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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소박한 이웃의 삶을 그리다 ㅣ 빛나는 미술가 2
고태화 지음, 홍정선 그림 / 사계절 / 2014년 7월
평점 :
박수근의 '빨래터'란 작품이 위작이니 진품이니 그것이 얼마에 낙찰이 되었느니 하는 뉴스들이 대대적으로 보도 됐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작품의 진위 여부를 조사하느라 미술학계가 떠들썩했던 기억이 난다. 그의 작품이 왜 이렇게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걸까..생각해보면, 박수근 화가의 작품이 세상에 많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모방하기 힘든 그만의 특유한 기법 때문이기도 한 듯 하다. 박수근 화가만의 색감, 그림체, 이야기. 하지만 사람들은 박수근이라는 이름은 알아도 그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화가가 됐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나도 그 잘 모르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라서 화가의 생애가 어떠했는지 호기심에 신청한 서평단이었지만,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던 그의 인생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그의 그림이 특유의 색감을 가지고 쭉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살아왔던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빛나는 미술가> 시리즈로 책들이 출간되는데, 동서양 미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보며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게 하는 취지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이중섭에 이어 박수근 화가의 책이 출간되어 있고, 앞으로 장승업, 김홍도, 정선, 김정희, 신윤복 등 미술사에 있어서 굉장한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인생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출간 예정이다. 책은 한 가지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어떻죠? 어떻게 생각해요?' 같은 물음을 던진다.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대화체로 이야기해주는 듯한 느낌의 책 분위기에 맞춰서 생각하는 힘까지 키워주려 하는 듯해 보인다. (다만 어른이 읽기엔 조금 유치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박수근 화가의 모든 삶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강의 그가 살아온 시간들을 간추려서 이야기 하는 책이라 내용이 많이 있을 수 없고, 그래서 어른이 조금 엉성해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어린이용 책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읽어볼 만한 이유는 박수근 화가의 초기 작품들부터 죽기 전까지의 작품들이 총 망라되어 있다는 것에 있다. 박수근 화가의 빨래터 말고 머릿속에 박수근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다른 작품이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그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도 거의 없을 것 같다. 책에는 그가 처음으로 미술대회에 입선한 작품부터 죽기 직전에 그린 작품까지 꽤 많은 그림들이 실려 있다. 물론 그가 그린것과 유사한 그림체로 그의 생애가 일러스트로도 들어 있어 책을 보는 아이들에게 친숙함을 준다. 여러 일러스트를 통해 박수근 화가의 그림에 친숙함을 갖게 하고, 그가 그렸던 여러 작품들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아이와 이야기할 수 있는 책. 나도 그의 여러가지 그림들을 보면서 따스한 색감의 그의 그림들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들이 새삼 좋았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밝은 세상이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달까.
더불어 그의 생애를 읽고 있자면, 참 노력형 화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대로 그림을 배워본 적 없는 그가 자신만의 확고한 그림체를 갖게 되기까지 했던 노력, 가족의 희생, 그리고 가난.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할 수 있는가,를 염두해 두어야 한다고 말이다. 사실 미술에 관심이 있건 없건 상관은 없다. 그저 이 책을 읽는 꼬맹이는 적어도 '꿈이 있다면 끝까지 노력해보라'라는 이 책의 숨은 의미를 잘 파악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좋은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었으니, 줄 만한 꼬맹이를 찾아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