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학
박병률 지음 / 원앤원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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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라는 아주 막연한 개념이 내게 와 닿는데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살면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것들이라 생각하고 있으니 내가 받아들이는데 아마도 평소보다는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주 막연하게 생각해봐도 이 정도인 '경제'는 막상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이 여겨지지만, 내가 하는 모든 일에는 경제와 관련이 되어 있다. 내가 100원을 쓰더라도 그것은 경제와 관련이 있게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영화 속 경제학>이다. 책의 카피부터가 "영화로 경제를 재미있게 배운다"니까 속는 셈 치고 선택.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경제'가 만난다니 꽤 많은 흥미가 생기기도 했고 말이다.

 

책을 읽기 전에 저자와의 인터뷰 부분부터 읽어봤다. 대략적인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부분이지만 다 읽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부분이 있어 옮겨 본다.

 

 

Q. 경제의 중요한 개념을 영화를 통해 배울 수 있어 재미있습니다.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말씀해주세요.

A. 이 책에는 65개의 경제 개념이 정리돼 있습니다.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용어를 담기 위해서였습니다. 여행을 가는 도중에서라도 살짝 꺼내서 읽어볼 수 있는 경제학 책이 됐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런만큼 다른 책에 비해 깊이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 책으로 개념을 잡은 다음 좀 더 깊이가 있는 으로 넘어가시길 권합니다. 경제에 대한 관념이 어느정도 잡히고 나면 이 책이 유치해 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길 기대합니다.

 

 

이 책은 저자의 말마따나 경제 개념을 영화로 풀어냈다. 하나의 영화 속에 하나의 경제 개념 혹은 용어를 넣어 설명을 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라거나 영화의 배경이 되는 것들이 뜻하는 경제 용어들을 설명해주고, 주인공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도 경제학적인 입장에서 설명하곤 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딱딱하지 않아서 좋고, 괜찮은 비유에 어렵지 않게 느껴져서 좋다. 봤던 영화들과 연관이 된 경제개념이라면 좀 더 눈여겨 보게 되기도 하고, 혹시 보지 않은 영화라 하더라도 저자가 적어놓은 상세한 상황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예시를 들 좋은 소재가 있기 때문인지 저자의 글은 참 읽기 쉬웠고, 경제가 어렵지 않은건가?라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일단 읽기가 쉬우므로 책장이 금방 금방 넘어간다. 그러니 책 읽기가 자신없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제의 주체인 '개인'과 또 다른 경제 추체인 '기업'과 관련된 용어들, 그리고 경제를 관리하는 '정부'와 관련된 용어, 마지막으로 경제를 논하는데 뺄 수 없는 '금융'과 관련된 용어까지 네 가지 경제 주체들을 중심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차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빼곡하게 적힌 영화들 속 낯익은 영화들이 눈에 띈다. <트랜스포머>라든지 <노예 12년> 같은 해외 영화나 <변호인>, <용의자> 같은 국내 영화, 그리고 장르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 보지 못한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서 내겐 1석 2조의 책이었다.

 

 

차례에도 보이듯, 적혀있는 경제 용어중에 낯익은 단어들은 몇 개가 안되는 것 같다. 단어는 아는데 뜻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는 종류도 있었고, 아예 처음 보는 단어들도 있었다. 아는 단어들은 얼마나 반갑던지. (키덜트족이나 시너지효과 같은 것)

 

 

 

