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太宰治), 인간실격. 느낌이 음산해진다. 다자이 오사무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이 책을 통해 말하는 허무와 격정, 비관과 간절함,
죽음과 삶에 대해 쏟아내는 그 절절함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부를 축적하는 불합리함과 아무리 발버둥쳐도 간극은 점점
더 멀어지는 빈부의 격차에 환멸을 느낀 그와 소설 속 주인공 요조는
너무도 흡사하다. 본인 혼자만 다른 인간인듯한 불안과 공포로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그가 인간에 대한 최후의 구애로 생각해 낸 '익살'로
필사적이면서도 위기일발의 줄타기 같은 진땀나는 서비스를 해야하는
요조, 그는 어쩌면 그로부터 8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살기 위해,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가족을 위해 등
어떠한 이유에서도 지금의 우리도 가장된 '익살'을 내뿜으며 살고 있다.
요조는 서로 속이면서도 맑고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혹은 살아갈 자신이
있는 인간이 난해했기에 필사적인 익살 서비스를 퍼부었으며 그로인해
풍겨지는 누구에게도 호소 못한 고독한 냄새가 본능적으로 수많은 여성들의 후각을 자극하고 추문의 대상이 된다. 어쩌면 그런 그에게 '가면'은 자유와
해방일지도 모른다. 마치 진짜 자신은 짙은 화장 아래로 감춘 채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맞는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 마냥 우리 역시 사회적 가면을
쓰고 세상 속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