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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문장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평점 :
안되겠다. 구병모 작가의 책을 최대한 구입해서 최대한 열심히 읽어야겠다. 2년 전에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모조리 구해서 읽던 때와는 다르다. 김영하 작가에겐 어쩐지 미안하지만, 작가의 거의 모든 책을 구입했으니 그것으로 퉁치자고 이제 자리를 좀 내어달라고 말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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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여자들이 더 민감한가.는 생리적 특성이 아닌 사회적 특성일 확률이 높다. 애초에 조심하고 애써야 할 부분이 훨씬 훠얼씬 많은 것이다. 인류의 반이 여자라는 말이 얼마나 우스운지 남자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에게 구병모 작가의 책을 권한다. 읽어라, 좀. 읽고 어디 한 번 얘기나 해보자. 너희의 사회적 감수성은 대체 어느 정도인지 너희는 모르지? 너희의 공감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너희는 모르지? 모르면 좀 알려고 해야하지 않냐? 말마따나 인류의 절반이 여자인데 그 절반을 이해하거나 할 마음은 십원어치도 없는 거냐? 나를 기준으로 나의 상황과 처지와 불편과 불만을 얘기할 마음은 없다. 그것은 그저 수십억 중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므로. 이해하기 위해, 생각을 잘 정리하기 위해 혐오, 페미니즘, 정의, 평등, 철학, 심리학까지 몇년째 읽어대는 내가 참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것이 너무 작고 미미한 노력으로 여겨져서 좀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노력해야한다는 강박까지 느끼는 내가 너무도 구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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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를 표현하고 풀어내는 방식이 탁월하다. 놀랍기까지 하다.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위저드 베이커리도 안읽었는데 너무 늦게 발견한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구병모 작가의 글이 불편하게 여겨지는 사람들은 어쩌면 외면했던 사람들일 수도 있겠다.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런 사회였다. 아니 그런 사회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고 다른 의견이나 질문은 문제시 된다. 프로 불편러, 진지충, 선비질 또 뭐가 있더라- 그 많은 혐오들은 어디서 왔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너무 등한시 한 것은 아닐까. 문학은 쾌락과 교훈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면 작가의 글은 모두를 충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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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다. 쭉- 닥치는 대로 작가의 글을 읽고 또 확인하고 정리하고 또 다른 의문을 만나고 방법도 궁리하고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어줍잖은 목소릴 내고 그렇게 살 수 밖에.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