구성은 이렇다. 차례에서 봤던 그 제목이 처음에 보이고, 그 아래엔 연관된 영화 제목이, 그리고 그 아래엔 영화와 관련되어 소개할 경제 용어에 대한 개념 설명이 나온다. 그리고 본격적인 본문이 시작된다. 책을 읽다보면 느낄 수 있는 건, 영화를 하나 대표해서 내놓았다고 해서 그 영화만으로 내용을 끌고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부 기자답게 수치로 표현되는 것들이 꽤 자주 등장하고, 중간에 또다른 영화들이 비슷한 종류라며 소개되기도 한다. 그래서 실제 65개의 영화보다 더 많은 영화를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용의자를 본 지 얼마 안돼서 이걸 골라봤는데, 용의자와 관련된 단어는 '스티그마 효과' 혹은 '낙인효과'라는 단어였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범하는 실수(오류)로 인해 그 말을 듣는 당사자가 심리적이든 물질적이든 위축이 돼서 자신의 기량을 펼쳐 보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게 볼 수 있는 단어가 낙인효과다. 우리가 흔히 '낙인 찍혔다'라고 이야기하는 그것과 비슷한 뜻이긴 한데, 이 단어가 말하는 것은 그 말을 들은 이후 벌어지는 모든 일까지 포함하는 개념인 것이다. 낙인 찍혀도 잘 헤쳐 나가는 사람들도 물론 많을테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으니 00효과라는 말까지 붙은게 아닐까 생각해보면서. 어떤 틀에 갇히지 않는 것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 봤다.

 

더불어 중간에는 무조건 영화의 한 장면과 포스터가 들어가고 간단하게 요약된 용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연상하면서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것. 아마 이 글을 읽은 사람이나 나는 나중에 <용의자>를 보면 낙인효과를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아닐 수도 있지만, 왜인지 생각이 날 것만 같은 느낌.

 

 

 

 

알고 보면 하나도 어렵지 않은 것들이 어렵게 다가오는 것은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 하기 위한 하나의 장벽일 수도 있지만, 제대로 알고 이해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쉽게 다가오는 것도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꽤 거창한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을 보니 내가 엄청이나 이 책을 마음에 두게 된 것 같다.

 

간단히 읽어보고 익숙해진 단어들이 65개 정도-

나중에 경제 기사를 볼 때 막힐 일은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어

왜인지 공부를 끝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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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초월 : 33대 대기업 합격 자소서 완전 분석 사례집
박삼용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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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취업대란이다.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만 일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적다. 물론 TV에서는 일자리가 몇 십만개가 만들어졌다고 떠들어 대곤 하지만, 실상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을 따기엔 하늘에 별따는 것 같은, 총성없는 취업 전쟁. 졸업을 하면 뛰어들게 되는 취업 전선은 언제나 늘 먹구름이 한 가득이다. 세상에는 좋은 스펙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혹자는 왜 좋은 스펙을 가지지 못하느냐 반문하기도 한다. 남들 다 만드는 스펙 만들 때 너는 뭐 했냐고 물어볼 땐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두 남들'처럼' 해 보았고, 그렇게 스펙을 만들어나가 보았지만, 결국 안 될 놈은 안된다는 해답을 얻을 뿐일 테다. (내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애초에 이런 고민은 좋은 스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고민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를 선택했을 때부터 이미 출발선은 갈렸다고 생각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대학교들 사이에서도 암암리에 소위 '레벨'이란 것이 있다는 것이 증명하듯. 출발선부터 다른, 어쩌면 공평하지 않은 싸움이지만 어찌됐든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지 않나.


