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잊지 못할 대한민국 감성여행지 - 테마있는 명소, 천천히 걷는 힐링여행
남민 지음 / 원앤원스타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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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번 참 길지만 '대한민국 감성여행지'에 포커스를 맞추면 어려울 것도 없다. ​

이 책의 중요한 포인트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감성여행이라는 데에 있으니까.

 

 


 

"명소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감성여행"

눈으로만 보고 사진 몇 장 찍은 후 돌아서는 게 아니라 천천히 감상하며 그 명소에 얽힌 이야기들을 음미한다!

 

여행 관련 에세이를 많이 읽어 봤다고 생각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국내 여행을 다룬 에세이는 거의 읽은 적이 없던 느낌도 있었다. 물론 찾아보면 몇 권쯤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대체로 해외에서의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를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아마도 내가 갈 수 있는 국내보다는 갈 수 없는 해외쪽이 더 궁금해서였던 듯 하다. 그래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저자는 우리나라의 어떤 곳을 여행하며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궁금했다.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작은 땅덩어리지만 찾아보면 오밀조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곳 없는 우리나라에서 어떤 기준으로 장소를 추려냈을까 궁금했다. 저자가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 이름을 붙이지 않았던가. 어떤 장소에 가면 어떤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꼭 이 책에서 소개한대로 저자가 다녀왔던 곳을 다녀갈 필요는 없겠지만, 여행하는 방식은 배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떠나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자신이 가는 곳이 분명히 어디인지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나서 경험하고 둘러보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일테니 말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는만큼 보인다고도 했다. 아마 여행을 가면 느낄 것이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과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찾아보면서 얻는 또 다른 즐거움. 둘 다 다른 매력이라서 어떤 하나를 콕 찝어서 추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가장 좋은 건 같은 여행지를 여러 번 오가며 처음엔 새로움을 다음에는 익숙함과 함께 또 다른 즐거움을 찾는 것이지만 말이다.)


마의태자, 성춘향과 이몽룡, 단종, 서동과 선화공주, 계백 등 국사시간에 한 번이라도 들어봄직한 우리가 알만한 인물들과 관련된 곳들이 등장한다. 물론 근현대사와 관련된 천주교의 성지나 독일마을 등도 등장한다. 아주 떠들썩하게 시끌벅적한 명소들은 아니지만, 알고보면 이야기거리가 풍부한 곳들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고즈넉할지 모르나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고 할까. 저자는 그런 자신만의 명소 40곳을 책에서 소개한다.

 

 

 

 

책을 읽으면서 한 번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은 남해의 독일마을이었다. 마을이 조성되어진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독일로 파견되었던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이야기는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서 좀 가깝게 느껴졌다. 얼마 전 한국사 시험 공부를 하면서 본 그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이제는 파파 할아버지, 호호 할머니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와서 살고 있다니. 시험공부를 하면서는 알 수 없던 일들이었다. 그래서 새삼 반가웠고, 우리나라지만 우리나라같지 않은 풍광에 눈이 한 번 더 가는 곳이었다. 독일의 중세마을풍 건물들이라고 하고, 예전 <환상의 커플>의 철수 집도 있다고 하고, 독일어를 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안녕?하고 인사하는 신기한 동네. 카메라를 들이댈 때마다 예쁜 뷰를 만들어주는 곳 같아서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다.

 

 

 

 

책 속에는 이미 굉장히 친숙한 곳도 등장했다. 광한루와 부여 궁남지가 그 곳인데, 광한루는 성춘향과 관련해서 대학생 시절 답사를 다녀왔던 곳이고 한 곳은 친구들과 백제 수도인 부여에 놀러갔었을 때 본 곳이었다. 내가 본 뷰와는 또다른 사진을 찍어낸 작가가 신기하게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새삼 같은 곳을 보게 되더라도 담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부여 궁남지 같은 경우 난 여름에, 작가는 겨울에 갔었던지라 완전히 다른 풍광을 보여줬다. 그래서 낯설기도 하면서 겨울에도 한 번 찾아가보고 싶어졌다.

