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 일상, 그리고 쓰다
박조건형.김비 지음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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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꽝스럽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삽화와 가벼운 듯,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는 내용으로 채워진 수필집이다. 그림 그리는 남편과 글을 쓰는 아내, 예술가 부부의 일상 속 이야기이다. 평범한 부부는 일상의 모습을 같이 경험하고, 서로의 다른 경험의 이야기를 꺼내놓지만, 다른 이야기가 아닌 결국 하나의 이야기이다. 작은 것에 만족을 하고, 나보다는 너를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에서 작은 감동을 준다. 오랜 시간 앓아오고 있는 우울증에 최근에 받은 뇌수막종 판정까지 남편에게 다가온 시련은 두 부부를 더 사랑하게 하는 별것 아닌 것들 중의 하나다.

 

마음껏 사랑을 즐겼다. 여섯 살의 나이 차이를, 그보다 더 넘기 힘들었을 태생의 한계를 서로 알고 있었기에 순간순간의 사랑을 온 힘을 다해 만끽했다. 그 사람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느끼면 느낄수록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겠구나라고 깨달았고, 그래서 더 치열하게 사랑했다. 싸우고 토라질 시간도 나에겐 낭비였다. 사랑만으로도 모자랐고, 나에게 사랑이란 진실을 보여줄 수 있는 남자라면, 그것만으로 족했다. 지구별에 하나뿐인 사람을 마침내 만난 것처럼, 나는 그렇게 사랑했다. - P. 57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 사랑은 늙어가고, 사랑이란 원래 변하는 거라고 인정해 버리면 간신히 붙들고 있던 그 모든 사랑의 기억마저 훼손되는 것 같기 때문에, 방법은 없다. 매일 그 사람을 새로이 사랑하는 수밖에. 기억하고 쓰고 그리며 내일 다시 또 사랑해야 하겠구나. 늙어가는 우리 사랑을 끌어안는 수밖에. - P. 70

 

다듬어진 채소, 다듬어진 생선, 바로 쓸 수 있도록 포장된 식자재가 겨우 몇백 원, 몇천 원으로 유통되니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노동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격표 너머에 숨어 있을 누군가의 땀이다. 너무 쉽게 돈으로 치환되더라도 여기 이 현실을 떠받치고 있을 무수히 많은 노동의 시간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 P. 99

 

눈물이 차올랐지만 꾹 참았다. 그저 신랑의 손을 오래도록 쓰다듬었고, 여러 번 끌어안았다. 큰 굉음을 내며 우리를 지나친 이 삶의 의미를, 결코 잊지 말자고, 우리 다시 태어난 것처럼 살자고, 서로를 토닥이고 보듬어 안고 한참을 그랬다. - P. 278

 

이제 나는 삶을 말할 때, 죽음을 말할 때, 그 어떤 순간에도 가벼이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안다.

다가온 시간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시 어제의 삶에서 한 발 나아간 시간을 살고, 내 몫이었던 시간을 무엇으로든 기록하는 것.

기록이란 시간을 거역하는 일. 그것만으로 우리는 비로소 시간이란 삶과 나란히 서서 당당하게 함께 걸을 수 있는 것이다. 별것 아닌 우리의 시간을, 아름다운 생의 그림들로 채워 가면서. - P. 283

 

킥킥거리면 읽을 수 있는 위트 넘치는 얘기들을 별것도 아닌 것처럼 전해주고 있지만, 예술가 부부는 책을 읽는 동안 재미와 감동 그리고 용기를 주고 있다. 높은 곳만 바라보고 살아갈 수는 없기에 가끔 옆과 뒤를 바라보면 사소하게 지나쳐온 모든 것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작은 휴식과 같은 책이다.

