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 눈물 참은 눈물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승우 지음, 서재민 그림 / 마음산책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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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고 읽겠다고 장바구니에서 오래 기다린 이 책이 기대를 넘어서진 못했다. 이렇게 쓰면 책이 별로구나 생각하실 수 있지만 사실 기대가 과했다. 타인의 리뷰를 맹신한 까닭이다. 그와 내가 얼만큼 같을까. 인간이고 sns에 도서 리뷰를 올리고 외에 아는 바도 없건만 어쩌자고 ‘그렇게까지’ 기대했을까. ‘과한 기대’를 잘 접어 주머니에 넣으면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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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눈물이 떡하고 있으니 여하간에 읽기 시작하면 폭풍오열이라도 할 줄 알았건만 그렇진 않았다. 아니 그럴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쪽과 저쪽 사이를 오가는 의문들이 잔뜩 씌여있다. 말이냐 막걸리냐 부터, 흑이냐 백이냐, 너냐 나냐에 이르기까지(내 리뷰를 읽고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은 선문답에 능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덕분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갔다. 서로 싸우다가 잠깐 화해했다가 아니 잠깐, 다시 생각해보니 하며 치고박고의 반복이었달까. 진실의 방이나 거짓말탐지기가 필요했던 걸지도 모른다. 최소 생각의자라도.
겨울 즈음. 이제 두 권이 된 작가의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 그 때쯤엔 지리한 싸움이 끝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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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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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팟캐스트가 문제다! 라기엔 너무 즐겁게 들었고 더 들을 게 없어서 새로운 것을 뒤지고 있지만 딱 취향인 것은 아직 못 만났다. 이전으로 거슬러거슬러 가며 두 개의 팟캐스트를 거의 다 듣고 나서는 책을 사고 책을 읽는 중이다. 김영하 작가의 낭독으로 듣고 상호대차에서 또 소개하고 안 살래야 안 살 수가 없었다. 재판 되어서 천만다행이랄지. 심지어 띠지도 김영하 작가가 팟캐스트에서 어쩌고!가 씌여있다. 아, 영향력있는 사람이 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이 책도 재판되고 또 TV에서 소개한 책도 재판되었던데 출판계를 흔드는 손 중 하나인가! 근사하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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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떠오른다. 딱이다. 앤드루 포터와 에드워드 호퍼. 그림 재주만 있었어도 삽화 한장 쯤 시도해보는건데, 한장에 그린 독서일기. 크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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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태도, 조심스러운 마음 지극히 평범한 일상(평범하다 여기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너무 순탄하거나 너무 굴곡진 삶을 살고 있을지도?), 섬세한 문장. 어쩐지 레이먼드 카버가 떠올랐지만 그보단 덜 극적이고 더 조심스럽다. 더군다나 이젠 더이상 레이먼드 카버를 좋아할 수 없다. 그래서 나타난 건가, 앤드루 포터씨! 이 책 외엔 장편 하나 뿐인데 작가의 단편을 만나고 싶어 갈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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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어떻게 좋다고 말하기가 애매하다. 너무 좋은데 책 여기저기 문장을 가리키며 설명해야할 것만 같다. 이러저러해서 이 부분이 진짜 근사하지 않니? 해야할 것만 같다. 역시 누군가와 함께 읽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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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대차 - 내 인생을 관통한 책 후룩문고 1
강민선 지음 / 이후진프레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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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대차’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만났다. 하지만 꽤 귀엽다. 책이 여기서 저기로 바삐 옮겨다니는 것을 생각하면 흐뭇해진다.
작가가 좀 너무한 것 같다. 물론 ‘상호대차’를 매개로 하려면 구하기 쉬운 책이어선 안되겠지만 그래도 거의가 절판되어 중고로도 구할 수 없는 책들이다. 별 수 없이
20년만에 도서관엘 가야하나, 도서관이 전처럼 책을 읽고 빌리는 곳이 아니라 공부하는 곳이 되었다던데 하며 착잡하다. 그래도 그 중 한 권은 구입했다. 재발간된 ‘빛과 물질의 이론’은 나도 김영하의 팟캐스트 때문에 진즉부터 장바구에 넣어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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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데 관심이 많은 탓에 타인의 읽기가 늘 궁금하다. 내 읽기의 기록은 너무도 편협하고 주관적인데 대부분 나보다는 더 책을 잘 이해하고 분석하고 있더라. 뭐 어쩔 수 없지, 아는 만큼 보이는 게 당연한거니까. 읽기야 그렇다 치자. 하지만 쓰기로 넘어가면 늘 아쉽다. 문장이 아쉽고 단어가 아쉽고 표현이 아쉽고. 오래 꾸준히 써온 사람들의 글. 그것이 입력에 의한 출력(내 경우엔 거의 모두 이렇다*_*)이 아닌 창작을 오래 해 온 사람의 경우는 표가 난다. 단어도 문장도 표현도 감히 닮고 싶다고 말할 수도 없다. 아, 부럽다-고 생각했다가 지금부터 시작해도 족히 10년은 필요할텐데 창작을 시작할 용기도 자질도 부족하다. 쓰는 것은 역시 쉽지 않다. 물론 읽는 것이라고 쉬운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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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것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너무 좋아서 몇 번씩 다시 읽고 문장을 외고 하는 것이 가능하구나. 이것은 기억력의 문제인가 집중력의 문제인가.를 생각하다가 역시 부럽네. 지고 말았다(물론 싸울 마음따위 0.000001%도 없다), 털썩. 하지만 재밌었다.