 

 

꼭 해외에 나갔다와야만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까운 곳에 가서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습득하고 돌아올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한 여행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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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다시 발견하다
권지애 글.사진 / 나는북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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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언제나 핫하다. 트렌드세터들이 모여 있기도 하고, 세계 경제의 중심이기도 하고. 뭐 이래저래 늘 핫한 도시다. 요즘 SBS 예능 <도시의 법칙>이 방영중인데, 연예인들이 뉴욕 한 가운데서 무일푼으로 먹고 살아가는 일을 리얼리티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확실히 기존의 프로그램들보다 리얼하게 현실에서 부딪히며 일을 하는 모습과 더불어 뉴욕의 온갖 곳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높은 빌딩숲의 야경이라든지, 혹은 뉴욕 양키즈의 홈구단이라든지, 메디슨 스퀘어라든지. 더불어 얼마 전에 본 <비긴 어게인>이라는 영화도 뉴욕이 배경이었다. 갑작스레 뉴욕이 눈에 많이 띄어서 부러워 하던 찰나, 내 눈에 띈 책이 바로 <뉴욕, 다시 발견하다>였다.
책은 처음부터 이야기한다. 이 책은 뉴욕에서 살면서 작가 자신이 직접 가 본 가게들 중 좋은 곳들만 추렸다고 말이다. 한 마디로, 새로 쓰는 뉴욕지도-인 셈이다. TV에 나온 유명한 곳들 말고 주변에 찾아보면 소소하게 찾을 수 있는, 한국으로 말하자면 작은 가게를 하나 갖고 있는 곳들을 찾아다니면서 직접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하고 추천하는 거-라고 말하면 좀 간단히 이해가 되려나. 뉴욕에서 선물을 살 때 꽤 많이 유용할 것 같은 공간들도  많이 존재하고, 싼 맛집이라던가 예쁜 팬시 문구나 그릇들을 파는 곳 등 그곳에 살아본 사람이 아니라면 추천해 줄 수 없는 가게들이 많이 등장한다. 말하자면 한국의 '우리 동네 숨은 가게 찾기' 정도로 볼 수 있는데, 뉴욕은 워낙에 땅덩어리가 커놔서- 저자는 가 봐야 할 곳도 많고 추천하고 싶은 곳도 많은가보다.

 

 

 

 

 

 

아무래도 패션쪽보다는 악세서리나 팬시 문구 쪽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이런 잡화들을 소개하는 코너에 눈길이 많이 갔다.
 
위의 사진은 그리니치라는 가게로 카드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인데 유니크하고 앤티크한 느낌의 카드들이 많이 있었다. 작가는 '뉴욕 사람들은 카드 쓰기를 좋아한다'면서 언제나 카드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서 카드의 모양이 굉장히 발달한 것 같다고 평했다.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들어찬 저 가게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두번째 사진은 백구라는 가방 전문점인데, 이름이 너무 웃겨서 많이 각인이 됐던 곳이다. 가방을 좋아해서 눈길이 간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이름의 임팩트가 너무 강하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 백구를 떠올리게 되기도 하면서, 백구라는 이름이 너무 귀엽기도 해서 말이다. 백구에 관한 사진은 그리 많이 실려 있지는 않았지만, 가방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매장이고 같은 종류의 가방도 색색가지로 다 준비되어 있어 고르기 힘들었다는 작가의 말로 미루어 볼 때, 나는 아마 백구에 가서는 선택하지 못하고 한참동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의 뒤쪽엔 '그래도 명소는 명소다'라며 뉴욕의 유명한 명소들을 쭈욱 정리해 놓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점이나 서점, 커피집, 뮤지컬 등의 순위를 매겨서 '내 마음대로 베스트'를 매겨 놓기도 하고, 뉴욕 여행에 필요한 팁들을 잘 적어두기도 했다.
팁들이 되게 유용해서 나같이 초짜 여행자들에게는 필요한 조언이 될 것 같다.
특히나 해외에 나가면 헷갈리는 '팁' 계산 방법도 작가의 노하우를 적어뒀으니 보고 참고하면 좋을 듯.

 

 

 

 

 

