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비주얼 노블 1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지음, 주)영화사 레드피터 제작, 연상호 감독, 박주석 각본 / artePOP(아르테팝)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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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는 이혼 후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 수안의 생일날 엄마에게 데려다 주기 위해 부산행 기차를 타게 된다. 좀비 바이러스에 간염된 상태로 출발하려는 기차에 급하게 한 여자가 탑승을 하고, 결국 이 여자를 시작으로 부산행 기차 안은 좀비들로 뒤덮히고, 좀비와 인간의 사투장이 된다. 전국은 좀비 바이러스에 뒤덮혔고, 그나마 안전한 곳이 부산이라는 정보를 듣고 부산으로 가기 위해 사투를 벌이게 된다.

 

 

어릴 적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자신의 성공이 최우선이며, 자신이 성공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가지만, 딸과 함께 부산행 열차를 탐으로써 자신의 성공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석우와 아빠와 엄마의 불화로 아빠와 살고 있지만, 아빠의 무관심속에 할머니가 돌봐오지만, 나 보다는 남을 배려할 줄 아이이다. 자신에게 무관심 모습을 보여 준 아빠를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아빠를 이해하고 감싸 안아주는 수안.

 

 

다른 사람이 아니고 자신의 어머니였다.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저를 낳아주고 길러준 어머니였다. 평생을 저에게 죄인처럼 미안해 한 어머니였다. 자신이 바라는 것은 입 밖으로 내본 적이 없는 어머니였다. 석우는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슬픔과 죄책감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 P. 79

 

 

아내 성경을 만나고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오직 성경만을 위해 살아왔고, 만삭인 아내와 자식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상화 사랑을 받기만한게 아니라 남편 상화를 떠나 보내는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이 더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자신의 몸 속에서 자라는 자식을 선택함으로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이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하는 성경.

 

 

자신이 살기 위해 여러 사람을 짓밟고 결국에는 자신도 좀비 바이러스에 간염이 되어 좀비가 된다. 인간의 가장 이기적인 모습을 다 보여주는 용석과 누구에게나 관심 밖의 인물이지만, 그들의 주변에 머물면서 나 자신보다는 남을 더 배려하는 노숙자.

 

 

사람들은 죄책감과 안도감이 뒤섞인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선택이 옳다. 선량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옳은 선택이었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 그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 P. 182

 

 

좀비가 인간을 공격하고 인간은 힘없이 좀비에게 당하기만 하다가 한 영웅의 탄생으로 좀비들을 물리치는 평범한 얘기가 아니었다. 다양한 케미커플들을 통해 그냥 보여지는 겉모습과 달리 쉽게 보여지지 않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의 본성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예고편을 통해 주요 장면들을 접했기 때문에 책을 읽는 중간중간 영화의 장면들과 오버랩되어 실감나고 재미있는 책읽기였다. 인기 베스트셀러의 책을 영화화하는 것과는 반대로 흥행하고 있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재구성한 책으로 영화를 직접 보는것만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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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박도봉의 현장 인문학
김종록.박도봉 지음 / 김영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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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기계 가공현장의 열처리공에서 시작하여 수 천명의 직원을 둔 그룹의 CEO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면서, 파란만장한 인생사의 무용담보다는 불확실한 미래로 고민과 갈등을 겪고 있는 젊은 청춘들에게 멘토링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공감하지 못하면 그 어떤 훌륭한 조언이나 충고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잔소리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저자는 현장에서 겪은 삶을 젊은 청춘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인문학자 김종록과 함께 묻고 답하는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책은 기승전결의 4부로 구성하여, ()-꿈을 공유하는 사람을 만나다에서는 성장 환경, 종교관, 첫 직장, 연애와 결혼 등 저자의 인간적인 모습을,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법에서는 열처리 공장을 창업하는 과정과 창업 후 승승장구 거듭하여 동양강철을 인수한 후 상장사 CEO의 꿈을 이뤄낸 과정을, ()-세계가 나의 영토에서는 여러 가지 경제 상황으로 인하여 베트남에 해외 공장을 건설하게 된 배경과 건설과정 그리고 베트남 공장의 성공 스토리와 청춘들에게 드넓은 세계로 나아가 자신들만의 꿈을 펼쳐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행동하는 인문학에서는 노동 현장을 기피하는 사회 정서에 대해 우려하는 글과 공무원과 대기업만 바라보고 있는 청춘들에 대한 조언과 사회를 향한 변화의 메시지와 기성세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주어지고 갖춰진 환경에 만족하기보다는 보다 더 나은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 실패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실패를 하더라고 도전하는 모습, 누구나가 걸어가는 편안한 길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는 모습 등은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CEO의 모습이 아닌 후천적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CEO 모습이었다. 3D 업종의 현장 속에서 살아가는 창업자의 인간적인 모습과 성과 못지 않게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 그리고 미래를 살아가게 될 다음 세대들을 위해 기성 세대가 가져야 할 모습 등을 전하고 있다.