읽는 내내 작가도 작가가 읽은 책도 작가의 새로운 글도 모두 너무 궁금해졌다. 글쓰기 책을 사볼까 하다가 분명 좌절할 것 같아 가볍에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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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문장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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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겠다. 구병모 작가의 책을 최대한 구입해서 최대한 열심히 읽어야겠다. 2년 전에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모조리 구해서 읽던 때와는 다르다. 김영하 작가에겐 어쩐지 미안하지만, 작가의 거의 모든 책을 구입했으니 그것으로 퉁치자고 이제 자리를 좀 내어달라고 말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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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여자들이 더 민감한가.는 생리적 특성이 아닌 사회적 특성일 확률이 높다. 애초에 조심하고 애써야 할 부분이 훨씬 훠얼씬 많은 것이다. 인류의 반이 여자라는 말이 얼마나 우스운지 남자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에게 구병모 작가의 책을 권한다. 읽어라, 좀. 읽고 어디 한 번 얘기나 해보자. 너희의 사회적 감수성은 대체 어느 정도인지 너희는 모르지? 너희의 공감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너희는 모르지? 모르면 좀 알려고 해야하지 않냐? 말마따나 인류의 절반이 여자인데 그 절반을 이해하거나 할 마음은 십원어치도 없는 거냐? 나를 기준으로 나의 상황과 처지와 불편과 불만을 얘기할 마음은 없다. 그것은 그저 수십억 중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므로. 이해하기 위해, 생각을 잘 정리하기 위해 혐오, 페미니즘, 정의, 평등, 철학, 심리학까지 몇년째 읽어대는 내가 참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것이 너무 작고 미미한 노력으로 여겨져서 좀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노력해야한다는 강박까지 느끼는 내가 너무도 구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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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를 표현하고 풀어내는 방식이 탁월하다. 놀랍기까지 하다.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위저드 베이커리도 안읽었는데 너무 늦게 발견한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구병모 작가의 글이 불편하게 여겨지는 사람들은 어쩌면 외면했던 사람들일 수도 있겠다.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런 사회였다. 아니 그런 사회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고 다른 의견이나 질문은 문제시 된다. 프로 불편러, 진지충, 선비질 또 뭐가 있더라- 그 많은 혐오들은 어디서 왔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너무 등한시 한 것은 아닐까. 문학은 쾌락과 교훈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면 작가의 글은 모두를 충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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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다. 쭉- 닥치는 대로 작가의 글을 읽고 또 확인하고 정리하고 또 다른 의문을 만나고 방법도 궁리하고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어줍잖은 목소릴 내고 그렇게 살 수 밖에.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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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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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와 아시아의 만남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어쩐지 동양은 오래된 옛것의 향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그랬나? 한국의 SF 소설들을 종종 읽는다. 배명훈이나 듀나 같은 작가들의 소설도 꽤 읽었다.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어디서 나왔더라. 그래, 책 제목. 라디크 사람들. 어쩐지 동양의 인상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미래로 포장된 과거의 향기 같은. 폐쇄적인 동양의 과거들 탓일수도 있고 너무 급하게 과거를 땜질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SF와 아시아가 함께 담긴 이 책이 켄 리우라는 작가가 그가 받은 상들이 더욱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반갑기도 설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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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의 이야기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좋았다. 일단 재밌고 새롭고 진지했다. 역시 어떤 장르건 간에 감정이 오래 남거나 생각이 깊어지는 이야기들이 좋다. 나는 대체로 책 고르기에 실패(?)하지 않는 편이다. 50권 중 하나 정도? 공들여 고른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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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에서 작가의 갈등과 과거와 미래를 본다. 어쩌면 작가의 눈높이가 성장곡선처럼 올라가는 순서일 수도 있겠다. 내가 생각하는 역사란 땅 같은 거라서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존재를 잊지만 한시도 떨어져 살 수는 없다. 고개를 숙이면 보인다. 어느 순간 삶이 휘청할 때 딛고 있는 발 밑이 단단한지 불안해질때, 이대로 괜찮은지 혼란스러울 때, 박차고 도약해야 할 때, 주저앉아 발을 구를 때는 단단한 지반이 필요하다. 그 지반이 연약하고 무너지기 쉽고 질척거린다면 우리의 삶이 과연 괜찮을까? 그래서 우리에겐 과거를 확실히 하는 것이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목 잡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딛고 뛰고 달리기 위해선 지반을 확인하고 보수하고 때때로 돌봐야한다. 너무 쉽게 잊는다. 든든한 땅의 존재가 나를 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시선으로 다양한 의견들을 나누고 조금씩 나아갈 수 있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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