가끔씩 '인사 담당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해서 그 결과가 기사에 나오곤 한다. '학벌'보다는 '인성'과 '열정'등을 더 많이 본다는 판에 박힌 대답이 늘 상위권을 차지하며 취업전선에 뛰어든 사람들에게 유혹의 손짓을 한다. 하지만- 과연 같은 점수로 들어온 두 명 중에서 한 명을 버려야 한다면 사람들은 학벌을 보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취업이 참 멀게만 느껴진다. 애초에 뒤쳐져서 출발한 사람은 앞선 곳에서 출발한 사람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책 <스펙초월>은 말 그대로 판에 박힌 스펙을 초월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요즘엔 이력서보다는 자기소개서 일명 '자소서'에서 당락이 많이 결정된다고들 한다. 아무래도 얼추 비슷한 스펙에서 더 나은 사람을 뽑을 수 있게 되는 건 그 사람이 자소서에 써 놓은 자기 PR 뿐이기 때문일테다. 학력 부분을 없애는 회사들도 왕왕 존재한다. 그럴 땐 더더욱 자소서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기 PR의 시대- 그래서 중요해진 자기소개서 덕분에 누군가는 '자소설'이라고도 부른단다.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에 소설을 쓰고 앉아 있는 현실이 참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이 책은 입사에 합격한 사람들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했다. 이 자소서는 어떤 부분이 좋았고, 어떤 부분이 안 좋았다. 불합격한 자소서는 이런 부분이 안 좋았고, 이런 부분을 어떻게 고치면 더 나은 자소서가 될 수 있다.는 식이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동안 자기소개서를 분석하고 또 분석하면서 어떤 부분이 좋고 나쁜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글도 많이 읽어봐야 잘 쓴다고 했던가. 좋은 글을 많이 읽고 따라 쓰다보면 는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자기 소개서도 하나의 패턴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만 발휘될 수 있다면 조금씩 늘어난 글솜씨가 나타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어떤 부분을 삼가야 하는지 아주 기본적이지만 놓치기 쉬운 것들 말이다.

다만 양이 너무 방대하고 한정된 기업의 자소서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관련된 기업들이 아닌 이상에야 아주 기본적인 것들밖에는 얻어가지 못한다는 것이 조금 흠이긴 하지만, 일단 자소서의 예를 많이 보여주기 때문에 좋은 공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자신을 PR 함에 있어 약간의 과장은 어쩌면 필요악일 것이다. 너무 뜬구름잡는 과장은 피하되, 나를 돋보이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부분은 약간 과장할 것. 무엇보다 하나의 사례를 꽤 구체적으로 작성해서 자신이 회사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알릴 것. 너무 어려운 말은 쓰지 않을 것. 기타 등등.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가장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무래도 그 회사에 지원하게 된 마음, 열정, 포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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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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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이라는 어감은 마치 '딴짓=안 좋은 행동'으로 연결되는 느낌이 있어서 아무래도 부정적인 단어로 인식하게 된다. 특히나 이런 말을 많이 들어봤던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너는 왜 공부 안하고 딴짓이야?"

 

이 책은 이기진이라는 물리학과 교수가 쓴 책이다. 그래서 '딴짓'과 물리학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웬 걸. 교수라는 그럴듯한 직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 '딴짓'을 꿈꾸는 어떤 한 남자 중년의 꿈많은 이야기를 그린다. 그가 책 속에 그려낸 것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였다. 자신의 딸들과 가족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내 취미는 포기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하는 매우 이중적인 면이 있는 중년. 그의 그런 성격- 그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일단 저지르고 보는' 그 성격이 부러웠다. 일단 해보고 싶은 건 해보고 마는 그 성격 말이다. 실패하면 어때,라는 그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그를 여기까지 이끈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말이다.

 

물리학자,라고 생각하는 일련의 그 이미지가 이 아저씨로 인해 깡그리 무너졌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긴, 세상에 사람이 몇 십억인데 다들 똑같은 물리학자 이미지를 갖고 있겠냐마는.. 이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지 않냔 말이다. 근데 그게 엉뚱하면서도 귀엽다. 왜인지 같이 있으면 즐거울 것만 같은 느낌. (물론 그와 함께 있으려면 술은 굉장히 잘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말이다)

 

그의 취미는 벼룩시장에서 싼 값에 제 맘에 드는 물건을 픽업해 오는 것이다. 낡으면 낡을수록, 이야기꺼리가 많아보이면 많아 보일 수록 작가는 탐을 냈다. 그렇게 해서 모인 것들 중 간추려서 책에 실은 것이 수 십개. 작가의 과거와 현재는 그가 열심히 모은 물건들의 추억에서 엿볼 수 있다. 설탕을 깨는 펜치, 손잡이가 망가진 백자 주전자, 목각인형, 연필깎이, 병따개가 있는 그의 연구실, 제빵 방망이와 각설탕통, 정어리 깡통등이 있는 부엌 풍경, 그리고 엉뚱한 그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는 '알리바마의 보물창고' 속 물건들까지.