 

 

주도적을 일하다보면 틈새가 보인다. 미래가치를 겨냥해보고 확신이 서면 과감하게 창업해라.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미루지 마라. 그러면 다른 누군가가 그걸 낚아채가고 만다. 그것만 지키면 도저히 실패할 수 없는 지름길을 달리며 성공을 챙취할 수 있다. P. 77

제가 배운 열처리는 금속의 조직을 바꾸는 일입니다. 금속은 열을 쬐고서 조직이 바뀌듯 사람은 학습과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질을 연마하고 업그레이드하죠. 그사이 열 받는 일도 많이 겪겠지요. 가족과 동료들에게 속내를 터놓고 교감하며 그 열을 식히면 됩니다. 적당히 취미생활을 하면서요. 그런 반복을 통해서 사람은 성숙해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격을 인정받게 되지요. P. 92

그게 우리가 잘나서가 아니라 우리 윗세대가 만들어놓은 밥상에 수저만 얹은 거죠. 그래서 편하게 살아왔어요. 다음 세대들 일자리를 만들 생각조차 안 했던 거지요. 그러니까 우리 세대 잘못도 아주 큽니다. 우리는 윗세대가 차려놓은 밥상을 받아먹기만 했지 다음 세대가 먹을 밥상은 안 차려준 거죠. 그 대가를 우리 아들, 조카 세대가 치르고 있는 거고요. P.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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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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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를 중심으로 14세부터 20세기까지 조선과 일본 그리고 서양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문장가 또는 작가 39인의 글쓰기의 미학과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일반 독자로서 글을 많이 접할 수 없는 조선의 작가 이용휴, 이옥, 조희룡와 중국 작가 오경재, 장대, 서하객 그리고 일본 작가 요시다 겐코, 이하라 사이카구 등 9가지 핵심 주제인 동심, 소품, 풍자, 기궤첨신, 웅혼, 차이와 다양성, 일상, 자의식, 자득에 관한 작가들의 글을 접할 수 있다.

동서양 글쓰기 대가들의 글쓰기의 핵심 전략과 방법 그리고 역할을 소개하고 있으며, 특히, 저자는 글쓰기의 기술과 방법 못지 않게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서문에 언급하고 있다. 글쓰기는 결코 남의 글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이룰 수 없고, 자신만의 글을 무엇에도 얽매이거나 속박당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써야 하며, 억지로 지으려고 하거나 애써 꾸미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동심과 같은 순수한 마음이 내재된 자신만의 글을 지어야 한다.

글쓰기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읽으면서 각 장마다 언급되는 동서양의 문장가와 그들이 저술한 책과 더불어 방대한 자료들에 걸맞게 새롭게 접한 내용들이 많아서 책의 분량에 주눅 든 채 읽기 시작하였지만, 읽는 내내 지루함 보다는 앎의 호기심을 채워가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역사평론가, 고전연구가로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통해 뒤늦게 역사와 고전을 읽은 즐거움을 깨달았다. 베네디토 크로체(Benedetto Croce)모든 역사는 현대사다라는 말과 연암 박지원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철학을 바탕 삼아, 역사와 고전을 현대적 가치와 의미로 다시 발견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것을 글쓰기의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최근에 들어와서는 일국사와 민족사의 한계를 넘어선 지역사(아시아사) 공부와 더불어 동서양 문영과 지식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교차, 비교하는 작업에 큰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있다.