 

#별것도_아닌데_예뻐서 #박조건형 #김비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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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없는 삶 - 불안으로부터 나는 자유로워졌다
필 주커먼 지음, 박윤정 옮김 / 판미동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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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없는 삶이 가능할까?란 질문에 대한 답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믿음을 얻을 수 있다. 오히려 종교로부터의 자유를 가짐으로써 더 나은 삶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하는 길을 알려준다. 종교가 없는 삶은 아무것도 아니거나 무언가 결여된 삶이 아니며, 종교가 없는 사람들과 무종교적인 문화 속에도 삶의 문제들을 이겨 내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성취와 실존적 경외의 순간들을 경험하게 해 주고, 과학적인 탐구를 장려하고, 인간적 공감을 드러내며, 성숙한 도덕성을 키우고 삶의 유한성을 고요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게 하며, 분명한 세계관과 긍정적이고 목적 있는 삶의 자세를 가지게 한다.


사회학자로서 무종교성을 실증적인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저자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인종과 민족 집단, 연령, 직업, 출신 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각계각층의 무종교인들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무종교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자 한다. 더불어 여러 통계 자료와 연구들을 통해, 무종교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삶의 방식, 교육, 철학, 공동체 속에서의 삶의 태도 등을 다루고, 또 종교와 무종교성이 정치와 경제, 철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우리의 삶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루고 있다.


현대의 무종교적 문화에 부족한 것은 바로 유산이다. 내가 말하는 유산은, 공통의 과거와 공통의 미래를 지닌 사람들, 비슷한 기억과 미래에의 기대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 수세대 동안 비슷한 경험들 속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함께 물려받은 삶의 방식과 상징, 의식, 관습을 말한다. 무종교적인 문화에서는 이런 유산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적어도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 P. 184


삶이 고달프거나 문제를 잘 이겨 내지 못할 때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결국 핵심은 타인들과의 유대에 있어요.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사회적 환경 속에서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위안과 의미, 사랑을 얻어 내죠. 고통스럽거나 삶이 힘들 때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의지하는 것은 바로 이런 유대입니다. 이런 사회적 유대가 없다면,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의지하고 자신을 더욱 신뢰해야 합니다. - P. 276


죽음을 삶의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본질적으로 무종교인의 특징이라면, 삶에 대한 감사는 이런 특징이 불러오는 미덕이다. 종교가 없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불멸을 믿지 않고, 죽음이 돌이킬 수 없는 최후임을 냉철하게 받아들인다. 이로 인해 더욱 절실하게 삶을 살아가고, 사랑을 더욱 중요하게 인식하며, 진실성을 더욱 많이 보여 주고, 친구나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긴다. - P. 339


종교 없는 사람들의 삶과 가치, 경험을 탐구하고, 종교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공감을 기초로 하는 실제적이고 현세적인 도덕성을 키우는지, 삶의 고난에 직면했을 때 자기신뢰를 어떻게 적용하는지, 죽음을 어떤 식으로 다루고 받아들이는지 등 무종교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우리의 삶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종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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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세상을 움직이다 지혜의 시대
김현정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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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이 공존하며,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옳고 그름의 판단력을 기르고,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는 힘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저자가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뉴스쇼』에 대한 자부심과 뉴스의 전달과 역할에 대한 저자의 똑부러진 소신을 들을 수 있다. 더한다면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는 재미도 있다.

 

짜 뉴스는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우리 사이를 파고든다. P. 7

 

사진은 단 한 컷. 프레임 안에 들어온 장면으로만 이야기합니다.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한 장면만으로 모든 진실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한 착각입니다. 한 컷의 전후 상황과 프레임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을 파악함으로써 단순한 사실이 아닌 종합적인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뉴스를 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 P. 58

 

뉴스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을 깨고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프레임을 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선입견을 벗어던지는 것이고, 그 선입견을 벗어던지기 위해 중요한 것은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 P. 60

 

프레임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뉴스를 보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내가 가진 선입견이 내 판단에 개입하지 않았는지 자문해야 하며, 무엇보다 당사자들 양쪽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뉴스의 힘은 세며, 그 센 힘이 우리 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마이크와 펜이 향해야 할 곳을 꼭 기억해주기를 바라며 책을 마무리 했다.

