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다시 태어나자,거듭나자! 이런 결심은 하도 자주해서 이제 감흥조차 없다. 지금처럼 사는 건 싫고 앞으로 확 달라지고는 싶은데, 그게 혹시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 싶은 불안감.
알라딘에 갔다가 절판된 책이라기에 아무 생각 없이 샀다가 이제서야 읽었다.진짜 이 책을 산 건 행운이다. 정말 재미있었다. 90년대의 분위기가 좋았고 소피칼과 오스터의 프로젝트 자체가 좋았다. 난 진짜 소피칼이 좋다. 영감도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 소피칼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역시 모르는 게 약이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진짜 읽다가 입이 벌어졌다. 내가 의미없이 했던 말 한 마디, 순간적인 감정의 배출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 그걸 안다고 해서 할 수 없는 게 아니니까. 인생이란 정말로 신비롭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 책 문장력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내용이 정말 좋다. 많은 걸 생각해보게 된다. 이를테면 이미 지나가버린 일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얘기라든가 그 당시 내가 저질렀던 잘못을 뒤늦게 알게 된다던가. 어차피 그 당시는 자신의 상처밖엔 못본다. 그래서 원망하고 미워할 수밖에 없다. 그 미움은 다시 누군가를 상처 입히게 되지만 그 당시엔 그걸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사과의 책을 읽고 나면 언제나 홀든 콜필드를 소환하게 된다.그러니까 책을 다 읽은 후 김사과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는 이야기다. 김사과를 만나서 꼭 한 번 소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그리고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이런 이야기를 읽게 해주어서.
우리는 편견과 열정과 잘못된 선택들 사이를 맴돈다. 우리의 기억은 그들의 기억과 다를 수 있다. 만약 서로의 기억이 다르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면 너무 슬퍼서 무너져 버릴 것이다. 견고하지 않은 모래성이다. 모든 것의 잘못엔 내가 있었다는 걸 우리는 모를 수도 있다. 우리는 늙었다. 우리도 한때는 젊었다. 모든 것은 사라진다. 언젠가는 여기에 있지 않을 것들.하지만 그 순간이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 작은 위로. 우리는 늙어간다. 반복과 반복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우리는 곧 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