이제 진정 좋은 글을 쓰려고 한다면 반드시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 진실하고 솔직한 감정을 토하고, 생각을 내뱉고, 마음을 풀어내듯이 글을 써야 할 것이다. 1장 동심의 글쓰기, P. 46

중요한 소품의 미학적 가치는 어떤 형식과 내용에도 구속 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정신과 사소하고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조차 글의 소재와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개방적인 견해와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느낌과 생각과 감정을 감흥이 이는 대로 혹은 마음이 가는 대로 붓 끝을 따라 경쾌하고 활달하게 써 내려가는 주관적 의지에 있기 때문이다. 2장 소품의 글쓰기, P. 127

노신은 말한다. 소품문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과 상쾌함과 조화로움과 휴식은 바로 휴양이다. 그러나 이 휴식과 휴양은 또한 노동과 창작 그리고 전투를 앞두고 갖추는 준비이기도 하다. 2장 소품의 글쓰기, P. 138

도덕군자(니체의 표현을 빌자면 도덕 괴물)인 척하면서 부패한 권력과 허망한 권위에 기대어 명예와 이익을 얻느니 차라리 우스갯소리와 농담 속에서 세상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광대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풍자의 대가들은 모두 교양과 학식으로 포장한 가식의 권력과 권위를 거부하고 광대를 자처하며 세상과 인간을 가지고 논 일종의 문학 광대였다고 하겠다. 3장 풍자의 글쓰기, P. 206

글을 잘 썼느냐 못 썼느냐, 훌륭한 글인가 별 볼 일 없는 글인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비록 서툴고 엉성해 잘못투성이인 글일지라도 어느 시대에도 없고 다른 누구도 쓰지 못한 나만의 글을 써야 한다. ? 서툴고 엉성하거나 잘못된 글은 고치면 되지만 이른바 명문이란 것을 모방하고 답습하거나 흉내 내어 비슷하게 닮은 글은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4장 기궤첨신의 글쓰기, P. 260

홍대용의 청나라 여행록 속 글 하나하나에 담긴 원대한 뜻과 웅장한 기운이 거대한 폭풍을 일으켜 18세기 조선의 지식혁명을 낳았다고 해도 별 무리한 해석이 아닐 것이다. 웅혼, 즉 웅장하고 탁 트여 막힘이 없는 문장의 힘이란 이토록 거대하고 위대한 것이다. 5장 웅혼의 글쓰기, P. 304

어떻게 글이 책과 문자 속에만 있다고 하겠는가? 오히려 걸작을 소망하고 대작을 갈망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세상 밖에서 자신만의 글과 문장을 구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것이 바로 멀리 사마천의 <사기>에서부터 가깝게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대작과 걸작이 일러주는 웅혼의 미학의 메시지다. 5장 웅혼의 글쓰기, P. 360

쉽게 말하자면 때론 첨신尖新하게, 때로는 법고法古하게, 때로는 동심으로, 때로는 기궤하게, 때로는 풍자와 해학으로,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역설적으로, 때로는 우아하게, 때로는 평범하게 글을 짓는 것이지, 오로지 이것은 옳고 저것은 틀렸다고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6장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 P. 376

차이와 다양성의 관계를 중시한 호슈의 사상적 의지와 글쓰기 전략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오늘날에도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차이와 다양성의 공존이라는 공존이라는 관점에서 상대방을 바라보고 상호 이해하고 존중할 때 참된 의미에서의 선린善隣, 선한 이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6장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 P. 395