 

하나씩 모은 물건 속엔 그 물건에 쌓여 있는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땐 무얼 했지, 저땐 무얼했지 물건들 속에 담긴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 놓으며 작가는 본인이 '딴짓'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볼 땐 이건 딴짓이 아니라 또다른 본업같다. '물건 수집상'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것 같은, 또 다른 본업의 이름을 붙여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오래된 물건을 단순한 물건 자체로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안에 서로 다른 시간 여행의 축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이야말로 곧 벼룩시장이 아닌가. 어떤 사람에게는 버려진 물건이나 쓰레기 정도로 치부되겠지만 그곳엔 분명 서로 다른 시간의 축이 만드는 타임캡슐 같은 공간이 있다. 물리학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기적이 눈앞에서 벌어진다.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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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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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가 젊은 시절부터 썼던 여행기를 모은 <헤세의 여행>이라는 이 책의 중요한 의미는 여기이 두 글자에 있다. '사색'

젊을 때부터 나이가 들어서까지 여행하기를 즐겨했던 헤세가 늘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그곳의 느낌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싶어했던 것, 그것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 <헤세의 여행>이다.

 

사색이라는 단어 자체가 많이 낯설어진 요즘이다. 뭐든 필터를 거치지 않고 직설적으로 내뱉는 말들에서부터 느낄 수 있을 뿐더러, 더군다나 빠르게 누구보다 더 빠르게 무언가를 하기를 원하는 시대에서 가만히 생각을 깊게 하는 것 자체가 능률적이지 못하다는 인식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사색을 하길 원하는 사람들조차 떠밀리듯 빠르게 살아내는 세상이다. 그래서 책에서 사색하는 헤세를 봤을때 낯설었다. 책을 읽으면서 사색하는 시간이 점점 줄고 있는 내게 여행지에서도 사색하는 헤세라니.

 

내게 있어 여행지의 느낌은 쉬는 곳, 혹은 놀러 가는 곳, 스트레스를 풀러가는 곳. 그 어떤 것이든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짐을 원한다. 일단 현실을 잊고 싶기 때문에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떠나는 여행만을 다녀본 나로서는 사색과 동반하는 여행에 대해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것 같다. 1부 「여행에 대하여」에 나오는 '남들이 하니까 하는 여행'을 하는 부류와는 또 다른 부류인 것이다. 사람들이 북적북적 많은 곳보다는 사람들이 적당히 있는 곳이 좋다. 막 몸을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일단 좀 걷는 것이 좋다. 근데 이런 여행이면 웬만한 생각은 할 텐데 나는 참 아무 생각없이 다닌다. 사색과 여행이 연관검색어가 될 수 없는 내게는 요게 문제인 것 같다.

 

<헤세의 여행>은 그가 여행을 하면서 했던 여러가지 생각들을 잘 정리해 놓은 책이다. 특히 위에서도 언급한 1부 「여행에 대하여」는 무려 100년이 넘게 차이나는 사람들의 생활들인데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마치 헤세가 현재의 우리에게 던지는 이야기 같았다.

 

도시인이 여행하는 것은 공기를 바꾸고, 다른 환경과 사람들을 봄으로써 일에 지친 피로를 풀고 훅 쉴 수 있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32쪽)

이건 마치 위에서 이야기한 나를 보며 하는 이야기 같았고,

 

그러나 그가 여행하는 주된 이유는 그의 모든 사촌과 이웃도 여행을 가는데다, 또 여행을 가다 와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하는 것이 유행이고,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다시 무척 쾌적하고 안락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32쪽)

이라며 현재에도 너무나 적용 가능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고,

 

나는 대부분의 여행자가 지각없움에 대해서가 아니라 여행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다.(35~36쪽)

여행에 대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면서 여행자들을 일명 '돌려까기' 기술도 보여준다.