 

 

#뉴스로_세상을_움직이다 #김현정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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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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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5부로 구성된 책은 1 [기술적도전]에서는 우리가 직면한 도전들을 개관하고, 2 [정치적 도전]에서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반응들을 폭넓게 살펴보고, 3 [절망과 희망]에서는비록 기술적 도전들은 유례없이 크고, 정치적 불일치는 극심하다 해도,계속해서 우리의 두려움을 조절하고 자신의 견해에 대해 조금씩만 겸허해진다면 인류가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 시켜주고, 4 [진실]에서는 탈진실 post-truth개념이 어느 정도까지 세계 개발을 이해할 수 있고 정의와 잘못을 구분할 수 있는지 묻는다. 5 [회복력]에서는상이한 실가닥들을 한데 모아 이 혼돈의 시대에 처한 우리의 삶을 보다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산업혁명의격동이 20세기 참신한 이데올로기를 낳은 것처럼, 다가오는생명기술과 정보기술 혁명을 맞이해서도 새로운 청사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10년은 치열한 자아성찰과 새로운 사회-정치 모델 구상이 두드러지는시기가 될 것이다. - P. 52



21가지 교훈을 한 줄로 표현된글이라고 본다. 생명기술과 정보기술 분야의 쌍둥이 혁명은 엄청나게 빠르고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겪어보지못한 가장 힘든 시련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다.



감정과욕망이 사실은 생화학적 알고리즘에 불과하다면, 이런 알고리즘을 해독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데 컴퓨터가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더 뛰어날 수밖에 없다. - P. 59



알려진 질병을 진단하고 익숙한치료를 관장하는 데 집중하는 일반 의사들은 AI 의사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AI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인간 일자리 창출을 도울 수있을 것이며, 인간은 AI와 경쟁하는 대신 AI를 정비하고 활용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21세기의전례 없는 기술적, 경제적 파괴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사회적,경제적 모델을 최대한 빨리 개발해야 한다. 이런 모델들은 일자리보다 인간을 보호한다는 원칙을따라야 한다. P. 83



로봇의진짜 문제는 자신의 인공지능이라기 보다 인간 주인의 본성에서 비롯하는 어리석음과 잔혹이다. P. 121



보편적인 경제 안전망과 더불어강력한 공동체와 의미 있는 삶의 추구를 결합할 수만 있다면 알고리즘에 일자리를 빼앗겨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대량 실업의 위험과는 별도로, 우리가 휠씬 더 걱정해야 할 일은 인간의 권위가 알고리즘으로 옮겨가는것이며, 알고리즘은 자유주의 이야기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파괴하고 디지털 독재의 부상으로 이어지는 길을열수도 있다고 전하고 있다.



숨을통제하려고도 하지 말고, 숨을 특정한 방식으로 쉬려고도 하지 마세요.그것이 무엇이 됐든, 그저 지금 이 순간의 실체를 관찰하기만 하세요. 숨이 들어오면 지금 숨이 들어오는구나, 하고 자각할 뿐입니다. 숨이 나가면 지금 숨이 나가고 있구나, 하고 자각할 뿐입니다. 그리고 초점을 잃고 정신이 기억과 환상 속에서 방황하기 시작하면 지금 내 정신이 숨에서 멀어져 방황하는 구나, 하고 자각할 뿐입니다. 그것은 그 때까지 누군가 내게 해준 말 중에서 가증 중요한 것이었다. P. 481



앞으로 수 년 혹은 수십 년동안에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 우리가 노력을 기울인다면 아직은 우리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탐사할수 있다. 하지만 이 기회를 활용하고 싶다면 지금 하라고 전한다.



지금 전 세계 공동체가 겪고있는 이슈와 21세기에 다가올 불확실성에 대한 21개의 제언을제시하고 있다. 각 제언의 끝부분에 다음 제언을 제시하면서 제언들을 연결지음으로 결국에는 하나의 큰글이 된다.