이들의 삶 자체가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하고 단순하고 일상적인 것 속에서 삶의 가치와 의미, 곧 조화로움과 즐거움을 찾다 보니 이들의 글에서는 애써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상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7장 일상의 글쓰기, P. 498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자전적 기록들을 살펴보면, 글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고 글을 쓰는 것은 진아眞我, 참된 자아 혹은 온전한 자아를 찾는 길이라고 여겼던 투철한 작가 정신의 산물이 바로 자의식의 미학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8장 자의식의 글쓰기, P. 529

왜곡과 조작 그리고 과장과 미화의 맹점이 없지는 않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자의식을 묘사하기에 자서전보다 더 적합한 글쓰기의 형식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서전을 쓰려는 사람은 이 문학 형식이 다른 어떤 문학작품보다 진실성진정성이 요구되는 문학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진실성진정성이야말로 글은 나의 삶이자 나 자신이라는 자의식의 미학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가치이다. 8장 자의식의 글쓰기, P. 568

문학에서 자득이란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글쓰기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옛사람 혹은 다른 사람의 글을 모방하거나 답습하는 것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독자적으로 깨닫거나 터득한 자신만의 글을 쓴다는 뜻이기도 하다. 9장 자득의 글쓰기, P.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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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에서 우주까지 - 이외수의 깨어있는 삶에 관한 이야기
이외수.하창수 지음 / 김영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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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인생, 세상의 가장 깊숙한 진실을 직시하고 이외수 저자의 초월적인 내면의 깊이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본 <마음에서 마음으로>, 하창수 저자가 살아오면서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졌지만 풀지 못하고, 철학서 한 권을 샅샅이 뒤져도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125개의 질문을 이외수 저자와 묻고 답한 내용을 담은 <>에 이은 대담집 세 번째 이야기로 마음과 우주의 비밀에 관한 두 저자의 깊이 있는 대화가 담겨있다.

 

책에는 마음과 의식, ()와 선(), 선승과 수행자들의 깨달음 그리고 초능력과 초자연현상, 영혼과 심령현상의 목격담과 해석, 신과 인간, 종교와 구원 등 저자만이 그려낼 수 있는 신기하고 신비로운 대화의 세계가 그려져 있다.

 

2삶의 신비에 대하여에서는 예언, 초능력, 영과 기, 텔레파시, 채널링, 우주의 의식, 윤회 등 과학으로 정의되지 않은 세계에 대해 저자가 체험하거나 목격한 사실들로 구성한 대화가 담겨있다. 과학에 기반을 둔 사고에 익숙한 저자는 끊임없는 회의와 갈등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공감되는 내용과 공감되지 않은 내용의 혼재로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6편으로 구성된 저자의 신비어 사전은 책을 읽는 재미와 더불어 저자 특유의 상상력을 느끼게 한다.

 

세상에는 진실로 하잖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면 비로소 선()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 P. 22

 

중요한 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 중의 누군가가 "갈망을 버린 곳에 행복이 있다"라고 말하고 그것에 따라 살아간다면 그의 삶은 '행복의 궁극'에 기반을 두었다고 할 수 있어요. 말하자면 그는 도인입니다. 이상향으로서 무릉도원은 궁극적인 행복이 실현된 공간이고, 이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와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공간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실재하는 삶이란 거죠. - P. 38

 

깨달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연히 깨닫는 건 없어요. 살을 깎는 노력과 수없이 무너지는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운 끝에 깨달음에 닿는 것도 억겁토록 쌓인 인연의 결과입니다. 수없이 많은 전생에서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견뎌내지 않고 현생에서 깨달음을 이루는 건 엉터리없는 얘기입니다. - P. 49

 

사실 우주 전체는 끝없이 이어지는 물음표들이 결집된 거대한 물음표입니다. 우리의 삶은 이 끝없이 이어지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느낌표는 뭔가 강렬한 깨달음이 얻어졌을 때 생겨나죠. 물음이 오면 그 물음을 자각하고, 궁리하고, 마침내 깨달음에 이르러 느낌표를 얻어내야 합니다. 물음은 쌍방향입니다. 상대가 내게 물어올 수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 물음을 끌어올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물음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내는가 하는거죠. - P. 60

 

