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와 앞치마 - 타인과 친구가 되는 삶의 레시피17
조선희.최현석 지음 / 민음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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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는 사진과 요리 분야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명인이다. 유명 연예인의 화보 촬영으로 잘 알려진 조선희 포토그래퍼와 각종 요리 프로그램의 단골 출연자인 최현석 셰프가 이 책의 저자이다.

 

저자들은 17가지의 공동의 주제를 정하고, 토크쇼와 같이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는다. 매 주제마다 이야기에 어울리는 요리 레시피와 함께 완성된 음식 사진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 받기까지의 지나온 시간 속에 담겨있는 솔직 담백한 이야기와 포토그래퍼의 작품 같은 사진 그리고 유명 셰프가 소개해주는 레시피까지 비슷한 음식 재료에 얽힌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를 엮어놓은 에세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추억을 먹는 것이다. 어떤 음식들은 객관적으로 맛있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에 먹던 추억의 맛과 비슷해서 맛있다고 느껴져 더욱 별미로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나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음식을 함께 먹는 것, 추억을 함께 쌓는 것, 그리고 지나간 추억을 함께 나누는 것. 그것이 내 삶의 별미다. P. 85

사진 작가와 셰프, 각자의 분야에서 프로로 불릴 만큼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정열적인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최고의 자리는 누구에게나 쉽게 주어지지 않으며, 편하게 전해주는 음식 이야기에서도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그리고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았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돌과 청동과 하늘도 변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 단지 변하지 않는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내 사진 사랑이 변하지 않는 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 사진은 나 자체이며 그것에 간혹 질리는 것은 나 자신에게 질려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나 자신에게 질렸다 한들 스스로를 버릴 수 없어 다시 다독이고 고치고 배우고 내려놓듯이, 사진이라는 대상에게 또한 그러하다. P. 103

요리는 미각, 후각, 시각이 모두 중요하지만 나는 셋 중 어느 하나가 아니라 감각이 펼치는 감성적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요리를 먹는다는 행위는 먼저 음식을 바라보고 질감을 터치하고 씹고 삼키고 뇌로 맛을 음미하는 복합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과 같다. 그렇지에 좋은 요리사라면 테크닉 면에서는 언제나 정답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보다 음식을 먹는 상대의 감정과 취향을 살피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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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들고 책장을 주루룩 넘겨보았다. 이 책에는 파란색이 참 많다. 겉표지를 한거풀 벗기면 파란색 책으로 탈바꿈 하고, 책의 중간 중간에 실려있는 짧은 단편소설 같은 글은 끝날 때까지 파란색 활자다. 유명가수의 음반 작업에 참여한 글은 회색빛 페이지이다. 깔끔하면서 시원하게 구성된 책의 디자인은 책의 내용을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첫 인상은 만족스럽다.

모든 것에 대한 의심을 멈추는 순간, 나는 그런 어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본 것, 내가 아는 것, 내가 믿고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이 100%의 진실, 100%의 옳음이라고 확신하는 어른. 나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어른이.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의심한다.

내 머릿속을 맴도는 수많은 기억들과 수많은 말들과 수많은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펼쳐 놓곤 한참을 바라보다 이런 생각을 한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 P. 15

30대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저자는 유혹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불혹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을 의심으로 전달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감에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쉽게 늙어가고 싶지 않은 저자의 심정이 곳곳에 숨어져 있다.

새삼 그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머릿속을 스친다.

그리고 이어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이라···.

가장이나 최고나 여전히 나는 선택은 어려운 사람이지만,

그런 게 정말로 있다면,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이란 것이 정말로 있다면,

어쩌면 그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 P. 93

 

 

우리는 모두 줄 위에 올라야 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야 했다. 아무리 우리의 마음은 아직 어린 날의 어디쯤에 머물러 있다 해도, 우리의 시간은 이미 '어른의 영화' 속으로 넘어와 있었으니까. - P. 135

 

나이를 먹는다, 시간이 흐른다, 추억이 쌓인다. 헤어짐이, 어려워진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조금씩은 더, 능숙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딱 하나, 도리어 미숙해지는 것도 있었다. 헤어짐. 조금 더 어렸을 땐, 조금 더 헤어짐이 쉬웠던 것도 같다. - P. 226

 

 