벌써 8월 중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여름의 피크는 이미 지나가고 있는데, 나는 아직 방구석이다....  올해 나의 여행 계획은 없음ㅠㅠㅠㅠ
이렇게 책으로나마 마음의 도피여행을 펼치는 건 현실과의 괴리감이 꽤 커서일테다...
하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여행은 존재한다. 나는 뉴욕에 살지 않지만, 가보고 싶은 곳의 리스트를 체크하면서 '언젠가는 꼭 한 번 방문해보리'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다.
센트럴 파크만큼 큰 공원은 없지만, 요 앞 한강 공원에라도 나가서 아쉽지만 센트럴파크의 느낌을 내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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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박광수 지음 / 청림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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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생각,이라는 만화는 아직까지 펼쳐봐도 재미있다. 그 책 속에는 소소한 재기발랄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으나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관심, 세태를 풍자하는 날카로운 일침, 그리고 간간한 개그까지- 광수생각은 만화가 그저 웃고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여운을 남길 수도 있구나라는 걸 가르쳐준 최초의 만화책이었다. (물론 여타 만화책들과 표지부터 달랐지만 말이다) 광수생각을 만났던 이후, 박광수 작가의 책은 일단 사서 보거나 서평단을 신청해서 보거나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어찌됐든 한 번은 읽어보는 편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창의적 생각에 대한 동경이랄까. 그래서 이번에도 손에 넣게 된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온 것을 발견하고 신청했을 때 내가 당첨되기를 얼마나 바랐던지.. 누구보다 책을 먼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책 배송일정이 딜레이 돼서 꽤나 속이 좀 탔었지만 그래도 잘 도착해서 본 책은 이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작가는 만화보다는 에세이를 주로 쓰고 있다. 만화에서와의 다른점은 크게 느낄 수 없다. 그때의 그 재기발랄함이 만화에서 글로 사진으로 그림으로 바뀌었다는 것만 빼곤 말이다. 짧은 글 속에는 허를 찌르는 날카로움도 존재하고, 감상적인 사랑의 단어들이 날아다니기도 하고, 꽤 단호한 말투의 경고 혹은 충고도 존재한다. 이번에는 사물에 생각을 더했다. 주변에는 늘 어떤 사물이든 존재한다. 인간은 사물을 사용하는 동물이니까- 그런 사물들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사물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들을 적어내려가진 않는다. 그저 사물은 사물일 뿐.. 작가는 이런 사물들 속에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을 펼쳐놓았다. 운동화를 보면서 자신이 여태껏 걸어왔던 시간들을 격려한다거나, 사탕통을 보면서 어떤 사탕이 나올 줄 모르니 인생과 닮았다 생각한다거나, 수저 한 벌을 보면서 엄마가 해 준 밥을 생각한다거나. 일반인들도 충분히 생각해봄직한, 하지만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던 것들을 책 속에 담았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책 속의 어떤 글이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몇 군데에서든 발견할 수 있다. 박광수 작가 특유의 '공감력'이 발동되는 지점이다.

 

언뜻 보기에 이 책은 잠언집 혹은 멘토들의 명언을 모아놓은 글들과 섞인다 해도 어색하지 않을만한 글들이 실려있다. 위의 헬렌켈러의 이야기처럼. 현실을 일깨워주는 글은 늘 읽는 이를 뜨끔하게 한다. 누구나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냥 생각만 하고 있는 것과 눈앞에 나타난 생각을 읽어서 내 상황을 떠올리게 되는 건 또 다른 느낌이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사실을 새삼 다시 일깨워주는 것. 그게 생각보다 깊게 와 닿는 법이다. 이 책엔 그런 글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몇 가지만 적어보자면
 
널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널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오직 너, 너 자신 뿐이야. 71 
아무에게도 조언하지 마라. 하지만 타인에게 조언하듯이 삶을 살아라. 50 
무너지고 난 이후에는 오히려 고요하다. 무너질 때가 가장 큰 소리를 내는 법이다. 주변에서 큰 소리를 내며 당신을 현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너지는 사람들이다. 90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불친절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할 필요도 없다. 세상 모든 사람과 친구인 사람은 그 누구의 친구도 아닌 법이다. 98
 
이런 글들은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하다. 이상하게 자기 계발서들의 '이렇게 하세요'라는 글들은 거부감이 드는데 여기의 이런 글들은 왜 현실감으로 와닿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림과 같이 존재하는 아기자기한 캘리그라피 속의 한 마디가 가슴에 진하게 와 닿을 때가 많다. 그의 그림과 글은 보는 사람들을 일단 무장해제 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으니까.

 

 

 

전작들과 크게 다른 점은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아무래도 그의 책들을 전부 찾아 읽었으니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가끔은 늘 그래왔던 그의 글들에 실망할 때도 종종. 하지만 여전히 나는 그의 팬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아기자기하고 마음에 와 닿는 글들과 그림은 이렇게나 건재하고, 여전히 재기발랄한 그의 새로운 생각들은 존재하는 것 같으니..

금새 읽어버릴만큼 읽기도 쉽고 가슴에 박히는 이야기도 있는 이 책을, 책 읽기 싫어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 길지 않은 글들 속에서도 충분히 얻어가는 것이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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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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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줄리언 반스의 새로운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줄리언 반스의 스테디 셀러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작가의 신작 소식이 더더욱 반가웠다. 하지만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었던 것이, 이번 에세이는 작가가 자신의 반쪽을 잃고 나서 쓴 최초의 자전적 에세이라는 점이었다.