모든 사람이 보잘것없다고, 작고 무가치하다고 하는 것들도 그의 눈에는 사랑스럽고 의미 있고 무한한 가치를 지닌 존재로 보입니다. 그가 바로 선으로 가득 찬 사람이죠. - P. 104

 

병을 낫게 하는 것이 치유가 아니라 병든 우리를 연민하고 위안하는 것이 바로 치유입니다. 연민과 위안이 바로 사랑이고 자비지요. 신은 그런 존재입니다. 한 알의 먼지를 사랑하는 존재만이 광활한 우주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 P.240

 

 

기인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현실과 동떨어져 공감되지 않는 얘기들도 많지만,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받았던 위로처럼 현실의 불안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갖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마음의 위로와 위안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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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위한 변명 - 타인의 시선에 맞추지 말고 홀로 춤추듯 살라
홍신자 지음 / 판미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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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만 스물여덟의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무용계에 입문했다. 1973년 파격적 형식의 무용 '제례' "동양 미학을 서양의 전위무용에 구현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뉴욕 무용계에 데뷔했다. 뉴욕에서 한창 명성을 떨치던 무렵 무용을 포기하고 인도로 떠나 오쇼 라즈니쉬의 첫 한국인 수제자가 되어 수행을 하다가, 3년 만에 뉴욕 무용계로 복귀한다. 뉴욕, 하와이를 거쳐 1993년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1994년부터 경기도 안성에서 16년 동안 죽산예술제를 통해 세계적인 전위 예술가들을 초청했고, 2014년엔 제주국제힐링&아트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운명은 타고 난다지만, 결코 주어진 운명과 같이 하지 않고,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 쉽지 않고 평범하지 않은 삶 속에서 투쟁하듯 살아온 한 인간의 인생사를 읽었다. 늦은 나이에 무용을 시작한 동기와 무용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 가는 과정과 돌연 무용을 포기하고 인도로 떠나 명상과 구도의 삶 그리고 무용가이자 명상가로서 인간의 몸과 죽음을 이해하기 위한 훈련의 과정 등이 담겨있다. 결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가벼히 여기지 않고 힘든 고통의 순간을 스스로 극복하는 모습에 많은 감동을 준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이나 고난을 극복하지 못해 자살이라는 탈출구로 너무나도 쉽게 달려가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 이 시대에 울림을 주는 책이다.

 

 

 

자신에 대한 환상은 너무나도 교묘히 짜인 하나의 작품, 명작이다. 어디를 견드려도 모순을 잘 찾아내기 힘들 만큼 논리적이고 또 조직적이다. 이 명작의 작가는 바로 교활하고 영악한 나 자신의 에고다. 이 환상은 깨뜨리기도 힘들고, 힘들여 깨뜨리고 나면 그만큼 고통도 크다. P. 33

 

 

진실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표정은, 그것이 슬픔이든 즐거움이든 상대방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그러나 표정 없이 하는 말들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측정하기 힘들다. - P. 57

 

 

이제 나의 춤은 완전한 자기 없음이 되어야 한다. 관객을 의식해서도 안 된다. 자아를 의식해서도 안 된다. 오직 순수한 에너지의 흐름만이 몸에 실려 저 영원의 율동으로 남게 해야 한다. 그것은 곧 무아(無我)의 상태다. 무아의 상태는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유의 상태다. 춤은 그 자유로 가는 길을 제공해 준다. 춤추는 자와 보는 자 사이에 말없이 흐르는 저 감동은 바로 자기를 완전히 놓아 버린 자유의 희열을 교감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P.89

 

 

몸은, 어디까지가 나에게 허용되는 최소한의 욕망인지를 알려 주는 척도가 된다. 이 몸을 건강하게, 정결하게, 신성하게 보전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모두 지나친 욕망이요, 세속적인 욕망이다. 이 몸은 나의 법당인 것이다. 나는 그 속에서 경건해진다. P. 193

 

 

자유로운 삶이란 꾸미지 않는, 가식 없는 삶이다. 본래의 모습을 솔직하게 모두 드러내는 삶, 그것이 자유로운 삶이다. P.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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