나의 기억 속에는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되는 것보다, 서른 아홉에서 마흔이 되는 게 더 서글프고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어차피 나이는 한 살만 더 먹었는데 왜 그렇게 서글픔을 더 느끼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마흔아홉에서 쉰이 될 때는 얼마나 더 깊은 서글픔을 느껴야 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삶의 연륜은 짙어져 있을 것 같다.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 겪게 될 가슴 아픈 성장통을 일상적인 글로 잔잔하게 위로를 하고 있다. 라디오 방송 작가답게 방송에 소개되는 애청자 사연처럼 같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들의 글로 등을 도닥거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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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코비의 마지막 습관
스티븐 코비.브렉 잉글랜드 지음, 안기순 옮김, 김경섭 감수 / 김영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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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인 스티븐 코비의 저서로 자신과 타인의 행동을 바꿔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혁신적인 사고법을 다루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직장, 가정, 학교,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과 문제 상황을 제3의 대안을 찾아 창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성공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사례들을 통해, 최선을 해결책을 찾아 최고의 결과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살아가며 부딪히는 거의 모든 난관과 깊은 분열에도 그 틈새를 파고드는 길이 있게 마련이다. 이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자신의 길도 상대방의 길도 아니다. 더욱 수준 높은 길이고, 여태껏 어느 누가 생각한 것보다 바람직한 길이다. 나는 그 길을 ‘제3의 대안’이라 부른다. P. 20

 

 

‘패러다임’은 행동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사고 유형을 말하며, 3의 대안적 사고를 위해서 네 가지의 패러다임을 우선적으로 바꿔야 한다. 첫 번째 패러다임은 ‘자신을 본다’이다. 두 번째 패러다임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며, 세 번째 패러다임은 공감적 이해로서 처음 두 가지 패러다임을 수용하고 나서야 갖출 수 있으며, 네 번째 패러다임은 우선 처음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기주의에서 탈피하고 타인을 진정으로 존중할 수 있으며, 항상 ‘옳은’ 대답을 찾으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더욱 나은’ 대답을 찾을 수 있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을 전해야 한다.

 

 

3의 대안은 늘 자신에게서 시작한다. 자신감과 겸손을 토대로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에서 나온다. 또한 자의식의 패러다임에서 나오므로 자기 밖에 서서 자신을 관찰하고 자신의 편견을 평가할 수 있게 한다. P. 51

 

 

‘상대방을 본다’ 패러다임을 갖추면 우리에게 우분투가 생긴다. 우리는 폭넓게 공감한다. 진정으로 상대방을 보면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므로 갈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상대방과 최대로 시너지를 발휘한다. P. 61

 

 

‘상대방을 탐구한다’ 패러다임은 제3의 대안을 도출하는데 필요한 강력한 사고전환을 뜻한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향해 방어벽을 쌓지 말고 그 의견을 존중하라고 촉구한다. P. 62

 

 

3의 대안을 추구하는 것은 사고방식을 바꾸고, 전혀 유익하지 않은 비생산적 논쟁을 중지하고, 마음을 열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새 삶을 스스로 창조하고 기뻐할 수 있는 최대 기회이다. ··· 제 3의 대안은 ‘최고의 관행’일 뿐 아니라 윤리적 명령이기도 하다. P. 122

 

 

 

 

 

3의 대안에 도달하는 4단계는 전통적인 협상 단계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첫 번째는 제3의 대안을 찾는 질문하기를 시작으로 두 번째는 제3의 대안을 찾기 위한 성공의 기준을 정의하고, 세 번째는 제3의 대안을 창조하고 실험 과정을 거치며, 네 번째는 시너지나 제3의 대안에 도달하게 된다.

 

 

 

 

 

차이를 높이 평가하고 다양한 사고가 출몰하는 활기찬 지점을 모색하는 조직은 번성하지만, 방어적인 사고방식을 채택하는 조직은 석회로 바뀌며 죽어간다. 시너지를 발견하는 최적의 장소는 확산력과 관점을 소유한 사람들이 모이는 ‘가장자리’이다. P. 177

 

 

가족과 겪는 갈등은 살아가며 부딪히는 가장 마음 아픈 문제이다. 가정에서는 가장 숭고한 시너지를 경험할 수 있는 반면에 가장 깊은 고통에 시달릴 수도 있다. 삶에서 어떤 성공을 거두더라도 가정에서 겪는 실패는 보상할 수는 없다. P. 215

 

 

교육에서 제3의 대안은 리더가 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진정한 리더가 되도록 교육을 받은 아이에게 성공은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서 비롯한다. 내면에서 비롯한 성공은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타인과 자신을 존중하고, 독특하고 창의적으로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깊이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P. 291음악에서 소리가 차츰 약해지는 것은 “디미누엔도 diminuendo”이고, 소리가 부풀어 오르며 점점 커지는 것은 “크레센도 crescendo”이다. 카잘스는 자기 삶이 디미누엔도로 빠져들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평생 크레센도의 삶을 살았다. P. 557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의 찬사를 받은 파블로 카잘스는 97세에 마지막 활을 내려놓을 까지 결코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연주 기술을 익히고 능력을 향상시켰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기 내면에 있는 최고의 재능을 연주에 쏟아부었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삶의 추구를 제3의 대안으로 삼았다.