사실, 1장과 2장을 읽을 때만해도 별다른 느낌을 받지 않았다. 1장은 열기구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누가 만든 열기구가 어디까지 횡단했는지, 왜 그렇게 횡단했는지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고, 2장은 여배우와 열기구 조종사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1장은 보고서 혹은 설명서 같은 느낌을 받았고 2장은 조금은 매트한 소설 같았다. 그래서 난 1장은 꽤 호기심에 가득차서 읽었고, 2장은 예의 사랑 이야기를 읽을 때처럼의 감정으로 읽어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3장. "깊이의 상실"을 읽으면서 아, 이게 홍보가 됐었던 부분이구나를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모든 장의 첫 시작은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로 시작한다. 1장은 그래서 변하는 것이 있는지 물었고, 2장은 합쳐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고 이야기했고, 3장은 하나로 합쳐진 두 개 중에서 하나가 사라지고 난 후 남은 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

 

사람이 사람을 잃는다는 것. 그것은 누가 겪어도 똑같이 아프다. 아픔의 단계를 나눌 수 없으니 표현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표현을 해 보자면,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ㅡ그것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ㅡ아픔의 가장 최상위 단계이지 않을까 싶다. 아픔의 최고단계. 너무 지쳐서 눈물도 나오지 않는 그런 시기에 접어들어도 여전히 아프고, 언제까지 아파야 할지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을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그런 단계. 무언가를 꾸준히 해 나가면 얻을 수 있는 익숙함조차 이 아픔에는 통용되지 않는.

이런 아픔 속에서 작가는 에세이를 집필했다. 자신의 반쪽에게 보내는 편지. 하지만 글 속에서 절절함과 슬픔은 찾아볼 수 없고, 온통 담담함만이 자리를 잡고 있다. 책을 읽으면 고요하다. 어쩌면 이리도 고요할 수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그랬다. 적어도 자신이 쓰고 있는 글 안에서는 자신의 부인에게 잔잔히 이야기를 건넸다. 하지만 그 고요함이 아픔을 꾹꾹 눌러담고 있음을 짐작케 해서 읽는 내내 짠했다.

 

사별이라는 것을 겪어볼 수 없는 나이인 내가, 작가의 모든 마음을 이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늘 함께 있던 이가 그리워 이제는 가고 없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고, 꿈에서 만나는 작가를 내가 어디가지 이해할 수 있을까. 그가 가진 아픔의 크기가 어느정도일지 상상할 수 없지만 그저, 그가 아프다는 것만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드라마에서 이야기하는, 혹은 책에서, 지인에게서 전해듣는 사랑이라는 것은 결코 끝은 없다고 느껴진다. 나 자신이 그 끝을 선언하기 전까지 말이다.

 

과거형으로 이야기 되지 않는 사람. 아마도 그녀는 꽤 행복하지 않을까.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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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지 2014-07-27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상실의 고통 속에 잠겨 있었을 작가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뜻밖의 글에서 곁에 있는 이들에게 나는 어떻게 대하며 살아야할 지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도토리냥 2014-07-29 18:28   좋아요 0 | URL
곁에 있을 때 많이 사랑해준다 한들, 떠난 후에 후회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곁에 있을 때부터 더 많이 표현하고 사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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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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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말투와는 상관없이 난 이 책을 다 읽고 이런 문장이 떠올랐다.

 

사람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느 광고 카피였던가, 아니면 어느 기업의 캐치 프레이즈였던가. 굉장히 낯익은 문장이면서도 이 책과 잘 어울리는 문장인 것 같아서 적어봤다. (적고 나니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라디오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면 무릇 나와야 하는 몇 가지가 있다. 라디오국에서 생활하면서 겪었던 일, 혹은 라디오에 출연했던 사람들과 관련된 일, 라디오 대본에 적었던 사연에 관한 일 등. 살면서 읽어봤던 라디오 관련 서적들은 늘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었고, 이번에도 별다른 생각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는 또 비슷한 내용인 줄 알았거든. 하지만 내 예상은 프롤로그를 읽어가면서 산산히 부서졌다.

