 행복,
결승골의 짜릿함,
야근을 즐기게 하는 기적까지
모두 담을 수 있을까요?


어느 프랜차이즈 치킨의 TV 광고다.

이를 패러디해서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누가 이 한 조각에
프랜차이즈의 횡포,
양계농가의 곤경,
맥주회사의 과점,
치킨집 사장님의 애환까지,
모두 담을 수 있을까요?

정답은 바로 이 책, <대한민국 치킨전>이다.

저자가 한 조각의 치킨에서 맛깔나게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무궁무진하다. 1960년대 전기통닭구이부터 '후라이드 치킨'의 등장과 진화, 프랜차이즈 치킨의 닭 공급량 조절과 가격 인상, 배달앱의 등장으로 인한 압박, 조류독감과 불경기, 치킨에 맥주가 필수인 이유, 맥주회사들과 대형 육계회사들의 과점... 저자가 자유자재로 풀어낸 글은 술술 읽힐 뿐만 아니라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대한민국 사회의 과거, 현재, 미래가 치킨에 농축된 느낌이다. 치킨을 보면 대한민국이 보인다고나 할까?

우리가 기억하는 '월급날 아버지가 사 오시는 통닭'은 그리 넉넉하진 않아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던 시대의 상징이었다. 80년대 한국에 상륙한 KFC는 더이상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게 되었고, 세련된 젊은 세대의 문화적 상징이었다. 그리고 IMF 이후 회사에서 잘린 자영업자들이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던 사업이 치킨집이었다. 현재 불고 있는 치맥의 전국민적 인기는 더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한 시대의 갑갑한 사회의 상징일 것이다.

지난 십년간 개업한 7만 4천여 개의 치킨집 중 5만 개 이상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남아있는 치킨집들도 그만두지 못해 마지못해 영업하고 있을 뿐,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황. 닭을 기르는 인생도, 닭을 튀기는 인생도, 닭을 배달하는 인생도, 그리고 보통 사람 대부분이 해당하는 닭을 뜯는 인생도 결코 이러한 생지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치킨과 함께 먹는 맥주의 탄산이 그렇게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도 어쩌면 치킨을 먹는 우리의 인생이 갑갑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녀노소 누구나가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국민 음식 치킨. 그 안에 담긴 희노애락을 엿볼 수 있는 명저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는 분들께는 읽기 전에 가까운 치킨집에 전화를 걸어 미리 치킨을 주문해 두기를 권한다. 이 책을 맛있게 읽을 수 있는 팁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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