현 시대의 사회적, 정치적 위기에 집중한 이번 책은 우리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의도전은 무엇이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하고, 올바른선택을 하기 위해 현실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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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3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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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작품인〈키스〉에 비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화가 클림트의 생애와 작품들을 다룬 책이다. 오스트리아 곳곳에 남겨진 클림트의 흔적을 찾고, 남겨진 작품들에 대한 제작 배경과 작품 속에 담겨진 내면세계를 설명해준다.

 

 

책으로 읽었지만 클림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을 해설사와 함께 관람을 한 느낌이다. 작품 탄생에 대한 설명과 작품이 품고 있는 세계 그리고 작품들과 관계되는 서양 미술사는 또 하나의 재미를 준다.

 

 

빈이 클림트의 도시인 것은 단순히 클림트가 빈에서 한평생을 살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클림트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는 빈의 자취가 드러난다. 빈의 세기말 분위기, 빈의 귀부인들, 빈의 과잉 장식 취미, 빈의 과거 지향적 가치관, 빈의 화려한 궁정들, 그런 모든 요소가 클림트의 그림에 스며들어서 때로는 희미하게, 때로는 클림트의 사인만큼이나 선명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그래서 클림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순으로 가득 찬 이 도시 빈과 오스트리아 제국을 먼저 이해해야만 한다. - p. 039

 

 

클림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인간은 예술, 그리고 사랑의 힘을 통해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마저도 이길 수 있다고 외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 벽화를 제작하던 당시의 클림트는 꼭 40세였다. 더 이상 젊지 않은, 그리고 자신의 나이에 대해 무게감을 느낄 시기다. 그는 서서히 다가오는 몰락과 소멸에 대한 공포를 감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합쳐져서 예술의 영원한 승리를 찬양하는 〈베토벤 프리체〉를 제작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 p. 111

 

 

천 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어도 모자이크 장식들의 신비로움과 생명력은 결코 빛바래지 않았다. 그것은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이전의 아름다움이요, 대상을 최대한 사실적이며 극적으로 재현하려 한 르네상스 이후 미술사의 전통을 한번에 부정하는 듯한 원형의 아름다움이다. 이 고귀한 단순함을 발견한 순간, 클림트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가장 먼 과거를 향해, 예술과 종교의 원형을 향해 돌아가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 P. 139

 

 

〈키스〉는 단순히 그 화려함으로, 또 클림트의 황금시대의 절정을 보여준 작품이기 때문에 의미가 깊은 것이 아니다. 이 그림은 예술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젊음을 지나 완연한 생의 후반기로 들어선 클림트의 심정을 모두 토로한 작품이다. 아마 클림트 본인도 느꼈을 것이다. 이 그림이 바로 자신의 ‘절정’이며 자신은 이를 능가하는 그림을 더 이상 그릴 수 없다는 사실을, 화가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이제 자신의 앞에는 긴 쇠락을 향해 내려가는 일만 남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클림트는 평생 사랑과 예술을 갈구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사랑도, 예술도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 끝내 그의 손에 잡히지 않았다. - p. 165

 

 

클림트의 흔적을 찾아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그가 천재이기 이전에 진정 용감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역사주의 화가로서 30대 초반에 이미 빈의 유명인사 반열에 올랐는데도 그 모든 영광을 뒤로 하고 빈 분리파를 창립했고, 황금 시대의 절정에 올라섰을 때 후배들의 날카롭고 격렬한 재능을 발견하고서 또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아갔던 사람이 클림트였다. ···삶은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불확실한 가능성에 의지한 채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발걸음에 의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법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자주 현실이 주는 보잘것없는 안락함에 도취되어 새로운 도전을 외면하는가. - P. 288

 

 

#클림트 #빈에서_만난_황금빛_키스의_화가 #전원경 #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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