 

프롤로그부터 읽기 힘든 책은 너가 처음이야!라고 정색하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특이한 도입이었다. <마술 라디오> 이 책은 뭐랄까. 글자 크기가 깨알같아서 책장이 안 넘어가는 것도 아니고, 내용이 어려워서 안 넘어가는 것도 아닌데 책장이 도통 넘어가지 않는 그런 것. 도대체 프롤로그에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걸까 알수 없는 그런 것. 느껴본 적 있는가? 프롤로그가 길기만 해서 읽기 어렵다고 하는 건 아니다. 프롤로그에 펼쳐져 있는 대단히 정신없는 이야기들이 읽는 이를 미궁 속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도 포기도 생각했었다. 아무래도 이 책은 끝까지는 못 읽겠다ㅡ물론 신간평가단이라는 중책 때문에 읽기 싫었다 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다 읽었어야 했겠지만 그래도 힘들어!ㅡ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프롤로그 읽기를 포기하고 중간 어느지점쯤을 펼쳐서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 걸. 프롤로그와는 비슷한 분위기이지만 훨씬 읽기가 편했다. 중간중간 작가의 무궁무진한 독서지식도 보였고, 유려한 흐름으로 여기저기 생각의 장소에 들렀다가 나오는 솜씨가 보통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프롤로그는 이렇게 쓴 걸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내가 작가가 아니므로 작가의 의중까지는 알 수 없으니 패스. 나는 중간의 그 글을 잠깐 보고는 프롤로그는 가볍게 점프한 채 첫번째 이야기인 '어부와 사랑'부터 다시 돌아와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서평은 힘들었던 프롤로그는 차치하고 본문들의 쌈박한 이야기들로 넘어간다.

 

 

 

 

<마술 라디오>는 제목이 무색하게 우리 삶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란색 표지에서 보이는 발랄함과는 다르게 무거운 이야기도 들어있고, 되게 별 거 아닌 것 같은 소소한 이야기도ㅡ소소함이라는 것은 등장인물이 이야기 하는 삶이 아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에 관한 소소함이다ㅡ들어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은 라디오 PD가 만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이 책엔 사람냄새가 난다. 내가 좋았던 게 이 부분이었다. 사람냄새가 난다는 점. 요즘같이 모든 것들이 빨라지고 바빠지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시대, 누군가를 만나서ㅡ물론 일 때문이었다 할지라도ㅡ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속이 깊던 아니면 농담 따먹기던 어떤 이야기든 같이 하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좋아보였다. 작가의 질문은 때로는 현재 인터뷰이가 말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이들은 그런 질문에도 잘 응답해주었고, 오히려 그런 질문들이 기폭제가 되어 더 좋은 이야기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작가는 자신을 '공상을 좋아한다'고 책 속에서 자주 이야기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인터뷰이와 인터뷰할 때도 그들이 이야기하는 내용들 속에서 공상을 하다가 엉뚱한 질문을 내놓곤 하는 것 같았다. 꽤 자유로운 상상력, 그리고 그것을 상대방의 기분이 나쁘지 않게 전달하는 능력.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부러웠던 것은 작가의 이런 능력이었다.

 

 

아무래도 요즘 원전에 관한 관심이 높다보니 사람들은 '주먹맨' 에피소드를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듯 하다. 물론 나도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들 중 하나였지만,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련된 에피소드 '제일 부러운 사람'편이다.

슬픈데도 행복하니까 강한 인간이다.

굉장히 역설적인 말을 내뱉으면서도 웃는 할머니들. 사실 제일 부러운 사람과는 상관없는 초반에 나오는 시장 노점상 할머니들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풀어놓은 밑밥정도의 이야기였을테다. 하지만 버섯아저씨나 노점상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와 닿았던 건 현실의 팍팍함을 이겨내는 굳건한 사람들이 바로 내 주위에도 걸어다니다가도 볼 수 있어서였다. 참 별거 아닌 이야기가 맞다. 그저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러나 작가는 그런 사소함을 지나치지 않고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인터뷰어가 가져야 할 좋은 점을 작가는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책의 뒷쪽에는 만화가 윤태호의 추천사가 있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 그녀가 앞에 있으면 좋다. 그녀는 나를 이해하려 굳이 애쓰지 않고 지레 공부하지 않고 미리 짐작하지 않는다. 선량하고 호기심 어린 눈빛만 준비해 온다."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 문장들이 작가의 느낌을 대신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에필로그 또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이 책 <마술 라디오>는 내게 굉장히 신선한 경험을 하게 만들었지만, 중간의 14가지 사람냄새를 맡을 땐 따뜻한 느낌이 절로 들었다. 프롤로그만 보고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프롤로그를 건너 뛰고 읽기 시작하면 분명, 이 책을 다 읽을 때 쯤에는 좋은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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