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3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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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작품인〈키스〉에 비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화가 클림트의 생애와 작품들을 다룬 책이다. 오스트리아 곳곳에 남겨진 클림트의 흔적을 찾고, 남겨진 작품들에 대한 제작 배경과 작품 속에 담겨진 내면세계를 설명해준다.

 

 

책으로 읽었지만 클림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을 해설사와 함께 관람을 한 느낌이다. 작품 탄생에 대한 설명과 작품이 품고 있는 세계 그리고 작품들과 관계되는 서양 미술사는 또 하나의 재미를 준다.

 

 

빈이 클림트의 도시인 것은 단순히 클림트가 빈에서 한평생을 살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클림트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는 빈의 자취가 드러난다. 빈의 세기말 분위기, 빈의 귀부인들, 빈의 과잉 장식 취미, 빈의 과거 지향적 가치관, 빈의 화려한 궁정들, 그런 모든 요소가 클림트의 그림에 스며들어서 때로는 희미하게, 때로는 클림트의 사인만큼이나 선명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그래서 클림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순으로 가득 찬 이 도시 빈과 오스트리아 제국을 먼저 이해해야만 한다. - p. 039

 

 

클림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인간은 예술, 그리고 사랑의 힘을 통해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마저도 이길 수 있다고 외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 벽화를 제작하던 당시의 클림트는 꼭 40세였다. 더 이상 젊지 않은, 그리고 자신의 나이에 대해 무게감을 느낄 시기다. 그는 서서히 다가오는 몰락과 소멸에 대한 공포를 감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합쳐져서 예술의 영원한 승리를 찬양하는 〈베토벤 프리체〉를 제작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 p. 111

 

 

천 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어도 모자이크 장식들의 신비로움과 생명력은 결코 빛바래지 않았다. 그것은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이전의 아름다움이요, 대상을 최대한 사실적이며 극적으로 재현하려 한 르네상스 이후 미술사의 전통을 한번에 부정하는 듯한 원형의 아름다움이다. 이 고귀한 단순함을 발견한 순간, 클림트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가장 먼 과거를 향해, 예술과 종교의 원형을 향해 돌아가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 P. 139

 

 

〈키스〉는 단순히 그 화려함으로, 또 클림트의 황금시대의 절정을 보여준 작품이기 때문에 의미가 깊은 것이 아니다. 이 그림은 예술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젊음을 지나 완연한 생의 후반기로 들어선 클림트의 심정을 모두 토로한 작품이다. 아마 클림트 본인도 느꼈을 것이다. 이 그림이 바로 자신의 ‘절정’이며 자신은 이를 능가하는 그림을 더 이상 그릴 수 없다는 사실을, 화가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이제 자신의 앞에는 긴 쇠락을 향해 내려가는 일만 남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클림트는 평생 사랑과 예술을 갈구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사랑도, 예술도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 끝내 그의 손에 잡히지 않았다. - p. 165

 

 

클림트의 흔적을 찾아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그가 천재이기 이전에 진정 용감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역사주의 화가로서 30대 초반에 이미 빈의 유명인사 반열에 올랐는데도 그 모든 영광을 뒤로 하고 빈 분리파를 창립했고, 황금 시대의 절정에 올라섰을 때 후배들의 날카롭고 격렬한 재능을 발견하고서 또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아갔던 사람이 클림트였다. ···삶은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불확실한 가능성에 의지한 채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발걸음에 의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법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자주 현실이 주는 보잘것없는 안락함에 도취되어 새로운 도전을 외면하는가. - P.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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