 

 

각 장의 마무리는 ‘가르치며 배워라’, ‘시도하라’, ‘시너지에 도달하는 4단계’, ‘시너지에 도달하는 방법’을 통해 각 장에서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를 해 주었고, 독자들이 비슷한 유형의 갈등에 접할 때 제3의 대안에 이를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면의 힘을 발달시켜 제3의 대안을 생각해내는 데 매우 유용한 방법 20가지를 제시하고 책을 마무리하였다.

1. 자존심을 조심한다. 언제나 “옳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린다.

2.“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법을 배운다.

3. 타인의 무례를 신속하게 용서한다.

4. 자신과 타인에게 매우 작은 약속을 하고 지킨다.

5. 자연에서 시간을 보낸다.

6. 폭넓게 독서한다.

7. 자주, 가능하다면 매일 운동한다.

8. 최소한 하루에 7~8시간씩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9. 영감을 주거나 신성한 내용의 글을 연구한다.

10. 조용한 시간을 마련해 자신이 직면한 난관을 해결할 창의적인 제3의 대안을 생각해본다.

11. 자신이 상대하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12. 우리에게는 귀 두 개와 입 한 개가 있다.

13. 타인에게 너그럽게 행동하고 시간·마음·용서·지지를 후하게 베푸는 법을 훈련한다.

14.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다.

15. 감사한 마음을 품고 표현한다.

16. 타인에게 위대한 승리를 안겨 행복·평화·번영을 증진하는 방법을 열정적으로 끈질기게 찾는다.

17. 상황이 순조롭지 않을 때는 휴식을 취하고 집 주변을 산책하고 밤에 충분히 수면을 취해 신선한 관점으로 새날을 맞이한다.

18. 진정으로 상생에 도달할 수 없으면 일부 경우에는 ‘거래 거절’이 최고 대안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

19. 타인의 반응·약점·특이사항을 대할 때는 그저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20. 3의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믿음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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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하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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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면서 날마다 가지게 되는 일상적인 대화에서 늘 있는 그대로만 이야기하고, 진지한 이야기나 진담만을 하게 된다면 우리의 대화는 생기를 잃고 건조해지며, 분위기마저도 딱딱해져 대화에 흥미를 잃고 말 것이다. 하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거기 알맞은 재치 있고 재미있는 농을 섞어 이야기를 하게 되면 대화에 생기가 돋고 흥미로워진다. 또 듣는 이도 부담 없는 마음으로 들을 수 있게 되고 분위기도 한결 부드러워져 농담 자체에 매력까지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언어는 사고를 프레이밍 framing한다. 우리가 쓰는 언어는 우리 내부의 프레임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언어 때문에 프레임이 무의식적으로 들어서기도 한다. - P.29

 

 

사람들은 신의 존재가 증명되었다 해서 믿고, 그러지 않았다 해서 안 믿는 것이 아니다. 믿기를 원하기 때문에 믿고, 믿으므로 신이 존재하는 것이다. - P. 38

 

 

사람들은 막연히 창의성이라고 하면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짠 하고 내놓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창의성은 그렇게 좁은 개념이 아니다. 휠씬 보편적이고 넓은 개념이다.

이미 가진 것을 활용하는 것. 이것이 창의성의 출발점이다. - P. 61

 

 

감동은 만드는 게 아니라 관객 안에 차오르는 것이다. 무언가가 차오르려면 어딘가는 비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지 말고 결말을 적절히 덜어내면 휠씬 더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이다. - P. 110

 

 

문화의 모든 것은 이식되고, 그 땅에서 뿌리내려 변화하고, 다시 전파된다. - P. 125

 

 

역설적이게도 부재에는 엄연한 존재감이 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지 않던가. 존재가 아닌 부재에 주목하는 것은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다. - P. 171

 

 

에뮤는 호주 고유종인 커다란 새의 이름이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별에 이름을 붙이고 별자리의 이야기를 만드는데, 그들은 별이 아닌 별의 부재에서 새를 본 것이다. 빛나는 별만 보이는 세상보다 그 옆을 나는 검은 새도 같이 보이는 세상이 아마도 더 아름다울 것이다. – P. 175

 

 

이성과 의식의 족쇄를 적절히 풀어주면 감각, 직관, 본능이 활발히 피어오른다. - P. 199

 

 

야구경기 관람을 참 좋아한다. 호쾌한 타격으로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을 치는 타자보다는 포수 글러브에 변화무쌍한 변화구와 묵직하게 직구를 던져넣는 투수를 더 좋아한다. 변화무쌍한 변화구와 정중앙에 꽂히는 돌직구 같은 농담들이 있다. 가볍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농담, 눈물 한 방울 맺힐 정도로 가슴 찡한 농담, 삐뚤어진 세상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농담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가볍게 술술 읽히는 농담과 깊이를 헤아려 보고픈 의미심장한 농담까지 저자가 정말 좋아하지만, 독자도 정말 좋아할 농담들이다.