 

여행은 지친 몸을 쉬러 가기도 하는 것이지만, 직접 그곳에 가서 부딪히며 경험을 쌓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을 헤세는 강조한다. 어느 순간에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되는 여유로움과 그때의 그 느낌을 간직할 수 있는. 몸은 좀 고되고 힘들 지언정 패키지 여행보다 배낭 여행이 더 깊게 다가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여행에 관한 글을 쓰면서 수없는 가지가 뻗어나가 '왜 인간은 여행을 하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사색도 마다않는 헤세를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색하는 시간이 많이 부족해진 우리들은 과연 어떤 여행을 다니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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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소박한 이웃의 삶을 그리다 빛나는 미술가 2
고태화 지음, 홍정선 그림 / 사계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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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의 '빨래터'란 작품이 위작이니 진품이니 그것이 얼마에 낙찰이 되었느니 하는 뉴스들이 대대적으로 보도 됐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작품의 진위 여부를 조사하느라 미술학계가 떠들썩했던 기억이 난다. 그의 작품이 왜 이렇게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걸까..생각해보면, 박수근 화가의 작품이 세상에 많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모방하기 힘든 그만의 특유한 기법 때문이기도 한 듯 하다. 박수근 화가만의 색감, 그림체, 이야기. 하지만 사람들은 박수근이라는 이름은 알아도 그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화가가 됐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나도 그 잘 모르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라서 화가의 생애가 어떠했는지 호기심에 신청한 서평단이었지만,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던 그의 인생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그의 그림이 특유의 색감을 가지고 쭉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살아왔던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빛나는 미술가> 시리즈로 책들이 출간되는데, 동서양 미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보며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게 하는 취지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이중섭에 이어 박수근 화가의 책이 출간되어 있고, 앞으로 장승업, 김홍도, 정선, 김정희, 신윤복 등 미술사에 있어서 굉장한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인생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출간 예정이다. 책은 한 가지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어떻죠? 어떻게 생각해요?' 같은 물음을 던진다.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대화체로 이야기해주는 듯한 느낌의 책 분위기에 맞춰서 생각하는 힘까지 키워주려 하는 듯해 보인다. (다만 어른이 읽기엔 조금 유치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박수근 화가의 모든 삶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강의 그가 살아온 시간들을 간추려서 이야기 하는 책이라 내용이 많이 있을 수 없고, 그래서 어른이 조금 엉성해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어린이용 책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읽어볼 만한 이유는 박수근 화가의 초기 작품들부터 죽기 전까지의 작품들이 총 망라되어 있다는 것에 있다. 박수근 화가의 빨래터 말고 머릿속에 박수근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다른 작품이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그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도 거의 없을 것 같다. 책에는 그가 처음으로 미술대회에 입선한 작품부터 죽기 직전에 그린 작품까지 꽤 많은 그림들이 실려 있다. 물론 그가 그린것과 유사한 그림체로 그의 생애가 일러스트로도 들어 있어 책을 보는 아이들에게 친숙함을 준다. 여러 일러스트를 통해 박수근 화가의 그림에 친숙함을 갖게 하고, 그가 그렸던 여러 작품들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아이와 이야기할 수 있는 책. 나도 그의 여러가지 그림들을 보면서 따스한 색감의 그의 그림들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들이 새삼 좋았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밝은 세상이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달까.

 

더불어 그의 생애를 읽고 있자면, 참 노력형 화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대로 그림을 배워본 적 없는 그가 자신만의 확고한 그림체를 갖게 되기까지 했던 노력, 가족의 희생, 그리고 가난.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할 수 있는가,를 염두해 두어야 한다고 말이다. 사실 미술에 관심이 있건 없건 상관은 없다. 그저 이 책을 읽는 꼬맹이는 적어도 '꿈이 있다면 끝까지 노력해보라'라는 이 책의 숨은 의미를 잘 파악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좋은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었으니, 줄 만한 꼬맹이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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