단도직입적인 말 한마디보다 에둘러 한 농담이 더 큰 울림을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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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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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수치에 따르면 미국인 4,000만 명, 그러니까 인구의 18퍼센트가 현재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치이지만, 미국 국민들에게만 해당하는 수치는 아닐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은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생 불안장애를 앓아온 환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책에서 불안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5부로 책을 구성하여 1부는 지난 3,000년 동안 불안에 관해 쓰여진 수십만 장의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한 불안의 본질에 대해, 2부는 불안으로 인한 심리적, 육체적 장애 사례들, 3부는 정신 약리학의 역사를 통해 불안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어진 각종 약물들, 4부는 후천적인지 선천적인지 불안의 유전적 기반에 대해, 5부에서는 불안의 회복을 다루고 있다.

 

의식, 자아, 정체성, 지성, 상상력, 창의성뿐만 아니라 고통, 괴로움, 희망, 후회까지도. 어떻게 보면 불안을 파악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의 조건을 파악하고 이해한다는 것이다. - P. 39

 

 

일반 사회불안장애에 시달리는 사람은 대체로 어떤 사회적 상황에서든 스트레스를 느낀다. 칵테일파티, 회사에서 하는 회의, 취업 면접, 데이트 같은 일상적 일 때문에 상당한 정서적 고통과 신체적 증상을 느낀다. 심한 사람에게는 삶이 끝없는 고통일 수 있다. - P. 139

 

불안과 수행, 우아함과 용기 사이의 관계를 파헤치다 보면 처음 생각보다 휠씬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성과를 내고, 겁쟁이면서도 강인하고, 겁에 질렸으면서도 영웅적일 수 있는 것 같다. - P. 193

 

불안을 줄이거나, 일시적인 불안 해소를 위해 복용하게 되는 안정제 등의 약물은 그 불안을 일으키는 어떤 문제나 원인에 맞서서 해결하지 못하고 회피하는 결과밖에 되지 못한다. 외부적인 요소에 의존을 하기 보다는 내부적으로 불안을 견디고 극복해 낼 수 있는 심리적 능력을 키우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불안은 우리 정신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는 신호다. 그것에 귀 기울이는 대신에 약으로 불안을 제거한다면, 그러니까 불안이 아니라 프로작에게 귀 기울인다면, 자기의 최선의 모습이 되지 못할 수 있다. 불안은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우리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약은 이 신호를 차단해버릴 위험이 있다. - P. 293

 

죄책감, 자의식, 슬픔, 수치, 불안 등은 세계와 우리 영혼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다. 이런 신호를 신체적 병증으로 생각하고 약으로 달랜다면 더욱 심한 인간 소외가 일어난다. "불안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제거해야 할 증상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진정한 실존으로의 부름이며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귀 기울여야 하는 메세지다." - P. 295

 

 

 

불안 때문에 정말 비참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불안은 하나의 선물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적어도 내버리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 동전의 뒷면일 것이다. 어쩌면 부족하나마 나에게 어떤 도덕감이 있다면 그것이 불안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이따금 걱정으로 나를 미칠 지경으로 몰고 가는 상상력이 내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비해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는 장점이 될 수고 있다. – P. 421

 

 

 

 

불안감에 대한 완벽한 치유는 없을 것 같다. 불안을 느끼는 수준 조절을 통한 적절한 긴장감 유지가 오히려 불안을 치유하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 옮긴이의 글에는 불안을 보편적 삶의 경험이자 무엇보다도 인간의 조건이라 결론을 맺었다. 불안에 나약해져 스스로의 모습을 잃어버리기보다는 불안을 이겨낼 수 심적으로 강한 자아를 만들어 가야 할 것 같다.

 

인간은 늘 해답을 찾고 규명하려 하지만, 고정된 최종 의미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반드시 실패할 수 밨에 없다. 그렇지만 잡히지 않는 의미에 가닿으려는 갈망과 분투는 인간만의 특징이며 이런 과정에서 문화와 예술이 이루어지므로 어떻게 보면 그 자체로 대단한 의미가 있다. 한순간도 안주하지 못하는 불안은,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 조금 더 나은 것을 이루려는 불가능한 시도의 동력이 된다. – P. 442 옮긴이의 말

 

독감 예방 접종을 했다고 독감이 안 걸리는 것은 아니다. 예방 접종을 하게 되면, 하지 않은 것보다는 가볍게 독감을 앓게 된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닥쳐올 불안에 대책 없이 당하기 보다는 불안의 정체를 알아놓는다면, 어떤 불안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는 불안 예방 접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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